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53)
회귀해서 건물주-654화(654/740)
656
***
부릉!
현성은 한지민을 뒤로한 채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런 그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혼자 있는 여자가 라면을 핑계로 남자를 집에 들인다?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게다가 이상야릇한 향기를 풀풀 풍기며…….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이었다.
“내가 미쳤냐?”
현성은 백미러로 멀어지는 한지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 시각.
혼자 있는 윤지수는 시계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윤지수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몇 번 울려도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다시 시계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더 불안한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윤지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수 씨, 접니다.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금까지 불안해하던 윤지수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네, 현성 씨!”
-혹시 조금 전에 전화했었어요? 운전 중이라 바로 못 받았어요.
“아, 미안해요. 미처 운전 중이라는 생각은 못 했네요.”
툭.
윤지수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툭 쳤다. 불안한 마음에 운전 중이라는 것을 생각 못 하고 전화를 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왜요?
“아니, 그냥…….”
-혹시 저를 믿지 못했던 겁니까?
“믿지 못했다기보다는 그 계집애가 워낙 여시라…….”
-쿡쿡.
“왜 웃어요?”
윤지수는 현성이 웃자 바로 물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에서 현성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딱 들어보니 불안해서 전화를 한 게 맞는 거 같은데…….
“그게 아니고…….”
-괜찮아요, 그 얘기는 그만큼 지수 씨가 저를 사랑한단 얘기니까 말입니다.
“웅~ 몰라요.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윤지수는 후회막급이었다.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지수 씨,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한테는 죽으나 사나 지수 씨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별일 없었지요?”
-별일 있을 게 뭐가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들어와서 라면 먹고 가라는 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 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네? 라면이요?”
윤지수는 ‘라면’이라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 이유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걔가 진짜 라면 먹고 가라고 그랬어요?”
-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요?”
-제가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랬다고.
“진짜요?”
-그러니까 이렇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어? 이상하네요.”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반 상식과는 현성의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보통 남자들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잖아요?”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윤지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바로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다른 남자들은 그 상황에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제가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저한테는 지수 씨밖에 없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지수 씨만 만날 겁니다. 이제 됐습니까?
“음…… 알았어요. 미안해요.”
-네? 뭐가 미안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저는 현성 씨도 당연히…….”
-당연히 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성 씨,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요. 이만 전화 끊고 빨리 출발해요.”
뚝.
윤지수는 급히 전화를 끊은 다음 주먹을 쥔 채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현성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윤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대로 다가갔다.
그 시각.
현성이 떠나고 혼자 집으로 들어온 한지민.
“뭐? 쓸데없는 소리?”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윤지수는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어느 한 곳 부족한 데가 없었다.
“음…….”
잠시 생각하던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어느 순간 실룩거렸다.
“어디 두고 보자.”
한지민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며칠 후.
아침 운동을 마친 현성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3층 건물로 향했다. 물론 그곳은 앞으로 아내 윤지수가 운영할 카페가 한창 공사 중인 곳이었다.
“어서 와, 김 사장!”
현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작업을 하던 설비업자 김동호가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반가운 목소리로 바로 인사를 건넸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형님!”
“수고는 무슨…….”
“근데 공사가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이 되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예정보다 이틀 정도 빨리 끝날 거 같네.”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니깐…….”
현성은 비록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웃고 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공사가 빨리 끝나면 끝날수록 카페를 오픈하는 날짜는 빨라질 테니 말이다.
현성은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김동호한테 내밀었다.
“형님, 저녁에 일 마치시고 일하시는 분들과 저녁이라도 한 끼 하세요.”
“지난번에도 주더니 뭘 또…….”
“지난번은 지난번이고 오늘은 오늘이지요.”
“허허, 이러니 내가 쉬면서 일을 할 수가 있나? 어쨌든 고맙네, 이 돈으로 오늘 저녁은 푸짐하게 먹겠네.”
업자가 공사 일정을 앞당긴다?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있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현성이 이른 아침 오늘 여기에 온 이유였다.
“저는 그럼 이만…….”
“왜, 벌써 가려고?”
