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32)
회귀해서 건물주-633화(63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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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이삿짐센터 트럭에서 내린 여자는 틀림없이 아내 윤지수였다.
“여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부르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보니 그녀는 현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눈앞에 아내를 놓고도 아는 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현성을 전혀 알지 못하니 말이다.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일단 윤지수 옆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우선 반갑게 인사부터 건넸다. 마음 같아선 얼싸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윤지수는 현성을 힐끗 바라본 후 짧게 대답했다.
“네? 네.”
물론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너무 짧은 대답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으로선 이렇게라도 받아주는 게 다행인 것을.
현성은 다시 말을 건넸다.
“혹시 이사 오시나 봐요?”
“아, 네.”
윤지수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달리 경계를 하는 듯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제 막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으니 말이다.
현성은 다시 말을 걸었다.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아니요, 됐어요.”
윤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빌라 안쪽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부담을 느낀 듯싶었다. 하긴 그 상황에 ‘네’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남은 현성이었다.
닭 쫓던 개, 현성이 딱 그 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쫓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삿짐을 나르는 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윤지수가 다시 빌라 밖으로 나왔다.
잠깐 망설이던 현성은 어딘가로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현성의 손에는 음료수가 들려져 있었다.
“이것 좀 드시면서…….”
현성은 조심스럽게 음료수가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이게 뭐예요?”
“음료숩니다. 드시면서 하시라고요.”
“근데 누구세요?”
“네? 아, 저는…….”
갑갑한 건 현성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바로 미래의 당신 남편이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비디오 가게를 팔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현성이 기껏 찾은 대답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순간 윤지수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비디오 가게 사장님?”
“네, 그렇습니다.”
“혹시 영업 나오신 거예요?”
“영업이요?”
“네, 새로 이사 왔다고 지금 저한테 영업하시는 거 아니에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계속 말을 걸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반응을 보여주니 말이다.
“네, 맞습니다. 지나가다가 이사 오시는 것 같아서요. 혹시 비디오 좋아하십니까?”
누구보다도 영화를 좋아하던 그녀였다. 액션물부터 시작해서 드라마는 물론이고 무협 시리즈와 공포 스릴러까지도 섭렵했던 그녀였다.
사실 처음 그녀와 친해지게 된 이유도 비디오 때문이었다. 거의 매일 비디오를 봤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하루에 두세 번씩 비디오 가게를 찾은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녀는 비디오 광이었던 것이다.
“많이 좋아하죠. 그런데 비디오 가게가 어디 있어요?”
“여기서 이 길로 쭉 10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있어요.”
“네,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빨리 이삿짐 정리하고 동네 한 바퀴 구경하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이따 갈게요. 앞으로 사장님 자주 뵙겠네요. 그리고 이 음료수 고마워요.”
윤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빌라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혼자 남은 현성은 잠깐 머뭇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여기서 더 할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라도 그녀와 몇 마디를 나눴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오늘 저녁에 다시 그녀가 비디오 가게로 찾아올 것이란 것이었다.
“일단은 됐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다.
시작은 이렇게 했지만 어떤 식으로 빨리 친해져서 그녀와 결혼까지 가느냐 하는 것이다.
전생에서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4년 후인 2002년이었다. 현성의 나이 서른넷, 그녀의 나이 마흔 하나였다.
거기다 결혼은 3년을 더 사귄 후에 했으니 두 사람의 나이는 그만큼 더 먹은 후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생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떡하든 하루라도 빨리 그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전화를 건 사람은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이었다.
“네, 사장님.”
-혹시 오늘은 그 여자를 만났는가?
“네, 조금 전에 빌라 앞에서 만났습니다.”
-결국은 이사 오는 데까지 찾아갔었구먼?
“제가 급하니 어쩔 수 없지요. 아, 그리고 양복은 제가 책임지고…….”
-됐네, 이 사람아. 내가 무슨 양복 못 입어서 환장이라도 한 줄 아는가?
“그건 아니죠, 제가 먼저 약속을 드린 건데. 그리고 고향 선배님이라 그렇지 않아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조만간에, 아니,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가서 오늘 바로 양복 한 벌 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아내 될 사람도 오늘 만났으니까 말입니다.”
-허허, 이 사람이 됐다는 데도…….
전화를 끊은 현성은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날 저녁.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물론 그 누군가는 현성이 그토록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바로 아내 윤지수였다.
현성은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네, 이사는 잘 마치셨습니까?”
“네, 덕분에요. 그런데 비디오 가게가 생각보다 넓네요.”
“감사합니다. 천천히 구경해 보세요.”
생각 같아서는 끝없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괜히 쓸데없이 말을 많이 했다가 혹시라도 미운털이라도 박히는 날에는 모든 게 끝이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는 어떡하든 그녀가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윤지수가 비디오 몇 개를 골라 카운터로 다가왔다.
“처음이니까 신분증 필요하죠?”
“아, 네.”
