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3)
회귀해서 건물주-613화(6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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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각이 7시 30분이다.
이 시각에 전화를 한다는 건 무슨 급한 일이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야, 김일수. 무슨 일이야?”
-할머니가…….
“할머니? 할머님이 왜?”
현성은 할머니란 말에 김일수가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다시 물었다. 그만큼 그의 할머니는 현성한테도 특별한 의미였던 것이다.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아프시다고? 어디가 얼마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의사가…….
“의사? 그럼 지금 병원이야?”
-응, 여기 지금 원주 기독교 병원이야. 어젯밤에 119 타고 병원에 왔어.
119를 타고 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그러니 이 시각에 전화를 했을 것이고.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의사 선생님이 뭐래?”
-의사 선생님이 글쎄…….
김일수는 무슨 이유인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뭐라고 그랬는데?”
-그게…… 각오하라고.
“뭐? 각오? 그 말은…….”
현성은 오른손에 있던 핸드폰을 왼손으로 바꿔 잡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각오해라?’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그때 김일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근데 할머니가 너를 찾으신다.
“나를?”
-응, 그래. 사실은 그래서 이 이른 시간에 전화한 거야.
“그래, 알았어. 지금 당장 출발할게.”
-괜찮겠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기다려. 여기서 지금 출발하면 두 시간 조금 더 걸릴 테니까 10시 전에는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할머니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
뚝!
현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는 어느새 9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인천에서 7시 40분에 출발을 했으니 2시간 10분 만에 원주 기독교 병원에 도착한 것이다.
평상시라면 보통 이 정도 거리면 2시간 30분은 걸리는 거리다. 그 말은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현성의 마음 또한 급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현성아!”
현성이 응급실로 들어가자 김일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어, 그래 할머니는?”
“그냥 누워만 계신다. 근데 힘이 없는지 아무 말씀도 못 하시고 겨우 숨만 쉬신다. 그런데 숨도 겨우…….”
말을 하던 김일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김일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다음 말을 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
“어, 그래.”
현성은 한쪽 귀퉁이에 있는 침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김일수의 할머니인 신유복이 누워있었다.
“……하아!”
그녀의 숨소리에서 지금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현성은 바로 신유복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두유 학생이요.”
신유복을 마지막으로 본 건 1년 전이었다. 인천으로 올라가기 전이었다. 그때도 신유복은 자신을 ‘두유 학생’이라고 불렀었다. 예전 고등학생 때 김일수의 집에 갈 때마다 두유를 사 가지고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신유복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대신 그녀는 현성이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말이 힘이지 겨우 조금 움직일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숨소리는 여전히 거칠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현성이 왔어요. 어서 눈을 떠봐요.”
“…….”
“새벽까지도 현성이한테 할 말이 있다고 두유 학생 찾으셨잖아요, 그러니 빨리…….”
현성은 말하고 있는 김일수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잡았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일수야, 미안한데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줄래?”
“어? 어, 그래.”
김일수는 알았다는 듯 현성의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현성은 신유복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곤 바로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현성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단전의 기를 모아 그녀에게 흘려보내 그녀의 원기를 회복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몇 사람의 병을 고친 적이 있기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의 온몸이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가 지금 하는 이 치료법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후우…….”
마지막으로 호흡을 조절하며 단전을 마무리할 때였다.
“으으…….”
지금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던 신유복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약하게 흘러나왔다. 그러자 뒤에 있던 김일수가 바로 불렀다.
“할머니!”
“으으…….”
“할머니, 저예요. 할머니 손주 일수요.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으…… 일수야.”
“네, 할머니!”
김일수는 신유복을 부르며 바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김일수의 어깨를 살짝 두드린 다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가 얼마나 정신이 돌아올 줄은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하지 못한 얘기 있으면 할머니와 얘기해. 아무래도 할머니가 멀리 여행을 떠나실 거 같다.”
“어, 그래. 고맙다, 현성아!”
김일수 또한 현성이 어느 정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없이 그냥 고맙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조금 전에도 현성이 자리를 비켜 달라고 했을 때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자리를 비켜줬던 것이고.
현성은 두 사람이 얘기를 하도록 일단 응급실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현성 자신보다는 두 사람이 할 얘기가 더 많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그 시간은 두 사람이 보내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었다.
현성이 자리를 비켜주자 김일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할머니, 이제 정신이 조금 드세요?”
“응, 그래.”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우리 손주 일수잖아.”
“네, 할머니 저 일수 맞아요.”
김일수는 그 말을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신유복이 바로 입을 열었다.
“일수야!”
“네, 할머니.”
“울지 마. 왜 울고 그래?”
“아니에요,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할머니 때문에 우는 거 아니에요.”
토닥토닥.
신유복은 김일수의 손을 토닥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얘기 잘 들어.”
“네, 할머니.”
“농장 맨 밑에 땅문서 하고 집문서랑 있으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할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는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그냥 할머니만 옆에 계시면…….”
