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3)
회귀해서 건물주-63화(63/740)
“가고 싶긴 하냐?”
“글쎄다, 혹시 모르지, 나중에 케이블카라도 설치되면, 그땐 갈 수 있겠지.”
“뭐, 케이블카?”
현성은 이정우의 말에 씨익 웃었다.
훗날에 시도는 몇 번 하지만 설치는 안 된다.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의 강한 반대로 인해 없던 얘기로 된다.
물론 현성이 회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중에야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는 모르는 일이고.
현성은 다시 말했다.
“마음은 있다는 거네.”
“솔직히 대청봉은 꿈같은 얘기고, 지금 같아서는 집 앞에 있는 앞산이라도 올라갈 정도만 돼도 소원이 없겠다.”
“대청봉이라……, 이거 은근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기는데.”
“야야, 현실은 냉정한 거야. 괜히 허파에 바람 넣지 마라.”
하긴, 대청봉은 설악산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다.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오르기 힘든 곳이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도 딱 한 번 올랐었다. 아마 그때가 대학 1학년 중간고사 끝나고 다음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곤 며칠 동안 다리가 아파 고생을 했었다.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슬쩍 치며 말했다.
“좋다, 일단 목포는 그럼 앞산으로 정하고 열심히 해보자.”
“오케이, 그러자고.”
이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땡땡.
그때 첫 교시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역시 그때까지도 김일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 시각.
감자밭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감자를 캐고 있는 한 사람, 바로 학교에 있어야 할 김일수다.
그런 그가 허리를 펴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곤 감자밭을 둘러봤다.
“허…….”
김일수의 입에서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기 때문이다. 이 감자만 다 캐고 나면 감자밭을 팔 생각이었다. 사기꾼 최민영의 말에 속아서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마음까지 설렜던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생각할수록 이가 갈린다.
아무리 세상이 냉정하다고 해도 어떻게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최민영이 자신을 속이려고 했단 말인가?
휴우…….
김일수는 물병을 집어 들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자 정신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그 자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안 가는 것이 있다.
그건 김현성의 행동이다.
도대체, 최민영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말이다.
자신도 처음에는 현성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기에 확인 차 서울로 올라갔던 것이다.
솔직히 서울로 올라가면서도 설마 했었다.
심지어는 사기꾼임을 확인하고도 그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었는데…….
이 자식은 처음부터 사기꾼임을 알고 있었다.
절레절레.
김일수의 고개가 좌우로 저절로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을 해봐도 이 문제는 답이 없다.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당사자한테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엊그제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성공도 실패도 자신의 손에 달렸다.
담임도 어제 비슷한 말을 했다.
– 꿈을 다시 찾아라. 이제 고2다. 시간은 충분하다.
시간, 꿈, 성공, 실패…….
자꾸 머릿속에서 뱅뱅 돈다.
그리고 현성은 또 다른 말을 했었다.
오늘까지라고.
학교 문제다.
물론 잘릴 일은 없겠지만 일이 복잡해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교…….
가자니 집안일이 걸리고, 안 가자니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어떡하지……?
그래!
“일단 급한 것부터….”
김일수는 다시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김일수에게 우선순위는 학교가 아닌 감자였던 것이다.
얼마 후.
“일수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가 밭머리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을 막 넘기고 있었다.
김일수는 자리를 벗어나 할머니가 서 있는 밭머리로 뛰어갔다.
“할머니, 이제 허리 괜찮아?”
“며칠 쉬었더니 많이 좋아진 거 같구나.”
“그래도 조심해야지. 근데 이건 뭐야?”
“참 먹고 하라고. 일찍부터 나왔으니 배고플 거 같아서 국수 좀 삶아왔다.”
국수라는 말에 김일수는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다.
언제 먹어도 할머니의 비빔국수 맛은 최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여기.”
김일수는 국수를 덜어 할머니부터 챙겼다.
국수를 받아 든 할머니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일수야, 할미가 뭐 좀 부탁해도 될까?”
“……?”
김일수는 국수를 먹다말고 할머니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할머니, 지금 부탁이라고 그랬어?”
처음이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자신한테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김일수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할머니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학교 좀…….”
할머니는 말을 하다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되물었다.
“학교?”
