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43)
회귀해서 건물주-644화(64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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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을 마치고 빌딩을 빠져나온 현성은 주차장에 주차된 지프에 올라탔다. 그리곤 바로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현성은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띠리릭.
-여보세요!
신호가 한 번 울리자 상대가 바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만큼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접니다, 지수 씨.”
-별일 없어요?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그녀가 어느 정도 걱정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괜찮은 거죠?
“네,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럼 됐어요. 저는 통화가 안 되니까 혹시나 하고…….
그녀는 끝까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이 어떤 말인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로서는 두 시간 넘게 핸드폰이 꺼져있다 보니 많은 걱정을 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놈들하고 정산할 게 있어서 일부러 핸드폰을 꺼놨었습니다.”
-정산이요? 무슨 정산이요?
“아, 그런 게 있습니다.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바로 오실 거죠?
“한 군데만 더 들려서 갈 겁니다. 한 시간 내로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요. 그나저나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
-정신은 많이 돌아왔는데 아직 말씀은 잘 못 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아무래도 좀 더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네, 알았어요.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요. 자, 그럼 좀 이따 봐요.”
현성이 전화를 막 끊으려고 할 때였다.
핸드폰 너머에서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 씨!
“어? 네.”
항상 ‘사장님’이라고만 부르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기분이 또 묘하게 설레는 것이었다.
단지 이름을 불러주었을 뿐인데 이렇게 설렐 줄은 몰랐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고마워요!
“아니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요.”
-네? 그게 무슨…….
“그런 게 있어요. 하여튼 좀 이따 봐요.”
-네, 조심해서 와요.
뚝.
전화가 끊기자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드리워졌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갑자기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스윽.
현성은 출발하려다 조수석으로 시선이 갔다. 그곳에는 종이 쇼핑백이 하나 놓여있었다. 조금 전에 빌딩을 나오기 전에 오명환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차용증과 담보로 맡겼던 계약서, 그리고 정산한 금액이 현금으로 들어있었다.
부릉!
현성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은 후 대성빌딩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 시각.
대성빌딩 3층, 신라저축은행 사무실.
마주 앉은 두 사람.
“휴우……!”
오명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한상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 나머지 애들 집합시킬까요?”
“너 바보야?”
오명환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한상태를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걔들 온다고 뭐가 달라져?”
“…….”
한상태는 할 말이 없었다. 그건 오명환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놈이었다. 스무 명이 넘는 애들이 그 한 놈한테 제대로 주먹 한번 못 써보고 10분 만에 모두 당하고 말았다.
그뿐인가, 더 놀라운 건 그놈의 카드 실력이었다. 한 번에 5, 6장의 카드를 날려 정확히 급소를 공격하는 능력, 거기다 분명히 종이로 만든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벽까지 뚫어버리는 파괴력.
이건 보통 일반인의 실력이 아니었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놈이었다.
한상태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그놈에 대해서 조사를 해볼까요?”
“너 미쳤어?”
“네?”
“너는 지금 우리가 그놈이랑 게임이 된다고 생각해? 저기 벽을 봐, 저게 네 눈에는 안 보여?”
벽에는 카드 한 장이 아직도 빳빳하게 꽂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상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바로 벽에 박힌 카드를 뽑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형님, 이거 안 뽑히는데요?”
“허……!”
오명환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종이로 만든 카드로 벽을 뚫는다는 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놈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이고.
오명환은 얼굴에 난 상처를 손으로 쓰다듬다 말고 한상태를 불렀다.
“야, 한상태.”
“네, 형님.”“그래서 그놈한테 우리가 준 돈이 얼마야?”
“오천입니다.”
“오천? 도대체 그놈은 정산 기준이 뭐야?”
“그런 거 없었습니다, 그냥 생양아치였습니다. 자기 장모가 쓰러졌으니 위로금으로 적당히 내놓으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개 같은 새끼가…….”
쾅!
오명환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런 그의 시선은 어느새 벽에 박힌 카드로 향해있었다.
그때 한상태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그놈이 이자율을 앞으로 연 40% 이상 받으면 그땐 우리 모두의 목을…….”
한상태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따버리겠다’라고 한 그다음 말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은 결국 우리 보고 이 장사도 하지 말란 얘기잖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음…….”
잠시 고민을 하던 오명환이 테이블에 있는 명함 한 장을 주워 들었다. 그 명함은 조금 전에 현성이 주고 간 명함이었다.
“그러니까 이 명함을 들고 가면 여기에 취직이 된다는 거야?”
“네,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과 농장이라고 말입니다.”
“식당과 농장?”
“네, 그 부지만 해도 20만 평이라고 했습니다.”
“허…….”
오명환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어떡하실 겁니까?”
“애들 굶길 거야?”
“그 말씀은…….”
“일단은 그 말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해 봐. 요즘은 하도 사기 치는 놈들이 많아서 믿을 놈이 없으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오명환은 등을 소파에 기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러자 한상태는 바로 일어나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현성이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윤지수가 바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입구에서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혹시 저를 기다리고 있었건 겁니까?”
