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1)
회귀해서 건물주-601화(601/740)
603
벤츠와 무료 나눔.
어딘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었다.
“저 차가 왜 우리 가게 앞에 서는 겁니까?”
이명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시선을 밖에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설마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건 현성의 바람일 뿐, 벤츠에서 내린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현성이 운영하는 가게 입구였다.
“이 아줌마들이 미쳤나?”
이명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명훈의 목소리는 가게 문이 열리는 순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어설픈 인사말이 나왔다.
“어, 어서 오세요.”
“여기가 무료로 먹거리를 나눠주는 곳 맞죠?”
가게로 들어온 두 명의 여자 중에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대뜸 물었다. 그러자 이명훈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만…….”
“얘, 명자야 들었지? 어서 골라서 가자.”
“네, 엄마!”
그 순간, 현성의 눈빛이 반짝였다.
벤츠 모녀?
결국 두 사람은 엄마와 딸, 모녀 사이란 얘기다. 그것도 벤츠를 타고 말이다.
한국에서 가지는 벤츠의 상징은 부(富)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이곳 무료 나눔 가게에 벤츠를 타고 온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은 바로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옆에 있던 이순철이 현성을 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바로 말했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이순철 또한 지금 이 상황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런 그가 모녀 앞으로 다가가더니 점잖게 말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몰라요?”
명자라고 불린 딸이 톡 쏘듯 말했다. 그 딸이란 여자도 얼핏 보기에 40대 중반은 돼 보였다. 세상을 알 만큼 알 것이란 얘기다.
이순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러니까 아실만한 분이 지금 뭐 하시는 거냔 말입니다. 이곳이 어떤 곳이지 모르십니까?”
“당연히 알지요. 여기가 바로 무료로 먹거리를 나눠주는 곳이잖아요?”
“물론 맞습니다만, 그렇다면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는 것도 아십니까?”
“전제 조건이요?”
딸이라는 여자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쓰더니 그녀의 어머니를 보며 다시 물었다.
“엄마, 지금 이 아저씨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바구니에 필요한 거나 담아.”
“응, 알았어, 엄마.”
두 여자는 이순철의 말을 무시한 채 각자 바구니에 먹거리를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순철이 다시 말했다.
“진짜 이러실 겁니까?”
“우리가 뭘요? 우리는 단지 먹을 게 필요해서 가져가는 것뿐인데요!”
대답하는 여자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그러자 이순철이 다시 또 말했다.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지금 두 분께서는 그 전제조건에 해당이 되신다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딸이라는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서 지켜보던 이명훈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물었다.
“두 분께서는 지금 IMF 사태로 인해 가정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10억 날렸어요.”
“네? 얼마요?”
“주식이 다 깡통이 됐다고요. 무슨 소린지 아시겠어요? 그러니 우리도 여기에 올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이명훈은 할 말이 없다는 듯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현성 또한 어이가 없다는 의미였다.
주식으로 10억을 까먹고 찾아왔다는 사람들이다. 어찌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진짜 그렇게 살고 싶은지 묻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거 다 봉지에 담아 주세요.”
어느새 두 개의 바구니에 먹거리를 가득 담은 두 모녀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곤 바로 두 모녀 앞으로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이 물건들은 못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물론 그 사정은 알겠지만 두 분은 이곳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아니, 지금 장난해?”
어머니라는 사람이 바로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다시 현성을 향해 물었다.
“이유가 뭐야?”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희가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주식으로 인해 손해를 보신 분들까지 도와드릴 수는 없습니다.”
조금 전 주식으로 10억을 까먹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구니 두 개에 물건을 넘치도록 담은 걸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그건 바로 그들로부터는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지금의 두 모녀 같이 배려심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건을 하나 담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는 그런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이 두 여자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누구 맘대로?”
“맘대로가 아니라 저의 가게의 기본적인 운영 원칙입니다. 그러니 그 바구니는 그냥 놓고 나가십시오.”
“아니, 이까짓 게 얼마나 된다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시장에 가서 사십시오.”
그때였다.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순철이 바로 움직였다.
그가 먼저 한 행동은 두 모녀로부터 바구니를 건네받는 것이었다. 말이 건네받는 것이지 거의 빼앗다시피 강제로 바구니를 받아 든 그는 다시 물건들을 원래 있던 곳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란 사람이 바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현성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녀가 전화를 건 곳은 다름 아닌 경찰서였기 때문이다.
5분쯤 지났을까.
경찰관 두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신고하신 분이 어느 분이십니까?”
