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0)
회귀해서 건물주-600화(600/740)
602
그날 오후.
쩝쩝, 후루룩.
현성과 이명훈 두 사람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만큼 사람이 몰려왔다는 의미였다. 아닌 게 아니라 9시부터 오기 시작한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도 끊임없이 왔었다.
잠시 후.
“와, 이제야 좀 살 거 같네요.”
이명훈이 마지막 면발을 삼킨 후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이제야 좀 살 거 같다. 근데 어떻게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몰려 오냐?”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다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어떻게 한꺼번에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몇 명이나 온 거냐?”
“잠깐만요.”
이명훈이 컴퓨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
“와! 300명이 넘었습니다. 정확히는 325명입니다.”
“325명?”
“네, 조금 전에 오신 할머니까지 합치면 정확히 325명입니다. 진짜 많이 왔다 가셨네요.”
“이런 식이면 이제 겨우 오후 3시니까 기본적으로 500명은 넘는다는 얘기네.”
“네, 아마도 그 정도는 충분히 넘을 거 같습니다.”
이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고 찾아왔을까요?”
“소문일 거야.”
“소문이요?”
“그래, 동네에서 소문만큼 빠른 건 없을 테니까 말이야.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거야. 아마도 얼마 안 가서 하루 1000명이 넘을지도 몰라.”
“하긴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공짜라는 특성이 있으니 말이죠.”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돈을 받고 물건을 판다면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무료로 먹거리를 나눠주다 보니 개중에는 어렵지 않은 사람들도 덩달아 오는 경우가 있을 테니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인데 양복을 입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거의 5, 60대가 넘은 사람들이었다.
40대 초반으로는 이 남자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양복 차림으로…….
현성은 일단 인사부터 건넸다.
“어서 오세요.”
“네, 실례 좀 하겠습니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듯했다.
그러기를 잠시.
물건을 살피던 남자가 현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화장실 좀…….”
“화장실이요? 아, 네. 밖으로 나가셔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급한 볼 일이 있는 듯했다.
이명훈이 바로 물었다.
“저 사람 왠지 이상하지 않아요?”
“글쎄다, 이 시간에 양복을 입고 이곳으로 들어온 것도 그렇고 하여튼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다. 두고 보면 알겠지.”
잠시 후.
밖으로 나갔던 남자가 들어와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 되십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혹시 무슨 일이신지요?”
“초면에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제가 며칠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네?”
현성으로선 순간적으로 황당할 뿐이었다.
처음 만났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얼핏 이해가 안 될뿐더러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목적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제가 결혼한 지 이제 1년밖에 안 됐습니다.”
“…….”
현성으로선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 얘기를 왜 자신한테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남자의 말을 끊을 순 없었다.
그 남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내가 3개월 전에 임신을 했습니다. 그땐 너무 기뻐서 세상을 다 얻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며칠 전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겁니다. 물론 사장님께선 지금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실 겁니다.”
“네, 솔직히 좀……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 좀 살려달라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현성으로선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자신의 결혼과 아이 그리고 실직 얘기를 하더니 이제는 살려달라고 하니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말도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고민 끝에 이렇게 사장님을 찾아왔습니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물론 직접적으로는 모릅니다.”
직접적으로 모른다? 그 얘기는 간접적으로라도 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그 간접이 어떤 경로인지가 중요한 것이고.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누구의 소개로 오신 겁니까?”
“유승일 씨라고 아시죠?”
“유승일 씨요? 혹시 저 위에서 책방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그 형님과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오늘 회사도 어차피 못 가는 터라 그 형님 책방에 찾아갔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님이 사장님 얘기를 하시는 겁니다.”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가는 얘기였다. 만약 지금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승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을 것이다.
사람을 소개하는 데 있어 먼저 전화 한 통화 정도 하는 것은 기본이니 말이다.
그런데 전혀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저는 그 사장님한테 연락을 받은 적이…….”
“제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형님께 부담이 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냥 제가 직접 찾아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현성은 그제야 유승일이 전화를 안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람을 부탁한다는 것, 이게 또 결코 쉬운 건 아닐 것이다. 그걸 이 남자는 알고 있기에 일부러 유승일로 하여금 전화하는 것을 막았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형님이 전화를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와서 그런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가 직접 찾아온 겁니다.”
“혹시 그 사장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
“강원도 홍천에 식당을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큰 게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이 남자는 취직을 위해서라면 강원도까지라도 가겠다는 의미다. 결국 그 말은 아내와 함께 이사를 갈 마음까지도 있다는 얘기인 것이고.
