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3)
회귀해서 건물주-603화(603/740)
605
“제 자신이 웃겨서요.”
“네? 그게 무슨……?”
현성으로선 얼핏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현성의 눈빛을 얘기하던 사람이다.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미소를 짓기에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이젠 또 자신이 웃긴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현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 후 다시 물었다.
“제가 이해를 못 하는 건가요? 저는 지금 사장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예요. 조금 전에 제가 사장님의 눈빛을 봤다고 했잖아요?”
“네, 그랬지요.”
“그때 사장님의 눈빛에서 저는 사장님의 진심을 봤어요.”
“진심이요?”
현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이세이가 지금 무엇을 얘기하는지 정확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세이의 말이 이어졌다.
“네, 진심이요. 사장님이 진심으로 제가 빵을 가져온 것을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거야 당연한 거니까요.”
“그래서 조금 전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던 거예요. 근데 사실은 그게 미소가 아니라 자조였어요.”
“자조요?”
“네, 바로 저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요.”
“비웃음이요?”
자신에 대한 비웃음?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현성으로선 여전히 이세이의 말이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이세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네, 그래요. 저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었어요. 사장님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스스로 제 자신을 비웃었던 거예요.”
“왜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요. 불과 한 달 전에 스스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저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조금 전에 저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왔던 거예요.”
“아, 네…….”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에 이세이가 왜 미소를 지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의 조금 전 웃음은 미소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 자신을 비웃는 자조였던 것이다.
“그날 사장님의 눈빛을 보고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이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아니에요,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처음부터 저의 생각이 잘못됐던 거예요. 어떻게 팔다가 남은 빵으로 기부할 생각을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너무 부끄러워요.”
이세이의 표정에서 그녀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지만 하루 지난 빵을 기부했다는 것에 자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그녀는 한참을 더 그 문제로 괴로워했음을 토로하고 나서야 겨우 말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현성이 떠나려고 하자 다시 불렀다.
“사장님.”
“네, 무슨 더 하실 말씀이라도…….”
“사람 마음이 이상해요.”
“네? 어떤……?”
“마음을 바꾸고 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 빵을 기부하면서도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에요. 뭐랄까…… 제가 무슨 다른 사람이라도 된 기분이에요.”
이세이의 모습에서 지금 그녀가 얼마나 심리적으로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맛있는 빵을 기부해 주셔서 고마운 걸요.”
“사실은 처음이에요. 이런 기부 같은 거요. 지금까지 7년을 넘게 장사를 했지만 누군가한테 빵 하나 준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기부라는 걸 하고 나니까 저도 모르게 여기 가슴에 뭔가 꽉 차는 느낌이에요.”
“그게 바로 나눔의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네,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사실 가끔 TV에서 보면 나눔의 행복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세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 기쁨을 느낄 수 있게 사장님께서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요?”
“네.”
“어떻게요?”
“간단해요. 오늘처럼 이렇게 매일 이 시간에 저희 빵 가게에 들려 빵을 가져가시면 돼요. 해 주실 수 있죠?”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현성은 대답을 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사장님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표정이 하루 전과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어제 봤던 그녀의 표정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건 간단해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앞으로 매일 제가 만든 빵을 기부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 거예요.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하루 지난 빵을 기부하는 것과 아침 일찍 만든 빵을 기부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결국은 빵이 문제였던 거군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중요한 건 단순히 빵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제가 웃고 있는 거고요.”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이세이가 다시 또 입을 열었다.
“역시 사람은 생각이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어요. 생각이 바뀌니까 세상이 달라 보여요.”
“그 정돕니까?”
“네, 사장님이 보시기엔 지금 제가 오버한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요. 혹시 지금 저 이상해 보이나요?”
“아니요, 오히려 보기 좋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마치 사춘기 소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빵의 기부 시간대가 바뀌었다. 하루 지난 빵에서 그날 아침에 만든 빵으로 말이다.
바뀐 건 하루라는 시간이다.
단지 그 시간만큼 단축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진짜죠?”
“네, 진짭니다.”
“그럼 됐어요. 저는 이제 이 기분 그대로 장사를 할 거예요. 앞으로 매일매일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기분이 좋으니까 장사도 왠지 잘될 거 같아요.”
현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이세이가 빙긋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제가 아침부터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았지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오히려 사장님의 그런 모습이 좋았습니다. 자, 그럼 저는 이제 그만…….”
