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30)
회귀해서 건물주-631화(6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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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이상호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이상호의 사기 사건은 그가 잠적하면서 끝이 났다. 아니,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 천만 원이란 돈은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도 큰돈이었을 터.
결국 그가 나타난 건 그 일이 있은 후 보름이 지난 후였다.
밤 12시가 거의 다 됐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바로 이상호였다.
처음 그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보름 전에 봤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노숙자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장님!”
이상호는 현성 앞으로 다가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잠시 돈에 눈이 멀어 사장님을 상대로 장난을 쳤습니다.”
“장난이요?”
현성은 일단 모른 척 물었다. 그러자 이상호가 고개를 끄덕인 후 처음부터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저도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사장님께서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그가 사기를 결심했던 이유는 현성이 운영하는 무료 나눔 가게 때문이었다.
일반인을 상대로 그 정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어려운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았기에 있지는 않은 두 아들과 아내까지도 사진관에서 합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장애자로 만들었던 것도 동정심을 더 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후로도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지만 어차피 현성으로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중간에서 그의 말을 끊었다.
“이제 그만 하세요.”
“면목이 없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원하는 게 뭡니까?”
“그게…….”
그나마 마지막 양심은 있는지 자신의 입으로 돈을 돌려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 앞으로 처음 그한테 받았던 돈 봉투를 내밀었다. 어차피 처음 받을 때부터 문제가 있는 돈이라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기에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돈 봉투를 받아 든 이상호의 눈빛이 바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 돈 때문에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예상이 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눈물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이제 그만 하세요.”
현성으로선 그 눈물마저도 가증스러울 뿐이었다. 처음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얘기할 때 흘리던 그 눈물마저도 가짜였다는 걸 알고 나니 더 이상은 그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모근 게 가짜라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그만 그 돈 가지고 돌아가세요. 아저씨와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있지도 않은 가족을 팔 수가 있습니까? 세상에는 최소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 겁니다.”
“사장님…….”
“더 이상 저를 부르지 마십시오. 잠시라도 거짓말에 속아 측은한 마음을 가졌던 제 자신이 화가 날 정도니까 말입니다. 그 돈 가지고 당장 이 가게에서 나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
이상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돈 봉투를 들고 사라졌다. 아니, 바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나가려던 이상호가 다시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
현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말에 의미를 둘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 그로부터 연락이 다시 온 건 이틀 후였다. 중국집 주방에 취직했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중국집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상호의 사기 사건은 끝나고 말았다.
***
드디어 4월 1일.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기 지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앞으로 4일 후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녀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 윤지수!
전생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이 바로 식목일인 4월 5일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비디오 가게로 온 날, 그날이 이제 나흘 후로 다가온 것이다.
“후후!”
현성으로서도 은근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현성 자신을 모를 테고.
아내를 다시 만난다?
어떤 느낌일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직원인 김민기를 불렀다.
“민기야,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가게 좀 보고 있어.”
“네, 사장님. 다녀오세요.”
밖으로 나온 현성이 향한 곳은 비디오 가게에서 10분쯤 떨어져 있는 빌라 골목이었다.
[미진 빌라]전생에서 아내가 살던 빌라다. 물론 아직은 이사를 안 왔을 테고.
“잠깐만요.”
현성의 옆으로 이삿짐센터 직원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전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는 듯했다.
사다리차가 도착하고 5톤 트럭이 좁은 빌라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이사 가는가 봅니다.”
현성이 옆으로 비켜서며 물었다. 그러자 이삿짐센터 직원이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짧게 말했다.
“네.”
아무래도 바쁜 와중에 말을 시키니 조금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새로 이사 오는 분은 언제쯤…….”
현성은 말을 하다 말고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어차피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이미 저만치 사라진 후였던 것이다.
현성은 그제야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뒤로 물러난 현성은 10분 정도 이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그가 향한 곳은 20분 거리에 있는 부동산 중개 사무실이었다.
20분 후.
부동산 중개 사무실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어? 김 사장! 어서 오게!”
현성이 들어가자 부동산 중개 사무실 사장인 유영철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같은 고향 사람이라 그런지 항상 볼 때마다 유독 반기는 모습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드세요.”
현성은 들고 온 박카스 상자를 내밀었다.
“매번 올 때마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그나저나 오늘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혹시 미진 빌라 301호 나갔어요?”
현성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였다. 조금이라도 아내를 일찍 만나기 위해서는 비디오 가게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이곳이 빠를 거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계약을 하려면 이곳에 먼저 올 테니 말이다.