“그려, 이 할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결석하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랴. 그러다 학교도 못 다니게 되면 어떡하려고.”
“괜찮아 할머니. 이 감자 다 캐고 갈 거야.”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여, 그건 아니여.”
“할머니, 오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아니고, 이 할미가 아무리 무식해도 뭐가 우선인지는 알재. 학생한테 뭐가 가장 중요하겄어? 학교 가는 거 아녀?”
“안 간다는 게 아니라…….”
김일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눈엔 이미 눈물이 맺혀있었다.
“할머니, 왜 그래?”
“불안해서 그려.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가 잘못될까 봐서 말이여.”
“할머니, 지금 나 때문에 불안한 거구나?”
할머니는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일수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다.
몰랐다.
할머니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불안해하고 걱정하는지 정말 몰랐다.
사실 그동안 아무런 말이 없기에 철딱서니 없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할머니는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루 종일 같이 밥도 먹도 감자도 캐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할머니의 표정으로 봐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착각이었던 건가.
김일수는 할머니를 보며 물었다.
“할머니, 혹시 지금까지 그러면 계속 불안했던 거야?”
김일수의 물음에 할머니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착각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저 아무 말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 모든 게 자신만의 착각이었다.
김일수는 잠시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봤다.
아주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모든 걸 할머니를 위해서 살겠다고 생각했었다. 학교보다도 할머니가 우선이었고, 할머니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최우선적으로 하려고 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어차피 하나마나 꼴찌다.
그래서 감자 캐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할머니를 위해서도 낫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안 캐면 할머니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자신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김일수는 할머니를 보며 물었다.
“할머니, 내가 학교 가는 게 좋아?”
“그럼 당연하재, 뭐든 때가 있는 법이여. 그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한단 말이여. 내 새끼 고등학교 졸업하는 거는 봐야 될 거 아니여?”
“졸업?”
할머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심하게 끄덕였다. 그리곤 흘러내린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다 큰 줄 알았다.
누구보다도 할머니에 대해서만큼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다 착각이었다.
그저 어린 애였다.
바보같이 하나밖에 없는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뿐인가?
모든 걸 다 해주겠다고 행각했던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까지 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할머니의 눈물은 처음 본다.
휴우…….
김일수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잠시 후.
김일수는 먹던 국수 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할머니, 나 지금 학교 갈래.”
“정말이여?”
“응,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나 봐.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지금이라도 학교 갈래.”
“고맙네, 내 강아지.”
할머니는 양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김일수는 시계를 바라봤다.
‘가능할까?’
버스가 큰길을 지나갈 시간이 채 10분도 안 남았다. 여기서 큰길까지 아무리 빨리 뛰어간다 해도 10분 안에 도착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버스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떡하지?’
고민할 것도 없이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전거!
학교까지의 거리는 10km가 조금 안 된다. 잘하면 3교시 끝나기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할머니, 학교 갔다 올게.”
김일수는 그 말과 함께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런 김일수를 아무 말 없이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김일수가 개울을 다 건너가자 그제야 할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학생 말이 맞구먼…….”
헉헉!
김일수는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이렇게 체력이 저질인 줄은 몰랐다. 큰 덩치가 쓸데없는 비계 덩어리인 줄 오늘에서야 알았다.
하여간 오늘 여러 가지로 깨달음을 얻는 김일수다.
이미 12시가 넘었다.
3교시도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건 H.R 시간밖에 안 남았다. 말이 토론이지 어차피 해봤자 채 30분도 안 걸린다. 그러고 나면 바로 종례. 그땐 이미 늦는다.
어떡하든 담임이 종례에 들어오기 전에 교실에 도착해야 한다.
김일수는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기 시작했다.
그 시각.
반장 이영민은 H.R을 주재하고 있었다.
매주(每週) 하는 거지만 안 하지도 못하고 하자니 고욕이었다. 이유야 뻔했다. 호응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이영민이 교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자, 조용히 하고 마지막으로 건의사항 있으신 분 손들고 말씀해 주세요.”
“…….”
역시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이영민이 다시 말했다.
“집에 안 갈 겁니까? 어서 세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그때 앞에 앉아 있던 이정우가 손을 살짝 들었다.
그러자 이영민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