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7)
회귀해서 건물주-607화(60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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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유민상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현성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순녀 또한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게, 나야말로 잘 먹었네. 김 사장, 오늘 여러 모로 고맙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잘 드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현성은 다 먹은 그릇을 한쪽으로 정리한 다음 다시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디 몸조리 잘하세요.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분간은 최대한 움직이지 마시고 주의하셔야 합니다. 아까 의사 선생님도 말했지만 여기서 혹시라도 또 넘어지거나 발목에 무리가 가면 절대 안 됩니다.”
“그려, 내가 최대한 조심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이순녀와 유민상한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집 앞에 주차돼 있던 트럭에 올라탔다.
부르릉!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백미러에 익숙한 얼굴이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은 바로 이순녀의 아들 유민상이었다.
현성은 창문을 내리며 바로 물었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잠깐 얘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저하고 말입니까?”
“네, 김 사장님한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쫓아 나왔습니다. 사실은 아까 짬뽕을 먹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 얘긴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사실은 현성도 아까부터 느끼던 거였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자꾸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묻지도 않는데 아는 체를 할 수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일단 차에 타세요. 추우니까 차 안에서 얘기해요.”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쫓아 나왔다는 건 간단히 할 얘기는 아닌 듯해서 차에 태웠다.
현성은 차에 유민상이 타자마자 바로 물었다.
“혹시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커피요?”
“네, 아무래도 형님 표정을 보니 하실 말씀이 길어질 거 같아서 말입니다.”
일부러 여기까지 쫓아 나왔다는 건 틀림없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일 테고 대화를 하기엔 차 안보다는 장소를 옮기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에 커피를 권했다.
그러자 잠깐 망설이던 유민상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슬쩍 긁은 후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커피는 사장님께서…….”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현성은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눈치를 챘다. 유민상에게 지금은 커피값도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만큼 그는 지금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퇴직금은 고사하고 월급도 몇 개월 치나 못 받고 다니던 회사가 부도났으니 말이다. 이 얘기는 그의 어머니인 이순녀로부터 처음에 들었던 얘기다.
사실 유민상을 처음 알게 된 건 전생에서 비디오 가게를 할 때부터였다.
그렇다고 친하게 지냈던 건 아니고 손님과 주인 사이 정도로 서로 아는 정도였다.
그때 특별히 기억이 나는 건 말이 많지 않았다는 정도다. 그래도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약속 하나만큼은 칼같이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 많은 비디오를 빌려봤지만 연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성실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IMF 사태 이후 자연스럽게 비디오 가게에 발길을 끊으면서 그 후론 보지를 못 했었다. 결국 그 또한 IMF 사태의 희생양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10분 후.
커피숍에 도착한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건 유민상이었다.
“또 신세를 집니다.”
“커피 한잔 마시는데 신세라니요,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제는 저한테 말씀을 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보다 한참 위이신데 계속 어렵게 말씀을 하시니 제가 많이 불편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알고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저 같은 놈이 감히 말을 놓을 순 없지요.”
의외의 말이었다. 그냥 친하게 지내지 않아 존댓말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감히’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저 같은 놈이 뭐라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지금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사장님 같은 분은 없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누가 쌀 한 톨이라도 그냥 나눠주겠습니까? 그런데 사장님은 아무 조건 없이 쌀과 부식을 나눠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삼성의 이 회장님도 하지 못하는 일을 사장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겁니다. 그런 분을 제가 어떻게 감히…….”
유민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만큼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그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거기다 대고 또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아, 네…….”
후릅.
유민상은 말 대신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앞에 앉은 현성을 한 번 바라본 후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말한 부탁이라는 게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는 비디오 가게를 하면서 손님과 주인과의 관계 외에는 별다른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돈 좀 빌려 주십시오.”
“지금 돈이라고 하셨습니까?”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돈을 빌려 달라? 물론 사람이라는 게 필요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돈이라는 건 다른 것과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은행 같은 금융권이 아닌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그전에 어느 정도 유대관계가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유민상과는 비디오 가게의 손님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유대가 없었다. 그 말은 돈을 빌려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이 황당하시죠? 비디오나 빌려보던 사람이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게 조금…….”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는 게 기본일 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역시 사장님은 다르시군요. 보통은 이럴 경우 상대방의 얘기는 듣지도 않고 무시할 텐데 말입니다.”“제가 뭐라고 감히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그건 사람이 살면서 경우가 아니죠.”
어떤 일의 이치나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우리는 흔히 경우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람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물론 그럴 상황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상대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무시를 한다는 건 경우가 아닌 것이다.
“경우라는 말,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경우를 무시하며 산다는 거죠. 사실 오늘 저는 개인적으로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사실은…….”
