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48)
회귀해서 건물주-649화(649/740)
651
며칠 후.
현성이 향한 곳은 유영철이 운영하는 부동산 사무실이었다.
“어이, 김 사장, 어서 오게.”
현성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영철이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이 이른 시간에 바쁜 김 사장이 무슨 일인가?”
“건물이나 땅 좀 알아보려고요.”
현성이 오늘 부동산 사무실을 찾은 이유다.
이제 4년 후인 2003년부터는 이 동네가 본격적으로 개발이 될 것이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빌라 건설 붐이 불게 된다는 얘기다. 기존의 웬만한 주택들은 다 헐리고 그 자리에 빌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게 된다.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동네의 80% 정도가 완전히 빌라 주거단지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권에도 큰 변화가 오게 된다. 빌라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상가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제 2, 3년 후부터는 이곳의 땅값이나 건물값이 기본 세 배에서 많게는 대여섯 배, 심지어는 열 배까지도 뛰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현성만이 지금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현성이 지금 이곳을 찾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유영철이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되물었다.
“지금 건물이나 땅이라고 했는가?”
“네,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이제부터 이 동네에 나오는 매물은 땅이든 건물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다 잡아주세요.”
“무조건 다?”
“네, 무조건 다요.”
어차피 지금 사면 최소한 기본적으로 세 배 이상은 남는 장사다. 자금이 모자라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것저것 가릴 게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무조건 남는 장사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이유는 또 있다. 그 당시에 이 동네의 땅이나 건물을 사들인 사람들은 100% 건축업자들이었다. 흔히 얘기하는 집 장사하는 장사꾼들이었다.
무작위로 닥치는 대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려 분양하고 빠지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수많은 건축업자들이 개인별로 서둘러 빌라와 상가 건물을 짓다 보니 동네가 엉망진창이 된다는 것이었다.
빌라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모양이나 층수도 건물마다 달랐다. 그렇다 보니 정리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나중에는 보기에도 흉측할 정도로 이상한 동네가 되고 만 것이다.
물론 그 폐해는 결국 동네에 사는 입주민들의 몫이었고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주차장 문제였다.
그때 건축법이 주차장 없이도 건축허가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가구 수는 열 가구가 넘어도 주차장은 두세 개만 있었다.
그게 한두 건물도 아니고 모든 상가와 빌라가 다 그랬으니 어찌 됐겠는가.
가구 수는 많은데 주차장이 없으니 그 결과는 뻔할 뻔 자였다.
결국, 퇴근시간만 되면 온 동네가 주차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녁 7시만 넘어도 골목은 기본이고 대로변까지 주차를 하기 위해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아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몇 년이 지난 후 이 동네는 주차 때문에 살기 힘든 동네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현성이 오늘 부동산 사무실을 찾은 또 다른 이유였다.
무조건 시세차익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발에 참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소한 살기 힘든 동네라는 낙인만은 찍히지 않게끔 미리 준비를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지금 이 동네를 다 사기라도 하겠다는 얘긴가?”
“가능하다면 그럴 생각입니다.”“물론 김 사장이 그럴만한 여력이 된다는 건 알지만 이 동네가 그렇게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유영철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아직은 낙후된 동네이고 언제 개발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어차피 앞으로 2년 후부터 건축업자들이 슬슬 땅과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하니 말이다.
“미리 준비를 하는 겁니다.”
“미리? 그 얘기는 혹시 어디서 무슨 정보라도 들은 겐가?”
정보가 아니라 이미 살았기에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을 지금 그에게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우리 동네도 개발이 되지 않겠습니까?”
“수상하단 말이야.”
“뭐가 말입니까?”
“작년에 빵집 건물을 살 때 김 사장이 신 사장한테 한 얘기 말이야. 그때 분명히 나는 들었거든. 5년 후에 보자고 했던 말을 말이야.”
물론 그때 빵집 건물주인 신명구한테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얘기를 굳이 이 자리서 다시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난 분명히 그때 그렇게 들은 거 같은데…….”
“글쎄요, 전 기억이 잘…… 그나저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고요. 제가 궁금한 건 이 동네의 매물입니다.”
“음…… 알았네.”
유영철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도 어차피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중개수수료가 걸린 매물일 테니 그런 결정을 한 듯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금 당장 이 동네에 매물로 나온 게 몇 개나 됩니까?”
“잠깐만 기다리게.”
유영철은 열심히 장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중개수수료를 계산하느라 바쁠 것이다.
잠시 후.
유영철이 장부를 덮으며 입을 열었다.
“총 12개네. 그중에 상가는 3개고 나머지는 다 일반 주택일세.”
“일단 12개 다 제가 살 테니 바로 진행해 주시고요, 앞으로 나오는 매물도 무조건 다 잡아주세요.”
“알았네. 오늘이라도 당장 매도자들한테 연락을 해서 최대한 빨리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서두르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이쪽 큰길을 따라 양쪽 상가들은 가능하시면 상가 주인들을 직접 만나서 설득을 했으면 하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상가들 전부를 말인가?”
“네, 시세보다 돈을 더 주고라도 가능하면 이쪽에 있는 상가들은 전부 다 매수했으면 합니다.”
