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
회귀해서 건물주-60화(60/740)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실까?”
“오빠, 혹시 말인데……, 내일모레 일요일에 시간 있어?”
“시간? 갑자기 왜?”
김지연은 잠깐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누가 좀 보재.”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서인혜 알아?”
“서인혜? 그게 누군데?”
“진짜 몰라?”
김지연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재차 다시 물었다.
“정말 서인혜를 모른다고?”
“아니 걔가 누군데? 내가 알아야 되는 얘야?”
김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쯤 되자 눈빛이 유독 반짝이는 한사람이 있었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어머니였다.
“서인혜가 누구야?”
“우리 학교 퀸.”
“퀸? 그게 뭐야?”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 나랑 제일 친하고.”
그때 현성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퀸? 뭔가 잘못된 거 아냐?”
“뭐가?”
“퀸이라면 당연히 너 아니야?”
피식.
현성의 진지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김지연이었다.
“오빠, 아무리 가족이라도 남들이 들으면 욕해. 행여나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다시는 하지 마.”
“누가 욕을 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뿐인데. 이만한 키에 이 정도의 얼굴에 그리고 이 정도……면, 뭐 최고 아니야?”
현성의 시선은 김지연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김지연의 목소리가 방안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다. 얼굴까지 발갛게 변한 김지연은 현성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한마디를 보탰다.
“누구는 좋겠네. 호호….”
“엄마까지 왜 이래?”
“그건 그렇고 그 학생이 왜?”
“아, 글쎄 그년이 오빠를 찍었다지 뭐야? 오빠랑 빵 한 번만 먹게 해달라고 얼마나 조르는지 내가 아주 피곤해 죽겠다니까.”
“빵을…….”
어머니의 눈빛은 점점 반짝이기 시작했다.
김지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뻔하지. 빵은 핑계일 테고, 자신 있다 이거지.”
“호호. 재밌네. 이러다 나 벌써 며느리 보는 거 아니냐?”
“엄마!”
김지연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어머니는 더욱더 재미있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말이 없어?”
“대답을 해야 하는 겁니까?”
“걔 마음도 이해해 줘야지.”
“제 마음은요?”
현성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고 전생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갑자기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없던 일이 자꾸 이렇게 일어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비록 이런 사소한 일이지만, 나중엔 자신도 모르는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현성의 문제였고, 어쨌든 동생 김지연의 물음에 대답은 해야 했다.
“시간 없어.”
퀸인지 꽝인지 모르겠지만 관심도 없을뿐더러 일요일에 어디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지연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오빠 진짜 서인혜 모르는구나. 다른 남학생들은 못 만나서 안달인데 그걸 거절을 해?”
“관심 없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돼? 이렇게 사정하는 나를 봐서라도 말이야.”
갑자기 김지연의 태도가 돌변했다.
매사에 거의 빈틈이 없는 녀석이다.
설사 친구가 부탁을 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집착을 보일 김지연이 아니었다.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너 혹시 걔한테 무슨 약점 잡혔냐?”
“약점?”
“그렇지 않고서야 네 행동이 좀 이상해서 말이야. 너무 어색하단 말이지.”
흠칫.
김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개학을 하고 이튿날이었다.
갑자기 서인혜가 오빠 얘기를 꺼냈다. 지나가는 모습을 봤는데 완전 자기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날부터였다.
물량공세.
수업 끝나면 분식집으로 시작해서, 쉬는 시간마다 간식은 기본이고 도시락 반찬까지. 게다가 어제는 화장품까지도 선물 받았다.
그것도 꽤 비싸 보이는 것으로 말이다.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요구 조건은 간단했다. 두 번도 아니고 딱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김지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말했다.
“내가 약점 잡힐 게 뭐가 있어? 하도 친구가 부탁을 하니까 그러는 거지. 오빠, 그러지 말고 두 번도 필요 없어. 딱 한 번만. 응?”
애교까지 더하는 김지연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조용히 말했다.
“나 일요일에 인천 간다.”
“인천?”
“그래, 인천. 여기서 아주 멀지.”
김지연의 눈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인천이라니?
인천엔 아무도 없다. 고모는 삼척이고 외가 쪽은 속초에 있다.
