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29)
회귀해서 건물주-630화(63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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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커피숍 문이 열리면서 이상호가 들어왔다. 그러자 창가 쪽에서 앉아 있던 현성이 손을 들어 그를 불렀다.
“여기요.”
이상호가 당당한 모습으로 현성 앞으로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조금 전에 막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니고 아직 10분이나 남은 상태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커피숍 여사장이 다가오자 커피를 주문한 후 이상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중간에 생각이 바뀐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차피 이상호 씨의 능력을 평가하는 거라 굳이 중간 과정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왜?”
“평가의 목적이 바뀌었거든요.”
그때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이상호는 일부러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중간에 평가의 목적이 바뀌었다? 글쎄요, 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그거까지 제가 말씀을 드려야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요.”
현성은 일부러 말을 아꼈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 그와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목적은 그가 가져온 돈을 회수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긴 어차피 그건 어디까지나 사장님께서 선택하실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니 제가 굳이 묻는다는 자체가 실례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이상호가 현성의 눈치를 슬쩍 살핀 후 말했다. 어차피 그로서도 목적은 자신이 가져온 돈을 얼른 보여주고 투자금을 받는 게 목적일 테니 약간 서두르는 듯했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그에 대해서는 어는 정도 파악을 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네, 좋습니다. 그럼 금액부터 확인할까요?”
보나 마나 현성 자신이 얘기했던 금액을 채웠을 것이다. 이상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은 물론이고 부족한 금액은 아든 사람을 통해서라도 어떡하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래야 이상호가 원하는 1억을 투자받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금액은 그 혼자서 꿈꾸는 금액이지만 말이다.
툭.
이상호는 자신 있다는 듯 돈이 든 봉투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아무래도 투자금의 열 배를 채운 탓인지 봉투를 내미는 손길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상호가 내민 돈 봉투를 대충 눈으로 확인한 현성이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 일일이 안 세 봅니까?”
이상호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 돈을 만들기 위해 현금서비스는 물론이고 장재호한테도 3백이나 빌려서 마련한 피 같은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을 세어보지도 않고 눈으로 슬쩍 바라보는 것으로 확인을 끝내자 이상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열 배를 채우셨을 거 아닙니까?”
“물론 그거야 그렇지만 제가 그 돈을 만들기, 아니, 벌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확인도 안 하고…….”
이상호는 말을 하면서도 이러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어린 현성 앞에서 징징거리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유치함을 넘어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이 정도 금액은 굳이 확인을 안 해도 그냥 한눈에 들어옵니다.”
현성은 ‘이 정도’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어차피 현성 앞에 천만 원은 껌값이다. 그것을 일일이 확인할 마음도 없었고 그럴 가치도 없었다. 어차피 이 돈은 이상호가 사기를 친 대가로 받아내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반면, 이상호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자신은 이 돈을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 돈은 기부를 할 생각이니 그렇게 아세요.”
“네?”
이상호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이 돈은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떤 말로도 항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 돈의 소유는 처음부터 현성한테 있었으니 말이다.
“불만 없으시죠?”
왜, 불만이 없겠는가. 당장이라도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이상호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한 말이었다.
“아, 네, 그건 사장님께서 알아서…….”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이상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목적은 따로 있으니 울면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이상호 씨의 이름으로 기부가 될 겁니다. 그러니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해를 부탁합니다.”
“제 이름이요?”
“네, 어차피 이 돈은 이상호 씨가 고생해서 번 돈이니까요.”
“…….”
어차피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상호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현성의 입에서 더 염장을 지르는 말이 나왔다.
“복 받으실 겁니다.”
‘미친!’
당장이라도 복 같은 거 필요 없으니 당장이라도 그 돈 돌려달라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이상호는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또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복은 사장님이 받으셔야죠. 그 돈을 벌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신 분이 바로 사장님이시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일주일 만에 열 배의 수익을 냈는지 말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흠흠…….”
이상호는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 돈은 장사를 해서 번 돈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돈과 현금서비스, 그리고 친구로부터 부족한 부분을 채웠기 때문이다.
“궁금하긴 하지만 어차피 제가 그 과정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더 이상 묻는 건 실례일 테고, 일단 이상호 씨의 능력은 이것으로 증명이 된 셈입니다.”
“아, 네…… 효오!”
이상호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가늘게 새 나왔다. 혹시라도 그 열 배의 수익을 낸 과정을 설명이라도 하라고 했다면 그것처럼 곤혹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혹시 그때 봤던 가족사진 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네? 가족사진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 아이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이상호는 안주머니에서 얼른 사진 한 장을 꺼내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진을 들고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은 사진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물었다.
