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44)
회귀해서 건물주-645화(6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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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현성과 윤지수가 탄 지프가 강릉을 출발해 대관령 고개 정상을 막 지날 때였다.
“현성 씨!”
조수석에 탄 윤지수가 갑자기 현성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역시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턴 쉽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윤지수였다.
한 번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더니 이젠 제법 자연스럽게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변화라면 변화였다.
“네, 왜요?”
“그 돈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돈이요?”
“어제 엄마한테 준 그 오천만 원 말이에요.”
윤지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갔다.
물론 처음부터 정산을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이상하긴 했었다. 정산할 게 없는데 정산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의미가 없는 얘기라 그냥 무시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성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일어났다.
쇼핑백 안에 차용증과 계약서 외에도 정산한 금액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뀐 건 그가 병실에 들어와 엄마한테 그 쇼핑백을 건넸을 때였다.
지금까지 무시했던 쇼핑백 안에서 자그마치 현금으로 오천만 원이 나온 것이다.
당연히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도대체 이 돈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엄마가 치러진 것에 대한 위로금으로 받았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래서 몇 번을 더 물었지만, 현성의 대답은 항상 같은 대답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밤새 그 돈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다.
그토록 말문이 안 트이던 엄마가 그 돈을 보는 순간 말문이 트이고 만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그 돈의 정체를 묻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그 돈의 정체는 밝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현성한테 다시 그 돈의 정체를 물은 것이다.
“제가 위로금으로 받은 거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고요?”“왜, 사람 말을 못 믿어요?”
“아니,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믿지요. 도대체 어떤 미친 사채업자가 위로금으로…….”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현성이 갑자기 길옆으로 차를 세웠다.
윤지수가 놀란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차는 갑자기 왜 세워요?”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그 미친 사채업자랑 통화하게 해 줄게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를 못 믿으니까 믿게 해 주려고요.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모든 진실이 밝혀질 테니까요.”
바로 그때였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오 사장, 난데.”
-나가 누구야?
“벌써 내 목소리를 잊으면 서운한데.”
-어? 혹시…… 어제 오셨던 그 형님이십니까?
“그래, 나야. 그건 그렇고 내가 전화 바꿔줄 테니까 누구랄 통화 좀 잠깐 해.”
-네? 누구를…….
“안영순 씨 따님.”
-어? 그럼 형수님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이미 모든 정산은 끝났는데 말입니다.
“하나만 확인하면 되니까 잠깐만 통화해.”
-네, 알겠습니다.
현성은 바로 핸드폰을 윤지수한테 내밀었다. 그러자 윤지수는 두 손을 흔들며 머리를 사정없이 좌우로 저었다. 전화를 안 받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현성은 핸드폰을 다시 건넸다.
“자, 빨리 받아요.”
“제가 왜 그 전화를 받아요? 저는 안 받아요.”
“어서요, 어차피 하나만 확인하면 되잖아요. 자, 어서요.”
윤지수는 싫다고 했지만 현성이 끝까지 핸드폰을 건네자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겨우 핸드폰을 받아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여, 여보세요…….”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윤지수가 다시 핸드폰을 현성한테 건네며 말했다.
“다시 바꿔 달래요.”
현성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왜?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서명에 있는 식당 말입니다.
“응, 근데?”
-확인해 보니까 사실이었습니다.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줄 알았어?”
-그건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확인이 우선이라…… 그나저나 진짜 우리 애들 거기서 일할 수 있는 겁니까?
“내가 똑같은 얘기 두 번 하게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던 거 같은데…….”
-아, 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가게 되면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이제는 정신들 차리고 살아. 아, 그리고 만약 오 사장이 직접 갈 거면 나한테 꼭 전화해. 반장 자리는 하나 줄 테니까 말이야.”
-네, 고맙습니다. 형님! 그럼 조심해서 올라가십시오. 형님!
뚝.
전화가 끊기자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현성 씨 누구예요?”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 말이 안 되잖아요. 사채업자가 왜 현성 씨보고 형님이라고 불러요?”
“그게 또 들렸습니까?”
“당연히 다 들리지요. 그렇게 큰 소리로 형님, 형님 하는데.”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 얘기까지 다 하다가는 오늘 중으로 인천까지 못 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대충 넘어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왜 대답을 못 해요?”
잠깐 잊고 있었다. 이럴 땐 그녀 또한 생각보다 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이겼거든요.”
“뭘요?”
“팔씨름이요.”
현성이 짧은 시간에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윤지수가 아니었다.
“지금 장난해요?”
“장난이요?”
“네, 그 말을 지금 저보고 믿으라는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채업자랑 팔씨름을 해서 이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은 또 현성 씨를 보고 형님이라고 부른다고요? 무슨 애들도 아니고, 기가 막혀서…….”
“음…… 그래요? 그럼 다시 통화 한 번 더해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현성은 다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툭!
윤지수가 얼른 다가와 현성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진짜 자꾸 이럴 거예요?”
“지수 씨가 저를 안 믿으니 어떡합니까? 이렇게라도 진실을…….”