“저야 볼일 다 봤으니 얼른 사라지는 게 도와드리는 거죠. 괜히 있어봤자 잔소리밖에 더 하겠습니까?”
“허허, 사람도 참…….”
일하는데 잔소리해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밖으로 나온 현성은 어딘가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굿모닝! 지수 씨.”
-네, 그런데 지금 어디예요?
“잠깐 카페 공사하는데 들렸어요.”
-어느 정도나 진행이 됐어요?
“이틀 정도 공사가 빨리 끝날 거 같아요.”
-이틀이요?
윤지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단축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이틀이나 빨리 끝나는 게 맞아요?
“네, 맞아요. 조금 전에 형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아무래도 다음 주에 강릉에 먼저 다녀와야 할 거 같습니다.”
-엄마한테 말이죠?
“네, 그래야 갔다 와서 공사가 끝나면 바로 오픈 준비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알았어요. 제가 오늘이라도 엄마한테 미리 전화할게요. 그건 그렇고 빨리 와요. 현성 씨가 좋아하는 두부찌개 끓여놨어요.
“네, 알았어요. 바로 갑니다.”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그는 바로 윤지수의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윤지수의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부, 저예요.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민이었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이제 겨우 7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그녀가 전화를 걸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 그래. 무슨 일이야?”
-저 아파요.
“아프다고?”
현성으로선 여전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픈 거야 그렇다 치고 그 사실을 지금 이 이른 시간에 자신한테 전화를 하면 어쩌란 말인가.
핸드폰 너머에서 다시 한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올 수 있어요?
“지금?”
-네,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혼자서는 갈 수 없고, 형부가 저 좀…….
“…….”
현성은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간다고 하기에도 뭔가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모른 척 안 간다고 하기에도 아픈 사람을 두고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부, 나 힘이 없어서 이만…….
뚝.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더욱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도대체 어쩌라고…….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어딘가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수 씨, 접니다.”
현성이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아내 윤지수였다.
-아니, 오지는 않고 웬 전화예요?
“그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지민이한테서요.”
-네? 지민이가 왜요?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조금 전에 한지민과 통화한 내용을 윤지수한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윤지수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지민이가 아프다는 거예요?
“네, 아무래도 많이 아픈가 봅니다. 저한테 지금 당장 와달라고 하는데 이 일을 어쩝니까?”
-걔는 무슨…….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거짓말은 아닌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현성 씨가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생각 같아서는 저도 같이 가고 싶은데 제가 지금 그럴 사정이 안 돼서요.
“혹시 주변에 사람 없어요?”
-걔가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서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걔 친구들은 지금 이 시간이면 출근 준비하느라 안 될 거고요.
“음…….”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윤지수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현성 씨, 무슨 생각해요?
“고민 중입니다. 어떻게 할지…….”
-제 생각엔 일단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사람이 아프다고 하니 말이에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걔도 가만히 보면 불쌍한 애라…….
“알았어요, 그럼 저 바로 주안으로 가볼게요.”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주차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상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30분 후.
주안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한지민이 살고 있는 건물로 다가갔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반지하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바로 문이 열렸다.
“형부…….”
그녀의 목소리에서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평상시에 톡톡 튀던 목소리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거야?”
“모르겠어요, 새벽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한지민은 말을 하다 말고 배를 잡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걸을 수 있겠어?”
“으으…….”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잠깐 망설이던 현성은 바로 119를 불렀다.
한 시간 후.
한지민은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형부, 의사가 뭐래요?”
“장이 꼬였대, 그러니 그렇게 아팠지.”
“어쩐지…… 진짜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두 시간 정도 있다가 이 약 다 맞으면 집으로 가도 된대. 그리고 당분간은 음식 조심하고, 특히 딱딱한 거 먹지 말라고 그러시더라.”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한지민이 바로 현성을 불렀다.
“형부, 어디 가?”
“응? 잠깐 밖에. 전화 좀 하려고. 언니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한지민은 그 말과 함께 현성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윽.
현성은 그녀의 손을 밀어낸 채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곤 바로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지민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