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
회귀해서 건물주-66화(66/740)
지금 문희열은 당연히 자신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혼자 아는 체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언뜻 말이 안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자 문희열이 다시 말했다.
“앞집 오늘 어디 좀 간다고 오전에 나가셨거든요.”
“아, 네….”
“혹시 무슨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호의를 베푸는 문희열이었다. 참 성실하고 정도 많았던 사람이다.
“아,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잘못 찾아 온 거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초면에도 불구하고 친절히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거야…….”
문희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성은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인사나 나누죠. 저는 김현성입니다.”
물론 억지다.
말도 안 되는 경우다. 언제 봤다고 통성명을…….
현성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문희열의 손을 잡아보고 싶었다. 항상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사람이다. 타지에 처음 와서 낯설고 힘들 때 친구처럼 형처럼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이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이다.
어색한 표정으로 문희열이 손을 내민 건 그때였다.
“아, 네……, 저는 문희열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성은 문희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역시 따뜻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다고 하더니 이렇게 다시 문희열을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잠깐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현성은 빌라를 빠져나왔다.
301호 주인이 없는 바람에 집 내부는 보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추억의 공간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주 오래전 보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것이다. 물론 일방적인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저벅.
현성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차피 여기까지는 이미 처음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아주 먼 훗날에나 일어날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지금 아내 윤지수가 없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생활했던 공간 또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처음으로 달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확인.
직접 현성 자신의 눈으로 한번은 확인하고 싶었다.
과거가 되어버린 자신의 미래를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 미래는 어떤 식으로든지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물론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은 진행형이라 현성 자신도 모른다. 단지, 확실한 건 과거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저벅저벅.
현성이 지금 향하는 곳은 동사무소다.
어차피 지금으로선 아내 윤지수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내는 지금 부평에 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20살에 강릉에서 인천 부평으로 올라왔다는 얘기는 언젠가 윤지수를 통해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된 거다.
있다면 찾으면 된다.
현성이 동사무소로 가는 이유다.
벌컥.
현성은 당당하게 동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헐! 이게 무슨 일이야…….”
어이가 없다.
이게 아닌데…….
동사무소를 나온 현성은 허탈한 기분에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 윤지수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떨리는 마음으로 동사무소에 들어갔었다.
처음엔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사람을 찾을 거면 파출소로 가라고 했다. 하지만 사정사정해서 마침내 조회를 했다.
그런데 조회 결과 돌아온 대답은 충격, 그 자체였다.
– 없는데요.
없단다.
윤지수란 그런 사람은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 이름으로 조회되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혹시 개명?”
이유는 그거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살면서 이름을 바꿨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가만…….
들어 본적이 없다?
이 얘기는 다시 말하면 단지 듣지를 못한 것뿐이지 개명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즉, 개명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결론은 이거밖에 없다.
개명.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
현성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일단 골목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향했다.
“뭐하지?”
갑자기 목적이 사라지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다고 이대로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았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현성은 걷기 시작했다.
“어? 여기는…….”
마지막 기억에 이곳은 빵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철물점이었다.
걸을수록 아주 오래전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지, 여기는 이발소였고…….”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까지 생활하던 동네이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렇다면…….
“그래, 거기 한 번 가보자.”
현성은 발길을 돌려 시내로 향했다.
[청해빌딩]현성이 도착한 곳이다.
회귀하기 전 마지막까지 영업했던 만화카페 장소다.
간판을 보니 지금은 중국집이었다.
건물은 4층 건물이다.
있는 놈이 더 하다고.
주인은 5층에서 살았다.
4층 건물에 5층이라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옥상에 변칙으로 가건물 식으로 짓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옥상 넓이만 해도 거의 100평 정도다.
집은 기본이고 거기다 정원에 텃밭까지 가꾸던 건물주 이세호였다.
속된 말로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놈이다.
“개새끼!”
생각만 해도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잠깐 회상하는 사이 누군가 나타난 건 그때였다.
“어?”
진짜 그놈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마지막 현성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원흉, 바로 건물주 이세호가 거짓말처럼 나타난 것이다.
텅.
승용차 문을 닫으며 내린 이세호가 현성이 서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현성이 어려진 만큼 건물주 이세호도 젊어진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30대 중반쯤 됐을 것이다.
하지만 주름만 없다뿐이지 그 외향은 예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아담한 키에 볼록 나온 배, 그리고 대머리까지도.
현성의 얼굴에 갑자기 비소가 드리워졌다.
“일찍도 벗겨졌구나.”
현성은 중얼거리며 건물주 이세호를 향해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툭.
어깨에 힘을 줬다.
그러자 건물주 이세호가 눈에 힘을 빡 줬다.
“아, 뭐야?”
“미안합니다. 제가 어디를 찾는 바람에 미처 앞을 못 봤네요.”
“눈을 어디나 두고 다니는 거야?”
건물주 이세호는 눈을 부라리며 현성을 잡아먹을 듯 쳐다봤다.
어차피 작정을 한 현성이다.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었다.
“미안하다는데, 거 적당히 합시다.”
“뭐?”
