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27)
회귀해서 건물주-628화(62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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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후.
개복이 아닌 복강경으로 수술을 했기에 윤지수는 3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병실을 나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이 조수석 문을 열며 윤지수한테 말했다.
“조심해서 타요.”
“현성 씨, 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윤지수의 표정에서는 여유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수술 경과가 좋다는 의미였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개복이 아닌 복강경으로 수술을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개복을 했다면 3일 만에 퇴원한다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최소한 열흘 정도는 입원을 해야 하니 말이다.
현성은 윤지수가 조수석에 안전하게 탄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닫은 다음 얼른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곤 바로 윤지수의 안전벨트부터 챙겼다.
“지수 씨, 벨트부터…….”
“아, 내 정신 좀 봐.”
윤지수가 안전벨트를 잡아당기자 현성이 바로 벨트를 이어받아 마무리했다. 그러자 윤지수가 빙긋 웃으며 현성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현성 씨.”
“별말씀을!”
현성은 기분 좋다는 듯 활짝 웃으며 바로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무척 좋아 보여요?”
“당연하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자기가 퇴원하는데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또 그러시네.”
“왜요? 지수 씨는 자기라는 말이 싫어요?”
“아, 몰라요.”
윤지수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미소를 짓더니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야!”
“그만 해요.”
“자~ 기~ 야~~~!”
현성은 일부러 장난이라도 치듯 더 큰 목소리로 윤지수를 불렀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부를 수 있는 건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많이 가까워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놀리니까 재밌죠?”
“제가 놀리는 거 같아요?”
“그럼 그게 놀리는 게 아니고 뭐예요? 저는 아직 그런 소리 들으면 이상하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네? 뭐를요?”
윤지수는 현성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고개를 운전석 쪽으로 돌렸다. 질문의 내용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지수 씨도 어느 순간부터 자기란 말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거 말입니다. 처음엔 말도 못 하게 했거든요.”
“그거야…….”
윤지수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그런 격이었다. 처음엔 현성이 ‘자기’란 말을 하기만 해도 온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적응이 안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적응을 했는지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제 말이 맞죠? 지수 씨가 생각해도 확실히 본인의 변화를 느끼겠죠?”
“흥, 몰라요.”
윤지수는 고개를 창가 쪽으로 홱 돌리고 말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집으로 출발합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가속페달을 바로 밟았다. 그러자 지프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힘차게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주차장을 빠져나온 지프가 병원 정문을 막 벗어날 때였다.
윤지수가 갑자기 현성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현성 씨!”
“네? 아, 네…….”
현성은 윤지수가 갑자기 진중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기에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정말 고마워요. 이번에 현성 씨 덕분에 큰 고비를 넘겼어요.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요?”
“진짜 고마운 거 맞죠?”
“그럼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 표현을 잘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많이 고마워하는데요.”
“그럼 하나만 약속해요.”
“네? 뭐를요?”
윤지수는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지수 씨 몸부터 챙기겠다고 말입니다. 이번처럼 말도 안 되는 근무시간 같은 거 따지지 말고요.”
“그건 제 입장에서는…….”
“그만!”
현성은 바로 윤지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그렇게 혼나고도 또 고집을 부리겠다는 겁니까?”
“…… 네, 알았어요.”
윤지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말처럼 이번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약속한 겁니다.”
“네, 알았어요.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그럼 됐어요. 저는 그 말 한마디면 됩니다. 더 이상 바라는 거 없습니다.”
“…….”
윤지수는 말 대신 현성을 바라봤다.
나이로 따지자면 한참 어린 동생이다. 그런데 행동하는 걸 보면 가끔 동생이 아니라 오빠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번 엄마의 일을 해결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 사람은…….
윤지수의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십니까?”
“신기해서요.”
“네? 뭐가요?”
“그런 게 있어요.”
윤지수는 대답 대신 빙긋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 묘한 느낌을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현성이 오른손을 조수석 쪽으로 쭉 내밀었다.
“손 좀 잡아주실래요?”
“네?”
“어서요.”
잠깐 망설이던 윤지수는 고개를 살짝 창가 쪽으로 돌린 후 왼손을 뻗어 현성의 손을 간신히 잡았다. 그리곤 부끄러운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렇게라도 현성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아직은 이런 상황에서 그를 정면으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윤지수는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 현성 씨, 밖에 눈 와요.”
“그러게요, 하늘에서도 지수 씨 퇴원을 축하해주나 봅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윤지수를 슬쩍 바라본 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줬다. 그러자 윤지수는 다시 또 부끄러운 듯 시선을 창밖으로 얼른 돌렸다.
그렇게 두 사람이 탄 지프는 눈이 내리는 길을 힘차게 달려 나갔다.
30분 후.
윤지수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좀 쉬고 있어요. 제가 비디오 가게에 갔다가 저녁밥 시간에 맞춰 다시 올 테니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의사 선생님 얘기 못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수술은 수술이니까 당분간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행여나 당분간은 아무것도 할 생각 하지 말아요. 제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요.”