“지금 강원도까지 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취직을 위해서라면 강원도가 아니라 더한 데도 갈 수 있습니다. 그게 태어날 우리 아기를 위해서라도 제가 할 일인 거 같습니다.”
“음…….”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아내 되시는 분도 강원도로 가실 의향이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냥 저 혼자 내려갈 생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한 달에 한 번이라고 제가 올라오면 되니까 말입니다.”
“결국 따로…….”
“네,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동안 직장을 구하러 다녀봤지만 지금 IMF 사태에서는 그 어디에도 취직을 할 수 없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장님께 찾아온 겁니다.”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지금은 회사마다 있는 사람도 정리를 하는 판국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 취직을 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이 신혼이라는 것이다. 이제 고작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혼.
더군다나 뱃속에는 3개월 된 아이까지.
‘어쩐다?’
고민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취직이 안 된다고 하기에는 너무 사정이 딱하고 그렇다고 강원도로 보내자니 더 안쓰럽고.
현성의 고민이 길어지자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저희 가족 좀 살려주십시오. 우리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저는 취직을 해야 합니다.”
“…….”
난처한 건 현성이었다.
물론 강원도에 한 사람 정도 취직을 시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 사람을 너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정이야 딱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취직을 시킨다는 것도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번엔 80대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그런데 연세가 많다 보니 들어오는 모습조차 불안해 보였다.
그 순간!
제일 먼저 움직인 건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할머니, 천천히 들어오세요.”
그 남자는 어느새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고마워요, 그나저나 여기사 먹을 걸 공짜로 준다는데 사실인가요?”
양복을 입은 남자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제야 현성 또한 움직여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네, 할머니 맞습니다. 뭐가 필요하세요?”
“쌀과 반찬이 좀 필요하긴 한데…….”
할머니는 그 말과 함께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시 나섰다.
“할머니, 바구니는 제가 들을 테니 할머니는 그냥 이 바구니에 그냥 담기만 하세요.”
“젊은이가 친절하기도 하네, 그럼 좀 부탁해요.”
할머니는 그 말을 끝으로 바구니에 쌀과 콩나물 등 반찬 재료들을 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할머니가 나가려고 하자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시 나섰다.
“할머니,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 남자는 그 말과 함께 할머니가 들고 있던 봉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곤 문을 열고 할머니를 부추겨 가게를 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그 남자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이명훈을 향해 물었다.
“어차피 내가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기는 하지요.”
“아무래도 너 혼자는 무리인 거 같고 한 사람 정도는 더 있어야겠지?”
“혹시 저 사람을……?”
이명훈 또한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은 듯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오시니까요.”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래도 무거운 짐을 혼자 들고 가시기도 힘들고 말이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더군다나 눈썰미도 있고 말이야.”
“맞아요, 그건 시켜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근데 저 아저씨는 알아서 척척…….”
이명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 사람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현성 자신이 좀 더 자유롭게 일을 보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10분 후.
가게를 나갔단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자 현성이 불렀다.
“아저씨.”
“네, 사장님. 그리고 참고로 제 이름은 이순철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을 해보실 생각이 있습니까?”
“네? 그게 진짭니까?”
이순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사람이 더 필요하던 차입니다. 어차피 제가 이곳에만 있을 수 없다 보니 말입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야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제가 오죽하면 강원도까지도 가려고 했겠습니까?”
“이제 신혼이신데 그 또한 마음에 걸렸던 부분입니다.”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아내한테 더 이상 거짓말도 안 하고 살 수 있고, 우리 아기를 위해서도 떳떳한 아빠로…….”
이순철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말았다. 아무래도 감정이 격해진 듯했다.
그만큼 그로서는 절박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다시 말했다.
“네, 좋습니다.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 아저씨가 하는 행동을 보고 결정했습니다. 그 정도면 여기서 근무를 해도 충분하실 거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께서 저를 살리셨습니다. 며칠 동안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나와서는 직장에도 못 가고…….”
이순철의 말이 조금 길어졌다. 그만큼 그로서는 힘들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잠시 얘기하던 이순철이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잠시 후.
말을 마친 이순철이 갑자기 양복을 벗으며 말했다.
“사장님, 오늘부터 당장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동안 퇴근 시간 맞추느라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떳떳하게 퇴근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현성은 이순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순철이 바로 두 손으로 현성의 손을 꽉 잡았다.
두 사람의 인연이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밖을 내다보던 이명훈이 말했다.
“어? 저 차가 왜 가게 앞에?”
현성의 시선 또한 이명훈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가게 앞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차가 벤츠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