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4)
회귀해서 건물주-604화(60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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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12월 어느 날.
무료 나눔 가게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
다행인 건 이세이의 빵집과 같이 거의 매일 물품을 기부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건 사람들이 반찬을 만들어 가져 온다는 것이었다.
처음 반찬을 가져온 목적은 현성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아지면서 그 반찬을 이웃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찬 또한 기부 목록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홀로 계시는 노인들한테는 어떤 물품보다도 효자 종목이 됐다는 것이다.
“사장님, 오늘 영석이 의족 오는 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명훈이 물건 정리를 마치자 현성을 향해 물었다.
“응, 맞아. 그렇지 않아도 이제 병원으로 가려던 참이야.”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배달을 나갔던 이순철이 들어왔다.
“사장님, 다녀왔습니다.”
이순철이 손으로 귀를 만지며 말했다. 그만큼 밖의 날씨가 춥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많이 춥죠?”
“네, 오늘은 제법 추운데요. 그래도 물품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시니까 그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이순철이 처음부터 하는 일이 바로 이 일, 물품 배달이다.
아무래도 연세 많으신 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물품을 가지러 오면 그 물건을 대신 집까지 가져다주는 일이다.
“조금 전에 다녀온 곳이 민수 할머니 댁이죠?”
“네, 맞습니다.”
“혹시 그 집 연탄은 어느 정도나 남았나요?”
요즘 들어 현성이 새롭게 추가한 일이다. 동사무소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명단을 받아 연탄 나눔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연탄 확인을 위해 물은 것이다.
“아직 좀 더 여유는 있습니다. 열흘 후쯤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때쯤 연탄을 배달시키면 될 거 같습니다.”
“네, 알았어요. 그럼 혹시라도 제가 잊어버리더라도 형님이 꼭 챙기세요.”
“네, 사장님. 그나저나 오늘 병원에 간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제 가려고요. 그럼 저는 병원에 다녀올 테니까 명훈이랑 가게 잘 보고 계세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무료 나눔 가게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얼마 후.
병원에 도착한 현성은 곧바로 유영석이 입원해 있는 7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병원에 온 이유는 의족 때문이다. 일주일 전에 의족을 의뢰했고 그 의족을 오늘 처음으로 신어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형님, 오셨어요!”
현성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영석이 반갑게 맞았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
“이제는 저 혼자 있어도 돼서 오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언제까지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긴……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의족은 언제 온대?”
“30분 전에 사무실에서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바로 의족을 의뢰했던 전문 업체 사장인 이승현이었다.
“어? 사장님도 오셨네요?”
이승현이 현성을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의족을 의뢰할 당시 현성과도 안면이 있기에 인사를 건넨 것이다.
“안녕하세요!”
“일부러 시간 맞춰서 오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제 동생이 오늘 처음으로 의족을 신는 날이라 신경이 쓰여서 말입니다. 그리고 사장님과 마무리도 남았고요.”
현성이 말한 마무리는 바로 의족 값을 말하는 것이다. 유영석 같은 경우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기에 의족을 만들더라도 보험회사에서 나오는 금액이 한정돼있다. 물론 그 금액으로 의족을 만들어도 되지만 그만큼 의족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현성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최고의 의족을 주문하기로 한 것이다.
그 추가된 비용을 오늘 결제하는 것이고, 현성이 일부러 시간에 맞춰 병원에 찾아온 이유였다.
의족 업체 사장인 이승현이 유영석을 향해 말했다.
“영석 씨는 좋겠어요, 이렇게 든든한 형님이 계셔서 말입니다.”
“두말하면 입 아프죠.”
“아닌 게 아니라 이 의족이 2천5백만 원짜리입니다. 이거 아무나 신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반 의족의 열 배 값입니다. 물론 그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거 당연한 거고요. 게다가 이 의족은…….”
이승현의 의족 자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말은 길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시중에 나온 의족 중에서는 최고라는 것이었다.
“사장님, 이거 신어 봐도 돼요?”
유영석이 이승현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뭔데요?”
“아무리 좋은 의족도 내 다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 점을 감안하셔서 신으셔야 합니다. 간혹 기대를 너무 한 나머지 실망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제가 봤거든요.”
“결국은 내 다리만 못하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겁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 이승현을 향해 물었다.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납니까?”
“아무리 의족의 기능이 좋아도 사람의 다리와는 비교가 안 되거든요. 그런데 가끔 보면 너무 기대를 한 나머지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네……. 영석아, 너도 들었지? 그러니까 각오하고 신어.”
“네, 형님.”
유영석이 알았다는 듯 대답을 하고 의족을 신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때?”
현성이 의족을 다 신은 유영석을 향해 물었다.
“…….”
“왜? 이상해?”
“…….”
아무런 대답도 없는 유영석이었다. 몇 번을 더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여전히 노코멘트였다.
현성은 이승현을 바라봤다. 유영석이 왜 그러는지 물은 것이다. 하지만 현성이 모르는데 이승현이 유영석의 감정을 알 리가 없었다.