그 외에도 친척이 더 있긴 하지만 자신이 알기에 인천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김지연은 현성을 보며 바로 물었다.
“진짜야?”
“응, 꼭 만날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만날 사람? 그게 누군데?”
“그게…….”
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고민한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말을 해도 김지연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사람 만큼은 솔직히 말해주고 싶었다.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현성이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김지연이 다시 재촉했다.
“누구냐니깐?”“윤지수.”
“윤…… 뭐?”
“윤. 지. 수.”
현성은 아내의 이름을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읊었다.
그러자 황당한 건 김지연이었다.
현성의 대답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진중함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름으로 봐서는 틀림없이 여자가 맞다.
윤지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누구지?’
그때였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때 어머니가 황당한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미래에 어머니의 며느릿감 만나러 갑니다.”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일요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전생에서야 앞으로 15년 뒤에나 만날 인연이지만 그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찾아간들 윤지수는 현성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문제 될 게 없다. 어차피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그저 보고 싶은 것뿐이다.
그게 다다.
인연은 이제부터 만들어 가면 된다.
아내 윤지수가 말했었다.
– 좀 일찍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 3주년 날이었다.
그때 아내의 나이가 43세.
잠자기 전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
한 달 전에 병원에서 첫 아이를 유산한 후였다. 두 사람은 그날 밤 결국, 두 손을 잡고 울고 말았다.
그리곤 약속했다.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앞으로도 그 마음 변하지 말고 서로 아껴주며 살자고.
그랬던 아내 윤지수다.
그때 김지연이 물었다.
“오빠, 이거 설마 또 꿈 얘기 아니지?”
“꿈?”
“그래, 지난번 산삼처럼 꿈에서 미리 봤다고 하는 예지몽, 뭐 그런 거 말이야.”
“맞아.”
막상 아내 윤지수의 이름을 밝히긴 했지만 달리 설명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지연이 알아서 때마침 꿈 얘기를 꺼낸 것이다.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얼굴에 이름까지 정확히 봤거든.”
“물론 인천에 살 테고?”
“당연하지, 인천 부평이야.”
“하아!”
김지연은 뭐라 할 말이 없는지 한숨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꿈 얘기만 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 중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김지연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아 진짜…….”
“휴우…….”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뭐라 말하고 싶고 묻고 싶은데, 꿈이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현성을 노려보며 조용히 현성의 방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방을 나가고 혼자 남은 현성.
“만날 수 있을까?”
찾아가는 거야 어렵지 않다.
문제는 윤지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분명 마지막 살던 집에는 가봐야 다른 사람이 살게 뻔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현성 자신을 만나기 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곳에도 있다는 보장은 없다.
어렴풋이 그곳도 나중에 이사 왔다는 얘기를 들은 거 같기 때문이다.
“가보면 알 것이고.”
일단은 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다음 문제는 그때 상황에 따라서 움직이자는 게 현성의 결론이었다.
시계를 보니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딸각.
현성은 라디오를 틀었다.
고교시절 친구처럼 항상 함께했던 라디오다. 고개를 숙여 제품명을 확인했다.
–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라디오 SW-970
“독수리표?”
이름마저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긴, 세월이 얼만데…….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 이건….”
익숙한 멜로디였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멜로디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시그널 음악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도 회귀하기 전까지 가끔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1964년 5월에 라디오 서울(RSB)에서 첫 방송이 시작되어, 1966년 동양방송과 1981년 KBS 제2라디오(해피FM)를 거쳐 현성이 회귀하기 전까지도 듣던 프로그램이었으니 전설 같은 프로그램이다.
현성은 눈을 감고 라디오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바로 원종배 아나운서의 목소리였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취했다.
“좋네.”
10분쯤 지났을까.
현성은 라디오 볼륨을 살짝 줄였다.
예전에도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했으니 소리만 조금 줄이면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척.
현성은 수학 참고서를 다시 펼쳤다.
앞으로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바쁠 것이다. 아무리 이정우의 어머니 신명순에게 가게를 맡긴다고 하더라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공부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이고.
그땐 그때 가서 적응한다 치더라도, 그 전에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진도를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금 전에 동생이 말한 것처럼 유리수 개념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부할 게 쌓여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공부 방식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시간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