“301호 아직 안 나갔는데,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조금 전에 오다 보니까 이사를 가기에 궁금해서요.”
“그러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 요즘 이사철이라 이사 가는 곳이 한두 군데도 아닌데 말이야?”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봄이라 이사들을 많이 하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특별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비디오 가게를 팔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냥 궁금해서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오는 게 비디오 영업에 도움이 될 테니 말입니다.”
“그게 다야?”
“그거 말고 다른 게 있을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 내 눈에는 김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 말이 틀렸는가?”
“어? 그게…….”
당혹스러운 건 현성이었다.
물론 거짓말이다. 지금 현성 자신이 궁금한 건 오로지 아내에 대한 궁금증뿐이었다. 언제 계약을 하러 오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할 수 없었기에 그냥 비디오 가게 핑계를 댔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유영철이 어떻게 알았냐 하는 것이다.
“혹시 티 납니까?”
“내가 김 사장을 하루 이틀 보는가? 그리고 혹시 김 사장 거짓말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는 거 아는가?”
“제가요?”
그건 현성도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 내가 이런 일을 하다 보니 남을 보는 눈이 좀 예리하거든. 근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김 사장 같은 경우엔 거짓말을 하면 눈을 깜빡이는 경향이 있더구먼.”
“아, 그런가요? 저도 몰랐습니다.”
“원래 자기 자신의 습관은 모르는 법이지. 그나저나 혹시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겐가?”
“어? 그걸 어떻게……?”
유영철의 감각에 놀라는 순간이었다. 분명히 거짓말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사람이 말이야 그 사람의 눈빛을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알 수가 있거든.”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조금 전에 김 사장 눈빛을 보니까 꼭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거든. 내 말이 틀려?”
“허…….”
현성은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사람이 물론 말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티가 나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알아맞힌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신기라도 있으십니까?”
“뭐? 신기? 예끼, 이 사람아! 내가 무슨 만신도 아니고…….”
“저는 너무 신기해서 말입니다.”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야? 정확히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사실은 제가 꿈을 꾸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또다시 꿈을 팔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유영철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꿈에서 아가씨를 봤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그 아가씨가 오늘 이사 가는 301호로 이사를 왔고?”
“네.”
“그런데 그 아가씨가 그렇게 예뻤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현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의 대화는 비슷한 내용으로 더 이루어진 다음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잠시 후.
유영철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정확하게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뭐야?”
“계약이 끝나는 대로 연락을 달라는 겁니다.”
“연락을 달라?”
“그러면 제가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달려와서는 어쩌려고?”
“그건 저한테 맡기십시오, 그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허허, 이거야 원…….”
유영철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20년 넘게 부동산 일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꿈에서 본 여자를 찾겠다고 이렇게 직접 찾아온다는 것이 말이다.
“혹시 말이야, 계약을 하러 오는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일 경우는 어찌 되는 건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혹시라도 말이야.”
“혹시라도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그러니 무조건 연락을 주십시오.”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아내와의 인연이 꼬인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알았네.”
“일단이 아니라 무조건입니다.”
“사람일이라는 게 원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사장님!”
현성은 바로 유영철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왜 자꾸 불안하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원래 꿈이라는 건 반대라고 그러지 않던가?”
“이건 그런 꿈과는 다른 겁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다시는 하지 마십시오.”
“이건 진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유영철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아가씨가 자네의 미래 와이프라도 되는 겐가?”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뭐? 그게 사실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야 합니다.”
“허허…….”
유영철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때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최고급으로 양복 한 벌 약속드리겠습니다.”
“양복?”
“네, 아마도 오늘이나 늦어도 2, 3일 안으로 계약을 하러 올 겁니다. 어차피 이사는 식목일에 할 테니까요.”
“식목일?”
“네, 그러니까 사장님께서는…….”
“오케이, 알았네. 까짓 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사장이 부탁하는 건데 그 정도야 내가 못 들어주겠는가? 알았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게. 그런데 혹시 말이야…… 그 아가씨 이름은 아는가?”
마지막까지도 의심을 하는 유영철의 눈빛이었다. 설마 이름까지 현성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윤지수요.”
“윤지수?”
“네, 그 아가씨의 이름이 윤지수입니다. 그러니 꼭…….”
“알았네, 그 이름은 내가 꼭 기억하겠네.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 양복 말인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틀림없이 최고급으로 한 벌 맞춰드리겠습니다.”
“내가 꼭 그걸 바라서가 아니라…… 허허.”
유영철은 말을 하다 말고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다음 날.
오후 2시가 막 지날 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욧!”
-날세, 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