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4)
회귀해서 건물주-614화(61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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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할머니의 장례를 마친 김일수는 혼자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현성의 뒤로 다가가 그의 옆에 섰다. 그리곤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현성아!”
“음, 그래. 손님들은 다 가셨어?”
“응, 조금 전에 모두 보냈다.”
“피곤하지?”
“피곤하긴 뭘…… 나야 당연한 거지만 네가 3일 동안 고생 많았다.”
“고생은 무슨…….”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곤 김일수의 얼굴을 슬쩍 한번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당분간은 많이 힘들 거야. 할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테니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하지만 현성은 전생에서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과의 이별을 겪어봤기에 그 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지금이라도 부르면 할머니가 금방 안방 문을 열고 나오실 것만 같아.”
“아마도 지금 당장은 그럴 거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현성의 말이 길어졌다. 어떡하든 혼자 남은 김일수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얘기는 한참 동안 이루어졌다.
얼마 후.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식당은 며칠 쉬어.”
“아니야, 그럴 수는 없어. 벌써 오늘까지 3일이나 빠졌는데. 명색이 부사장인데 내일은 나가야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러지 말고 며칠 쉬면서…….”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일수가 먼저 말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요즘 신메뉴를 몇 개 만들고 있는 게 있어서 내가 빠지면 안 돼.”
“신메뉴?”
“응, 올봄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던 게 있거든.”
“아직 시간은 충분하잖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빠지면 안 되는 거라…….”
“그래, 그렇다면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나는 며칠 쉬면서 할머니 유품도 정리하라는 의미에서 그랬던 거니까.”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일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네 마음이야 알지. 그래서 더 고맙고.”
“고맙긴 뭘…….”
“솔직히 말은 바로 하라고 어느 사장이 이렇게까지 직원한테 배려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우리는 다르지.”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솔직히 지금도 네가 이렇게 3일 동안이나 내 곁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세상에 어느 누가…….”
김일수의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는 지금 현성의 이런 행동 자체가 고맙다는 의미였다.
“자식, 너도 이젠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이런 얘기를 다 하는 걸 보니.”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인간 구실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네 덕분이잖아.”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무슨 그런 얘기를 하고 그래.”
“아니야,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 만약 네가 그때 나한테 요리 배우란 소리를 안 했으면 지금쯤 나는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말이야.”
김일수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오늘 바로 인천으로 올라갈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고 집에 들러서 아버지 어머니도 뵙고 내려온 김에 식당도 둘러보려고.”
“그럼 내일 올라가겠네?”
“그렇게 될 거 같다.”
“그럼 점심은 내가 준비할게.”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그렇지 않아도 그냥 헤어지기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시간을 내준다니 나야 너무 고맙지.”
김일수가 애써 웃음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래, 그럼 내일 점심때 다시 보자.”
“응, 그래. 그리고 이렇게 할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별소릴 다 한다. 자, 난 이만 갈 테니까 좀 쉬어.”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돌려 트럭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일수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친구야, 고맙다.”
***
며칠 후.
현성이 아침 운동을 마치고 향한 곳은 유영석이 반찬 가게를 준비하고 있는 한 상가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현성이 상가 안으로 들어가자 유영석이 웃으며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오픈 준비는 잘 돼 가냐?”
“네, 형님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 저한테 딱 맞는 상가를 구하셨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영석이가 앞으로 장사할 곳이라 신경 좀 썼다.”
“저는 무엇보다도 살림방이 달려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유영석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은 다른데.”
“네?”
유영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이 얘기한 다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나는 방보다도 여기 상권을 보고 이 상가를 얻었거든.”
“상권이요?”
“그래, 상가를 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상권이니까 말이야.”
“아, 네…….”
유영석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그제야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무리 상가 시설이 좋아도 상권이 안 좋으면 그건 의미가 없어. 특히 업종에 따라 그 상권은 달라지는 거고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 자리를 잡은 거군요?”
현성이 유영석의 상가를 잡은 곳은 대로변이나 주택가가 아닌 부평역으로 향하는 골목이었다. 그 이유는 유영석이 앞으로 장사할 업종이 바로 반찬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래, 몇 군데 상가가 나왔었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이곳이 너한테는 안성맞춤일 거 같아서 이곳으로 정했어.”
“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오픈 준비를 하면서 여기에 있다 보니까 대로변은 아닌데도 사람이 진짜 많이 다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그래, 여기가 비록 골목 안쪽에 위치하긴 하지만 부평역으로 향하는 길이라 사람이 진짜 많이 다니거든. 그래서 더욱 너한테는 이 자리가 딱 맞는다는 거고.”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안에서 살림까지 할 수 있게 방까지 있으니 저로서는 너무 좋습니다. 만약 이 방이 없었다면 방을 따로 구해야 했을 텐데 말입니다.”
유영석은 만족한다는 듯 안쪽에 있는 방을 한번 쓱 바라본 후 말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언제 오픈한다고 했지?”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가게 수리가 끝나니까 아무리 늦어도 이번 달 안에는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달이라…….”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 말은 아직 수리를 일주일이나 더 해야 한다는 얘기야?”
“네, 그 업자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게 수리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지?”
“오늘이 딱 일주일째입니다.”
“그럼 수리기간이 2주나 걸린다는 얘기네?”
“네, 그런 셈이죠.”
유영석의 대답이 끝나자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을 잠깐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업자가 누구라고 그랬지?”