현성이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그러자 윤지수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바람 쐬러 잠깐 나왔다가…….”
“아, 그러셨어요? 근데 하필 그 시간에 제가 온 거군요?”
“그만해요, 꼭 그렇게까지 확인을 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죠?”
윤지수가 갑자기 현성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척!
현성은 손을 내밀어 그런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지수 씨, 그거 아세요?”
“네? 뭐를요?”
“오늘 저한테 ‘괜찮냐’라는 말만 벌써 몇 번째 물었는지요?”
오늘 윤지수가 통화를 할 때마다 한 말이 바로 ‘괜찮냐’, ‘다친 데는 없냐’, ‘조심해라’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일이 어떻게 됐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게 더 궁금했을 텐데도 말이다.
“그거야 그놈들이 워낙 나쁜 놈들이니까요.”
“그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떻게 됐는지…….”
“그건…….”
윤지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그의 안전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 하면 됐어요, 역시 당신은 하늘이…….”
현성은 그다음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그다음 말을 했다가는 그녀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 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뭐요? 또 이상한 말 하려고 그러지요?”
“이상한 말 아니고 저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나저나 어머님이 기다리시겠네요, 어서 들어갑시다.”
“저기요…….”
윤지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조심스러워졌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우리 엄마한테는 뭐라고 할 거예요?”
“글쎄요, 뭐라고 할까요?”
“음…….”
윤지수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윤지수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엄마한테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인천에서 강릉까지 같이 내려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성을 단순히 비디오 가게 사장님이라고 소개하기에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 뭐라고 하시려고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그러니까 뭐라고…….”
윤지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슬쩍 미소를 지은 후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서방 어때요?”
“아, 진짜 농담하지 말고요.”
“농담 아닌데요.”
“진짜 그럴 거예요?”
윤지수가 현성을 흘겨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예전에 경고하지 않았던가요? 그런 귀여운 모습 제 앞에서 하지 말라고.”
“또또…….”
“어허, 또 그러시네. 이렇게 자꾸 경고 무시하면 저도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렇게 멀쩡해 보여도 통제를 잃으면 짐승이 되거든요.”
“…….”
윤지수는 입을 꽉 다문 채 현성을 노려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아직은 통제가 가능하니까.”
“현성 씨 진짜 못됐어요. 어른을 이런 식으로…….”
“그거 아세요?”
“이번엔 또 뭐요?”
“지수 씨가 오늘은 제 이름을 부른다는 거, 아까 전화할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마찬가지로 제 이름을 부르고 있잖아요.”
“어? 그건…….”
윤지수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은 자신조차도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이름을 불러줘서.”
“…….”
할 말이 없는 윤지수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건 자신의 심경 변화였다. 지금까지 만나 오면서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요? 자, 이제 그만 어머님이 계신 병실로 올라갑시다. 아, 잠깐만요.”
현성은 차 안에서 쇼핑백 두 개를 꺼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웬 쇼핑백이에요?”
“이거는 어머님이 드실 녹두죽입니다.”
“어머! 우리 엄마가 녹두죽 좋아하시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녹두죽이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고 식욕을 돋운다기에 샀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좋아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아까 통화할 때 어디 들려서 온다고 한 게 죽집이었어요?”
“네, 아무래도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실 거 같아서요.”
“그러고 보면 현성 씨 참 자상한 거 같아요.”
“어? 이젠 자연스럽게 제 이름을 부르시네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윤지수는 멋쩍은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또 다른 쇼핑백이 들어왔다.
“그쪽 거는 또 뭐예요?”
“이건 차용증과 어머님이 담보로 맡기셨던 임대계약서입니다. 그리고 정산한 금액도 있고요.”
“차용증과 계약서요? 그 말씀은……?”
“네, 깔끔하게 정리 끝냈습니다. 이제 그놈들이 어머님 가게로 찾아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겁니다.”
“…….”
윤지수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그걸 현성이 다 해결했다고 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 이제 그만 병실로 올라갑시다.”
“현성 씨, 잠깐만요.”
윤지수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진짜 고마워요. 그리고 그 금액은 나중에 저한테 꼭 얘기해줘요. 그건 제가 앞으로…….”
“지수 씨.”
현성이 윤지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해요. 지금은 어머님만 생각하자고요.”
생각 같아서는 됐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건 오히려 그녀에 대한 실례일 듯싶어 나중으로 미루고 말았다.
“알았어요, 근데 정산한 금액은 무슨 얘기예요? 도대체 무슨 정산을 했다는 거예요?”
“위로금이요.”
“네? 위로금이요?”
“어머님이 쓰러졌으니 위로금을 달라고 했더니 주더라고요.”
“그게 말이 돼요?”
“됐잖아요, 여기 보세요.”
현성은 오명환으로부터 받은 쇼핑백을 번쩍 들어 보였다. 그러자 윤지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올라가서 그 금액은 확인합시다. 자, 이제 그만 올라갑시다.”
현성이 앞장서자 윤지수는 그 뒤를 따르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