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34)
회귀해서 건물주-635화(63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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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아침 운동을 나가려던 현성은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리고 있었다.
“아싸!”
현성은 주먹을 흔들며 좋아했다.
좋아하는 이유?
물론 현성 스스로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오늘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아내 윤지수 때문이다. 이렇게 비가 오게 되면 아내 윤지수와 데이트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며칠 전이었다.
해장국을 먹으면서 아내 윤지수와 내기를 했었다.
만약 윤지수의 취향을 맞추면 현성이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말이다.
그때 윤지수의 질문이 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날씨가 언제인지였다.
현성은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비 오는 날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윤지수는 어찌 알았느냐고 황당해했었다. 현성이 전생에 자신의 남편이었다는 걸 알 리 없는 그녀로서는 당연힌 반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내기의 결과가 바로 데이트 신청이었다.
그때 현성이 말한 소원이 바로 비 오는 날 데이트를 신청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오늘 이렇게 비가 오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현성으로선 어찌 지금 이 순간이 즐겁지 않겠는가 말이다.
현성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부터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였다.
이 시간에 데이트를 하자고 전화를 한다면 그건 미친 짓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있듯이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지수, 바로 그녀가 그렇다.
전생에서도 비 오는 날이면 새벽에 일어나 바다로 비 내리는 모습 보러 가자고 하던 사람이 바로 윤지수였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마도 예상컨대 신호가 세 번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 얘기는 그녀 또한 빗소리에 이미 잠을 깼을 것이란 얘기다.
그만큼 그녀는 비를 좋아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호가 두 번 울리자 그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당연히 놀라는 목소리였다. 이 새벽에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으니 당연히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확실한 건 자다가 일어난 목소리는 아니란 거였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 또한 빗소리에 이미 잠에서 깬 상태라는 것이다.
“지수 씨, 접니다.”
-어? 혹시 비디오 사장님?
그녀의 목소만으로도 그녀가 지금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하긴 당연할 것이다. 이 새벽에 현성이 전화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네, 맞습니다. 접니다.”
-이 시간에 사장님이 어쩐 일이에요?
“며칠 전에 해장국 먹으면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비 오는 날 데이트를 신청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윤지수는 말을 하다 말고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지금 몇 시인지 아세요?
“시간이 뭐가 중요합니까? 어차피 지수 씨도 이미 빗소리 때문에 깨어있었지 않습니까?”
-어? 그걸 어떻게……?
윤지수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사실은 빗소리 때문에 이미 30분 전부터 깨어 있었다. 비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빗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어떻게 현성이 아느냐 하는 것이다.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지수 씨에 관해서는 제가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말입니다.”
-치! 또 거짓말.
“어? 아직도 제 말을 안 믿는 겁니까?”
-그게 말이 돼요? 사장님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며칠 전에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제게는 지수 씨를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날 분명히 그렇게 얘기를 했었다. 물론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진짜 자꾸 이럴 거예요?
“알았어요,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일단 드라이브 갑시다.”
-드라이브요?
드라이브라는 말에 윤지수는 침대에서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비 오는 날 드라이브, 그렇지 않아도 항상 꿈꾸던 거였다.
급한 마음에 윤지수는 다시 물었다.
-이 시간에 드라이브 가자고요?
“네, 물론입니다. 비 올 때 차속에서 듣는 빗소리가 정말 끝내주거든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고 비가 온다는 사실입니다. 지수 씨가 가장 좋아하는 비 말입니다.”
-진짜 갈 거예요?
“준비하고 나오세요. 10분 후에 집 앞에 도착할 겁니다.”
뚝.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윤지수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또 시간이 좀 더 지체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단 몇 초라도 그녀를 빨리 보고 싶은 게 지금 현성의 마음이었다.
한편,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기자 윤지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사람 뭐야?”
생각할수록 신기한 사람이다. 처음 이사 오는 날부터 비디오 영업을 한다고 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더니 이젠 또 이 새벽에 비 온다고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웃긴 건 그게 또 은근히 싫지 않다는 것이다.
윤지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리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새벽에 화장을 하겠다고 화장대 앞에 앉은 자신의 모습이 웃겼던 것이다.
10분 후.
빌라 앞에 도착한 현성은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펼쳤다. 그리곤 빌라 입구로 걸어갔다. 때마침 빌라 입구에 불이 들어오면서 윤지수의 모습이 보였다.
“잘 잤어요?”
“네, 그런데 진짜 이 시간에 드라이브 갈 거예요?”
“당연하지요, 근데 그거 아세요?”
“뭐요?”
“립스틱 색깔이 이 비와 잘 어울린다는 거.”
“…….”
윤지수는 순간적으로 부끄러워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립스틱을 바르던 자신의 모습을 들킨 거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지프에 올라탄 두 사람.
윤지수가 먼저 물었다.
“어디로 갈 거예요?”
“바다요.”
“바다요?”
