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8)
회귀해서 건물주-598화(59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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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여깁니까?”
현성과 함께 어느 상가 앞에 도착한 이명훈이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곳이 바로 내가 얘기했던 무료 나눔 가게다.”
“와! 어느새 간판까지 다 맞췄네요?”
이명훈은 간판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간판에는 ‘사랑의 무료 나눔’이라고 노란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이 가게를 꾸미는데 5일 걸렸다. 물건도 이미 다 채워놨고.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상가를 계약한 건 5일 전이었다.
평수는 15평이 채 못 된다. 하지만 그래도 그 공간 전체에 필요한 물건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었다.
품목은 100% 먹거리로만 채웠다.
처음엔 다른 생활필수품까지도 채울까 생각했지만 무엇보다도 먹거리가 가장 중요할 거 같아서 오로지 먹거리로만 채웠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이명훈이 가게를 둘러본 후 현성을 향해 바로 물었다.
“물건값이 제법 나왔겠네요?”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그런데 이 많은 물건들을 사장님 혼자서 다 채우신 겁니까?”
“아니, 희열이 형이 같이 도와줬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 형이 시간 나는 대로 와서 도와주기로 했고.”
문희열의 도움이 컸다. 비록 14평 정도의 공간이지만 그곳에 물건을 채우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문희열이 도와주는 바람에 무난하게 물건들을 채울 수 있었다.
“앞으로 이 물건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 겁니까?”
“컴퓨터로 관리할 거야. 편의점처럼 말이야. 물건이 입고되면 여기 프로그램에 다 입력하고 나갈 때마다 바코드로 찍을 거야. 그러면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바로바로 확인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매일 밤 9시에 팩스로 주문을 넣을 거야.”
“물건은 누가 가져다줍니까?”
“식료품 납품하는 업자하고 계약을 했어.”
“와! 그 사람은 누군지 땡잡았네요. 매일 주문량이 장난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그건 이명훈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매일 주문량은 상당할 테니 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공짜다.
그 물량이 얼마나 나갈지는 현성 자신도 모를 판이었다.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만약 그 사람이 없으면 우리가 직접 물건을 채워야 하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야.”
“하긴 그렇겠네요.”
이명훈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어? 동장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동장인 이찬열이었다.
사실은 무료 나눔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동사무소에 먼저 찾아갔었다. 그 이유는 앞으로의 계획을 미리 동장한테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동장한테 만큼은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동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인사를 드리러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시는데 말입니다.”
이찬열은 그 말과 함께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어? 이게 뭡니까?”
“많지는 않지만 제 성의입니다. 좋은 일을 하시는데 보태셨으면 해서요.”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받으셔도 됩니다. 저야 한 번이지만 사장님께서는 이걸 어찌 감당하시려는지…….”
이찬열은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건 바로 현성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용건은 IMF 사태로 인해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나라에서도 못 하는 일을 한 개인이 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세요.”
이찬열이 이번에도 또다시 봉투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번 봉투는 조금 전에 받은 봉투보다 훨씬 두툼했다. 그 말은 돈이 그만큼 더 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건 또 뭡니까?”
“동사무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돈입니다.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사장님께서 부담될 거라고 하면서 이렇게 저한테 심부름을 시키지 뭡니까?”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솔직히 동사무소를 찾아갈 때만 해도 동장인 이찬열은 한 번 찾아올 줄 알았다. 명색이 한 동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 정도는 기본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원들까지 이렇게 봉투를 보낼 줄은 몰랐다.
“이거 너무 감사해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꼭 전해주십시오.”
“네, 그러지요. 근데 생각보다 물건이 많습니다.”
이찬열이 가게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합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로서는 정말 놀랍습니다.”
이찬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로서는 놀랍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또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혼자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동장인 이찬열이었다.
“구청장님 오셨습니까?”
그게 시작이었다. 이어서 누군가 또 들어왔다. 그 사람은 현성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말이 빠른 건 동장인 이찬열이었다.
“시장님 오셨습니까?”
그렇다, 구청장과 시장까지 현성이 오픈한 무료 나눔 가게에 찾아온 것이다.
30분 후.
모든 사람이 나가고 남은 두 사람.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이 여기까지 왜 온 겁니까?”
“몰라서 물어?”
“물론 격려하기 위해서 온 건 알겠는데 어떻게 이렇게 같은 시간대에 나타난 겁니까?”
“우리 동장님 작품 아니겠냐?”
처음 동장이 찾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단순하게 격려 차원에서 왔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곧이어 구청장과 시장이 들어오는 걸 보고 동장인 이찬열이 계획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차피 현성이 오늘 무료 나눔 가게를 오픈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동장인 이찬열 밖에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혹시 선거용일까요?”
“아마도…….”
“하긴 선거용으로 이만한 그림이 없을 테니까요. 하여간 이 인간들은 이럴 때 보면 귀신이 따로 없는 거 같습니다.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찾아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명훈의 목소리에 불만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게 어때서?”
“너무 티가 나지 않습니까? 아까도 보지 않으셨습니까? 일부러 기자까지 데리고 와서 사진 찍느라 바쁜 거 말입니다.”
“그게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잖아.”
“그래서 저는 싫다는 겁니다. 어떡하든 선거에 이용하려는 그들의 행동이 말입니다.”
