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9)
회귀해서 건물주-599화(59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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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후.
사람들이 다 나가자 이명훈이 현성을 향해 바로 물었다.
“사장님이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 바로 이건가요?”
조금 전에 현성의 입으로 직접 ‘이 가게는 나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될 거야’라고 말을 했었다. 지금 이명훈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맞아,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믿었거든.”
“결국 그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오신 거고요?”
“보다시피…….”
“그러니까 말입니다. 결국 사장님의 판단이 맞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사장님이 조금 전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거라는 말씀을 하실 때 믿지 않았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처음 현성이 이 가게는 혼자 경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거라는 말을 할 때 믿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기부라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야?”
“네, 그렇습니다. 저는 기부라는 게 사장님 말씀처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조금 전에 빵집 사장님이나 슈퍼 사장님, 그리고 책방 사장님과 부동산 사장님을 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기부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작은 거 하나라도 나눌 마음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슈퍼 사장님이 두부를 들고 오시는 걸 보고 그 생각이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이명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부라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두부 세 판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게 받아들여졌을 테니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생각이 바뀌었다니 다행이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명훈이 말을 중간에서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저도 작지만 사장님께서 하시는 일에 동참을 할까 합니다.”
“너도?”
“네, 솔직히 지금까지는 저하고 기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으니 행동으로 옮길까 생각합니다. 저 잠깐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이명훈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가게를 빠져나갔다. 현성은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10분 후.
가게로 돌아온 이명훈의 양손에는 달걀이 한 판씩 들려있었다. 결국 그는 생애의 첫 기부를 달걀 두 판으로 시작을 한 것이다.
그런 그가 쑥스럽다는 듯 달걀 두 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장님, 이것도 되는 거죠?”
“당연하지, 기부에 안 되는 건 없어. 어쨌든 이렇게 동참해줘서 고맙다.”
“근데 기분이 이상합니다.”
“기분이?”
“네, 겨우 달걀 두 판을 샀을 뿐인데 여기가 뿌듯합니다.”
이명훈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두드렸다. 그런 그의 얼굴엔 뭔가를 해냈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툭툭.
현성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여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도 중학교 1, 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문을 열고 들어온 여학생이 더 이상 가게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먼저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리 어린 학생이지만 우선은 존댓말로 물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성의 생각은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끔 보면 어리다고 해서 대뜸 반말을 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기에 현성 스스로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저기요…….”
여학생이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그녀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요.”
“혹시 진짜로 여기 있는 물건 그냥 가져가도 되는 거예요?”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던 부분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이유는 어차피 둘 중의 하나일 테니 말이다.
하나는 기부하기 위해서일 테고 또 다른 하나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함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학생은 빈손으로 들어왔기에 후자일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다.
“네, 물론이에요.”
“밖에 안내 문구를 보긴 했는데 혹시나 해서 여쭤본 거예요. 그런데 이건 누가 운영을 하는 거예요?”
“여러 사람이 운영을 하는 겁니다.”
현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여러 사람’이라고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이명훈이 바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고요, 우리 사장님이 98% 기부를 한 것이고 나머지 2%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기부를 한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혹시 사장님은 저 위에 있는 비디오 가게 사장님 아니신가요?”
“네, 맞는데요. 그런데 그건 왜요?”
이명훈이 궁금하다는 듯 여학생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여학생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바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확인만 하고 싶었어요.”
“확인이요?”
“네, 사실은 우리 학교에서 이틀 전에 사장님 얘기가 돌았거든요.”
여학생의 말이 끝나는 순간, 가장 놀란 건 바로 현성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의 얘기가 왜 여학교에서 돈다는 말인가.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 얘기가 왜 학교에서 돌아요?”
“다른 게 아니라 여기 무료 나눔 가게 얘기가 소문이 나면서 학교 내에 사장님이 누군지 얘기가 돌았어요.”
“학교에 벌써 여기 가게가 소문이 났다고요?”
“네, 이틀 전에 얘기가 돌았어요. 워낙 특이한 경우니까요. 전국 어디에도 이런 무료 나눔 가게는 없을 테니까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였다. 전국 어디에도 이런 가게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여학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우리 친구 중에 사장님을 아는 아이가 있었어요.”
“저를요?”
“네, 이름만 얘기하면 사장님도 아실 거예요. 미진이라고, 서미진이요.”
“아, 미진이요. 잘 알죠. 가끔 비디오 빌리러 오는 친구니까요.”
잘 알고 있는 아이였다. 비디오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비디오를 빌리러 오던 아이였으니 말이다.
“미진이가 사장님 얘기를 학교에서 해줬어요.”
“혹시 미진이가 제 흉을 본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미진이가요? 호호…….”
여학생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처음 가게에 들어올 때의 낯설어하던 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반대예요.”
“반대요?”
“미진이가 사장님 칭찬만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특히…….”
여학생이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특히 뭐요?”
“잘 생겼다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장님이 잘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대표로 확인차 온 거예요.”
“확인이요? 어떤 확인이요?”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사장님이 진짜 잘 생겼는지 확인을 하라는 거예요.”
“누가요?”
“반 친구들이요. 사실은 제가 반장이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
할 말이 없는 건 현성이었다. 처음 가게에 들어올 때 하도 낯을 가리기에 물건을 가지러 온 줄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친구들을 대표해서 인물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이네요.”