솔직히 신분증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이미 주민등록 번호 뒷자리까지도 다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증을 받아 고객 등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 등록을 마친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이름이 예쁘시네요?”
생각 같아서는 이사 온 기념으로 나가서 식사라도 한 끼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 또한 너무 오버하는 행동이라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얘기했다.
“호호, 그래요?”
“물론 얼굴은 더 예쁘시고요.”
‘이건 아니지.’
현성은 순간적으로 말을 하고도 아차 싶었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한 듯싶었기 때문이다. 괜히 추근댄다는 느낌이라도 받을까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사장님도 참…….”
살짝 미소를 짓는 윤지수였다.
다행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듯하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윤지수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비디오랑 TV 연결 좀 부탁해도 돼요?”
“당연히 되지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만큼 그녀의 그 한마디가 반가웠던 것이다.
“그럼 부탁해요, 케이블에 연락하니까 오늘은 안 된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네요.”
현성은 윤지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운터에서 일어나며 바로 물었다.
“혹시 비디오 헤드 클리너 있어요?”
“없는데…… 왜요?”
“아, 이사 오신 기념으로 하나 드리려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뭔들 못 주겠는가 말이다.
현성은 얼른 비디오 헤드 클리너를 챙겼다. 그러자 윤지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원래 이사 오면 주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특별히 드리는 겁니다.”
“호호, 왜요?”
“그건…….”
차마 이번에도 예쁘니까 드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아무래도 추근대는 모습으로 낙인이 찍힐 거 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한 번에 비디오 다섯 개를 빌리면 클리너를 드리고 있거든요.”
“아, 그랬었군요. 저는 또 혹시나 저만 특별히 주는 건 줄 알고…….”
윤지수가 피식 웃으며 비디오를 챙겼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 가실까요?”
“네.”
윤지수는 대답과 함께 앞장섰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런 현성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듯한 모습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녀의 집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밖으로 나온 윤지수가 말했다.
“잠깐 슈퍼 좀 들렀다 가도 되죠?”
“물론이죠.”
슈퍼에 들어간 윤지수는 캔맥주와 안주를 골랐다. 전생에서도 그녀만이 즐기는 취미생활이었다. 비디오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 그때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었다.
현성은 윤지수가 맥주와 안주를 사는 동안에 휴지를 샀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그건 뭐 하시게요?”
“제 작은 선물입니다. 이사하시고 처음 가는 건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 휴지를 왜 산단 말인가. 그것도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비디오 잭을 연결하러 가는 상황에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윤지수가 현성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10분 후.
윤지수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들어오세요.”
윤지수가 먼저 들어가 불을 켠 후 말했다.
전생에서 이 집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지금으로부터 4년 후인 2002년이었다. 그때부터 사귀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단 4년은 단축을 한 셈이었다.
“방이 주인 닮아서 예쁘네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어? 거짓말 아닌데요?”
“오늘 이사 와서 아직 정리도 다 안 끝냈는데 뭐가 예쁘다는 거예요?”
“아닙니다, 물론 정리는 다 안 됐지만 그래도…….”
“됐어요, 보니까 사장님께서 오늘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느라 그러시는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솔직히 이 휴지도 저에겐 오늘 부담돼요.”
윤지수가 말을 마치며 조금 전 현성이 들고 온 휴지를 슬쩍 바라봤다.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어떡하든 조금이라도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인데 그게 오히려 그녀한테 부담이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전생에서 이미 그녀와 15년을 부부로 지냈던 사이가 아니던가 말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남의 집에 가면서 빈손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특히 이사를 한 집에는 말입니다.”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거였다. 남의 집에 갈 때면 꼭 음료수라도 한 병 사들고 가는 게 그녀의 버릇이자 습관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예의를 중요시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지수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호호, 그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남의 집에 가면서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거 보세요, 제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야 하지만 사장님은 경우가 다르지요, 오늘은 제가 부탁을 해서 여기 오신 건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원칙은 원칙이니까요.”
“네,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휴지 감사해요, 잘 쓸게요.”
그녀 또한 원칙을 중요시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비디오 잭을 연결해볼까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바로 비디오 플레이어와 TV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 됐습니다. 지금 막 비디오 클리너를 돌렸으니까 화면도 깨끗하게 나올 겁니다. 그리고 보시다가 혹시라도 화면이 잘 안 나오면 이 클리너를 넣고 돌려주세요. 그러면 잘 나올 겁니다.”
그녀의 주특기가 기계치였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모습조차도 현성한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저는 원래 기계치라 이런 건 젬병이라…….”
“언제든지 연락만 주세요. 그럼 바로 와서 고쳐드릴 테니 말입니다. 제가 이런 건 또 거의 전문가 수준이거든요.”
누가 봐도 허세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허세가 또 그녀한테는 먹힌다는 것이었다.
“어머! 그래요? 저 와는 반대군요?”
‘그래서 우리가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 겁니다.’
현성은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