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20)
회귀해서 건물주-621화(62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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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현성과 박철호가 비디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으로만 봐서는 아마도 현성과 박철호 두 사람을 그냥 비디오를 빌리러 온 손님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박철호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먼저 얘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현성의 눈짓을 받은 박철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비디오 가게 주인을 향해 말했다.
“생활 정보지 보고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주인은 그제야 두 사람을 대하는 눈빛이 조금 전과 달라지는 듯했다. 그런 그가 바로 입을 열었다.
“혹시 커피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주시면 감사하죠.”
박철호가 여유롭게 대답하며 주위를 쓱 둘러봤다. 그런 그의 표정이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갑자기 어두워졌다.
표정이 안 좋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한 주인이 바로 입을 열었다.
“가게가 좀 지저분하죠?”
“아, 아닙니다.”
아무리 지저분하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대답을 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박철호였다.
하지만 비디오 가게 주인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원래는 집사람이 운영하던 가겐데 요즘 집사람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정리를 못 해서 그렇습니다.”
“아, 네…….”
박철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주인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어느 분이 가게를 하실 건지요?”
“제가 할 겁니다. 이 분은 저의 사장님이시고요.”
“아, 그렇습니까? 꽤 젊어 보이시는데 일찍 시작하시는군요?”
“사장님 가게에서 일을 하다 보니 괜찮은 업종인 거 같아서 저도 제 가게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나섰습니다.”
박철호의 답변이 끝나자 비디오 가게 주인의 시선이 현성한테로 옮겨졌다. 그리곤 현성을 향해 바로 물었다.
“혹시 어디서 가게를 하시는지요?”
“부평입니다.”
“장사가 잘되셨나 봅니다. 직원분이 가게를 하겠다고 하는 거 보니 말입니다.”
그때였다.
현성이 답변을 하기도 전에 박철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시네마 천국 모르세요?”
“부평의 시네마 천국이요?”
“네, 그 가게가 바로 우리 사장님께서 운영하는 가겝니다. 한때는 한 달에 2억까지도 매출을 올렸던 가게죠.”
“2억이요? ……잠깐만요.”
비디오 가게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혹시 성함이 김현성 씨?”
“네, 맞습니다. 우리 사장님 성함이 바로 김현성입니다. 어? 그런데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부평구에서 비디오 가게 하면서 그 이름 모르면 간첩이죠. 다른 곳도 아니고 영화마음을 폐업시킨 장본인인데 말입니다.”
비디오 가게 주인은 그 말을 끝마치며 바로 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거 전설 같은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손이나 한번 잡아 봅시다.”
“네? 아, 네.”
현성은 얼떨결에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비디오 가게 주인이 바로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비디오 가게에서 2억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겁니까?”
이번에도 현성보다 먼저 입을 연 건 박철호였다.
“그걸 어떻게 이 자리에서 일일이 다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그때는 진짜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우리 월급도 한 달에 천만 원씩 받았으니까요.”
“천만 원이요?”
“네, 그때 사장님께서 우리 직원들한테도 한 달에 천만 원씩 주셨거든요.”
“허허…….”
비디오 가게 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박철호가 자랑하듯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직원으로 일하면서 천만 원씩 월급을 받은 사람은 전국에서 저희들밖에 없을 겁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그 얘기를 직접 들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세상에 어느 사장이 아무리 매출이 많다고 해도 직원들한테 천만 원씩이나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우리 사장님께서는 직접 하셨다는 거 아닙니까.”
“허허, 이거야 원 참…….”
비디오 가게 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간 우리 사장님은…….”
“흠흠!”
현성은 헛기침으로 박철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의미였다.
다행히도 현성의 의도를 알아챈 박철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 그렇지요. 우리의 목적은 지금 따로 있으니까 말입니다. 가격은 이미 정보지에서 보셨으니 아실 테고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는 겁니까?”
“제가 컴퓨터 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물론이죠. 아무래도 매출을 확인해야 할 테니. 자, 이쪽으로 오셔서 확인하세요.”
비디오 가게 주인은 자신 있다는 듯 당당하게 카운터 자리를 박철호한테 양보했다. 그러자 박철호는 바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박철호가 컴퓨터를 확인하는 동안 현성은 비디오 가게 안을 돌며 비디오를 살피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컴퓨터를 확인하던 박철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디오 가게 주인을 향해 물었다.
“자료가 약간 이상합니다.”
“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6개월 전부터 자료가 없습니다.”
“아, 그거요. 6개월 전에 컴퓨터가 다 날아가는 바람에 다시 깔았습니다. 그래서 그 전의 자료가 없는 겁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비디오 가게 주인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러자 박철호가 다시 물었다.
