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08)
회귀해서 건물주-608화(60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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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 앞에서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민상은 놀란 나머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성이 얘기한 대로 그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 화장실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왜냐하면, 비디오 가게 상가 자체에 화장실이 달려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될 경우 비디오 가게 앞을 붕어빵 리어카가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내 가게 앞에서 다른 사람이 장사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당연히 비디오 가게 영업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아니다.
내가 살자고 남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는 것이다.
“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비디오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시게 되면 화장실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니까 말입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네? 왜요?”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만약 비디오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 화장실 문제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물과 전기는 기본이고 붕어빵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비디오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자연적으로 붕어빵을 사 먹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거절을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현성은 급한 마음에 유민상이 대답을 하기 전에 다시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비디오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 저야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조건이죠.”
“그런데요?”
“그건 제 욕심만 채우는 겁니다. 저만 살겠다고 사장님께 민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내 가게 앞에서 장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성은 그제야 유민상이 왜 자신의 조건을 거절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남한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가 그거였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라고 왜 욕심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살겠다고 사장님께 부담을 드려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빙긋.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말았다.
처음 유민상이 자신의 조건을 거부할 때만 해도 그 이유를 몰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다 현성을 위한 유민상의 배려였던 것이란 걸 알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던 것이다.
현성은 나직하게 유민상을 불렀다.
“형님!”
“네, 사장님.”
“금도끼 은도끼 우화 아시죠?”
“물론입니다만,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요?”
“형님 말씀을 듣고 나니까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나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얘기에서 나무꾼이 나중에 어떻게 되죠?”
“자신이 빠뜨렸던 쇠도끼는 물론이고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아니, 그런데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시는 겁니까?”
유민상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현성이 그 이솝우화를 모르고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제가 조금 전에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형님 얘기를 듣고 나니까 그 얘기가 생각났다고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형님이 오늘은 그 이솝우화의 주인공입니다.”
“네? 주인공이요? 그게 무슨…….”
유민상으로선 현성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현성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디오 가게 앞에서 장사하세요. 그렇게 되면 형님이 걱정하시던 화장실 문제는 물론이고 물과 전기도 모두 해결될 겁니다. 게다가 그 공간은 일반 도로가 아니라 개인 사유 공간이라 누구도 민원을 넣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길거리 장사라는 게 민원 들어가면 그게 또 골치 아프거든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분명히 그 자리에서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말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형님이 그 이솝우화의 주인공이라고 말입니다. 우화에서 나무꾼이 욕심을 버린 대가로 자신의 쇠도끼는 물론이고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얻었듯이 형님이 오늘은 그 자리를 얻은 것입니다.”
“아니, 그 말씀은 지금 저한테 진짜로 그 자리를 주시겠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솔직히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형님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 자리를 기꺼이 내어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이다.
처음 유민상의 화장실 얘기를 듣고 딱한 마음에 그 자리를 얘기했었다.
하지만 마음이 썩 내켰던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다 보면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민상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그럴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젠 진심으로 그 자리를 그에게 내줘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그게…….”
유민상은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이라도 오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의 말대로 그 자리만 들어가면 화장실은 기본이고 물과 전기 문제까지도 해결되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말한 대로 매출 측면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비디오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고스란히 붕어빵을 사 먹는 손님이 될 테니 말이다.
이보다 완벽한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양심이다.
양심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너무도 한쪽을 위한 편익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민을 끝낸 유민상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우화는 우화일 뿐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인 거 같습니다. 저는 양심상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그냥 사장님의 배려하는 그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현성으로선 정말 의외였다.
분위기가 이 정도까지 왔으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도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까지 거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음…….’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부탁을 드리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 제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거절하지 마시고 제 가게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해 주십시오.”
“아니, 무슨…….”
난감한 건 유민상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자신을 배려해서 일부러 부탁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는데 더 이상 거절을 한다는 것도 예의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유민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현성을 한 번 바라본 후 결심이라고 한 듯 말을 이었다.
“네, 좋습니다. 사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더 이상 거절을 한다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습니다.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네? 조건이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조건’이라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설마 이 상황에서 유민상이 조건을 내세울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민상의 말이 이어졌다.
“사용료를 내겠습니다.”