“네, 저예요. 글쎄 이 사람들이…….”
어머니란 사람이 나서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설명이 길게 이어질수록 경찰관의 표정은 점점 황당하다는 듯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경찰관 한 명이 확인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주식으로 10억이란 돈을 손해를 봤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 오셨다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근데 이 사람이 주식으로 손해를 본 사람은 여기서 물건을 가져갈 수 없다고 무조건 그냥 나가라는 거예요. 이게 말이 돼요?”
“저, 그게…….”
경찰관은 무슨 말을 하려다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무슨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저는 이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면서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어떤 원칙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진짜 어려운 사람들 말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이 가게를 운영하는 겁니다. 최소한 벤츠 끌고 오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다른 차도 아니도 벤츠를 끌고 와서 무료로 쌀과 감자, 배추, 달걀 등을 공짜로 가져간다는 것이 말이다. 그것도 두 모녀가 똑같이 각 바구니에 하나씩 말이다.
현성으로선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해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맞을 것이다.
어머니란 사람이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벤츠 타는 사람은 여기 오지 말라고 적어 놨어?”
“그걸 꼭 적어놔야 압니까? 아실만한 분이 이거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십니까?”
“억지?”
“네, 이게 억지가 아니고 뭡니까?”
“난 억지가 아니라 진짜 힘들어서 여기 온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다 물어보십시오. 세상에 어느 누가 주식으로 10억을 까먹은 사람이 벤트 타고 와서 무료로 감자나 배추 등을 가지고 가는 걸 이해하겠습니까?”
“그거야 그 사람들 사정이고 우리는…….”
“아줌마!”
그 여자의 말을 끊은 건 바로 카운터에 있던 이명훈이었다.
“아줌마, 사람이 왜 그렇게 경우가 없어요?”
“뭐? 경우?”
“그래요, 아실만한 분이 왜 이렇게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우리 사장님께서 그 정도로 알아듣게 얘기했으면 적당이 돌아갈 것이지 이게 진짜 뭐 하시는 겁니까? 우리 사장님은 돈이 남아돌아서 이런 일을 하시겠습니까?”
“그거야 그쪽 사정인 거고…… 아니, 잠깐만, 그건 그렇고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누구를 보고 감히 아줌마라도 부르는 거야? 교양 없이? 내가 누군지 알아?”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이명훈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교양이요? 진짜 이 아줌마가!”
“뭐야? 너 어디서 감히?”
“뭐? 너?”
그때였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사람은 경찰관이었다.
“자자, 두 분이 이러지 마시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해결합니다.”
그 말을 끝낸 경찰관이 이번에 현성을 향해 말했다.
“여기 운영하시는 분이 사장님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서로 한 발씩만 양보합시다. 사장님께서도 한 발 양보하시고 여기 사모님들도 한 발씩 양보해서 좋게 끝냅시다. 이런 경우는 저희도 곤란하니 말입니다.”
“좋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현성으로서도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곤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경찰관의 말을 들을 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머니란 사람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뭐? 양보? 나한테 무슨 양보를 하라는 거야?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 놓고…… 난 절대 양보할 마음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
“사모님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긴 뭐가 그게 아니야? 당신 경찰이면 경찰답게 똑바로 민원 해결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후!”
현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쉰 후 어머니란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진짜 경우가 없으시군요?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십시오.”
“후회는 누가 하는지 두고 보자고.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정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는 기자 부르겠습니다. 얼마나 유명한 분인지 모르겠지만 기자 앞에서도 그렇게 당당한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기자?”
“네,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회부 기자가 있거든요. 어차피 사무실이 구월동에 있으니까 부르면 10분이면 달려올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 최 기자. 기사 하나 달라고 했지? 지금 당장 부평으로 달려와. 여기 오늘 유명한 사모님이…….”
현성은 일부러 큰 목소리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금까지 가만히 있던 딸이라는 여자가 그녀의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귓속에다 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시.
두 모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좌우로 젓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발걸음을 밖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현성은 계속 통화를 하며 두 모녀 앞을 가로막았다.
“최 기자, 빨리 서둘러. 여기 사모님들이 현장을 떠나려고 하네. 어서 빨리!”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현성은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딸이라는 여자가 현성을 밀치며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란 여자의 손을 잡고 끌며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쪽팔리게 이게 뭐야?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오지 말자고 했잖아!”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진 두 모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명훈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이순철 또한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거수경례를 하고 나가던 경찰도 결국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가게를 나갔다.
그러자 남은 세 사람.
그제야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