“으으으…….”
윤지수가 두 주먹을 쥐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녀 나름대로는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오히려 그녀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빨리 핸드폰 주세요. 간단하게 한 통화만…….”
“네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요.”
“그럼 이제 제 말을 믿어주는 겁니까?”
“…….”
윤지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그 표정이 또 가관도 아니었다. 억울하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요?”
“흥! 몰라요.”
윤지수는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창가 쪽으로 홱 돌렸다. 현성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다시 출발합니다.”
“아니, 잠깐만요!”
윤지수가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할 말이 더 있는 듯했다.
“왜요? 뭐가 또 남았어요?”
“근데 그 사람은 왜 저한테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음……글쎄요.”
“조금 전에 통화하는데 말끝마다 형수님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무안하던지…….”
“이 자식이 진짜, 알았어요. 핸드폰 줘보세요. 제가 다시 전화해서 혼내줄 테니까요.”
현성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윤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관둡시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니, 저도 궁금해서 그래요. 왜 지수 씨를 그렇게 불렀는지 말입니다.”
“효오…….”
윤지수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이제 그만 가요.”
“지수 씨는 궁금하지 않아요? 저는 궁금한데…….”
“현성 씨~~~.”
그녀 특유의 늘어지는 말투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넵, 그럼 출발합니다. 마님!”
부릉!
현성은 씩 웃으며 엑셀레이터를 꾸욱 밟았다. 그러자 두 사람을 태운 지프는 인천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며칠 후.
“사장님, 밖에 비가 와요.”
직원인 김민기가 비디오테이프를 회수하러 갔다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많이?”
“많이는 아니고 조금 전부터 오기 시작했어요.”
휙!
현성의 시선은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이제 막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현성은 바로 말했다.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경민이랑 가게 잘 보고 있어.”
“사모님한테 가시는 거죠?”
“자식, 눈치 하나는…….”
현성은 바로 가게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현성은 근처 꽃가게로 향했다. 윤지수가 좋아하는 꽃이 카라 다음으로 장미꽃이었다.
비와 장미, 그리고 윤지수.
생각만으로도 미소 짓게 만드는 조합이었다.
장미 꽃다발을 산 현성은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출발했다.
구월동 미래 백화점.
그녀가 일하는 곳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직장을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건 말도 안 되는 월권이라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백화점 앞에 도착한 현성은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거의 9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현성은 우산을 쓰고 백화점 입구로 걸어갔다.
잠시 후.
여직원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 여인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하이힐을 신어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훌쩍 커 보이는 모습이 모델 뺨칠 정도였다.
“지수 씨!”
“어머! 현성 씨, 여기 어쩐 일이세요?”
“비가 오길래 지수 씨 모시러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산을 안 가져와 걱정했는데…….”
“그래서 제가 오지 않았습니까, 자, 갑시다.”
현성은 얼른 그녀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웠다. 그러자 그녀가 현성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 순간 그녀의 향기가 바로 코를 자극했다. 은은한 장미향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장미향이 유독 코끝을 자극하는 듯했다.
윤지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한창 바쁠 시간 아니에요?”
“아무리 바빠도 저는 지수 씨가 우선입니다.”
“또또…….”
“계속 그렇게 제 경고 무시할 겁니까? 그러다가 언제 한번…….”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검지가 현성의 옆구리로 갑자기 파고들었다. 그러자 현성은 깜짝 놀라 우산 밖으로 몸이 삐져 나갔다. 그 와중에도 우산은 윤지수의 머리 위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바로 현성의 몸을 잡아당겼다.
“비 맞으면 감기 걸려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지수 씨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너무 찐한가요?”
“아니요, 너무 좋은데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쫌…….”
“헤헤, 어서 갑시다.”
현성이 웃자 윤지수도 피식 웃으며 현성을 할긋 바라봤다.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은 얼른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지수 씨, 어서 타요.”
“고마워요.”
조수석 문을 닫은 다음 현성은 얼른 운전석에 올라타 의자 뒤에 있던 장미 꽃다발을 윤지수한테 내밀었다.
“어머! 이게 웬 꽃이에요?”
“비 오는 날 지수 씨랑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요. 향이 참 좋더라고요.”
“음, 진짜 좋네요.”
윤지수는 장미 꽃다발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참 신기해요.”
“뭐가요?”
“현성 씨 말이에요. 어쩜 이렇게 매번 제가 좋아하는 것만 주는지 모르겠어요.”
“또 얘기해요? 우리는 하늘에서…….”
“그만~~~!”
윤지수의 말이 늘어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씩 웃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저녁 안 먹었죠?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어디로요?”
“십정동으로 소고기 먹으러 갑시다. 제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그 집 고기 맛이 또 기가 막힌다는 거 아닙니까.”
윤지수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기어를 넣고 엑셀레이터를 꾹 밟았다.
2분쯤 지났을까.
지프가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였다.
스윽.
현성은 오른손을 윤지수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지수 씨, 손 잠깐만요.”
“…….”
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오른손에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