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1)
회귀해서 건물주-611화(611/740)
613
그 여인은 바로 한수영의 엄마인 김희진이었다.
김희진은 곧장 원무과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밀린 병원비 5백3십만 원 중에서 5십만 원밖에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수영 환자 병원비요.”
원무과에 도착한 김희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원무과 직원은 컴퓨터에 이름을 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 이미 완납되었는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조금 전에 외삼촌이란 분이 오셔서 밀려있던 병원비 모두를 완납하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병원비까지 천만 원을 선불로 내시고 가셨습니다.”
“아니에요, 뭔가 잘못됐을 거예요. 우리 수영이는 외삼촌이 없는데…….”
김희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말이 안 된다. 있지도 않은 외삼촌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병원비를 계산한단 말인가.
김희진은 다시 말을 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 다시 한번 확인 부탁합니다.”
“아니요, 맞아요. 제가 직접 조금 전에 처리했어요. 확실히 기억해요. 처음엔 밀린 병원비를 계산한 후 그다음엔 앞으로 나올 병원비가 어느 정도나 되냐고 묻기에 5백 정도 나올 거라고 하니까 천만 원을 미리 내겠다고 했거든요. 그것도 일시불로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마지막에 환자분과 어떤 사이냐고 물었더니 분명히 외삼촌이라고 했거든요.”
김희진으로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자신은 오빠나 남동생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와서 병원비를 계산했단 말인가. 거기다 앞으로 나올 병원비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김희진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사람이 누군지 CCTV 확인할 수 있어요?”
“여기선 안 되는데요.”
“그러면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그건 보안과 담당입니다. 혹시 확인하실 거면 저쪽 사무실에 가셔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말씀해 보세요.”
직원은 손가락으로 한쪽 사무실을 가리켰다. 그러자 김희진은 바로 발걸음을 돌려 보안과로 향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천오백삼십만 원이다. 그 많은 돈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똑똑.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실은…….”
김희진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설명이 이어지자 보안직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직원이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은 돈을 내주신 그분을 확인하시겠다는 거죠?”
“네, 그래요. 한두 푼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돈을 내주셨는데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후.
CCTV를 확인하던 김희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 분은?”
“아시는 분입니까?”
“아니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건 아니고 수영이가 있는 병실에 가끔 병문안 오시던 분이에요. 우리 수영이 건너편 침대에 있던 유영석이라는 총각의 형님이라는 분인데…….”
확실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가끔 병실로 면회를 오던 유영석의 형님이라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왜 병원비를 대신 내줬느냐 하는 것이다.
보안실을 나온 김희진은 바로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시각.
현성은 유영석과 그의 아버지인 유상혁을 태우고 병원을 빠져나와 송림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유영석의 집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띠리릭!
유영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유영석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통화를 끝낸 유영석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
“수영이 병원비 말입니다. 지금 통화한 사람이 바로 수영이 엄마였습니다. 수영이 엄마 말씀이 사실입니까?”
“어? 그게…….”
현성으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유영석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화장실 가신다고 했던 게 수영이 병원비 때문이었던 겁니까?”
“그렇게 됐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그게 나라는 걸 어떻게 아신 거야?”
“CCTV를 확인하셨답니다.”
“CCTV를?”
“네, 수영이 엄마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답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그 많은 돈을 누가 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 금액이 적은 금액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유영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나저나 형님은 진짜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는지 말입니다.”
“딱하잖아.”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 돈을 낼 수가 있었습니까? 더군다나 앞으로 나올 병원비까지 말입니다. 그건 솔직히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진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그만하자, 그 얘기는…….”
당연히 모를 줄 알았다. 설마 CCTV까지 확인할 줄은 몰랐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렇게까지 알려지고 나니 현성으로선 쑥스러울 뿐이었다.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뭔데?”
“그런 마음은 어떻게 하면 드는 겁니까?”
“…….”
현성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침묵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다시 물었다.
“그게 돈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은 아까 병실에서 수영이의 눈빛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 그 어린 녀석이 그 고통을 이겨내겠다고 하는 모습이 말이야.”
그건 사실이다. 아까 병실에서 그 어린 게 한쪽 발을 잃고도 이겨내려는 모습이 너무도 측은했다. 마음 같아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나오는 길에 병원비가 밀렸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했던 것이다.
“하여간 대단하십니다.”
“대단하긴 뭘…….”
“아닙니다, 솔직히 이번에 저의 의족도 그렇고 수영이 병원비까지, 하여간 이번에 형님을 다시 봤습니다.”
“사람 부끄럽게……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수영이 엄마가 조만간에 형님을 찾아뵙겠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려.”
“그건 또 아니죠. 수영이 엄마 입장에서는 그 병원비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데요. 그건 수영이 엄마가 알아서 하실 겁니다. 그나저나 수영이를 대신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영석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유영석의 아버지인 유상혁이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은 보면 볼수록 양파 같은 사람이야.”
“아버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아닌 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될 정도네.”
“아버님도 참…….”