“다행이요? 뭐가 다행이라는 거예요?”“미진이 말이 사실이라서요. 저도 온 보람이 있고요. 호호…….”
“보람까지…… 풉.”
현성 또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확인까지 온다는 게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그때 여학생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현성한테 내밀었다.
“이거 받으세요.”
“이게 웬 봉투입니까?”
“우리 반 얘들이 조금씩 모은 거예요. 부디 좋은 일에 써 주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여주셔서 말이에요.”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조금 전까지도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하기에 황당하기만 했었는데 막상 봉투를 받고 보니 그저 마냥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걸 받아도 되나 모르겠네요.”
“당연히 받으셔야지요. 저희는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겼다는 게 말이에요.”
“앞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운영해보겠습니다.”
“제 이름은 안소영이에요. 다음번에 올 때는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그땐 말씀도 편하게 하시고요.”
“아, 그래요. 그런데 다음에요?”
“겨울방학하기 전에 한 번 더 올게요. 이번엔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금을 할 거예요. 제 눈으로 직접 사장님 얼굴을 확인했으니 다음번엔 조금 더 돈을 걷을 수 있을 거예요. 호호……”
웃는 여학생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느껴졌다.
그때 그 모습을 본 이명훈이 말했다.
“소영이 학생이라고 했지요?”
“네, 맞아요. 안소영이요.”
“거기 학교는 인물 보고 반장을 뽑는가 봐요?”
“네? 무슨 그런 말씀을…….”
“아까 문 열고 들어올 때 저는 탤런트가 들어오는지 알았어요.”
“어머! 이 오빠는~!”
여학생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런 그녀가 얼른 현성을 향해 인사를 한 후 가게를 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하는 순간에 이명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이명훈입니다.”
“아, 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네…….”
여학생은 바로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이명훈을 향해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너무 예쁘잖아요? 하는 행동이…….”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학생이 놀라잖아?”
“사장님은 놀라는 거로 보였어요? 제가 보기엔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요. 그리고 실제로 예쁘기도 하고요. 혹시 알아요? 자꾸 보다 보면…….”
“자꾸 보다 보면 뭐?”
“그래 봤자 9살 차이잖아요, 사람이 희망은 가져야죠. 안 그렇습니까?”
“에이 도둑놈아.”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잠시 후.
현성은 안소영으로부터 받은 봉투를 이명훈한테 내밀며 말했다.
“얼만지 확인하고 컴퓨터에 적어놔. 아까 들어온 라면 박스랑 빵 그리고 두부도. 아, 그리고 네가 가져온 달걀도 다 적아. 나중에 결산보고하려면 다 필요할 테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이명훈이 바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번엔 70대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현성이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
“여기가 공짜로 먹을 걸 나눠주는 덴가?”
“네, 맞아요. 이번 IMF 사태로 인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먹거리를 조금씩 나눠주는 곳입니다. 혹시 뭐가 필요하세요?”
“우리 아들이 어제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서 잘렸거든. 그런데 조금 전에 누가 여기서 먹을 걸 나눠준다고 하기에 창피를 무릅쓰고 이렇게 왔지 뭔가.”
할머니의 표정에서 무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녀가 가게 안을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한 사람이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는 거야?”
“이틀 치 정도 가지고 가시면 돼요. 그리고서 다시 또 오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눠드려야 하니까 한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가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음, 그려. 무슨 소린지 알겠네. 암만 다른 사람들하고 나눠 먹어야지.”
할머니는 그 말을 끝으로 가게를 돌며 바구니에 몇 가지를 담기 시작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1킬로짜리 쌀과 배추 반쪽 그리고 달걀 10개였다.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필요하긴 감자도 몇 개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나 혼자 너무 많이 가지고 가면 안 되잖아. 다른 건 다음에 와서 가져가지 뭐. 이것만 해도 며칠은 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아.”
“감자까지 드릴게요.”
현성은 바로 감자 한 봉지를 바구니에 담았다. 그러자 할머니가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고맙네, 젊은 사람이 복 받을 겨.”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욕심 안 내시고 적당히 가져가시니 말입니다.”
사실 가장 걱정스러웠던 게 가져가는 물건의 양이었다. 아무래도 돈을 안 받고 무료로 나눠주다 보니 아무래도 그 양을 조절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늙어도 그 정도는 알지. 그런데 언제까지 이 가게를 운영할 텐가?”
“길게 갈 겁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러면 다행이고, 난 혹시라도 한두 달 만에 끝나는 줄 알고 걱정을 했었네. 내가 일하려면 내년 봄이나 돼야 하니까 말이야.”
“아, 네. 그러세요? 그러면 그때까지라도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오세요.”
“그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이렇게 숨구멍이 생기는구먼. 하여튼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마우이.”
할머니는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 그녀의 손길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할머니가 나가자 이명훈이 바로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어, 왜?”
“저는 솔직히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알아서 그 양을 조절하시네요.”
처음부터 현성의 걱정도 그거였다. 혹시라도 공짜라는 이유로 무조건 많이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천만다행히 아직은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이제 막 시작이니 말이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가게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숫자였다. 최소한 20명은 되고도 남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성과 이명훈은 순간적으로 눈빛을 교환한 후 동시에 소리쳤다.
“어서 오세요!”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이 숫자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