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49)
회귀해서 건물주-650화(65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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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무슨 일이 있다는 걸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수 씨, 무슨 일이에요?”
-저…… 몸이 이상해요.
“네? 몸이 왜요?”
-조금 전부터…… 배가 아파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현성은 이미 전화를 받으며 부동산 사무실을 빠져나와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녀에게 달려갈 작정이었던 것이다.
현성은 일단 그녀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지금 어디예요?”
-잠깐 탈의실에서 쉬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윽.
핸드폰 너머에서 그녀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는 걸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뛰면서 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수 씨!”
-…… 네.
“지금 옆에 누가 있어요?”
-아무도 없어요. 지금 다들 근무시간이라…….
“119에 연락해요, 지금 당장!”
-안 돼요, 아직 근무시간이라…… 교대하려면 한 시간이…….
“지금 근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성은 말을 하다 말고 그만뒀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 이런 말이 필요 없다는 걸 바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어떡하든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려고 할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수 씨, 일단 전화 끊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저…….
현성은 핸드폰 너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 채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119에 바로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차피 그녀 스스로는 119에 전화를 안 할 테니 어쩔 수 없이 현성이 대신 신고를 한 것이다.
부릉!
주차장에 도착한 현성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라이트와 비상등을 켠 후 바로 출발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지프는 신호등도 무시한 채 구월동 미래 백화점을 향해 달렸다.
보통은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15분 만에 도착한 현성은 주차장이 아닌 백화점 정문으로 바로 갔다. 정문 앞에는 이미 119 구급차가 와 있었다.
타다닥!
현성은 바로 윤지수가 근무하는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곤 바로 36번 매장으로 향했다. 그녀가 근무하는 옷 매장이었다.
“안 가요!”
매장에 도착하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매장 뒤에 있는 탈의실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현성은 바로 탈의실로 향했다.
“안 간다니까요!”
다시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구급대원이 서 있었다.
“정말 안 가실 겁니까?”
“네, 안 간다니까요!”
윤지수는 구급대원과 대치중이었다. 그런 그녀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얼핏 봐도 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벅!
현성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그녀가 앉아 있는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 현성 씨!”
“왜 고집을 부려요?”
“지금은 근무시간이라…….”
그때였다.
현성은 윤지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양 손으로 안아 올렸다. 그리곤 바로 구급대원을 향해 말했다.
“갑시다!”
“네? 아, 네.”
구급대원도 그제야 눈치를 채고는 바로 앞장섰다. 현성이 도착하고 불과 채 1분도 안 돼 벌어진 상황이었다.
“현성 씨, 나 병원 안 간다니까!”
“아니요, 가야 합니다. 지금 이 땀을 보세요. 왜 고집을 부립니까?”
“나 이대로 가면 잘린단 말이야!”
현성은 그제야 지금까지 윤지수가 구급대원과 대치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이 우선입니다!”
현성은 더욱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더 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현성 씨, 나 잘린다니까!”
“제가 책임지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벼르고 있었어요. 하루 종일 서 있는 거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면 저녁이면 발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몇 번이고 백화점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였기 때문이다.
아직 그녀를 만난 지 채 1년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라고 하기엔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윤지수가 현성을 올려다보며 이름을 불렀다.
“현성 씨!”
“아직도 저 몰라요?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이 여기 마지막 출근입니다.”
1층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구급차로 윤지수를 데리고 갔다. 그러자 먼저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이 바로 뒷문을 열고 윤지수를 의자 침대에 눕힌 후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지수 씨, 잠시 후에 병원에서 봐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구급차는 바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백화점 정문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현성 또한 바로 그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구급차는 채 10분이 되기 전에 길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백화점과 병원의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급성 충수염이니 바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응급실에서 내린 진단 결과였다.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충수가 터지고 뱃속에 고름이 퍼지는 복막염 등이 발생해 수술이 복잡해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서워요.”
수술실 앞에서 윤지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현성은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잠깐 잔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아직 충수가 터지지 않아서 수술이 간단하다고 하니 조금만 참아요.”
수술실로 들어가는 윤지수를 보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으으…….”
마취에서 깬 윤지수의 입에서 겨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현성이 바로 윤지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수 씨, 이제 정신이 들어요?”
“으으…… 현성 씨?”
윤지수는 겨우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아직은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탓인지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이상한 모습이 들어왔다.
그건 바로 병실에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윤지수는 바로 물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병실입니다.”
“근데 왜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병실인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차피 수술을 했으니 입원을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궁금한 건 병실에 자신 외에는 왜 아무도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윤지수는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혹시…… 여기 1인실이에요?”
“네, 맞아요. 1인실입니다.”
1인실이라는 말에 윤지수는 병원비부터 머리에 떠올랐다.
“왜요? 여기 비싸잖아요?”