김일수는 말을 하다 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하염없이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아버지의 얼굴은 알지도 모른 채 할머니의 손에 컸다. 여렸을 적엔 할머니가 엄마인 줄 알고 ‘엄마’라고도 불렀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나오는 건 눈물밖에 없었다.
“일수야…….”
신유복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벌써 힘이 빠진 듯했다. 그러자 김일수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네, 할머니!”
“이 할미가 우리 일수 장가가는 것까지는 보고 가고 싶었는데…… 하아…… 아무래도 그게 힘들 거 같구나.”
“할머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아니야, 이젠 시간이 없는 거 같구나. 그러니…… 이 할미 없더라도…….”
신유복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할머니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이렇게 손만 잡고 있어요. 그리고 제 걱정은 하지 말아요. 할머니가 30년을 키워 주셨잖아요. 제가 어렸을 적에 할머니 말도 안 듣고 학교도 잘 안 가는 바람에 할머니가 많이 힘들었지요? 죄송했어요.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할머니도 아시다시피 현성이 덕분에 좋은 직장에서 잘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저 며칠 전부터 만나는 아가씨 있어요. 주방 보조로 들어온 학교 후배인데 예뻐요. 그러니까 할머니 걱정하지 마시고…….”
바로 그때였다.
신유복이 다시 힘들게 말을 이었다.
“이름이 뭐야?”
“이름이요?”
“그래, 그 아가씨 이름이 뭐냐고? 이 할미가 이름은 알고 가야지.”
“윤희요, 서윤희요. 올해 스물여섯이에요. 원래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봄이 되면 할머니한테 인사드리러 온다고 했는데…… 훌쩍.”
김일수는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자 신유복이 힘겹게 다시 말을 이었다.
“남자기 그렇게 눈물이 헤프면 안 되는 법이여.”
“네, 할머니. 이젠 울지 않을게요.”
“그래, 우리 일수는 덩치가 커서 울면 안 어울려. 그러니 항상 웃어야 돼.”
“네,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혹시 그런데……하아.”
신유복은 다시 숨이 차는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본 김일수는 다시 신유복의 손을 잡은 채 말했다.
“할머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하아.”
신유복은 여전히 말을 못 하고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할머니, 현성이 왔는데 현성이 불러줄까요?”
신유복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응급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 시각.
응급실 밖에 있던 현성은 김일수가 뛰어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말했다.
“어, 일수야. 할머니는 좀 어때?”
“아무래도…… 그러지 말고 빨리 할머니한테 가 봐. 할머니가 찾으신다.”
“어, 그래.”
현성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렇다 보니 응급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할머니!”
현성은 신유복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신유복이 눈을 뜨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힘들게 입을 열었다.
“두유 학생…….”
“네, 할머니 저 왔습니다.”
“참, 이젠 두유 학생이 아니지. 우리 일수 사장님이지?”
“아닙니다. 저는 그냥 할머니한테는 영원히 두유 학생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두유 학생이라고 불러 주세요.”
신유복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부를게.”
“네, 할머니.”
“고마워.”
“고맙긴요?”
“아니야, 두유 학생이 없었으면 우리 일수가 요리사도 못 됐을 거고 지금처럼 훌륭한 직장도 없었을 거야. 이게 다 두유 학생 덕분이야. 그러니까…… 하아.”
신유복은 다시 숨이 차는지 말을 잊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할머니, 힘드시면 조금만 참았다가 말씀하세요.”
“으…… 그래.”
신유복은 간신히 대답을 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현성은 아까 했던 것처럼 다시 급히 단전에 기를 모은 다음 신유복한데 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신유복이 정신을 차린 듯 다시 눈을 떴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이 현성이라고 그랬지?”
“네, 할머니. 김현성입니다.”
“그래, 현성아 아무래도 이젠 내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거 같구나.”
“할머니…….”
현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이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신유복의 손을 잡고 어떡하든 조금이라도 더 단전의 기를 불어넣는 것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응?’
현성은 순간적으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아무 거부감 없이 흘러들어 가던 기운이 꽉 막힌 듯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신유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만해.”
“네?”
“그만하면 됐어.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할머니!”
“아니야, 이미 나는…….”
신유복은 말을 하다 말고 옆에 있는 김일수를 불렀다.
“일수야.”
“네, 할머니.”
“이리 와, 손 한번 잡아보자.”
신유복은 한 손에는 김일수의 손을 그리도 또 한 손에는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현성아, 우리 일수 부탁한다.”
“네, 할머니, 아무 걱정 마시고 평안히…….”
현성으로선 차마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신유복이 김일수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일수는 사장님 잘 모시고…….”
“네, 할머니.”
“그래, 이젠 이 할미 아무 적정 없이 가도 되겠구나. 우리 손주 한번 안아보자.”
김일수는 바로 신유복을 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부디…….”
바로 그때였다.
신유복의 머리맡에 있던 기계에서 ‘삑’하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러자 멀리 있던 간호사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