“진짜 괜찮은데…….”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세요. 자꾸 고집부리지 말고, 자꾸 그러면 저 아예 여기서 그냥 지수 씨와 함께 살 겁니다. 그걸 원하신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어떡하실래요?”
현성은 윤지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지수가 현성을 잠깐 흘겨보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무슨 깡패도 아니고…….”
“네? 깡패요?”
“저한테 지금 협박했잖아요?”
“협박이요? 그게 무슨 협박입니까? 그리고 벌써 잊었습니까?”
“뭘 잊어요?”
“제가 지금 비록 임시지만 지수 씨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윤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있어요. 전 이만 갈게요.”
“알았어요. 빨리 가게 가 봐요. 3일 동안이나 가게를 비웠으니…….”
“혹시 뭐 잊은 거 없어요?”
“네? 뭐를요?”
윤지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후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바로 그때였다.
쪽!
현성이 고개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이건 반칙…….”
윤지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현성의 입술이 다시 자신의 입술을 덮쳐왔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성이 집에서 나가고 혼자 남은 윤지수.
피식.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손은 어느새 자신의 입술을 만지고 있었다. 아직도 조금 전 여운이 남아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윤지수는 바로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접니다, 지수 씨.
전화를 건 사람은 조금 전 집을 나간 현성이었다.
“왜요? 뭐 잊은 거 있어요?”
-사랑합니다.
“네?”
-사랑한다고요, 조금 전에 그 말을 잊고 나온 거 같아서 다시 전화했어요.
“…….”
윤지수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냥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핸드폰 너머에서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였다.
-고마워요, 이렇게 제 앞에 다시 나타나 줘서 말입니다.
“네? 다시요?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있어요. 자, 그럼 이따 다시 봐요.
뚝.
전화가 끊기자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번에도 그런 소리를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소리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식목일이었다. 이사를 하던 날 비디오 영업을 한다면서 음료수를 사들고 왔었다.
그게 처음 만남인데 도대체 언제 또 만났단 말인가.
윤지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말하는 ‘다시’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윤지수는 당연히 현성일 것이라 생각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번엔 또 뭐예요?”
-무슨 소리야?
“어? 엄마?”
전화를 건 사람은 현성이 아니라 강릉에 있는 엄마 안영순이었다.
-그래, 나다. 근데 조금 전 그건 무슨 소리야? 혹시 기다리던 전화라도 있었던 게냐?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나저나 별일 없으신 거죠?”
-나야 별일 있을 게 없지. 근데 지금 어디야?
“집이에요.”
-집? 이 시간이면 백화점에 있을 시간 아니야? 근데 어떻게…….
“아아, 그럴 일이 있었어요. 사실은 저 수술받았어요. 그렇다고 큰 수술은 아니고…….”
윤지수는 어머니 안영순한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설명했다. 사실은 일부러 연락을 안 했었다. 연락을 하면 아무래도 신경을 쓰실 거 같았기 때문이다.
윤지수의 설명이 끝나자 안영순이 바로 물었다.
-이것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연락을 했었어야지.
“괜히 걱정하실까 봐 일부러 안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 나아서 집에 왔으니까 아무 걱정 안 해도 돼요.”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면서?
“겨우 3일인데요 뭐. 그리고 친구가 같이 있으면서 많이 도와줘서 아무 문제없었어요.”
윤지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솔직하게 현성과 3일 동안 같이 있었다고 하면 그다음 질문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 친구 누구?
“엄마는 얘기해도 몰라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뭐 좀 하나 확인하려고.
“뭔데요?”
-지난번에 강릉에 왔던 그 남자와는 무슨 사이야?
“사이는 무슨 사이요? 그때 얘기했잖아요. 동네 비디오 가게 사장님인데 제가 급하다고 하니까 같이 내려갔던 거라고요.”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그거야 엄마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이미 사실대로 다 얘기했으니까.”
윤지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설명을 하지 않으면 달리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았다, 그럼 그 남자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거지?
“네, 그냥 동네 비디오 가게 사장님이라니까요.”
-혹시라도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네, 알았어요.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선자리가 들어왔다.
“네? 선자리요?”
‘선자리’라는 말에 윤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만큼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라는 얘기다.
-그래, 그러니까 시간 좀 내라.
“싫어요, 저 시집 안 간다고 했잖아요.”
-시집을 가든 말든 일단 만나 봐. 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더라. 인물도 좋고…….
“엄마!”
윤지수는 바로 안영순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분명히 얘기하는데 저 시집 안 가요. 그러니까 괜히 헛수고하지 마세요.”
-누구 죽는 꼴을 보려고 그래? 네 나이가 몇 인 지나 알아? 내후년이면 마흔이야 마흔! 여자 나이 마흔이면…….
“엄마 그만해요. 이만 전화 끊어요.”
뚝.
윤지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띠리릭…….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윤지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받았다.
“엄마, 이러지 말아요. 저 절대로 선 안 볼 거니까.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는 엄마 전화 안 받을 거예요.”
-지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