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2)
회귀해서 건물주-612화(6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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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모르겠어요? 비웃는 거잖아요?”
“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물론 사람이 비웃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최소한 상대방을 피해서 웃는 게 기본이다. 그게 상대방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그걸 대놓고 비웃는다?
이럴 경우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럴 가치가 없기에 그냥 웃자고 하는 경우다.
최소한 전자는 아닐 것이다. 이세이가 그럴 사람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
이세이는 지금 이 상황이 비웃음조차 대놓고 웃을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피식 웃었다. 역시 조금 전 이세이가 말한 대로 상대방을 비웃는 웃음이었다.
이번엔 이세이가 반대로 물었다.
“어? 그 웃음은 뭐예요?”
“저도 비웃는 겁니다. 사장님처럼 말입니다.”
“그 말씀은?”
“아침부터 수정이 때문에 이러는 우리가 웃겨서 말입니다. 유치하기도 하고요.”
“호호…… 그러니까요. 그런데 조금 전에 사장님 진짜 유치했던 거 아세요?”
이세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물었다.
“제가 뭘요?”
“조금 전에 그랬잖아요, 우리 수정이와 사장님과의 문제라고 말이에요. 전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유치했는지 몰라요.”
“그거야…… 관둡시다. 이렇게 계속 얘기하다가는 끝이 없을 거 같네요. 어쨌거나 저는 이 편지는 수정이 말대로 집에 가서 혼자 볼 겁니다. 그게 수정이에 대한 예의고요.”
“당연하지요, 우리 수정이 편지인데요. 물론 저도 조금 전에는 순간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보자고 얘기는 했지만 막상 사장님께서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보지 않았을 거예요. 그게 우리 수정이를 위해서도 엄마로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니까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새삼스럽게 무슨…….”
“아니에요, 우리 수정이가 사장님을 많이 귀찮게 하는 데도 다 받아주시고 항상 예뻐해 줘서요.”
“별말씀을…….”
현성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매출은 어때요?”
“놀라지 마세요. 어제는 300만 원 넘었어요.”
“그 정도입니까?”
“네, 역시 사장님 말씀대로 배달을 하니까 그 효과가 엄청나요. 아무래도 추우니까 더 그런 거 같아요.”
말하는 이세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녀로서는 지금의 이 상황에 만족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말씀하신 500원짜리 빵이 큰 몫을 하고 있어요.”
“효과가 있는 겁니까?”
“물론이에요. 그리고 여기 창문에다 ‘500원’이라고 적은 글귀 덕분에 매출이 20%는 오른 거 같아요. 솔직히 저도 그 정도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이세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뭔데요?”
“시식 코너요.”
“시식 코너가 왜요?”
“어린아이들이 네다섯 명씩 몰려서 와요. 아무래도 혼자 오기는 쑥스러우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오는 것 같아요. 처음엔 솔직히 떼로 몰려오니까 부담이 갔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걔들이 장사에 도움이 많이 돼요.”
말하는 이세이의 눈빛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요?”
“엄마들을 졸라서 빵을 사러 오는 거예요. 물론 다는 아니지만 시식을 하고 가면 좀 있으면 엄마를 데리고 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소문이 났는지 며칠 전부터는 멀리서도 오는 거예요. 그리곤 전단지를 가져가서 엄마를 졸라서 배달을 시키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몇 달만 있으면 잘되는 날은 4백까지도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전생 같으면 지금쯤이면 파리바게또 때문에 울고 있을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웃으며 얘기를 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5백도 가능할 겁니다.”
“진짜 그런 날이 올까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럴수록에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그건 꾸준히 신경 쓰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유명한 빵집으로 벤치마킹도 가고 그래요. 며칠 전에는 종로까지 갔다 왔어요.”
“잘하셨습니다. 그렇게만 하시면 제가 볼 때는 앞으로 2, 3개월 안으로 5백 찍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오~ 진짜요?”
이세이의 표정이 갑자기 묘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인 듯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왜, 믿지 못하겠습니까?”
“아니요, 믿지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상상이 안 가서 말이에요.”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참, 바리스타 교육은 잘 받고 계시죠?”
“물론이죠, 아마도 4월이면 바리스타 자격증은 무난하게 딸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 5월에 카페로 확장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러면 며칠 전에 말씀하셨던 그분도 일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며칠 전에 병원에서 만났던 한수영의 어머니를 부탁했었다. 어차피 카페로 확장하게 되면 사람이 더 필요하니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파리바게또가 들어오고 오히려 장사가 잘 되니 다행입니다.”
“저도 처음엔 걱정이 많았는데 천만다행이에요. 물론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고요.”
“또 그 말씀…….”
“빈말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잖아요, 만약 저 혼자였다면 솔직히 저는 벌써 포기하고 가게 접었을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고마워요.”
“됐습니다. 자, 이제 빵이나 주세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세이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 빵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빵의 양이 평상시보다 더 많았다.
“오늘은 빵이 더 많은 거 같은데요?”
“네, 오늘부터는 빵의 양을 조금 더 늘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것도.”
이세이는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또 뭡니까?”
“앞으로는 빵뿐만이 아니라 현금도 조금씩 기부하려고요.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매출이 늘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대신 금액은 많지 않아요. 일단 십만 원부터 시작할게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하나를 가지면 둘, 둘을 가지면 셋을 가지려는 게 사람의 욕심이다.
아무리 장사가 잘된다고 해도 그걸 베푸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세이는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것을 베풀겠다고 하는 것이다.
십만 원.
사람에 따라서는 이 돈이 하찮게 생각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절대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떤 돈보다도 크게 느껴졌다.
