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7)
회귀해서 건물주-618화(618/740)
일주일 후.
현성이 향한 곳은 유영석의 반찬 가게였다.
“형님, 어서 오세요!”
현성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영석이 반갑게 맞았다.
“그래, 준비는 잘되고 있고?”
“네, 그 인테리어 아저씨가 공사를 일정보다 하루나 일찍 끝내주시는 바람에 모든 게 수월합니다.”
“그러게 말이다. 일주일 전에만 하더라도 혹시나 일정을 못 맞출까 봐 불안했는데 천만다행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그 아저씨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사람이 그렇게 변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 말이야.”
일주일 전이었다.
안상민과 고깃집에 갔을 때였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쳤을 때 안상민한테 물었었다.
갑자기 마음이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랬더니 안상민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건 바로 현성이 말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에 자신도 이제부터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변화를 보여준 건 바로 그다음 날부터였다.
공사 현장에 정확히 아침 8시에 도착한 것이다. 첫날 빼고는 매일 한두 시간씩 늦던 사람이 그 후로는 하루도 늦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공사 일정도 하루나 빨리 앞당겼다는 것이었다.
“진짜 신기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말입니다.”
“그건 솔직히 내 생각에도 아이러니하다. 그건 그렇고 이젠 뭘 할 거야?”
“일단 사람을 뽑을 겁니다. 어차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한 시간 후에 두 사람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네, 한 사람은 40대 아주머니고 또 한 사람은 저보다 한 살 어린데 두 사람 다 몸이 불편합니다.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또 한 친구는 저처럼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은 친구입니다.”
유영석이 처음부터 했던 얘기가 반찬 가게를 하게 되면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졌을 때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분들도 취업하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그분들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일단 장애가 있다고 하면 면접조차도 볼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럴 거야, 어쨌든 네가 큰일을 했다.”
“별말씀을…….”
유영석은 멋쩍다는 듯 머리를 슬쩍 긁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 다 형님 덕분입니다. 만약 형님이 제 곁에 안 계셨다면 저는 이렇게 남들 앞에 당당하게 서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 낯간지러운 얘기는 됐고, 어차피 네가 결정한 일이니까 후회나 없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전화를 건 사람은 북카페의 유승일 사장이었다.
“네, 아저씨.”
-혹시 지금 이쪽으로 와줄 수 있겠는가?
“왜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내가 김 사장한테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30분 내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뚝.
현성이 전화를 끊자 유영석이 바로 물었다.
“지금 가셔야 하는 겁니까?”
“아무래도 가봐야 할 거 같다. 북카페 사장님이 찾으시네. 그리고 어차피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공사가 잘 마무리됐는지 확인하러 온 거니까 오픈할 때 다시 올게.”
“저는 형님이…….”
유영석이 무슨 말을 하려다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저는 오신 김에 조금 있다가 면접이라도 같이 봤으면 했거든요.”
“면접?”
“네, 제가 조금 전에 두 사람이 오기로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그냥 뽑겠지만 혹시라도 몰라서 형님이 옆에서 같이 면접을 봐주셨으면 했거든요.”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영석아, 그건 아닌 거 같다.”
“네? 왜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인데 면접을 같이 보면 안 되나요?”
“글쎄다, 그건 어디까지나 네 생각이고 면접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좀 황당하지 않겠냐?”
“왜요?”
“다른 곳도 아니고 반찬 가게, 아니, 그렇다고 내가 반찬 가게를 무시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형님도 참, 제가 그런 거에 오해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유영석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동의한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그거야 아니지. 어쨌든 면접 보는데 두 사람씩이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무슨 기업도 아니고 말이야.”
“제가 좀 너무 했나요?”
“너무 한 건 아니고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는 좀 이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너 혼자 봐도 충분할 거 같다. 그리고 어차피 큰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아닐 테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괜히 제가 주접을 떨 뻔했네요.”
“주접은 무슨…….”
현성은 유영석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앞으로 네가 같이 일할 사람들이니까 잘 만나 봐.”
“네, 알겠습니다. 그럼 면접 보고 난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응, 그래. 그럼 이따 통화하자.”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유영석의 가게를 나왔다.
***
“아저씨, 무슨 일입니까?”
유영석의 가게를 나와 북카페에 도착한 현성은 유승일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유승일이 바로 대답했다.
“뭐가 그리 급한가? 자, 일단 커피라도 한잔 하게.”