현성으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유상혁을 슬쩍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게 다였다.
그때 유영석이 다시 물었다.
“형님 혹시 말 나온 김에 일자리 하나 없습니까?”
“일자리? 누구?”
“수영이 엄마요. 지금 당장은 아니고 두 달 후에 수영이 퇴원하면 그때 말입니다.”
“음…….”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빵집에서 한 사람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나중에 한번 물어볼 게. 그건 그렇고 너는 언제부터 반찬 가게 나올 거야?”
“내일부터요.”
“내일?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일부러 서두르는 겁니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잡생각만 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시작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네 말처럼 어차피 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낫겠지. 그럼 내일 부평에 와서 전화해. 내가 바로 나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유상혁이 유영석을 향해 말했다.
“괜찮겠어?”
“네, 걱정 없습니다. 어차피 처음 하는 일도 아니고 이 정도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참고 이겨낼 겁니다. 저도 이번에 병원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영석이 그의 아버지인 유상혁을 슬쩍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에 병원에 있으면서 가족이 뭔지 많이 깨달았습니다. 아빠랑 엄마랑 저 때문에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
“처음 사고를 당하고 논산에서 인천으로 올라오는데 …….”
유영석의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로서는 이번에 느낀 게 많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이 길게 이어졌지만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사고로 인해 가족이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유영석의 말이 끝나자 유상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 나도 이번에 너를 보면서 지난날 내가 잘못했던 일들을 많이 반성했단다. 그땐 몰랐는데 자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단다.”
“아빠, 이제부턴 더 조심해서 이런 일은 다시는 없도록 할게요.”
“그래, 그래야지. 항상 조심하고 혹시라도 이 아비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자다가도 바로 뛰어갈 테니까 말이야.”
“네, 아빠.”
유영석은 손을 뻗어 유상혁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유상혁 또한 유영석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 유영석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앞이 캄캄했었다. 그 어린 그가 과연 이 큰 사고를 어찌 감당할지 걱정뿐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렇게 꿋꿋하게 다시 일어난 유영석을 보니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던 것이다.
세 사람을 태운 트럭은 주안역을 지나 송림동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며칠 후.
아침 운동을 마친 현성이 향한 곳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이세이의 빵집이었다.
“어서 오세요!”
현성이 들어가자 이세이가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 같이 있었다.
“어? 수정아,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이세이 옆에 있던 아이는 다음 아니 그녀의 딸인 윤수정이었다.
“삼촌!”
“어, 그래. 그런데 이 시간에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삼촌 보러 왔지.”
“뭐? 나를?”
“응, 삼촌한테 줄 게 있어서.”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린 후 옆에 있던 이세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세이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수정이 말이 맞아요. 오늘은 꼭 삼촌한테 줄게 있다면서 새벽부터 나를 쫓아오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왔어요.”
“그렇다고 이 시간에 잠도 안 자고 나왔단 말입니까?”
“네, 그래요. 어젯밤부터 꼭 깨워달라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그게 뭔데요?”
“그건 수정이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글쎄 요것이 나한테도 비밀이라고 하면서 안 가르쳐주는 거 있죠.”
이세이가 윤수정의 머리를 살짝 만지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슬쩍 웃은 후 윤수정을 보며 물었다.
“수정아, 나한테 줄게 뭐야?”
“잠깐만.”
윤수정은 그 말을 끝으로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윤수정이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삼촌, 이거.”
“어? 이건 편지잖아?”
“응, 맞아. 어린이 집에서 썼어.”
“지난번에도 줬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다른 거야.”
“그래? 그럼 이거 지금 읽어도 돼?”
“아니, 안 돼. 집에 가서 삼촌 혼자 읽어야 돼. 우리 엄마 앞에서 읽으면 안 돼.”
윤수정의 말이 끝나자 이세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요즘 애들이 이래요.”
“하하…….”
현성은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이세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웃지 말아요.”
“그럼 웁니까?”
“농담이 아니고 이게 무슨 경우예요?”
“뭐가 그렇게 심각해요?”
“내가 지금…… 아니, 관둡시다. 내가 지금 애를 놓고 뭐 하는 건지…….”
이세이는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윤수정이 현성을 향해 다시 말했다.
“삼촌, 이거 진짜 혼자 봐야 돼.”
“응, 그래. 알았어.”
“그런 난 추워서 방으로 들어갈게.”
“어, 그래. 빨리 들어가.”
윤수정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세이가 바로 말을 이었다.
“뭐해요? 빨린 안 뜯어보고?”
“지금은 안 됩니다. 집에 가서 혼자 볼 겁니다.”
“진짜 이럴 거예요?”
“수정이가 분명히 혼자 보라고…….”
현성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건 이세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이럴 거예요?”
“사장님이야말로 진짜 이럴 겁니까? 이건 엄연히 저와 수정이의 문제입니다.”
피식.
이세이가 갑자기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 웃는 모습이 누가 봐도 사람을 비웃는 모습이었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지금 그 웃음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