“그러다 사람 잡겠습니다. 지나다 보면 사람이 부딪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십니까?”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어디서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아득바득 덤비고 지랄이야.”
역시 말 막하는 개 버릇은 여전했다.
이 정도면 막 가자는 얘기다.
어차피 현성도 바라던 바고.
“거, 말 좀 가려서 합시다.”
큰 소리 낼 필요도 없었다.
현성은 일부러 조용히 말했다. 상대의 화를 키우는 데에 있어서 때로는 큰소리보다 작은 목소리가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자 건물주 이세호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야, 너 몇 살이야?”
꼭 못난 새끼들이 나이를 들먹인다.
어쩜 그 레퍼토리는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같은지.
“먹을 만큼 먹었는데요.”
“그래, 그 먹을 만큼이 얼만데? 한 스물은 처먹었냐?”
“그만합시다. 유치하게 나이가지고 얘기하지 말고.”
“뭐 유치?”
건물주 이세호는 얼굴까지 붉어지며 어쩔 줄 몰랐다.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라 올 분위기였다.
“그러다 사람 치겠습니다.”
“뭐? 이 새끼가.”
휙.
역시나 현성의 예상이 맞았다.
망나니 새끼가 그 순간을 참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현성이 누구인가.
동체 시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현성이다.
현성의 시야에 건물주 이세호가 내지른 주먹이 큼지막하게 들어왔다.
당연히 그 속도는 느릴 수밖에.
“어딜.”
턱.
현성은 건물주 이세호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움켜쥔 이세호의 주먹을 옆으로 살짝 비틀었다.
요즘은 아귀힘도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진 현성이었다.
산삼의 효과인지 아니면 물찬 더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현성으로선 축복이라면 축복이었다.
투둑.
현성이 이세호의 손을 비틀자 근육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힘 조절은 기본이었다.
“어어? 이 새끼 봐라.”
“왜, 아주 손 병신을 만들어 줄까요?”
“너 이 새끼 이거 안 놔?”
건물주 이세호의 눈알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판이었다.
툭.
현성은 잡았던 주먹을 밀쳐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어디 가서 주먹 함부로 쓰지 마세요. 그러다 맞아 죽습니다.”
“뭐? 이 새끼가!”
“그리고 말도 좀 조심하시고요. 내가 당신 새끼는 아니잖아, 안 그래……요?”
“너…, 너……, 이 새끼.”
“말 좀 조심합시다! 네?”
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도망칠 핑계를 찾던 건물주 이세호는 건물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너, 이 새끼 다음에 봐.”
도망가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이세호였다.
쫒아가서 뒤통수라도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현성은 참았다. 어차피 저놈하고는 여기서 끝날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다음에 보자, 이 자식아.”
현성은 사라지는 이세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 도착한 경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여기 누가 싸운다고 신고가 들어왔는데, 혹시 못 보셨습니까?”
“싸움이요? 못 봤는데요.”
괜히 얽혀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 현성은 모르쇠로 나갔다.
그러자 경찰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무전기로 뭔가를 더 확인하는 듯했다. 그리곤 잠시 후 현성한테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현성은 돌아서는 경찰을 다시 불렀다.
“저기요. 경찰 아저씨!”
“네, 무슨 일이신지요?”
“오신 김에 이 차 좀 어떻게 해봐요. 오전부터 여기 주차해 있던데, 횡단보도에 이렇게 걸쳐 주차해도 되는 겁니까?”
“당연히 안 되죠.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이 최 순경 …….”
주차위반 딱지를 떼는 경찰을 보며 현성의 얼굴엔 묘한 웃음이 번졌다.
현성은 다시 슬쩍 물었다.
“견인도 금방 할 거죠?”
“죄송하지만,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
제복을 입은 여성들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주차단속]팔뚝에 찬 ‘주차단속’ 완장이 이렇게 반가운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 뒤를 따르는 견인차량도 오늘 만큼은 더욱 번쩍번쩍 광이 나는 듯했다.
***
일요일 오후, TV를 보고 있은 두 사람.
“엄마, 저기 저 사람…….”
이정우는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고 있었다.
TV 속에는 범서방파 두목인 김태촌의 검거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놀란 건 이정우의 어머니 신명순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 사람 김태촌 맞지?”
“응, 엄마.”
“어떻게 이런 일이 …….”
“그러게 말이야, 이게 말이 돼?”
이정우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엄마한테 김태촌이 오늘 잡힐 거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그 말의 출처는 현성이라는 사실도 함께 전해 들었다.
그래서 어제 산에서 운동 시작하기 전에 물어봤었다.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현성의 대답엔 확신이 있었다.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진지한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 내기까지도 걸었었다.
그런데 지금 TV에선 현성이 말한 대로 김태촌의 검거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
황당한 건 이정우의 어머니 신명순도 마찬가지였다.
가게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와중에 아들 친구라는 녀석이 갑자기 이전할 가게를 찾았다며 자신을 끌고 가서 확인을 시켜줬었다.
하지만 그 가게는 도저히 이전할 수 없는 가게였다. 2년 전에 거기서 장사를 하던 여자가 갑자기 죽어 나간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