“혹시 무슨 이유로 컴퓨터 자료가 다 날아갔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갑자기 바이러스가 걸렸는지 잘되던 컴퓨터가 갑자기 먹통이 된 겁니다. 그래서 바로 비디오 프로그램 업체를 불렀는데 자료가 다 날아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다시 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지금도 머리가 터질 거 같습니다.”
비디오 가게 주인은 조금 전과 같이 자신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그만큼 그때의 기억이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건 당연할 것이다.
그냥 일반적으로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면 그냥 다시 초기화 상태로 하드를 다시 깔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디오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프로그램 내에 있는 자료다.
가장 중요한 게 고객 자료, 그다음이 비디오 목록이다. 이 두 자료가 살아있으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비디오 가게 주인은 이 자료들이 다 날아갔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거의 매출 같은 정보는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비디오를 살피던 현성이 다가와 비디오 가게 주인을 보며 물었다.
“혹시 사모님은 언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까?”
“한 달 조금 안 됐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그럼 6개월 전에는 당연히 사모님이 가게를 보셨겠네요?”
“그거야 물론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는 그렇게 말씀을 하지 않으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네? 제가요?”
비디오 가게 주인은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거 같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얘기는 사장님이 직접 겪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직접 겪지 않으셨다면 그렇게 표현을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어? 그게…….”
비디오 가게 주인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굳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실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비디오 가게 주인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거 사람이 우습게 되었군요. 원래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됐네요.”
“무슨 이유라도…….”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그냥 정리하는 걸 원래 잘 못하는 성격이라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지저분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두 분이 들어오자마자 인상을 쓰시기에 핑계를 댄다는 게 그만…….”
비디오 가게 주인은 미안하다는 듯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프로그램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조금 전에 얘기했던 그대로입니다. 6개월 전에 컴퓨터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서…… 그건 거짓말 아닙니다.”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컴퓨터 안에 있는 사장님의 매출을 믿을 수가 없는데 어떡하죠?”
“결국 저를 못 믿겠다는 거군요? 조금 전에 거짓말을 한 것 때문에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맞는 얘기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사람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다른 것도 아니고 권리금과 직결되는 과거의 매출 자료가 없으니 말이다.
“흠…….”
비디오 가게 주인은 갑갑하다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비디오 가게 주인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저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지금으로선…….”
현성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도 믿음이 생길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비디오 가게 주인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제가 신뢰를 먼저 깼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대가로 2백 정도는 권리금에서 빼드릴 수 있습니다.”
“2백이요?”
“네, 제가 실수를 했으니 그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제 실수의 대가는 톡톡히 치른 거 같습니다만…….”
처음부터 이 사람이 요구했던 권리금은 2천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권리금을 요구한 대로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2, 3백은 어느 정도 유동성이 있는 금액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지금 자신이 알아서 실수의 대가로 2백을 빼주겠다는 것이고.
그런데 문제는 그 2백은 처음부터 이미 흥정이 가능했던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금액을 자신의 실수라면서 빼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크게 인심이라도 쓰는 듯 말이다.
말장난.
이건 이 사람의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부터 어차피 조정이 가능했던 금액을 자신이 손해 보는 것처럼 포장해서 상대를 속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비디오 가게 주인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 웃음은 무슨 의미입니까?”
“그러게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요.”
“네?”
비디오 가게 주인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지금 현성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는 걸 말이다.
“왜요? 제 말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솔직히 상식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시기에 말입니다.”
“네? 제가요?”
황당하다는 듯 비디오 가게 주인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제가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혹시 처음부터 권리금 2천을 다 받으실 생각이셨습니까?”
“그거야 상황에 따라서…….”
“그렇죠? 상황에 따라서 2, 3백은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던 거죠? 그게 거래에서 흥정이란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 금액을 마치 실수에 대한 대가로 손해를 보시는 것처럼 말씀을 하셨던 거고요, 맞죠?”
“…….”
할 말이 없는 비디오 가게 주인이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조금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 이상해지기 때문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흠흠…….”
비디오 가게 주인은 할 말이 없는지 헛기침만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되면 사장님은 저희를 세 번 속인 셈입니다. 처음엔 사모님이 가게를 운영했다고 했었고, 두 번째는 6개월 전에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는 것도 과거의 정보를 삭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마지막으로 실수의 대가라고 한 말도 거짓이었던 겁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바보들만 사는 세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그게 아니고…….”
“이미 모든 게 늦은 거 같습니다. 저희들로서는 더 이상 사장님의 말씀에 신뢰가 안 가니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여기까지만…….”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카운터에 있는 박철호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여기서 나가자는 의미였다.
그러자 박철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현성의 뒤를 따랐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의 등 뒤에서 비디오 가게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5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