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58)
회귀해서 건물주-659화(65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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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과 윤지수, 두 사람이 탄 지프가 대관령 고개를 막 내려갈 때였다.
현성이 윤지수를 향해 물었다.
“지수 씨, 아까 아버님 산소가 성산면에 있다고 하셨죠?”
“네, 성산면 면사무소에서 10분 정도 더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있어요. 근데 왜요?”
“아버님께 먼저 인사드리고 가려고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윤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어느 순간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 현성 씨.”
“고맙긴 뭐가 고맙습니까? 당연한 거지요.”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러자 윤지수는 그렇게 말하는 현성을 다시 한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왼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으며 바로 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뭐가요?”
“현성 씨 같이 좋은 사람을 이렇게 만나서 말이에요.”
“부끄럽게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아니에요. 지금 생각하면 지난 1년이 참 신기해요. 처음 이사 오던 날 현성 씨를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며칠 전 프러포즈를 받을 때까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윤지수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모든 게 꼭 누군가 연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연출이요?”
“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겼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해요. 제가 처음 이사하던 날 현성 씨가 어떻게 미리 알고 빌라 앞으로 왔는지 말이에요. 그때 현성 씨가 말하길 비디오 영업을 하기 위해 왔다고 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거였거든요.”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땐 얼떨결에 그렇게 말을 하기 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느 비디오 가게가 이사를 온다고 해서 비디오 영업을 하겠다고 이사 오는 날 그 집 앞에서 미리 기다린단 말인가.
“왜 웃어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누가 비디오 영업을 한다고 이사 오는 집 앞에서 미리 기다린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제는 솔직히 얘기해 봐요. 그때 그 일은 어떻게 된 거예요?”
“음…….”
현성은 바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곳에 미리 갔던 건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렇게라도 그녀를 빨리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얘기를 솔직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꿈을 꿨습니다.”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꿈이요?”
“네, 제가 남들과는 다르게 꿈을 꾸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경향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그 얘기는 그날도 미리 꿈을 꿨다는 거예요?”
“네, 맞아요. 그 전날에 꿈을 꿨는데 그 빌라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이사를 오는 겁니다. 그래서 그날 아침에 거기로…….”
“아름다운 아가씨요?”
“네, 꿈에서 봤는데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겁니다.”
“광채요? 쿡쿡…….”
윤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저였다는 거예요?”
“네, 맞아요. 그날 아침에 이삿짐센터 트럭에서 지수 씨가 딱 내리는 순간 저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는지 알았다니까요.”
“이젠 선녀까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바로 결심을 했습니다.”
“결심이요? 어떤 결심이요?”
“제 아내로 꼭 만들겠다고 말입니다.”
짝!
윤지수는 잡고 있던 손을 그녀의 오른손으로 내리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무슨 선녀와 나무꾼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아니죠, 선녀와 나무꾼이 아니라 현대판 선녀와 비디오 가게 사장이죠. 안 그래요?”
“아, 진짜…… 쿡쿡.”
윤지수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웃음을 멈추자마자 바로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현성 씨!”
“네, 왜요?”
“진짜 꿈을 꾼 거 맞아요?”
“그렇다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그 시간에 어떻게 지수 씨가 이사 올 줄 알고 거기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는 하늘에서 맺어준 천생연분인 겁니다.”
“이거야 참…….”
윤지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현성의 말을 어느 정도 믿는 느낌이었다.
현성의 꿈 얘기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의 시야에 ‘성산면’이라는 이정표가 들어왔다.
“저 앞에서 우회전하면 되는 거죠?”
“네, 맞아요. 용봉 자동차 운전학원 건너편 쪽으로 들어가면 돼요.”
현성은 바로 우회전을 해서 들어갔다. 5분쯤 더 가자 슈퍼가 하나 나왔다.
“여기서 잠깐 섰다가 갈게요.”
“왜요?”
“아버님 산소에 가져갈 술이랑 말린 오징어라도 사려고요. 바람이 차니까 지수 씨는 차에 그냥 있어요. 제가 잠깐 들어갔다 올게요.”
“그럴 수는 없지요. 모처럼 아빠한테 가는 건데, 저도 내릴게요.”
“그럼 그러실래요.”
현성은 운전석에서 얼른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잠시 후.
차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
윤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우리 아빠 엄청 좋아하시겠네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그러실 거예요. 현성 씨 같이 잘생기고 능력자가 사윗감으로 인사를 왔는데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아마도 지금 살아계셨다면…….”
윤지수는 말을 하다 말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까 저랑 약속한 거 그새 잊었어요? 앞으로는 울지 않기로 했잖아요. 제가 아버님의 빈자리를 채우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이제부터는 저만 믿어요.”
“그래요, 그럴게요.”
윤지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두 사람이 탄 차는 다시 출발했다.
10분쯤 달렸을까.
윤지수가 손으로 왼쪽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들어가면 돼요.”
조금 더 들어가자 양지쪽에 산소가 하나 나왔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산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산소에 도착한 현성은 산소 주변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3월이라 풀이 자란 것도 아니라서 그저 산소를 둘러보고 마지막에 봉분에 손을 얹어 쓰다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런 다음 한지를 깔고 슈퍼에서 사 온 술과 오징어 그리고 과일을 놓은 다음 똑바로 섰다.
그때 윤지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빠! 저 왔어요. 오늘은 저 혼자가 아니라 이 사람과 같이 왔어요.”
