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31)
회귀해서 건물주-632화(63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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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닥!
현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비디오 가게를 나와 부동산 사무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평상시라면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였지만, 2분 만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이, 김 사장!”
유영철이 급하게 현성을 반겼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계약을 마치고 여기서 나갔네.”
“계약한 사람이 틀림없이 윤지수 씨가 맞습니까?”
“틀림없네, 자, 여기를 보게.”
유영철의 손에는 조금 전에 계약한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윤지수!
틀림없는 그녀의 이름이었다.
“어디로 갔습니까?”
“계약을 마치자마자 이쪽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걸 봤네.”
유영철은 손가락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와 유영철이 알려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 뭐야?”
윤지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그녀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그녀가 계약을 마치자마자 유영철이 전화를 했다고 했었다. 그리고 현성 자신이 부동산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2분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다 합쳐도 채 3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갑갑한 건 현성이었다. 오늘 그녀를 보기 위해 기다려온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제는 드디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다닥!
현성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인 빌라 쪽이었다. 그녀가 이사 올 바로 그 빌라 방향이었다.
잠시 후.
미진 빌라 앞에 도착한 현성은 또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휴우!”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는가?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이었다. 그로서도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못 만났습니다.”
-그새 어디로 간 거야?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기껏해야 3분인데, 그 시간에 사라진 겁니다. 지금 여기는 미진 빌라 앞입니다.”
-거기도 없다는 얘기지?
“네, 이쪽에도 안 왔습니다.”
-허허,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디로 사라진 건지…….
“일단 전화 끊습니다. 저는 다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다시 방향을 틀어 윤지수를 찾기 시작했다.
두 시간 후.
터덜터덜.
현성은 힘 빠진 발걸음으로 부동산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 못 찾았는가?”
현성이 들어가자 유영철이 바로 물었다.
“네,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이 동네에는 없습니다.”
“결국은 계약하자마자 이 동네를 떠났다는 얘기군.”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가 그토록 뒤졌는데 안 보일 리가 없을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유영철이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자, 일단 이거 마시고 땀 좀 식히게. 얼마나 뛰어다녔으면…….”
“네, 고맙습니다.”
현성은 단숨에 음료수를 마신 다음 바로 물었다.
“혹시 입은 옷 색깔이 뭐였습니까?”
“음…… 아마 노란색이었던 거 같은데, 맞아, 틀림없이 노란색 재킷이었어. 밑에는 청바지였고 말이야.”
노란색.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그래서 옷을 살 때면 항상 노란색부터 샀었다. 오죽했으면 화장실에서 신는 슬리퍼도 노란색으로 살 정도였다.
유영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김 사장이 왜 그토록 찾아다니는지 알겠더군. 인물이 보통이 아니더군. 우리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인물이었네.”
“아, 그러셨습니까?”
“그래, 처음 이 사무실에 들어오는데 오죽했으면 내가 다 깜짝 놀랐겠는가?”
“사장님도 참…….”
“아니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 예쁘더라고. 그런데 진짜 꿈에서 그 여자를 본 게 맞는가?”
유영철의 모습으로 봐서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꿈에서 보고 그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짓고 말았다. 어차피 꿈에 봤다는 건 거짓말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러자 유영철이 바로 물었다.
“그 미소는 무슨 의미인가?”
“제가 사장님께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현성으로선 또다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유영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말이야…….”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나이가…….”
“나이요? 나이가 왜요?”
“물론 남녀 관계에서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까 계약할 때 보니까 그 여자 나이가 좀…….”
유영철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나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자네가 올해 서른이라고 그랬지?”
“네, 그렇습니다만…….”
“그 여자는 62년생이던데…….”
말끝을 흐리는 유영철이었다.
62년생이면 현성보다 7살이 많다는 얘기다. 지금 유영철은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바로 물었다.
“그게 왜요?”
“어? 혹시 알고 있었는가?”
아무리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꿈속에서 나이까지 알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거는 몰랐습니다만…….”
“괜찮겠는가? 7살이나 많은데 말이야.”
“뭐 문제 될 게 있습니까? 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전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이는 진짜 숫자일 뿐이지 그게 두 사람 간에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것이고, 유영철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괜찮다고?”
“네, 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겁니까?”
“그건 자네가 아직 어려서…….”
“사장님!”