시작을 안 했다면 모를까 이왕 시작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싶은 게 현성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현성의 계획을 알 리 없는 유영철은 조금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허허, 진짜 그쪽 상가들을 다 매수할 생각인가?”
“제가 지금 농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건 아니지만 내 생각엔 너무 많아서 말이야.”
“지금 제 욕심 같아서는 이 동네 모든 주택과 상가들을 다 사고 싶은 심정입니다.”
진심이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나서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모든 개발을 하고 난 후엔 그 후유증이 너무도 컸었다.
직접 개발에 나선다면 최소한 퇴근 시간에 주차장이 없어 주차 전쟁을 벌이는 일만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현성의 목적이었다.
유영철이 현성을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일은 최대한 이 동네의 건물과 땅을 확보하는 일인 거 같으니까 이 시간 이후로 어떡하든 매물을 확보할 테니까 김 사장은 내가 연락하면 바로 사무실로 오게.”
“네, 그러지요. 그리고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대로변 상가들은 웬만하면 다 매입을 하고 싶으니 특별히 신경을 좀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았네, 어차피 그 상가 주인들 또한 금액만 적당히 제시를 하면 굳이 고집을 부리지는 않을 걸세.”
“그럼 저는 사장님만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현성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막 사무실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
유영철이 갑자기 나가려는 현성을 불러 세웠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하나만 물어도 되겠는가?”
“네, 말씀하세요.”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유영철은 바로 묻지를 않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5년, 아니지, 그건 작년 기준이었으니까 이제 4년 남았겠구먼. 4년 후에는 이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겐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이래 봬도 촉이 좋거든. 김 사장의 움직임이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서 말이야.”
유영철이 누구인가. 부동산 사무실만 20년 넘게 운영한 사람이다. 그러니 왜 느낌이 없겠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작년에 빵집 건물을 사면서 현성의 입으로 직접 5년을 언급했으니 그는 지금 그 숫자에 연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씨익.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편하신 대로 생각하십시오.”
“그 말은?”
“사장님께서 저를 믿는 만큼만 상상하시면 됩니다.”
“믿는 만큼이라…….”
유영철이 말을 되뇌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유영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고맙네.”
“네? 고맙다고요?”
“그래, 나는 자네를 믿거든.”
“그 말씀은?”
“자네가 한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 걸 믿는다는 얘기야. 결국 4년 뒤라는 얘기지. 4년 뒤에는 이 동네도…….”
유영철은 말을 하다 말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결국 그는 현성이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후.
현성이 나가고 혼자 남은 유영철.
그는 조용히 벽에 걸린 지도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여기다!”
유영철은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가 짚은 곳은 4년 후에는 열 배로 땅값이 뛰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김 사장, 고맙네! 하하하…….”
유영철은 만족한다는 듯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
부동산 매입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3일 만에 매물로 나왔던 상가와 주택은 바로 매입했다. 어차피 이미 매물로 나왔던 물건이라 굳이 시간을 끌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역시 대로변에 있는 상가들이었다. 하지만 그 상가들 또한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시세보다 1.5배를 부르자 70%의 건물주들이 거래에 응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100%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유영철이 입을 열었다.
“한 달만 기다리게.”
“무슨 뾰족한 수가 있습니까?”
“결국은 돈이 아니겠는가? 조금 더 있다가 2배를 준다고 하면 그 사람들 또한 어쩔 수 없이 팔 수밖에 없을 걸세.”
“진짜 그럴까요?”
“나만 믿으라니까.”
유영철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영철로부터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되기 전이었다. 그의 말대로 2배의 금액을 제시하자 남은 대부분의 상가를 매입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10%.
현성은 더 이상 미련을 버렸다. 그 사람들은 전생에서도 끝까지 건물을 팔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상가는 여기서 끝내죠?”
“남은 상가들은 포기를 한다는 말인가?”
“그 사람들은 어차피 죽어도 팔지 않을 사람들일 겁니다.”
“돈을 더 준다고 하면…….”
유영철은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이었다.
현성은 그런 유영철을 보며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더 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상가 건물은 그 정도면 됐고 앞으로는 일반 주택들을 공략하세요.”
“그래도 좀 아쉬운데…….”
“아니요, 됐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목표 달성했습니다.”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더 이상은 미련을 버리겠네. 그나저나 저 상가들을 다 어쩔 셈인가?”
유영철은 궁금한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이 지금까지 사들인 건물 개수가 총 56개이기 때문이다.
“다 다시 지을 겁니다.”
“그 건물을 다 부술 거란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56개의 건물을 10개의 빌딩으로 만들 겁니다.”
“빌딩?”
“네, 모두 똑같이 10층으로 올릴 겁니다. 3층까지는 상가로 뽑고 나머지 층은 개인 주거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물론 지하 3층까지는 주차장을 만들 거고 말입니다.”
“허허…….”
유영철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네가 완전히 바뀌겠구먼?”
“아마도 인천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될 겁니다. 특히 주차 문제만큼은 완벽하게 해결할 생각입니다.”
“빌라도 마찬가지고?”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주택가를 매입해 주세요.”
“그려, 알았네.”
유영철은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성 씨…… 저예요.
떨리는 목소리, 바로 아내 윤지수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