“우리 아빠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일을 맡긴 거고요.”
그건 사실이다. 처음 상가를 얻은 다음 유영석한테 연락을 하고 하루가 지나자 연락이 왔었다. 상가 인테리어 공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 아는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를 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믿고 그렇게 하라고 했었다.
“음……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뭐가요?”
“굳이 이 정도 규모의 공사를 하는데 2주씩이나 걸린다는 게 말이야. 이건 좀 심한데.”
현성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얼마 전까지도 식당을 하던 자리였다. 그 얘기는 다시 말해 크게 손을 볼 곳이 없다는 의미다.
좀 낡긴 했지만 넉넉잡고 1주일 정도만 공사를 하면 바로 반찬 가게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주일 공사를 2주 동안이나 한다?
이건 아니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업자라는 사람은 아버님이랑 많이 친하신 분이야?”
“네, 그런 거 같았습니다. 아빠가 일부러 연락해서 부탁을 한 사람이니까요.”
“음……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한다는 거지.”
현성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유영석이 바로 물었다.
“형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너도 알다시피 여기 가게가 좀 낡긴 했지만 크게 수리할 곳은 없었거든. 내가 생각할 때는 아무리 늦어도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2주나 걸린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건 저도 좀 이상했어요. 굳이 뜯지 않아도 되는 천장을 다 뜯는 바람에 시간이 그렇게 확 늘어난 거 같아요.”
“네가 뜯으라고 그랬어?”
“그건 아니고 저는 잘 모르니까 알아서 해달라고 그랬지요. 그랬더니 이렇게……휴우.”
유영석은 황당하다는 듯 다 뜯긴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첫날 제가 가게로 형님을 찾아갔었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하필 형님은 또 친구분의 할머니 장례식에 가시는 바람에 연락도 못 드리고 어쩔 수 없이 상황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내가 천장은 뜯을 필요 없다고 했잖아?”
“물론 그랬죠. 그런데 그 인테리어 아저씨가 와서는 저한테 몰라서 그런 소리 한다면서 천장을 확 뜯어버리더라고요. 아빠도 가게는 처음 손볼 때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그 아저씨 편을 드는 바람에 저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영석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골치 아프네.”
“이젠 어쩔 수 없는 거죠?”
“늦었지. 더군다나 아버님까지 그 업자 편을 들었으니 말이야. 그런데 혹시 아버님께서 여기에 오셨다 가신 거야?”
“그건 아닙니다. 요즘 아빠가 취직을 하시는 바람에 여기에 오실 수 있는 시간이 없으시거든요.”
“응? 조금 전에는 아빠도 인테리어 업자 말이 많다고 편을 드셨다며?”
“그건 그 아저씨가 그냥 전화로 아빠한테 설명을 하고…….”
“잠깐만!”
현성은 손을 들어 유영석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아버님은 전화로만 설명을 듣고 그 아저씨가 하자는 대로 했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 아빠는 친하다는 이유로 그 아저씨 말만 믿더라고요. 제가 분명히 형님이 천장은 뜯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쩝.
현성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영석의 아버지가 결정한 일이다. 그 말은 제삼자인 현성으로서는 이 일에 더 이상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현성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막 7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아저씨는 몇 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거야?”
“정식으로는 8시부터요.”
“정식으로? 그 말은 무슨 말이야? 혹시 실제로는 그 시간에 시작을 안 한단 얘기야?”
“처음에 말은 8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첫날만 8시에 오더니 그다음 날부터는 9시 넘어서 오더라고요. 심지어 어제 같은 경우는 10시에 오셨더라고요.”
현성의 미간이 좁혀지는 순간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일의 진척은 곧 그 업자가 일한 시간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즉, 시간은 돈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 시간을 안 지킨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경우다.
“퇴근 시간은?”
“요즘 겨울이니까 6시면 어두워지잖아요. 그렇다 보니 6시 땡이면 퇴근하던데요.”
“출근 시간은 안 지키면서 퇴근 시간은 칼 같이 지킨다는 얘기네?”
“그런 셈이죠. 거기다 점심시간 한 시간 빼고 나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보통 8시간 겨우 될까 말까 합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10시에 오셨으니까 7시간만 일한 셈인 거죠.”
“아버님한테 말씀 드렸어?”
“네.”
“그랬더니 아버님은 뭐라고 하셔?”
“어차피 처음부터 공사기간을 2주 잡았으니 그 기간 안에만 공사를 끝마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현성으로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 늦어도 2주면 14시간이다. 14시간이면 거의 이틀 치의 시간이다.
결국 그 말은 처음부터 공사기간 자체가 잘못 계산됐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아닌 거 같은데?”
“그죠? 저도 이건 처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은 2주라는 공사기간은 처음부터 잘못 계산됐다는 얘기가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자꾸 그 업자만 믿으라고 하니 저로서는 좀 갑갑합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고 말입니다.”
“혹시 그 업자 이름 알아?”
“네, 물론이죠. 안상민 씨라고 했어요.”
“안상민이라…….”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동호 형님, 접니다.”
현성이 전화를 건 사람은 잘 알고 지내는 설비업자 김동호였다.
-어, 김 사장,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
“혹시 지금 통화 괜찮습니까?”-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사장 전환데 무조건 받아야지. 근데 무슨 일이야?
“혹시 안상민 씨라는 업자 아십니까?”
-누구? 안상민? 그 인간은 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휴우…….
김동호는 말하기 전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