유승일은 현성 앞으로 커피를 한잔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또 일부러 전화를 주셨기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
“급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난 그저 김 사장한테 뭐 좀 건네려고 전화를 했었네.”
“그게 뭡니까?”
“일단 커피나 마저 마시고 그 얘기는 좀 있다가 하세.”
유승일은 그 말과 함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 또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승일은 커피 잔을 내려놓은 후 봉투를 하나 꺼내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받게.”
“어? 이게 웬 봉투입니까?”
“얼마 안 되지만 내 성의니까 받아주게.”
“이게 웬 돈입니까? 이 돈을 왜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저한테 용돈을 주시는 건 아닐 텐데 말입니다.”
“기부금일세.”
“네?”
현성은 기부금이란 말에 유승일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지금 기부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사실은 일주일 전부터 망설이다가 오늘에서야 결정을 했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는데 보태게.”
현성은 봉투 안을 대충 확인했다. 얼핏 봐도 20만 원은 되는 듯싶었다.
20만 원, 그 당시 20만 원이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금액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사실은 나도 금액을 어느 정도나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이 많았었네. 결론은 그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네. 내가 지금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김 사장 덕분이니까 말이야.”
유승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정도 금액은 기부해도 될 정도로 요즘은 장사도 잘되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받아주게.”
말하는 유승일의 표정에서 여유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현성은 가게 안을 쓱 둘러봤다. 역시 유승일의 말이 맞든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홀에는 얼핏 봐도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었다.
유승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역시 김 사장 말대로 카페로 바꾸기를 잘했네.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요즘은 IMF 사태로 낮에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네. 어떤 때는 자리가 부족해서 그냥 나가는 경우도 가끔 있다네.”
“아무래도 직장에 못 나가다 보니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가격을 올리면 절대 안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가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걸세.”
“네, 그럼 이 돈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전생 같으면 자신밖에 모르던 유승일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20만 원이란 돈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변화 치고는 엄청난 변화였다.
“앞으로는 매달 기부금을 내도록 하겠네.”
“네? 매달이요?”
현성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러자 유승일이 빙긋 웃으며 바로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가?”
“저는 한 번으로도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매달 내시겠다고 하니 당연히…….”
“이게 다 김 사장을 보고 배운 거네. 김 사장이 나를 도와주면서 한 말이 있잖은가?”
“제가요?”
“그래, 벌써 잊었는가? 그때 분명히 나한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기억이 난다.
사실 전생에서는 혼자 살기도 빠듯했기에 그렇게 못 살았었다. 그런 이유로 회귀하면서 생각했던 게 바로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이왕 살 거면 주변에 있는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자고 말이다.
씨익.
현성은 유승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유승일이 바로 입을 열었다.
“고맙네, 나 자신밖에 모르던 나를 이렇게 바꿔줘서 말일세.”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닌데 이렇게 동참을 해주시니 말입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네. 허허…….”
유승일은 소리 내어 웃으며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잠시 동안 웃음을 나누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유승일의 책방을 나온 현성이 5분쯤 걸었을 때였다.
“어머! 사장님!”
빵집 밖에 나와 있던 이세이가 현성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네, 책방에서 오는 길입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어떻습니까?”
“호호, 좋아요.”
“웃으시는 거 보니까 요즘도 괜찮으시군요?”
“어제는 350을 넘겼어요.”
“기록이네요?”
“네, 최고 기록을 세웠어요. 이런 식으로 간다면 사장님이 예상했던 500을 찍는 날도 올 거 같아요.”
말하는 이세이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생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전생에선 지금쯤이면 파리바게또에 치여 고사 직전이었을 텐데 말이다.
“하여튼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쭉 승승장구하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인 거 아시죠?”
“그건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사장님!”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세이가 현성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누가 뭐라 해도 사장님의 공이 가장 커요. 저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요.”
“그건 아닌데…….”
“그게 맞아요. 아, 참, 잠깐만요.”
이세이는 그 말을 끝으로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빵집에서 나온 이세이가 현성 앞으로 작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세요.”
“이게 뭡니까?”
“오늘 새로 나온 빵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이따 퇴근길에 가져다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잘됐네요. 맛보시고 내일 아침에 평가 좀 해주세요.”
“네, 그러죠.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인사를 한 현성은 비디오 가게로 향했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책방도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빵집 또한 최고의 매출을 찍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전생과는 완전히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