이명훈은 여전히 불만인 듯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꽤나 싫은 듯했다.
반면 현성의 표정은 이명훈과는 정반대였다.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 그런 모습이 아무 상관 없는데?”
“네? 그게 정말입니까?”
“응, 어차피 각자의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거잖아.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말이야.”
“네? 우리는 우리대로요? 그 말씀은 우리도 어떤 도움을 받았다는 얘깁니까?”
이명훈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현성을 정면으로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여기 이걸 봐.”
현성은 이명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 현성의 손에는 봉투가 몇 개 들려있었다. 그 봉투들은 조금 전에 동장과 구청장 그리고 시장이 와서 주고 간 것이었다.
“그건 조금 전에 그 인간들이 주고 간 거잖아요?”
“그래, 맞아. 조금 전에 그분들이 주고 간 거야. 이게 얼마나 될 거 같아?”
“글쎄요, 그건 잘…….”
“자, 네가 직접 세어 봐.”
현성은 들고 있던 봉투를 이명훈한테 건넸다. 그러자 이명훈은 봉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봉투를 다 센 이명훈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백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각 기관들의 수장들이 왔다 갔는데 그 정도는 되겠지. 그래서 총 얼마야?”
“정확히는 백십만 원입니다.”
“응, 그래. 그 돈은 기부금으로 잡고 컴퓨터에 적어 놔. 나중에 정산할 때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정산이요?”
‘정산’이란 말에 이명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어차피 이 가게는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정산을 한다는 겁니까?”
“나중에 보고는 해야지.”
“보고요? 누구한테요?”
“누구긴 누구야, 오늘 봉투를 준 사람들이지. 동장이나 구청장 그리고 시장도 있지만 그밖에 직원들도 있잖아, 그 사람들한테는 나중에라도 보고를 해야지. 그 사람들도 자신들이 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가게는 나 혼자 운영 할 게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물론 이건 지금 내 생각인데 시작은 내가 했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게 될 거야.”
“다른 사람들이 말입니까?”
“그래, 당장 희열이 형부터 한 달에 얼마씩이라도 기부를 한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단 1원을 기부 받더라도 그 금액을 다 적어야 돼. 그래야 나중에 뒷말이 없어.”
그건 당연한 얘기다.
현성이 혼자 100% 운영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이 참여를 한다면 모든 기록은 남기는 게 맞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오해 받기에 딱 좋은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사장님은 앞으로 사람들이 기부를 할 거라고 생각하신다는 거죠?”
“물론이야, 아직은 이 사회가 따뜻한 세상이라고 믿으니까 말이야.”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 사람을 보는 순간 현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아저씨!”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니 책방을 운영하는 유승일이었다. 그의 손에는 라면이 세 박스 들려있었다.
“김 사장, 이거 받게.”
“아니, 이게 다 뭡니까?”
“일단 오늘은 뭘 가지고 와야 할지 몰라 라면만 들고 왔네.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일을 생각했는가?”
“제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실직자들이 엄청 쏟아질 겁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단 먹거리라도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생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게 현대판 장발장이라는 뉴스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일을 벌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최소한 먹는 것 때문에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하여간 대단하네. 그리고 많이는 힘들겠지만 나도 조금씩이라도 가끔 이렇게 찾아오겠네.”
“말씀만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함께해주신다고 하니 힘이 저절로 납니다.”
“내가 김 사장 덕분에 살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리고 반가운 소식이 있네.”
유승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반가운 소식이요? 그게 뭡니까?”
“어제 드디어 백만 월을 찍었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네. 김 사장이 시킨 대로 대여료를 내렸더니 매출이 많이 늘었네. 그리고 북가페로 바꾸고 나니까 홀에서도 매출이 제법 나오고 말이야. 하여튼 김 사장 덕분에 나는 살았네.”
아이러니하지만 이 또한 IMF 사태가 가져온 기이한 현상이었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 직장을 못 가게 되자 비디오 가게나 만화방으로 몰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매출이 오르는 거 당연한 현상이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낮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겁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라면값 올리면 안 됩니다. 그 라면을 먹는 사람들 또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입니다.”
직장인들의 비애다.
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직장을 나온 사람들이 오죽하면 만화방으로 출근을 하겠는가 말이다. 집에는 미처 얘기도 못하고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나 또한 자네가 얘기한 걸 잊지 않고 있으니 말이야. 나 혼자 살겠다고 그런 양아치 같은 일은 하지 않을 걸세. 자, 수고하게. 나는 바빠서 이만…….”
유승일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가게를 나갔다.
현성은 그런 유승일이 고마울 뿐이었다. 얼마든지 모른 척할 수 있는 상황일 텐데 그러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주었으니 말이다.
전생 같아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땐 자신 밖에 모르는 유승일이었으니 말이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또 한사람이 들어왔다. 이번에 빵집 사장인 이세이였다. 그녀의 양손에는 빵이 잔뜩 들려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세이가 미처 나가기도 전에 두 사람이 또 들어왔다. 이번엔 부동산 사장과 슈퍼를 운영하는 손 사장이었다.
부동산 사장의 손에는 라면 박스가 들려있었고 슈퍼 사장의 손에는 두부가 몇 판 들려있었다.
평상시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결국, 그들은 현성이 무료 나눔 가게를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