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57)
회귀해서 건물주-658화(65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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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
“지수 씨, 아직 멀었어요?”
“아니요, 다 됐어요. 지금 막 나가요.”
윤지수는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다. 그런 그녀의 양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이게 다 뭐예요?”
“뭐긴 뭐예요? 요 며칠 동안 현성 씨가 우리 엄마 준다고 백화점에서 산 것들이잖아요.”
“제가 이렇게 많이 샀어요?”
“본인이 사놓고도 몰라요? 그래서 제가 적당히 사자고 그랬잖아요?”
“살 때는 별로 안 되는 거 같았는데…….”
현성은 윤지수로부터 쇼핑백을 받아 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원래 그런 거예요. 그래서 여자들이 쇼핑하기 시작하면 무섭다는 거예요. 아무리 넓은 옷장도 반년이면 비좁아지거든요.”
“조금은 이해할 거 같습니다. 자, 이제 내려갑시다.”
현성은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1층에 막 내려갔을 때였다.
덜컹.
101호 현관문이 열리면서 40대 여자가 갑자기 나왔다. 그런 그녀가 현성을 보자마자 아는 체를 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근데 이게 다 뭐예요?”
“아, 장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길입니다.”
“인사요?”
“네,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겁니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국수는 언제 먹어요?”
“올가을 10월쯤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 좋겠다.”
“하하, 네 너무 좋습니다. 그때 꼭 오세요.”
“네, 알았어요. 그나저나 지수 씨는 무슨 복에 이런 사장님을…….”
아주머니가 뒤에 있는 윤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복은 오히려 제가 받았지요. 어디 가서 이렇게 예쁜 사람을 만난 답니까?”
“호호, 그런가요? 어쨌든 지수 씨 너무 좋겠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아, 네네. 잘 다녀오세요.”
두 사람은 다시 차가 주차돼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차 뒷좌석에 짐을 다 실은 현성은 잽싸게 조수석 문을 열었다.
“지수 씨, 어서 타요.”
“네, 고마워요.”
윤지수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문을 닫으려던 현성은 왼쪽 뺨을 그녀 앞으로 들이대며 말했다.
“손님, 차비는 선불입니다.”
“누가 봐요.”
“누가 보면 어떻습니까? 이제 곧 우리는 부부가 될 텐데 말입니다.”
“하여간…….”
쪽!
잠시 망설이던 윤지수는 부끄럽다는 듯 얼른 현성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현성이 활짝 웃으며 바로 말했다.
“손님, 강릉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호호…….”
윤지수는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그녀를 힐긋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 문을 닫았다.
그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었다.
운전석에 올라탄 현성은 윤지수의 안전벨트를 확인한 후 바로 말했다.
“자, 이제 출발합니다.”
“네에!”
윤지수도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탄 차가 대로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윤지수가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현성 씨.”
“네, 왜요? 무슨 할 말 있어요?”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저한테요? 그게 뭔데요?”
현성은 윤지수를 바라본 다음 가볍게 물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 안 궁금해요?”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현성 씨는 저를 만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아빠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그게 궁금했어요?”
“네, 이상하게 현성 씨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더라고요.”
사실 현성은 이미 전생에서 알고 있는 얘기였다.
그녀의 유일한 아킬레스가 바로 아버지의 부재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지금까지 묻지 않고 있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녀가 먼저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8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 거의 밖으로 돌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를 할 때도 어머니는 학교에 오지를 못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렸을 적에 남들이 다 좋아하는 소풍이나 운동회가 가장 싫었다고 했다. 남들과 비교되는 게 싫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고, 그러면서 성적도 점점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생활이 어려서부터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가장 큰 아킬레스가 됐다는 것이었다.
“저는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기다려요?”
“네, 지수 씨가 먼저 아버님에 대해서 말할 때까지 말입니다.”
“혹시 우리 아빠가 안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현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건 전생에서 윤지수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이니 말이다.
“짐작이요? 어떻게요?”
“지수 씨 방에 있는 가족사진에는 아버님이 안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지난번에 어머님 일 때문에 강릉 갔을 때도 안 보이셨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네…… 그랬군요.”
윤지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괜히 섣불리 묻기에는 조심스러워서 말입니다.”
“결국은 저를 배려했던 거네요?”
“혹시나 지수 씨한테 아픈 기억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의 궁금증을 풀겠다고 지수 씨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지수 씨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음…….”
윤지수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역시 현성 씨는 생각이 참 깊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약간 서운했었거든요. 왜 우리 아빠를 안 궁금해하는지 말이에요.”
“그럴 리가요.”
“그러니까요, 아직 저는 현성 씨를 잘 모르는가 봐요.”
윤지수는 자책이라도 하듯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머리 때리지 마세요. 그 머리 지수 씨만의 머리 아닙니다.”
“네?”