현성은 이세이로부터 기부받은 빵을 양손에 든 채 빵 가게를 벗어났다. 그런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다.
그땐 체인점인 파리바게또가 들어오고 6개월 만에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세이였다. 그의 딸내미인 윤수정 또한 당연히 마찬가지였고.
현성으로서도 그런 두 사람을 눈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그땐 울면서 떠났던 그녀가 이제는 매일 아침 빵을 만들어 기부를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기부를 한다는 건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것일 테고, 그 말은 곧 전생과 같이 어린 딸내미를 데리고 울면서 떠날 일은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럼 된 거다.
이세이의 빵 가게를 벗어난 현성은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
다음 날.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한 지 사흘째.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세이의 빵 가게에 들러 빵을 들고 나온 현성은 바로 무료 나눔 가게로 향했다.
기부받은 빵을 가게 안에 넣어놓기 위함이었다.
“어? 누구지?”
가게 근처에 도착한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누군가 가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각이 아침 7시다. 가게 문을 열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현성은 다시 조심스럽게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할머니!”
가게 앞에 도착한 현성은 그제야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어제저녁에 쌀과 콩나물 그리고 감자를 가지고 간 이순녀 할머니였다.
“할머니, 여기서 뭐하세요?”
“우리 총각 사장님 기다리고 있었지.”
“저를 왜요?”
“이거 주려고.”
이순녀는 들고 있던 작은 봉지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봉지를 받아 든 현성은 바로 물었다.
“할머니, 이게 뭐예요?”
“반찬이여.”
“반찬이요? 무슨 반찬이요?”
“콩나물 무침하고 감자볶음이여. 어제저녁에 가져간 재료들로 만들었어. 많지는 않고 맛만 보라고 조금 가져왔어.”
현성은 그제야 이순녀가 내민 봉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이 반찬을 주기 위해 이 추운 날에 아침부터 현성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추우니까 가게 안으로 들어가요.”
“아니여, 나는 금방 집에 가면 돼.”
“그러지 마시고 잠깐 몸 좀 녹이고 가세요.”
현성은 얼른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순녀 할머니 또한 못 이기는 척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12월 추위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현성은 일단 난로부터 피우고 커피포트에 전원을 켰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할머니, 몇 시부터 기다리셨던 거예요?”
“20분 정도 됐어.”
“20분이요? 아니, 왜 그 시간에…….”
현성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 그만뒀다. 어차피 지난 일이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단 따뜻한 물부터 조금 드세요.”
현성은 커피포트에서 물을 따라 이순녀 할머니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이순녀 할머니가 양손으로 컵을 감싸 쥐며 말을 이었다.
“따뜻한 게 좋구먼.”
“할머니, 이제 괜찮으세요?”
“응, 그려. 따뜻한 물을 마셨더니 몸이 금방 괜찮아지네.”
“할머니, 부탁이 있어요.”
“부탁? 무슨 부탁?”
이순녀는 무슨 부탁이라도 하라는 듯 자신 있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이 시간에 저를 기다리시면 안 돼요.”
“그게 부탁이야?”
“네, 할머니.”
현성은 대답과 함께 이순녀의 손을 잡았다. 아직도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저랑 약속 하나만 해요.”
“약속?”
“네, 약속이요. 앞으로 가게 문을 열기 전에는 이곳에 오지 않기로 해요. 만약 꼭 오실 일이 있으면 아침 9시 넘어서 오는 걸로 해요. 네?”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이순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알았어. 내가 앞으로는 아침 일찍 안 올게.”
“약속해요.”
현성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다시 똑같은 일이 생길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려, 약속.”
이순녀가 손가락을 내밀자 현성은 얼른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할머니, 약속한 겁니다. 이제부턴 아침 일찍 저를 기다리시면 안 됩니다.”
“그려, 알았다니깐.”
이순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물론 현성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아주머니는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후로도 세 사람이 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들어온 이순녀 할머니까지 포함하면 전체 다섯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
하나같이 그들의 손에는 반찬이 들려있는 것이었다.
현성은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겨우 7시 30분을 지났을 뿐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식으로 문을 여는 9시까지 몇 명의 사람이 더 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결심이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 반찬들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가져오신 그 반찬들은 다시 집으로 가져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현성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잠시 후.
모두 나가고 혼자 남은 현성.
“이걸 다 언제…….”
카운터에는 반찬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그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