현성은 유영철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 말씀은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어? 어, 그래, 그러자고. 나도 그 얘기는 굳이 하고 싶지 않네. 혹시라도 기분 상했다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 문제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쩔 텐가?”
“혹시 모르니까 나가서 한 번 더 찾아보려고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사흘 후엔 이사를 올 텐데, 그때 보면 되지 않겠는가?”
어찌 보면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흘 후에는 이사를 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삼자의 경우인 것이고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거든요.”
그건 사실이다. 그녀를 기다렸던 건 고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였으니 말이다.
현성은 부동산 사무실을 나와 다시 골목을 살피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휴우!”
현성의 입에서 긴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두 시간째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빵집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사장님!”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돌아보니 빵집 사장인 이세이였다.
“네? 아, 네.”
“무슨 일 있어요? 오늘 벌써 몇 번째 이 앞을 지나갔는지 아세요? 제 눈으로 본 것만 해도 벌써 세 번째예요.”
“아, 누구를 좀 찾느라…….”
“아니, 누구를 찾기에 하루 종일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까지 다니시는 거예요?”
“그게…….”
현성은 쉽게 누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내를 찾고 있다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대화의 주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 장사는 좀 어때요?”
“요즘 봄이라 그런지 손님이 좀 뜸해요.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졌어요. 역시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치즈 빵이 큰 몫을 했어요.”
“치즈 빵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꾸준히 신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네,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개발 중에 있어요. 참,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세이는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카운터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이것 좀 보세요.”
“어? 이건 바리스타 자격증 아닙니까?”
“네, 맞아요. 저 드디어 합격했어요.”
“축하합니다. 그럼 이제 가게 확장 공사만 남았네요?”
“이번 달 말에 옆집 미장원이 나간다고 했으니까 5월 초에는 공사 시작하려고요. 그러면 가게 평수도 좀 늘어나고 좀 숨통이 트일 거 같아요.”
전생 같으면 지금 이 시간쯤이면 폐업을 결정하고 이 동네를 떠날 준비를 할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생과는 반대로 오히려 가게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사장님만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도 파리바게또에 치여 벌써 문을 닫고 이 동네를 떠났을 거예요.”
“그건 아닙니다, 사장님이 열심히 하신 덕분에…….”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작년에 바리바게또가 들어온다고 미리 겁을 먹고 울고 있는 저한테 용기를 주신 분이 바로 사장님이라는 걸요.”
그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땐 진짜 앞이 안 보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만약 그때 사장님이 안 계셨으면 …….”
“사장님!”
현성은 얼른 그녀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 말씀은 이제 그만하시고 앞으로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알았어요. 저는 자꾸 그때 생각이 나서…….”
바로 그때였다.
빵 가게 앞에 노란 봉고차가 서더니 윤수정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어? 삼촌!”
윤수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현성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이세이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윤수정,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이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엄마!”
그제야 눈길을 주는 윤수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윤수정을 품에서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정이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
“응, 근데 삼촌은 여기 웬일이야?”
“수정이 올 시간 된 거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정말?”
“응, 그래. 삼촌은 이제 수정이 얼굴 봤으니까 이만 가봐야겠다. 사장님, 저는 이만…….”
현성은 이세이를 향해 고개를 숙인 후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삼촌, 이거.”
윤수정이 현성 앞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는 사탕 하나가 들려있었다.
“이거 사탕이잖아?”
“응, 삼촌. 이거 삼촌 먹으라고. 간식 시간에 준 건데 내가 안 먹고 가져온 거야.”
그 모습을 본 이세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 또한 그냥 가볍게 웃고 말았다.
윤수정.
전생 같았으면 이제 곧 헤어질 인연이었다. 엄마를 따라 이 동네를 떠나면서 가기 싫다고 울던 그녀였다.
그랬던 윤수정이었는데 지금은 그 어디서도 그때의 어두운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빵 가게를 벗어난 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빌라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시간 후.
“휴우!”
현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빌라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유야 어쨌거나 오늘 그녀가 빌라를 계약했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디오 가게로 향했다.
***
다음 날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부평에서 볼 수가 없었다.
드디어 4월 5일.
“음, 이 시간쯤이면…….”
시계를 바라보던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그가 향한 곳은 빌라 골목이었다.
현성이 빌라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부릉부릉!
골목 안으로 이삿짐센터 차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끼이익!
트럭이 서자마자 조수석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카키색 츄리닝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여자였다.
현성의 동공이 최대한 커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