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21)
회귀해서 건물주-622화(62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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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가게를 나온 현성은 트럭이 주차돼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박철호가 다급한 목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어, 왜?”
“왜 그냥 나오시는 겁니까?”
“그냥 안 나오면?”
현성은 발걸음을 멈춘 후 말했다. 그러자 박철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그 사장이 분명히 5백을 더 빼준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그냥 나온 겁니까? 제 생각에는 좀 더 얘기를 해도…….”
“철호야.”
현성은 박철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가게를 그냥 포기했다고 생각해?”
“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그건 네가 착각한 거야.”
“착각이요? 그 말씀은 사장님께선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얘깁니까?”
박철호는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난 여기 완전히 포기한 거 아니야.”
“그게 정말입니까? 저는 사장님께서 5백을 더 빼준다고 하는 데도 특별한 말씀 없이 그냥 나가자고 하시기에 여기는 완전히 포기하신 줄 알았습니다.”
“그건 일부러 그랬던 거야. 어차피 한 번에 결정할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 말씀은 다음번에 다시 오시겠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일이백 짜리도 아니고 몇천만 원짜리 가게를 계약하는 건데 한 번만 보고 결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기본이다. 최소한 4, 5천만 원짜리 가게를 계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계약을 하면서 한 번만 보고 결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성은 그런 이유에서 조금 전 비디오 가게를 그냥 나왔던 것이다.
“아, 그런 거였군요? 제가 이런 건 처음이라 몰랐습니다. 역시 사장님께 오늘 또 한 수 배웁니다.”
박철호는 그제야 현성이 왜 그냥 나왔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트럭에 올라탄 두 사람.
박철호가 먼저 현성을 향해 물었다.
“사장님께서는 혹시 이 가게 매출은 안 궁금하십니까?”
“당연히 궁금하지.”
“어? 그런데 왜 매출에 관해서는 하나도 저한테 묻지 않는 겁니까? 제가 조금 전에 비록 6개월 자료지만 매출을 확인했는데 말입니다.”
“어차피 네가 조금 전에 본 그 매출은 가짜니까.”
“가짜요?”
박철호가 시선을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래, 어차피 그 자료는 처음부터 조작된 거니까 볼 가치가 없는 거야. 너도 확인했잖아? 6개월 전 자료는 하나도 없는 거.”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매출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거라도 참고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지, 어차피 가짜로 만든 매출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그걸 참고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다른 방법이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게 있습니까?”
박철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아마도 그로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매출을 대신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있지.”
“있다고요? 그게 도대체 뭡니까?”
박철호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권리금의 적정성을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매출 자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매출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 매출 자료를 대신할 다른 게 있다고 하니 박철호로서는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비디오.”
“비디오요?”
“그래, 컴퓨터에 있는 매출 자료는 거짓으로 속일 수 있겠지만 구매한 비디오는 속일 수가 없거든. 무슨 말인지 알지?”
“아,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으로는 매출이야 거짓으로 작성할 수 있겠지만 돈 주고 산 비디오만큼은 속일 수가 없다는 거죠? 어차피 비디오는 그대로 가게 안에 남아 있으니까 말입니다.”
당연한 얘기다.
매출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매한 비디오는 다르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구매한 비디오는 고스란히 가게에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박철호가 다시 물었다.
“아, 그래서 조금 전에 사장님께서는 진열장에 있는 비디오를 유심히 살폈던 거군요?”
“그래, 어차피 컴퓨터의 매출은 못 믿어도 진열장에 있는 비디오는 믿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으로는 그 구매한 비디오 양으로 그 가게를 평가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 바로 그거야. 비디오를 어느 정도 구매했는지에 따라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을 할 수가 있거든.”
보통 비디오 구매비는 매출에 비례한다.
그건 당연한 얘기다. 비디오 구매비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것이고, 장사가 잘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매출도 높다는 얘기일 테니 말이다.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역시 사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는지 말입니다.”
“그거야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거니까 놀랄 필요까지는 없는 거고.”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장사하면서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하긴 저와 사장님과는 차원이 다르니…….”
“쓸데없는 소리.”
현성이 박철호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다시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구매비는 어느 정도나 나왔습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대충 계산해 보니까 한 달에 100만 원에서 110만 원정도로 나와.”
“그럼 한 달 매출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음…… 일반적으로 매출의 30% 정도를 구매비로 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330만 원에서 360만 원정도 나와.”
“그거밖에 안 나옵니까? 그럼 도대체 매출을 얼마나 속였다는 겁니까?”
박철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권리금 2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한 달 매출이 대략 416만 원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대충 계산해도 한 달에 85만 원 이상은 매출을 속였다는 얘기지. 그걸 일 년으로 계산하면 천만 원이 넘는 거고, 그걸 다시 권리금으로 계산하면 대충 4백에서 5백 정도 더 계산을 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
“아, 그래서 조금 전에 비디오 사장이 마지막에 5백을 빼주겠다고 한 거군요?”
“그런 셈이지.”
“저는 그것도 모르고 조금 전에 5백을 빼준다고 하기에 혹했었는데 그게 결국은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박철호는 억울하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세상은 그래서 모르면 당하는 거야.”
“그런 거 같습니다. 역시 세상이 무섭군요.”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야.”
“네? 끝이 아니면 뭐가 또 있습니까?”
박철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다시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비디오.”
