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19)
회귀해서 건물주-620화(620/740)
621
다음 날.
트럭에 올라탄 두 사람.
박철호가 현성을 향해 먼저 물었다.
“사장님, 어느 가게로 가장 먼저 가는 겁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박철호는 현성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냐고?”
“네? 그게 무슨……?”
“우리가 지금 움직이는 목적이 뭐야?”
“그거야 제가 앞으로 운영할 가게를 얻기 위해서…….”
“그런데?”
“네?”
박철호는 여전히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조금 전과 같이 다시 물었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사장님께서 왜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가 뭐를 잘못한 겁니까?”
박철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 말은 결국 그는 지금 현성이 왜 이러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런 그가 다시 박철호의 이름을 불렀다.
“철호야.”
“네, 사장님.”
“너는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거지?”
“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박철호의 모습은 조금 전과 똑같았다. 역시 그는 뭐가 문제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 좋다. 네가 모른다고 하니 내가 알려줄 수밖에 없겠구나. 그럼 일단 다시 묻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가 뭐라고 그랬지?”
“그거야 앞으로 제가 운영할…… 어? 잠깐만요.”
박철호가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의 말을 끊으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은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사장님, 이제야 대충 알 거 같습니다.”
“뭘 알겠다는 거야?”
“조금 전부터 사장님께서 왜 저한테 자꾸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이제 알겠어?”
“네, 다른 사람의 일도 아니고 제 자신의 일인데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말을 했다는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씨익.
현성은 박철호의 말이 끝나자 조금 전과는 달리 미소를 지었다.
사실 처음부터 인상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차에 올라타자마자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말을 하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말해 봐. 어느 가게로 가장 먼저 가야 하는지.”
“잠깐만요.”
박철호는 급하게 생활 정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아직 체크도 안 했던 거야?”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는 사장님만 믿고 있었습니다.”
박철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급하게 생활 정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그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철호야!”
“네, 사장님.”
“내가 왜 이러는지 알지?”
“네, 물론입니다. 이게 다 저를 위해서 그러신다는 거 압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 자신의 가게를 구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만큼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말씀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거야, 남의 가게가 아니고 너의 가게니까 네가 주인이라는 거야. 난 그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고.”
다른 사람의 가게도 아니고 박철호 본인의 가게다. 그러기에 그가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게 하는 게 현성의 목적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제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정상이야. 네 가겐데 당연히 네가 챙겨야지. 그래야 나중에라도 보람이 있을 것이고 어떤 후회도 없을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게 다 저를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그 역할을 해봐.”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철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생활 정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정보지를 열심히 뒤지던 박철호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님, 가장 먼저 부개동으로 가시죠.”
“부개동?”
“네, 이곳이 일단 제가 생각했던 조건과 가장 가깝습니다.”
“몇 평이야?”
“25평입니다.”
“가격은?”
“보증금이 2천이고 시설비와 물건값이 천오백, 거기다 권리금 2천까지 포함해서 토털 5천5백입니다.”
현성은 정보지를 건네받아 박철호가 말한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내용을 확인한 현성은 박철호를 향해 바로 물었다.
“권리금이 뭔지는 알지?”
“들어는 봤는데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니 그게 쉽지는 않네요. 죄송하지만 권리금이란 말이 확실히 뭔지 대충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헤헤…….”
박철호는 무안한 듯 머리를 슬쩍 긁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슬쩍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복잡할 거 없어. 권리금이란…….”
현성은 권리금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박철호는 무슨 강의라도 듣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는 집중해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권리금은 건물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네요?”
“그렇지, 이건 세입자 간에 거래되는 영업 권리금이니까 말이야. 물론 바닥 권리금이 있을 경우는 다르고.”
“바닥 권리금은 또 뭡니까?”
“말 그대로 바닥에 붙은 권리금이야. 즉, 입지가 좋아서 붙는 권리금이지, 이건 보통 상가 주인이 세입자한테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는 많이 드물어.”
“그럼 여기 같은 경우는 바닥 권리금은 없고 영업 권리금만 있는 거죠?”
“그렇지, 바닥 권리금이 있다면 별도로 언급을 했을 텐데 그런 내용이 없다는 건 그게 없다는 얘기지. 그리고 비디오 가게에서 바닥 권리금이 붙은 경우는 나도 지금까지 못 봤고.”
박철호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권리금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아?”
“솔직히 모릅니다. 제가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잘 들어, 권리금 계산은…….”
현성은 이번엔 또 권리금 계산법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번에도 박철호는 정신을 집중해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일 년 동안의 순수입을 말하는 거군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
“그렇다면 이 집 같은 경우는 권리금이 2천이니까 일 년 동안 순수입이 2천이라는 얘기네요?”
“그런 셈이지.”
잠깐 생각을 하던 박철호가 다시 물었다.