“상관없습니다. 지수 씨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말고 몸만 생각하세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침대 머리맡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환자가 깨어나면 알려달라는 간호사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간호사 한 명이 병실로 들어왔다.
“윤지수 씨, 몸은 좀 어때요?”
“아파요.”
“네, 아무래도 수술을 했기 때문에 조금은 아플 겁니다. 그래도 늦지 않고 빨리 수술을 했기에 천만다행이었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요.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부러워요.”
“네?”
윤지수는 간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에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간호사가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남편분이 이렇게 지극정성인 분은 처음 보거든요.”
“네?”
“남편분이 수술 끝나고 잠시도 환자분 옆에서 안 떨어지더라고요.”
“…….”
윤지수는 대답 대신 옆에 서 있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때 간호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진통제 들어가고 있으니 조금 있으며 통증은 없어질 겁니다. 그리고 …….”
간호사가 주의 사항을 얘기하고 나가자 윤지수는 바로 현성을 불렀다.
“현성 씨, 이쪽으로 와 봐요.”
윤지수는 현성이 침대 가까이 다가오자 바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네? 뭐가요?”
“현성 씨가 언제부터 제 남편이 된 거예요?”
“아아, 그거요. 수술하기 전에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관계를 적는 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요?”
“거기다 비디오 가게 주인이라고 적을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피식.
윤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조금 전 간호사가 ‘남편’이란 말을 했을 때 기분이 묘한 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윤지수는 다시 현성을 바라봤다.
“그래서 남편이라고 적었어요?”
“네, 저 잘했죠?”
“네? 풉.”
윤지수는 현성의 대답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자금 자신은 수술을 한 직후라는 것이었다.
“아악!”
“왜요? 아파요?”
“웃기지 말아요. 웃기니까 배가 아프잖아요.”
윤지수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쌌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많이 아파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나저나 현성 씨 가만히 보면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네? 제가 왜요?”
“멀쩡한 처녀를 유부녀로 만들었으니까요. 이제 어떡할 거예요?”
“어쩌긴 뭘 어쩝니까, 제가 책임지면 되죠. 어차피 저번에 지수 씨가 책임지라고 했잖아요, 안 그래요?”
“그때는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고요.”
피식.
이번엔 현성이 그런 윤지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왜 웃어요?”
“정말 다행이다 싶어서요. 아까는 정말 놀랐었거든요.”
“저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배는 막 아파오고 근무시간은 아직 남았고……아, 참! 저 이제 어떡해요?”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아마도 백화점에서 잘릴 거 같은데…….”
윤지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오히려 잘 됐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는 지금 그 일만 생각하면…….”
“아니요, 이번 기회에 백화점 그만두세요. 이제 저녁때만 되면 퉁퉁 붇는 지수 씨 발을 더 이상은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현성은 윤지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지수 씨, 제 말 잘 들어요. 아까 백화점에서 지수 씨를 안고 내려오면서도 저는 결심했습니다.”
“결심이요?”
“네, 이제 더 이상은 지수 씨 이곳에 혼자 두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사실은 그동안 저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수 씨의 발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저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현성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지수 씨의 프라이버시라 참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겁니다. 설사 백화점에서 지수 씨를 다시 오라고 해도 이제는 제가 막을 겁니다.”
“…….”
윤지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현성의 너무도 진중한 모습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백화점에서 안고 내려오면서 ‘이제 더 이상은 두고 보지 않겠다’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던 건 사실이다. 왠지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지수 씨가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게 도와드릴 겁니다.”
“꿈이요?”
“혹시 기억하십니까? 지난번에 저한테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예쁜 카페를 하나 하고 싶다고 했던 말 말입니다.”
“그건 그냥 술기운에…….”
“취중진담이란 말 아시죠? 저는 그게 지수 씨가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전생에서도 그녀가 했던 말이다. 자신은 큰 카페는 부담되고 적당한 크기의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들러줄 수가 없었다. 이유는 한 가지, 능력 부족이었다. 그럴 만한 능력이 안 됐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바리스타 자격증 있죠?”
“네, 그건 예전에 이미…….”
“거 봐요, 지수 씨는 이미 준비를 다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다른 건 하나도 걱정하지 마세요. 나머지는 제가 다 준비하겠습니다. 지수 씨가 가장 좋아하는 노란색을 바탕으로 예쁘게 카페를 만들어 드릴 테니까 지수 씨는 그냥 운영만 하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도 공짜로 다 드리는 거 아닙니다.”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건 오히려 그녀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5:5 어때요? 지수 씨는 운영을 하고 저는 투자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수익은 반반 나누는 겁니다.”
“정말이요?”
“네, 그러니까 여기 병원에서 나가면 저랑 같이 가게 보러 다녀요. 알았죠?”
“…….”
윤지수는 대답 대신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