“만의 하나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사진이 합성은 아니겠지요?”
“네? 합성이요?”
이상호는 ‘합성’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었다.
처음 사기를 치기 위해 현성에 대하 조사를 하다 그가 유독 정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가족사진이었다.
없는 가족을 만들려니 어쩔 수 없이 사진관에 가서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사진관에서 거부를 했지만 돈을 더 준다고 하자 바로 만들어 줬던 것이다.
그런데 인제 와서 그걸 함성 사진이 아니냐고 하니 당사자인 이상호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네, 사진이 너무 인위적이라서 말입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조금…….”
“사장님!”
이상호는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간에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물론 지금 제가 사장님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긴 하지만 멀쩡한 저의 가족사진까지 진위를 언급하시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이건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나쁜 놈!’
현성으로선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미 가족이 없다는 건 직접 집에까지 찾아가서 확인을 한 상태다. 그런데도 가족 얘기가 나오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뻔뻔하게 말을 하는 이상호가 가소로울 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그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현성은 그와는 반대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죠? 이건 제가 실수한 거죠?”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사람이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선 사장님께서 뭔가…….”
터진 입이라고 옳은 소리만 줄줄 하고 있는 이상호를 보며 현성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역시 사기꾼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용서를 구합니다.”
현성은 손을 합장한 채로 이상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상호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졌다.
“사장님!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가정을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새끼를 그냥 콱!’
현성은 그의 입에 걸레라도 쑤셔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완전히 엿을 먹이기 위해서는 또다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실수를 했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는 이상호 씨께서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이렇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현성은 또다시 합장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지 이번엔 이상호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좋습니다, 사장님께서 이렇게까지 두 번씩이나 사과를 하시니 저도 더 이상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사장님께 이번에 실망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같지도 않은 자존심을 세우는 이상호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가증스러웠지만 겉으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양해를 해주시니 제가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흠흠…….”
대답 대신 턱을 감싸 쥐며 헛기침으로 마무리를 하는 이상호였다. 마치 게임에서 이기기라도 한 듯한 거만한 표정이었다.
바로 그 순간!
현성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역으로 현성이 공격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호는 그런 현성의 변화를 알아챌 수가 없었다.
현성의 공격이 바로 이어졌다.
“투자금 말인데요…….”
“아, 네!”
투자금 얘기가 나오자 이상호의 눈빛 또한 바로 변했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조금이라도 빨리 투자금을 받아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일단 이상호 씨의 능력은 이 돈으로 확인을 했으니까 1차 관문은 통과를 하셨습니다.”
“네? 지금 1차 관문이라고 하셨습니까?”
이상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차 관문이라는 얘기는 최소한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상호는 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혹시 처음에 말씀하셨던 테스트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얘긴가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제 관문 하나만 통과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남은 관문은 1차 관문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런가요…….”
이상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테스트가 또 남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앞이 캄캄했었다. 그런데 1차 관문에 비해 이번 2차 관문은 누워서 떡 먹기라는 현성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차 관문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상호는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현성을 향해 물었다.
“혹시 그 남은 관문이 뭔지…….”
“궁금하십니까?”
“네,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꼭 시험 보는 학생이 된 거 같아서 말입니다.”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다니까요.”
“그래도 저로서는…….”
불안한 이상호의 눈빛에서 그가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은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지금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자고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법.
이번에도 이상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 통과할 2차 관문은 뭔지 이제는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 더 이상 참기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전에 하나만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네, 뭡니까?”
“혹시 제가 처음에 이상호 씨한테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장애를 가진 두 아드님과 몸이 불편한 사모님 때문이라는 걸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성으로선 회심의 반격 순간이었다. 어차피 그의 조작된 가족을 밝혀내는 순간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호의 답변은 당당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그 가족 분들과 식사를 한 끼 하고 싶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원하는 2차 관문입니다. 사실은 관문도 아니죠. 그냥 있는 가족들과 식사 한 끼 하는 거니까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시, 식사요?”
이상호는 말까지 더듬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가족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가족과 식사를 하자고 하니 말이다.
“네, 그리고 혹시라도 가족 분들이 밖으로 나오시기 불편하시면 제가 댁으로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라도 시켜먹으면 되니까 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그분들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거라 최소한 얼굴은 한 번 뵈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현성은 일부러 찾아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불편한 관계로 가족들이 나오기 힘들다는 핑계를 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더 이상 퇴로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이상호는 그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계속되자 현성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졌다.
“날짜 잡히면 연락 주십시오. 그러면 식사 끝나는 대로 바로 1억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이상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