“그럼 한 달에 매출이 어느 정도나 된다는 얘긴가요?”
“계산해 봐, 그럼 바로 나오잖아?”
“음…… 어떻게요?”
“일 년에 순수입이 2천이라고 했으니까 수익률을 40%로 계산하게 되면 일 년 총매출은 5천이라는 금액이 나오는 건 알겠지?”
“잠깐만요…….”
박철호는 다시 계산이라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신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근데 수익률 40%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보통 비디오 가게에 적용되는 수익률이야. 100만 원 팔았을 때 40만 원 남는다는 얘기지. 물론 가게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그 정도는 나와야 정상인 거지.”
“그럼 그 수익률은 아무래도 월세가 많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다 보니 월세에 따라 그 수익률이 다를 수밖에 없을 거야. 내 건물이면 최고 유리한 거고 말이야.”
박철호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수입이 2천이라고 했으니까 거기에 수익률 40%로 나누면 일 년 매출인 5천이 나온다는 거죠?”
“응, 그래. 그럼 이제 그걸 12개월로 나누면 평균 월 매출이 나오는 거야.”
“음…… 그러면 보통 한 달에 417만 원이 나오네요. 이걸 다시 30일로 나누면 평균 일 매출이 나오겠네요?”
“그렇지.”
“와, 신기하네요. 권리금 하나로 평균 일 매출을 알 수 있다는 게 말입니다.”
박철호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신뢰야.”
“신뢰요?”
“그래, 그 주인이 얼마나 정직하게 권리금을 계산했는지 그게 중요해.”
“그 말씀은 혹시 권리금을 거짓으로 얘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내 생각엔 거의 99%가 그렇다고 봐. 아무래도 조금씩 뻥튀기를 했을 거야.”
“설마요!”
박철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 말은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
“글쎄요, 물론 거짓말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렇다고 99%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피식.
현성은 박철호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다시 물었다.
“제가 너무 순진한 건가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직접 겪어봐야 아는 거지. 자, 그만하면 대충 공부는 끝났으니 실전으로 가자.”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차 시동을 걸었다. 그리곤 주차장을 빠져나와 부개동으로 향했다.
5분쯤 지났을까.
박철호가 현성을 향해 물었다.
“사장님, 만약에 말입니다. 가게 주인이 일 매출도 속일 수 있는 겁니까?”
“네 생각에는 어때?”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 같기는 합니다만…….”
“만? 끝에 만자는 왜 붙은 거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제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할까 싶어서 말입니다.”
피식.
현성은 이번에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는 듯 박철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역시 사장님은 사람을 안 믿으시는군요?”
“난들 왜 믿고 싶지 않겠냐?”
“그 말씀은?”
“세상이 그렇다는 거야. 물론 100%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거든. 선량하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만 바보 되니까 그런 거지.”
“하긴…….”
박철호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엔 씁쓸함이 잔뜩 묻어났다.
20분 후.
[비디오 나라]어느 상가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간판을 바라봤다.
“여기 맞지?”
“네, 맞습니다.”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죄송하지만 사장님께서 대신…….”
박철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현성은 이미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까 뭐라고 그랬어?”
“제 가게니까 제가…….”
“그래, 내가 뒤에서 딱 버티고 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궁금한 거 다 알아보고 확인할 거 확인하면 돼. 특히 매출은 근래 것만 보지 말고 2, 3년 전거까지 확인하고 말이야.”
“네? 2, 3년 전거까지 확인을 하란 말씀입니까?”
박철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 이유를 모르겠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만약에 너라면 매출을 속이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어?”
“그거야 매일매일 매출을 거짓으로 작성하겠죠.”
“얼마 동안이나?”
“음…… 3개월?, 아니, 1년? 잠깐만요.”
박철호는 말을 하다 말고 뭔가 생각난 듯 잠깐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많이 잡아도 1년 정도는 거짓으로 매출을 작성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 거란 말씀인 거죠?”
“그렇지, 그래서 2, 3년 전의 매출이 필요하다는 거야. 사람이 보통 2, 3년 전부터 작정을 하고 매출을 속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하긴 그렇겠네요. 그런데 만약 2, 3년 전의 매출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보나 마나 뻔한 거지.”
“뻔하다고요?”
“그래, 일부러 다 날린 거지 뭐. 그 자료가 있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당연한 얘기다. 2, 3년 전의 자료가 없다는 얘기는 그 전의 자료가 있으면 거래를 함에 있어 지장이 있으니 일부러 날렸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권리금을 깎아야지. 지금의 권리금은 어차피 뻥튀기된 금액일 테니까 말이야.”
“쉽지 않겠네요?”
“너 연애해봤어?”
“네? 갑자기 여기서 연애 얘기가 왜 나와요?”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연애할 때만 밀당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기서도 밀당이 필요하거든.”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자.”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트럭에서 내려 비디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