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5)
회귀해서 건물주-65화(65/740)
헉헉!
이정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괜찮아? 힘들면 조금만 쉬었다 가고.”
현성이 이정우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러자 이정우는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직은 걸을 수 있어. 이 정도는 내가 해내야지.”
말하는 이정우의 목소리에서 그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당연한 건데….
예전엔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그만큼 스스로는 많이 아파했다는 얘기가 된다. 단지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을 뿐.
저벅!
이정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흔들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정상을 향해 또 한 발을 내딛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이정우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지금으로선 그게 이정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봤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 이유야 간단했다.
물론 불편한 몸이 안쓰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저 모든 것을 이정우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방관(傍觀).
남의 일이라 생각했기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저 지켜만 봤던 것이다.
예전까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살아본 세월만큼 생각의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가능성이 보였다.
물론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의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게 바로 함께 운동하는 거였다.
살아보니 진정한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를 알게 됐다.
진짜 어려워보니 알겠더라.
전생에서 충분히 받았다.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얼마 후.
현성은 큰 소리로 외쳤다.
“정우야, 힘내자.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다.”
남들은 채 1시간도 안 걸리는 얕은 야산이다. 하지만 지금 이정우는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헉헉!
이정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 조금만 더…….”
이정우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등이라도 밀어주고 싶었지만 현성은 참았다. 그것은 오히려 이정우를 돕는 것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고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우는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다.
이정우는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드디어 마지막으로 힘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
쿵!
이정우는 보란 듯이 마지막 발걸음을 정상에 찍었다.
그리곤 거의 쓰러지다시피 정상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하아!
이정우의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짧게 터져 나왔다.
그런 그가 힘겹게 다시 입을 열었다.
“현성아!”
“그래, 인마.”
현성은 누워있는 이정우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정우가 현성을 올려다보며 다시 말했다.
“우리가 해낸 거 맞지?”
“아니, 네가 해낸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 너 스스로가 여기 정상까지 올라온 거라고.”
“인마, 네가 뒤에 딱 버티고 있으니까 나도 힘이 났던 거지.”
이정우는 현성을 바라봤다.
솔직한 심정이다.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현성의 숨소리가 들렸다. 차마 그런 친구 앞에서 포기할 순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뒤에서 버텨준 현성이 없었다면 자신은 결코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우는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고맙다!”
“자식, 나도 고맙다.”
현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었다.
그리곤 이정우 옆에 벌러덩 누웠다.
소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현성이 하늘을 보며 물었다.
“좋냐?”
“좋다!”
“그럼 됐다. 나도…… 좋다!”
두 사람은 그 후로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파란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비록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시간은 분명히 단축될 것이다. 그만큼 이정우의 다리 근력은 좋아질 것이고, 근력이 좋아진 만큼 이정우의 자신감도 함께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정우의 삶 또한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 현성의 판단이었다.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현성은 아버지 어머니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어머니의 표정이 못마땅하다는 듯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미래의 신붓감을 보러 인천으로 가겠다는 거지?”
“네,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래 들었지. 듣긴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같이 따라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마는 그럴 수도 없는 문제고…….”
장래 며느리 감이라 민감해서 그런 걸까.
엊그제 처음으로 아내를 보러 인천에 간다고 했을 때만해도 아무 소리 안 하시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젯밤에는 동생과 공부하고 있는 와중에도 들어오셔서는 ‘그게 말이 되느냐’며 30분 동안이나 공부를 방해했었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미래의 신붓감을 꿈에서 미리 봤다는 말을 믿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성으로서도 꿈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귀했다고 한 마디라도 했다가는 정신병자로 몰릴 게 뻔했다.
억울하지만 이 또한 현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어머니가 자꾸 다른 말을 하자 이번엔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나섰다.
“현성이 버스 시간 늦겠네. 그만하고 보내주구려. 우리 새아가를 만난다지 않소?”