“지금 사용료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저의 조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그 공간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절레절레.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유민상이 고집스럽게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오히려 기분은 좋다는 것이었다.
왠지 그런 유민상이 더욱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유민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한 달 정산해서 순수입의 10%를 사용료로 내겠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겠습니까?”
“네, 그나마 그게 저의 마지막 양심입니다. 비록 지금은 IMF 사태로 이렇게 보잘것없는 인생으로 살고 있지만 50년을 넘게 살면서 남에게 민폐를 끼친 적은 없습니다. 사장님 눈에는 이런 제가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운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양심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니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양심이라는 말씀을 듣고 나니 오히려 저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유민상에 대한 생각은 그저 ‘평범한 50대 아저씨’라는 생각이 거의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점점 할수록 그에 대한 호감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전에 사용료를 내겠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뭐랄까,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해를 해 주시니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보통은 이럴 경우 비웃음거리밖에 안 되는데 말입니다. 개뿔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운다고 말입니다.”
“글쎄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형님의 그런 모습이 당당하고 더 좋았습니다.”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부끄럽다니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형님이 잘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형님 또한 IMF 사태의 피해자 아닙니까?”
유민상의 인상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그 또한 지금의 IMF 사태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얘기를 하자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끝까지 정부를 믿었으니까요.”
“진짜 나쁜 놈들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유민상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앞으로 1년만 생각할 겁니다.”
“1년이요?”
“네, 1년 만에 꼭 일어날 겁니다. 비록 지금은 붕어빵으로 시작하지만 1년 동안 열심히 벌어서 조그만 가게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민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 목표는 분식점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그 가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1년 동안 열심히 벌어서 작은 분식점이라도 내는 게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그 시작을 사장님께서 도와주신 겁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그 목표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현성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러자 유민상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모레부터 시작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혹시 붕어빵 경험은 있습니까?”
“그래서 모레부터 하겠다는 겁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연습을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아, 그래서 모레부터 하신다고 하신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내일 시간 되시면 붕어빵 드시러 오십시오.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유민상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웃으며 바로 말했다.
“하하, 네, 그러죠. 낮에 점심때 한번 들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반죽은 어쩌실 겁니까?”
“그 문제는 걱정 없습니다. 이미 전문으로 재료만 배달해주는 곳을 알아뒀습니다. 전화만 하면 바로 배달해 준답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미 준비를 다 하셨군요?”
“일주일 전부터 알아봤습니다. 아무리 인력사무실에 나가봤자 한겨울이라 일거리도 없고 그래서 말입니다.”
“아, 네, 그러셨군요. 그럼 혹시 몇 시부터 시작하는 겁니까?”
“그게…….”
유민상은 한 번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현성은 보며 물었다.
“그 부분은 사장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만.”
“저한테요?”
“네, 아무래도 사장님 가게 앞이다 보니 누구보다도 사장님께서 상권을 잘 알고 계실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기야 하지만, 잠깐만요…….”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8시 어때요?”
“네?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그 시간이면 다들 출근시간인데요?”
“바로 그겁니다.”
“바로 그거요?”
유민상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자는 겁니다. 물론 그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대면 신호 때문에 차가 밀려서 보통 가게 앞을 통과하려면 기본적으로 10분 정도는 걸리거든요.”
“아,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으로는 밀리는 차량을 상대로 장사를 하자는 거지요?”
“네, 맞습니다.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면 바구니에 붕어빵을 들고 차량 옆으로 다가가서 영업을 하는 겁니다. 어때요? 제 생각에는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어차피 가격도 한 봉지에 천 원씩 받을 거니까 부담도 없을 테고 말입니다. 그리고 붕어빵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유민상의 표정이 확 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형님께서 1년 내에 분식가게 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이야…….”
유민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그를 향해 힘차게 말했다.
“자, 갑시다!”
“네? 어디로 말입니까?”
“이왕 시작한 거 지금 당장 붕어빵 기계 사러 갑시다.”
“하하, 좋습니다. 이거 왠지 벌써 붕어빵 냄새가 나는 거 같습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을 나갔다.
그렇게 유민상은 IMF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도 현성은 몰랐다. 오늘의 시작이 앞으로 제2, 제3의 유민상이 계속 나오리란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