“네, 비 오는 바다 보러 갈 겁니다.”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와 비 오는 날이면 가끔 가던 곳이 있다.
대부도에 있는 ‘등대’라는 카페다. 건물 모양이 마치 등대처럼 생겼고 1층부터 3층까지 다 카페다. 3층 창가에 앉아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없었다.
“진짜 바다 갈 거예요?”
“네, 아마도 거기 가면 지수 씨 정말 좋아할 겁니다.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울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윤지수는 눈물도 흘린 적이 있었다. 그 정도로 좋아하던 곳이다.
“그런 곳이 있어요?”
“제가 오늘 데이트 기념으로 선물할게요. 기대하세요.”
현성은 윤지수를 슬쩍 바라본 후 액셀을 밟았다.
부릉!
두 사람을 태운 지프는 천천히 빌라 골목을 빠져나와 대부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윤지수가 갑자기 운전하고 있는 현성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신기해서요.”
“뭐가요?”
“당신이라는 사람 말이에요.”
“제가 왜요?”
“어떻게 새벽 다섯 시에 전화할 생각을 했어요?”
윤지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연인 사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비디오 사장과 손님 사이다.
그런데 새벽 다섯 시에 전화를 한다?
기본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우였다.
현성이 살짝 웃으며 물었다.
“궁금해요?”
“네, 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되거든요. 어떻게 그 시간에…….”
“지수 씨를 위해서였습니다.”
“네? 저를 위해서였다고요?”
“네,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거든요. 솔직히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시간에 바다를 보겠다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지수 씨한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가 두고두고 추억으로 하던 얘기가 바로 비 오는 날 새벽에 바다를 보러 가던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로서도 그때의 그 추억이 좋았다는 의미였다.
현성은 오늘 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었다.
“특별한 추억이요?”
“네, 오래오래 기억할 추억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오늘을 생각하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추억 말입니다.”
“…….”
윤지수는 말 대신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선수 맞죠?”
“저는 축구 못하는데요.”
“네? 풉…….”
윤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이 진중하게 윤지수를 불렀다.
“지수 씨!”
“네? 네…….”
“저 나쁜 놈 아닙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
윤지수는 쉽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나이 서른일곱이다. 여자 나이 서른일곱, 절대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불안한 마음이 무엇 때문이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수 씨, 저랑 약속 하나만 해 주실 수 있어요?”
“약속이요?”
“네, 그렇다고 부담 가는 거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음…… 알았어요. 뭔데요?”
“밀어내지만 말아 주세요.”
처음 아내 윤지수와 사귈 때 그녀가 했던 행동이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과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상관없다고 얘기를 했지만 자기 자신이 상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는 앞으로 지수 씨를 계속 만날 생각입니다.”
“…….”
“오늘처럼 비가 오면 새벽에 전화도 할 거고 영업이 끝나고 나면 술도 같이 먹자고 할 겁니다. 물론 영화도 보러 갈 거고요. 그리고…….”
현성의 말이 길어졌다.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와 사귀면서 했던 것들이었다.
현성의 말이 길어지자 윤지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연 건 현성의 말이 끝나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현성 씨라고 했죠?”
사장님이란 호칭 대신 ‘현성’이란 이름을 처음 부르는 순간이었다.
“네.”
“제가 대답을 하기 전에 하나만 먼저 부탁해도 돼요?”
“네, 물론입니다.”
“제가 원래 좀 뭐든지 느린 편이에요. 생각도 행동도, 그래서 말인데요…….”
윤지수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천천히 부탁해도 돼요?”
“천천히요?”
“네, 제가 느리다 보니 속도가 빠르다 보면 제가 감당이 안 돼서…….”
“지수 씨!”
현성은 윤지수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힘차게 이었다.
“네, 알았어요. 무슨 말인지 잘 알았어요. 제가 최대한 속도 조절할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전생에서도 이 문제로 처음엔 많이 힘들었었다.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서로를 모르니 그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하지만 지금이야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그녀의 뼛속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대답하는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네, 알았어요.”
“그럼 이제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솔직히 이런 말도 지금 상당히 빠르다는 거 아시죠? 우리가 만난 지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난 상황인데…….”
현성은 순간적으로 또 아차 싶었다. 그녀의 성격을 알면서도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서둘렀던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이제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현성은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수 씨.”
“네.”
“제가 조금 전에 했던 말 취소할게요. 그러니 답변은 안 하셔도 돼요. 그러고 보니 제가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서두른 게 화근이었다. 그나마 늦게라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피식.
미소를 지은 윤지수가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사실은 좀 전에 그 말 자체가 부담이 됐었거든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제 실수를 깨닫게 해 줘서…….”
“이 소리 들려요?”
윤지수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귀를 감쌌다. 차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행동이었다.
“빗소리 너무 좋죠?”
“네,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사실은 저도 비를 무지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혼자서 가끔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네? 정말이요?”
윤지수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빠른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콩나물 해장국에 이어 두 사람만의 공통점을 하나 더 찾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