“비디오요? 그 말씀은 비디오에도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비디오 구색이 너무 안 좋아. 그 정도 구색이면 지금의 가격에서 최소한 2백만 원 정도는 빠져야 돼. 특히 드라마와 중국 영화, 게다가 어린이 프로에서도 구색이 너무 빠져.”
“다음에 얘기할 때는 그 부분도 언급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지, 권리금에서 5백, 비디오에서 2백 정도만 빼면 그게 정상 가격일 거야.”
박철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상권은 어떻습니까?”
“글쎄다, 내가 이곳을 잘 모르니 확실한 건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 길이 부개역으로 연결된다는 거야.”
“그죠? 저도 그렇지 않아 그게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역을 끼고 있으면 그만큼 유리할 테니까 말입니다.”
맞는 얘기다. 일반 주택가와 다르게 역을 끼고 있으면 장사하는 데 있어 그만큼 유리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역으로 다니는 사람이 그만큼 많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왜요? 무슨 문제가 또 있습니까?”
“이런 자리에서 왜 매출이 그 정도밖에 안 나왔는지 그게 궁금해서 말이야. 이 정도 상권이면 보통 일매 30만 원은 기본적으로 나오는 자리거든.”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이런 자리에서 겨우 10만 원 조금 더 넘었으니 말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음…… 글쎄.”
현성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혹시 말이야, 이 근처에 비디오 가게가 여기 말고 더 있는 건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비디오 가게가 여기 말고 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니까 말입니다.”
부르릉!
현성은 바로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바로 물었다.
“어디로 가시려고요?”
“이 근처를 한번 돌아보려고. 아무래도 이런 자리에서 매출이 그거밖에 안 나온다는 건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맞습니다, 자리로만 봐서는 상권이 이렇게 좋은데…….”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두 사람의 눈에는 다른 비디오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박철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다른 비디오 가게는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아무리 찾아도 비디오 가게가 안 보이네.”
“이 정도로 찾아도 없으면 주위에는 비디오 가게가 없다는 결론밖에 안 나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물어보자.”
현성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길옆에 트럭을 세웠다. 그곳은 마침 슈퍼 앞이었다.
차에서 내린 현성은 바로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음료수 두 개를 고른 현성은 카운터로 다가가 음료수를 계산하며 물었다.
“사장님, 혹시 이 동네에 비디오 가게가 어디 있습니까?”
“이쪽으로 쭉 내려가면 ‘비디오 나라’라고 하나 있을 겁니다.”
“그거 하나밖에 없나요?”
“네, 이 동네에는 그거 하나밖에 없어요. 작년엔 저쪽 위에도 하나 있었는데 폐업하고 이제 남은 건 그 비디오 가게가 하나가 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비디오 가게 평판이 안 좋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로 물었다.
“평판이 안 좋다고요?”
“네, 혼자 남아서 그런지 문도 아무 때나 열고 문을 닫는 것도 자기 맘이에요. 거기다 불친절하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여기서 좀 멀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즘 가게를 내놓았다는 얘기도 들리고……,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이 동네에 그거 하나밖에 없어서 잘만 운영하면 괜찮을 텐데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현성은 바로 트럭에 올라탔다. 그러자 박철호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물었다.
“뭐랍니까?”
“이 동네에는 그 비디오 가게 하나밖에 없대.”
“하긴 그러니까 지금까지 찾아도 없지요.”
박철호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이제 알았어.”
“네? 뭐를 말입니까?”
“그 비디오 가게가 왜 장사가 안 되는지 말이야.”
“역시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그래, 그 이유가 뭐랍니까?”
“그게 말이야…….”
현성은 조금 전에 슈퍼 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철호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작년까지는 비디오 가게가 하나 더 있었다는 거죠?”
“그래, 근데 그 가게가 폐업하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된 거고.”
“그렇다 보니 가게 문도 자기 마음대로 열고 닫은 거고 말이죠?”
“그래, 거기다 불친절하기까지 하니까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간 거지.”
“아, 그랬던 거군요.”
박철호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성은 박철호와는 다르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바로 물었다.
“근데 사장님 표정은 왜 그렇습니까? 이젠 모든 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뭐가 이해가 안 간단 말씀입니까?”
“말이 안 되잖아. 경쟁 샵이 없어졌으면 더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거 아냐?”
“그거야 그렇죠.”
박철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반대로 행동을 했을까? 가게 문도 자기 마음대로 열었다가 닫고 말이야. 상식적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생각해 보니 또 그렇네요. 거기다 불친절하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는 걸까요?”
“글쎄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말이 없기는 박철호도 마찬가지였다.
몇 분이 지났을까.
먼저 침묵을 깬 건 현성이었다.
“이건 도저히 모르겠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맞습니다. 저도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상식 밖의 행동을 했는지 말입니다.”
“글쎄 말이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선 무시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거 같다. 어차피 그 이유가 우리한테 중요한 건 아닐 테니 말이야.”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 중요한 건 그 자리가 괜찮다는 거야.”
“그럼 이제 계약하러 가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내가 아까도 얘기했잖아, 계약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이야.”
박철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는 두 번째 가게로 가볼까요?”
“그래, 그러자. 이번엔 어디야?”
“일신동입니다. 거기는 아파트 앞입니다.”
“아파트 상권이라는 얘기네. 자, 그럼 일신동으로 출발한다.”
부르릉!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은 일신동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