유영석의 침묵은 계속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유영석이 고개를 들어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죄송합니다, 형님.”
대답하는 유영석의 눈에서는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건 현성이었다.
물론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한다는 것이 낯선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흘릴 상황은 아니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그런 것을.
현성은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실감이 났습니다.”
“실감?”
“네, 지금 까지는 어떡하든 저의 장애를 이기려고 내색을 안 했는데 막상 의족을 착용하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뭐랄까…… 이젠 진짜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나왔습니다.”
톡톡.
현성은 말 대신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조금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울기에 그 이유를 몰랐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에 그의 어깨를 다독이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것이다.
유영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놀라셨죠?”
“솔직히 조금은.”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쓸데없이 주접을 떨었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사실 나는 영석이 네가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지금까지 말은 안 했지만 이렇게까지 꿋꿋하게 잘 버텨준 네가 너무 고마웠어.”
그건 사실이다.
처음 유영석의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멀쩡히 잘 살다가 하루아침에 한쪽 다리를 잃어야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의 나이 이제 스물이다. 그 나이에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솔직히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형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만약 형님이 제 뒤에 없었다면 저는 절대로 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겁니다.”
“빈말이라도 고맙다.”
“절대로 빈말 아닙니다. 형님도 아실 겁니다. 제가 처음 수술을 받은 후에도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이 형님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건 사실이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유영석의 입에서는 ‘형님’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 알았다. 네가 나한테 빈말할 녀석은 아니지. 그나저나 의족을 신어 보니 어때?”
“이상합니다.”
“어떻게 이상한데?”
“지금으로선 이걸 신고 어떻게 걷을 수 있나 싶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의족 업체 사장인 이승현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연습하면 곧 걸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넘어지는 일은 없나요?”
“아무래도 처음엔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 이 의족 같은 경우엔 넘어지려고 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각오는 하셔야 할 겁니다.”
“알았어요, 어차피 그 정도야 각오하고 있어요.”
유영석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 듯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잠시 후.
이번엔 현성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이승현한테 내밀며 말했다.
“여기 잔금입니다. 아무튼 좋은 의족 만드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최대한 신경을 쓰느라 하긴 했는데 혹시라도 사용 중에 이상이 있거나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바로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죠, 바쁘실 텐데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승현은 그 말을 끝으로 병실을 나갔다.
잠시 후.
유영석이 현성을 진중하게 불렀다.
“형님!”
“응, 그래.”
“의족 값은 제가 나중에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너한테 이 정도도 못 해주냐?”
“아니, 그래도 너무 비싸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너는 그냥 이거 신고 재활이나 열심히 해. 그리고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하나야.”
유영석이 현성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게 무엇인지 물은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하루라도 빨리 재활을 해서 이 병원을 나가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형님. 이제 의족도 신었으니 매일 열심히 걷는 연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어때?”
“지금이요?”
“그래, 어차피 연습할 거 형이 있을 때 해보자.”
현성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영석의 옆으로 다가갔다. 목발 대신 자신을 잡고 연습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유영석이 바로 말했다.
“네, 좋습니다. 어차피 의족도 신었으니 한번 해보겠습니다.”
“좋아, 일어나.”
유영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섰다. 그러자 현성이 팔을 살짝 벌렸다. 자신의 팔을 잡으라는 의미였다.
스윽.
유영석이 현성의 팔을 잡았다. 그리곤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제가 형님과 팔짱을 다 껴보네요?”
“왜, 이상해?”
“아니요,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곁에 계셔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그 소리?”
“아닙니다. 저는 진짜 형님이 아니었으면…….”
유영석은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나름대로 감사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전한 것이다.
피식.
현성은 그런 유영석을 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리곤 바로 힘차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
“네, 형님.”
저벅.
유영석은 결심이라도 한 듯 첫발을 내디뎠다.
바로 그때였다.
“짝짝짝~~!”
갑자기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병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영석 씨 힘내요.”
“영석 씨 파이팅!”
유영석은 병실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병실을 나섰다.
“어때? 걸을 만 해?”
“형님이 옆에 딱 계시니까 아무 문제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좋아, 더도 말고 딱 열 바퀴만 돌자.”
“넵, 알겠습니다.”
유영석은 현성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30분 후.
“형님, 이번이 마지막 바퀴입니다.”
“그래, 잘했어. 이제 한 바퀴만 더 돌면 끝이다. 자, 마지막으로 힘내자.”
그 순간.
툭!
유영석은 지금까지 잡고 있던 현성의 어깨를 놨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형님, 이번엔 제가 혼자서 걷도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겠어?”
“네, 물론입니다. 대신 뒤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형님만 뒤에서 저를 지켜주시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가 뒤에서 지켜볼 테니까 보란 듯이 혼자서 걸어 봐.”
스윽.
현성은 뒤로 한 발 빠졌다. 그러자 유영석이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다시 발을 떼기 시작했다.
저벅!
조금은 불안하지만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유영석을 향해 현성은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게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야! 자, 좀 더 힘내자!”
어느 순간 멀어진 유영석을 향해 현성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그렇게 유영석의 홀로서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