“이제부터 지수 씨의 모든 것은 지수 씨만의 것이 아니란 얘깁니다.”
“네? 그게 무슨……?”
윤지수는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젠 저한테도 지분이 있다는 얘깁니다.”
“지분이요?”
“네, 지수 씨의 몸에 대한 지분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함부로 몸에 나쁜 짓하면 안 돼요.”
피식.
윤지수는 현성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바로 말을 이었다.
“가만히 보면 현성 씨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심각하게 얘기 한 건데…….”
“하여간…… 네네, 알았어요. 앞으로는 이 몸에 대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 적당히 하세요.”
“그리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또요? 이번엔 또 뭐예요?”
윤지수는 궁금한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은 잠깐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2세요.”
“지금 2세라고 했어요?”
“네,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준비요? 무슨 준비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현성 씨~~~!”
윤지수의 말버릇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여기까지만 하라는 의미였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알았어요. 여기까지만 하죠. 그나저나 조금 전에 아버님에 대해서 말씀하시다가 그만둔 거 같은데요.”
“아, 맞다. 우리 아빠 얘기를 하다 여기까지 왔네요. 사실 우리 아빠는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엄마가…….”
윤지수는 전생에서 얘기했던 걸 그대로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얘기는 한참 동안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얘기를 하던 윤지수의 눈가가 어느 순간부터 붉어지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도 그녀는 그 얘기를 하다 말고 많이 울었었다.
현성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눈물을 멈춘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괜찮아요, 얼마든지 울어도 돼요. 그 대신 오늘까지만 우세요. 앞으로는 부족하지만 제가 아버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고마워요, 흑…….”
윤지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시각.
강릉 시내의 대성빌딩 3층.
[신라저축은행]마주 앉은 두 사람, 오명환과 한상태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명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현성이 형님이 오늘 강릉으로 내려오신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형님. 아마도 지금쯤이면 한창 내려오시고 계실 겁니다.”
“무엇 때문에 내려오시는 알고?”
“네, 물론입니다. 오늘 장모님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내려오신답니다. 그리고 오시는 김에 사무실에도 잠깐 들리신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대답을 하는 한상태의 눈빛이 유독 반짝였다. 그만큼 그로서는 오늘 현성을 맞는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달에 그 형님이 우리한테 보내주신 금액이 1억이라고 그랬지?”
“네, 그렇습니다. 자립자금이라는 명목으로 1억을 보내주셨습니다.”
“하여간 대단한 분이야. 그래서 그 돈으로 뭘 한 거야?”
“일단 포장마차를 10개 오픈했습니다. 우선은 강릉에 5개 그리고 속초, 주문진, 고성, 동해, 삼척에 각 하나씩 오픈을 했습니다. 일단 10개만 운영을 해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차차 늘일 계획입니다.”
오명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물었다.
“초기 반응은 어때?”
“일단 어제까지는 괜찮았습니다. 한 포장마차에 애들 4명씩 투입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는 두 명씩 운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올해 안으로 모든 애들 다 자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방법이 있었어! 근데 이 포장마차는 누구의 생각인가?”
“현성이 형님이 돈을 주면서 직접 말씀하신 겁니다.”
“역시 그렇군, 그러고 보면 생각할수록 그 형님이 나이는 어리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네, 맞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싸움만 잘하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국이지 뭡니까? 덕분에 우리 애들까지 모두 자립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상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오명환이 바로 물었다.
“좋냐?”
“네, 좋습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일단 나쁜 짓을 안 하니 마음이 편해서 좋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애들 눈빛이 달랴져서 좋습니다. 애들이 요즘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 정도야?”
“네, 그렇습니다. 오늘 밤엔 형님도 애들이 장사하는 포장마차에 한번 들러보십시오, 그러면 우리 애들이 얼마나 변했는지 느끼게 되실 겁니다.”
피식.
오명환은 가볍게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오케이 알았어,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남대천에 한번 나가보자. 내가 소주 한잔 살게.”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현성이 형님 환영식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음…….”
잠깐 생각을 하던 오명환은 바로 입을 열었다.
“다 불러 모으면 오히려 형님이 안 좋아할 테니까 반만 형님이 오는 시간에 맞춰 순두부 집으로 집합시켜.”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순두부 집에서 뵙겠습니다.”
한상태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오명환이 다시 부르기 전까지는.
“어이, 한 실장.”
“네, 형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올해 몇 살이지?”
“네, 서른여덟입니다.”
“서른여덟이라…….”
잠시 생각을 하든 오명환이 바로 입을 열었다.
“한 실장을 만난 지도 벌써 15년이 되었구먼.”
“네, 그렇습니다. 형님이 저를 거둔 게 스물셋이었으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어? 그냥…….”
“저는 그럼 이만…….”
한상태가 고개를 숙인 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오명환이 고개를 들어 조금 전 한상태가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제는 나도 물러날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