윤지수가 현성의 손을 잡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 이 사람이 바로 제가 평생 믿고 살 사람이에요. 잘생겼죠? 인물만 잘난 게 아니라 능력자예요. 이 사람 덕분에 저 졸지에 건물주도 됐고요. 아주 좋은 사람이니까 아빠도 기쁜 마음으로 이 사람 맞아주세요.”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성 씨도 아빠한테 인사드리세요.”
“네, 알았어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아버님, 저 김현성입니다. 앞으로 지수 씨와…….”
현성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전생에서도 많이 와봤지만,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전생에서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만큼 많은 세월을 살아봤기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20분쯤 지났을까.
모든 인사를 마치자 윤지수가 산소를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 다음에 또 올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윤지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윤지수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지수 씨, 제가 잘할게요.”
“고마워요.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요? 정말 고마워요. 이제 우리 가요.”
두 사람은 산소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더 숙인 다음 산소를 떠났다.
차에 다시 올라탄 두 사람.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성 씨, 아빠도 무지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매년 엄마랑 산소에 왔다가 돌아갈 때면 항상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저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아버님이 꼭 저를 안아준 느낌입니다.”
윤지수는 말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누구? 혹시 신라의 오 사장?”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신라저축은행의 오명환 사장이었다.
-네, 접니다.
“오 사장이 어쩐 일이야?”
-지금 어디쯤 오셨습니까?
“여기 성산 아버님 산소에 왔다가 가는 길이야. 근데 왜?”
-아닙니다. 그냥 어디까지 오셨나 궁금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럼 좀 있다가 뵙겠습니다.
“좀 있다가?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저녁때나 잠깐 사무실에 들르려고 했는데…….”
-그런 게 있습니다. 저 그럼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오명환은 건너편에 앉아있는 한상태를 보며 바로 말했다.
“형님께서 30분 후면 도착하신단다. 꽃다발이랑 애들 다 준비됐지?”
“네, 완벽하게 준비 끝냈습니다. 이미 순두부 가게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케이, 그런 우리도 이제 출발하자.”
“네, 형님!”
한상태는 고개를 숙인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오명환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한편, 전화를 끊은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자식들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야?”
“혹시 조금 전 그 전화 예전에 통화했던 사채업자 전화 아니에요?”
“네, 맞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이제 그런 일 안 해요.”
“그럼 무슨 일을 해요?”
“포장마차요.”
“네? 포장마차요?”
윤지수는 황당하다는 듯 현성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다른 일도 아니고 사채업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포장마차를 한다니 말이다.
피식.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한 달 전부터 포장마차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요? 어? 그런데 그걸 현성 씨가 어떻게 알고 있어요? 혹시 현성 씨도 그 포장마차와 무슨 연관이 되어 있는 거예요?”
“……네, 조금이요.”
현성은 한 템포 늦게 대답했다. 사실은 솔직하게 대답을 해야 하나 하고 순간적으로 고민을 하다 보니 대답이 늦어졌다.
고민을 한 이유는 솔직하게 대답을 했을 때 윤지수의 반응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걱정을 할까 봐.
하지만 조금 늦었지만, 솔직하게 대답을 한 이유는 부부지간에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처음부터 자꾸 속이다 보면 나중엔 속여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전생에서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신뢰가 가장 우선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조금이요? 어떻게요?”
“사실은 그게…….”
현성은 자세한 내용을 솔직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윤지수는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1억을 들여서 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자립시키겠다는 거죠?”
“그게 그나마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요?”
“왜라니요?”
“왜 현성 씨가 그 사람들을 자립시키려 하느냔 말이에요. 굳이!”
윤지수의 마지막 말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그녀로서는 현성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였다.
현성은 어느 정도 예상이라도 한 듯 별 동요 없이 바로 말을 이었다.
“벌써 잊었어요?”
“네? 뭐를요?”
“어머님 말입니다.”
“우리 엄마요?”
“네, 불과 몇 개월 전에 어머니는 그놈들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가시지 않았습니까? 그놈들을 가만히 놔두면 제2, 제3의 어머니 같은 경우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거야…….”
윤지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건 현성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만약 사채업자들이 그대로 영업을 한다면 틀림없이 엄마와 같은 경우는 100%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피해자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
“다행히도 반응이 좋은 거 같습니다.”
“포장마차요?”
“네, 지금은 비록 10개만 운영하지만, 올 연말까지 10개를 더 늘려 20개로 확장할 계획이랍니다.”
“현성 씨도 참…….”
윤지수는 현성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이제 인정해 주시는 겁니까?”
“듣고 보니 괜찮은 것도 같네요. 그런데 그 돈 1억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중에 돌려받는 거예요?”
“아니요.”
“아니요?”
“저는 처음부터 그 돈은 회수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저한테 약속을 하더군요.”
“약속이요?”
윤지수는 ‘약속’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그 사람들이 무슨 약속을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나중에 저렁 똑같이 하겠답니다.”
“똑같이요? 뭐를 말이에요?”
“자기들이 자립하고 나면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똑같이 무상으로 도와주겠다는 겁니다.”
“어머! 웬일이래요?”
“어때요? 이만하면 지수 씨 남편감으로서 괜찮은 선택을 한 거 아닙니까?”
피식.
윤지수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어느새 초당 입구를 지나 어머니가 운영하는 순두부집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윤지수가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현성 씨 저기 좀 보세요.”
윤지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두 줄로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