현성은 봉투를 두 손으로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이 십만 원의 가치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겁니다. 감사히 그리고 귀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 겨우 십만 원인데…….”
“겨우 십만 원이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저는 오늘 이 십만 원이 몇 백, 몇 천만 원보다도 가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하여간 제가 말로는 못 당해요. 어쨌든 금액이 얼마 안 돼서 손이 부끄러웠는데 이렇게 고맙게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이세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그녀보다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이세이가 다시 말했다.
“사람 무안하게 이러시면 안 되지요.”
“저는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여간 …… 네, 고마워요.”
이세이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저한테 충고하고 싶은 말 없어요?”
“충고요? 웬 충고요? 어차피 지금 잘하고 계시면서.”
“조언 같은 거 말이에요. 저한테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그런 거 말이에요. 제가 경험이 없다 보니 잘 몰라서 그래요.”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글쎄요, 사장님이 잘하고 계시니까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한 말씀드리자면 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네, 부탁해요.”
“제일 먼저 드라고 싶은 말은 종업원들 관리입니다.”
“종업원들이요?”
“네, 그렇습니다. 경영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종업원이니까요. 그 사람들이 제대로 안 돌아가면 아무리 사장 혼자서 잘하려고 해도 그 가게는 힘들거든요.”
그건 사실이다. 한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종업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먼저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지난달에 매출이 그 전달보다 어느 정도나 더 올랐습니까?”
“음…… 아침에 식빵 배달 덕분에 천만 원 정도 더 올랐어요.”
“그럼 혹시 종업원들한테 월급 외에 더 준 게 있습니까?”
“그건 없는데요. 그냥 월급날에 수고들 했다고 회식만…….”
이세이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겁니다. 매출이 그 정도로 더 올랐으면 종업원들한테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보상이요?”
“네, 물론입니다. 그래야 동기유발이 되니까 말입니다. 막말로 기껏 뼈 빠지게 열심히 했는데 자신들한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굳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당연한 얘기다.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는 그만큼 종업원들이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보상도 없었다면 앞으로 그들의 행동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업무시간이야 지키겠지만 그 이상의 요구에는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럼 어떻게……?”
“보여줘야지요, 그들한테도 열심히 하면 이 정도는 너희들의 몫이 돌아갈 거라는 걸 인식시켜야 합니다.”
“결국은 월급 외에 수당으로 돈을 줘야 한다는 얘긴가요?”
“글쎄요, 단순히 수당이라기보다는 인센티브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겁니다. 매출이 오르면 그 매출에 비례해서 얼마씩 주는 거죠.”
“음…….”
잠시 생각을 하던 이세이가 바로 말을 이었다.
“결국은 늘어나는 매출만큼 그 수익을 종업원들과 나누자는 개념이군요?”
“네, 맞습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니까 종업원들의 생각 자체가 바뀌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매출이 오르면 자기들이 가져가는 돈도 그만큼 더 많아질 테니 말이에요.”
“네,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되면 종업원 모두가 주인의식이 투철해져서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 돈이 결국은 자신한테 돌아오니까 말입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세이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듣고 보니 사장님 말씀이 백번 옳은 거 같네요. 그렇다면 늘어난 매출의 어느 정도나 주면 될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2% 정도면 적당할 거 같습니다만.”
“2%요?”
“네,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우리 종업원이 배달 직원까지 다섯 명이니까 결국은 10%는 그 사람들한테 나눠주자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사실을 종업원들한테도 미리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들의 눈빛부터 달라질 겁니다.”
“음…….”
이세이는 이번에도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오늘 저녁에 일 끝나고 종업원들한테 그렇게 말하도록 할게요. 물론 지난달에 주지 않았던 몫까지 챙겨주면서 말이에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겪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게 결국은 사장님을 위한 것이란 걸 한 달만 지나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네, 알았어요. 그 문제는 그렇게 정리하고 두 번째는 뭐예요?”
“그건 간단합니다. 사장님이 초심을 지키는 겁니다.”
“초심이요?”
‘초심’이라는 말에 이세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네, 사장님이 몇 개월 전에 저한테 했던 말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요?”
“네, 저한테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잘 생각해 보세요.”
“음…… 혹시 ‘손님과의 약속’이라는 말을 얘기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때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사가 아무리 잘돼도 손님과의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말입니다. 문 여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빵 맛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이 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네,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요.”
“그럼 됐습니다. 사장님이 그 생각만 변함이 없다면 앞으로 사장님 빵집은 점점 더 잘될 겁니다.”
초심(初心).
장사를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게 초심을 지키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다들 초심, 초심하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초심을 지킨다는 게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 또한 전생에서 20년을 넘게 장사를 하다 보니 그 초심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오늘 이세이를 상대로 그 얘기를 한 것이다.
빵과 봉투를 받아 든 현성은 이세이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해요. 다음 달에는 기부금을 더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장사할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인사를 나눈 현성은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수정아, 삼촌…….”
그때였다.
현성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윤수정이 바로 뛰어나왔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삼촌, 안녕.”
“응, 그래. 수정이도 안녕. 엄마 말씀 잘 듣고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인사를 나눈 현성은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빵집을 나와 자신이 운영하는 무료 나눔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5분쯤 지났을까.
발걸음을 멈춘 현성은 주머니에서 윤수정이 준 편지를 꺼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은 다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편지 내용은 간단했다.
[삼촌, 우리 엄마가 요즘 장사가 잘된다고 많이 웃어. 이게 다 삼촌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어. 고마워!]현성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린 현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아!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시골에 있는 김일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