“새아가요? 하여간 순진하기는…….
”어허, 이 사람이 얘들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네.”
큭큭….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 김지연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곤 현성을 보며 바로 말했다.
“오빠, 갈 거면 빨리 가. 여기 오빠 있어봐야 도움 안 되니까.”
이럴 땐 눈치 빠른 김지연이 고마웠다.
어차피 있어봤자 어머니의 의심병은 점점 커질 테고, 그럴 수록에 곤란한 건 현상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그럼 오빠 간다. 아버지 어머니 이번엔 진짜 갑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꾸벅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여전히 어머니는 뒤에서 무슨 말을 하는 듯했지만 현성은 못 들은 척 빠른 걸음으로 신작로로 향했다.
콩닥콩닥.
집을 나오자 왠지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 이유야 뻔했다.
20대의 아내 윤지수를 만나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를 만난 건 현성의 나이 33살이 되던 해였다. 7살 연상이니 아내의 나이는 40살이었고.
그런데 오늘 보게 될 아내 윤지수의 나이는 25살이다.
심장이 나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후훗.
“어떤 모습일까…….”
현성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첫 버스가 시야에 들어온 건 그때였다.
그날 오후.
현성은 인천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바로 부평으로 향했다.
“여긴데…….”
현성의 걸음이 멈춘 건 어느 빌라 앞이었다.
[부영아트빌]현성이 아내 윤지수와 마지막으로 살던 곳이다.
A동과 B동이 있는데 현성이 살던 곳은 A동이다. 301호.
비디오 가게 하면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장만했던 집이다. 그땐 물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내와 함께 커튼도 직접 달고, 둘 다 꽃을 좋아해 화분도 많이 키웠던 곳.
저벅.
현성은 빌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바로 3층으로 올라갔다.
지금 이곳엔 당연히 아내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 올라온 이유는 현성의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내 윤지수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출근할 때면 창가에서 항상 손을 흔들어 주던 아내다. 그리고 점심때면 도시락을 싸서 가게까지 운동한다며 매일 걸어왔던 아내다.
현성의 발걸음은 301호 앞에서 멈췄다.
늘 드나들던 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다.
“아차!”
현성의 손가락이 초인종 앞에서 멈췄다.
지금 여기는 예전에 살던 자신의 집이 아니다.
만약 초인종을 누른 후 누군가 나온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미래에 여기서 살았던 사람’ 이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굳이…….
현성은 발걸음을 돌렸다.
없는 사람을 부른다고 나올 것도 아니고, 남의 집에 괜히 민폐 끼칠 생각은 없었기에 발길을 돌린 것이다.
저벅.
다시 계단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미련인 걸까.
현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어쨌건 아내 윤지수와 지냈던 마지막 추억의 장소다. 사람이야 없지만 그 공간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휙.
현성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 이곳을 떠나면 언제 여기에 다시 올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다시 안 올 수도 있다.
전생에서처럼 비디오 가게를 다시 하지 않은 이상 아마도 이 동네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내 윤지수와의 마지막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잠시라도 그 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현성은 과감하게 벨을 눌렀다.
딩동.
“…….”
“뭐야?”
조용했다.
현성은 다시 벨을 눌렀다.
딩동딩동.
그때였다.
끼익.
누군가 집에서 나왔다. 그런데 문이 열린 곳은 301호가 아니라 그 반대편인 302호였다.
“어?”
현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302호에서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자신도 아는 사람이었다.
문희열.
이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이 동네에 와서 비디오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물론 처음엔 손님과 주인 관계로 만났다.
나이는 현성보다 3살이 많았다. 단골이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는 형, 동생 하며 지냈었다.
그러다 2년 후쯤인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었다.
그때가 IMF사태가 터지던 1997년 겨울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가게로 한 번 찾아왔었다. 알고 보니 IMF사태로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나면서 살던 집마저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그게 끝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문희열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네?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