유민상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그는 오늘 아침 일찍 인력시장에 나갔다고 했다. 세 시간 동안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끝내 일거리는 잡지를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력 사무실을 나와 예전에 다니던 회사 동료들한테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 얘기를 하니 하나 같이 다들 만나기를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유민상이 마지막으로 한숨을 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한 때는 다들 직장 동료였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게 바로 냉혹한 현실인 것을 말입니다.”
“…….”
현성으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유민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사람이 이상한 게 물론 이게 냉혹한 현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납디다. 그래도 한 때는 직장 동료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많은 돈을 요구했던 것도 아닙니다. 저는 단지 장사를 하기 위해서 백만 원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식들이 글쎄…….”
유민상은 말을 하다 말고 화가 나는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오늘 연락했던 놈들이 예전에 제가 한두 번씩은 돈을 빌려줬던 녀석들이거든요.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안면을 몰수하는 겁니다. 제가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잠깐만요!”
현성은 손을 들어 유민상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조금 전에 백만 원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한 장사 밑천이 백만 원이면 충분하거든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백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장사가 무엇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혹시 무슨 장사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장사는 바로 붕어빵 장삽니다.”
“붕어빵이요?”
“네, 그렇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인력시장에 나가봤지만 일을 한 날짜는 채 10일도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진짜 굶어 죽을 거 같다는 판단하에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장사라도 하자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붕어빵입니다.”
유민상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처음엔 다른 여러 가지 장사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퇴직금도 못 받고 월급도 6개월 치를 떼이고 나니까 주머니에 남는 건 먼지밖에 없다 보니 돈이 들어가는 다른 건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붕어빵을 생각하신 거군요?”
“네, 그나마 가장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붕어빵이었습니다.”
“음…….”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유민상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으십시오.”
“어? 이건 백만 원짜리 수표 아닙니까?”
“네, 이걸로 시작하십시오.”
“이렇게 바로 주시는 겁니까?”
유민상은 황당할 정도였다. 오늘 이 돈을 빌리기 위해 예전의 직장 동료들을 찾아 오전 내내 돌아다녔었다. 그래도 마지막엔 빈손이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오니 현성이 있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부탁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엔 너무도 뻔뻔한 상황이라 미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절박한 상황이라 떠나려는 그의 바짓가랑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쫓아 나갔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돈을 받을 줄이야…….
유민상은 믿을 수가 없어 다시 물었다.
“진짜 이 돈을 빌려주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 돈으로 시작하십시오.”
수표를 받아 든 유민상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네? 저에게 이 돈을 빌려주시는 이유 말입니다. 사실 사장님께선 저를 잘 알지도 못하시는데 이렇게 쉽게…….”
“잠깐만요!”
현성은 유민상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형님께선 제가 지금 쉽게 이 돈을 드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저는 단지 조금 전에 돈을 빌려달라고 한마디 했을 뿐이라서 말입니다.”
“그건 형님의 생각이고 저는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한 겁니다. 중요한 건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드린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 그런가요…….”
유민상은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본 게 얼마니 된 지 아십니까?”
“음…… 8개월 정도 될 겁니다. 제가 작년 4월부터 시작해서 지난달까지 비디오 가게를 다녔으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 정도 됩니다. 그럼 그동안 몇 개의 비디오를 보셨는지 혹시 기억하십니까?”
“글쎄요, 그건 계산을 안 해봐서…….”
“아마도 형님이 한 달에 열 편 이상은 보셨으니 8개월이니까 최소한 80개는 될 겁니다.”
그건 사실이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왔었고 그때마다 두세 개씩은 봤으니 최소한 한 달에 열 개는 봤을 것이다. 그렇게 8개월을 봤으니 다 합치면 기본적으로 80개가 되는 것이고.
“그런데 그 비디오 숫자와 지금 이 돈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비디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형님은 그 80개나 되는 비디오를 늦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겁니다.”
“아, 반납을 말씀하시는군요. 그거야 당연합니다. 제가 그런 건 칼같이 지키는 성격이니까요.”
“바로 그겁니다.”
“바로 그거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유민상은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현성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성실성이요.”
“성실성이요?”
“네, 형님도 아실 겁니다.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 말입니다. 저는 형님의 그 성실성을 보고 돈을 드린 겁니다. 그러니 절대로 쉽게 돈을 줬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아, 그게 또 그렇게 연결이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비록 비디오 반납이지만 그거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그건 사실이다. 사람이 뭐든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말이다. 만약 유민상이 상습적으로 비디오를 연체하는 사람이었다면 백만 원이 아니라 단돈 십만 원을 빌려달라고 해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어쨌든 사장님 덕분에 제가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장소는 어디에서 할 건지 정하셨습니까?”
“네, 몇 군데 생각한 곳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이요?”
“네, 아무래도 하루에 기본적으로 14시간 이상은 있어야 하다 보니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바로 화장실입니다.”
“음…….”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