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1)
회귀해서 건물주-662화(66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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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두 사람.
윤지수와 그녀의 어머니인 안영순이었다.
두 사람이 심각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오늘 밤 잠자리 때문이었다.
방을 하나로 쓸 것이냐, 아니면 각자의 방을 쓸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윤지수는 방을 각자 써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고, 반면 그녀의 어머니인 안영순은 무조건 방을 같이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엄마,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아니에요.”
윤지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안영순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소꿉장난해?”
“엄마, 소꿉장난이 아니라 현성 씨와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단 말이에요.”
“준비는 무슨 준비? 이 정신 나간 것아, 네 나이가 올해 몇 인 지나 알아?”
“그거야…….”
윤지수는 바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게 자신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여자 나이 서른여덟, 그 나이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윤지수였다.
“왜 말을 못 해?”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엄마한테 인사하러 온 날 합방을 하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왜 그렇게 생각해? 오히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
“반대요?”
“그래, 네 말대로 인사를 왔고 내가 승낙을 했잖아. 그랬으면 모든 조건이 갖춰진 거 아니야? 이보다 더 완벽한 조건이 어디 있어?”
“그래도…….”
윤지수는 여전히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인사를 하러 온 날 바로 합방을 하라니 말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말이다.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이게 말이 돼요?”
“다시 말해? 네 나이 조금만 더 있으면 마흔…….”
“그만!”
윤지수는 손을 들어 안영순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 꼭 그 나이 가지고 이렇게까지 딸내미 하나 있는 거 잡아야겠어요? 나도 다 생각이 있단 말이에요.”
“시끄러워. 오늘은 무조건 이 어미 말 들어. 그리고 올 가을에 식도 올릴 거라며?”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데 뭐가 문제야? 문제 될 게 없잖아? 자고로 여자는…….”
안영순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그녀의 말은 길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얘기는 하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빨리 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남의 집 대를 끊는다는 것이었다.
안영순의 말이 끝나자 윤지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이것아, 이건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한 여자로서 기본적인 의무야.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이젠 외손주 좀 안아보고 싶단 말이야. 내 친구들은 벌써…….”
“그만!”
윤지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요.”
“안 돼!”
안영순은 단호했다. 이미 작정을 한 듯했다.
한숨을 내쉰 윤지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나도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볼 테니까 엄마도 더 이상 강요하진 말아요. 저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니까 말이에요.”
“개뿔, 마음의 준비는 무슨…….”
“엄마!”
윤지수는 소리를 빽 질렀다.
바로 그때였다.
“지수 씨.”
밖에서 현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윤지수가 아니라 안영순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우리 김 서방, 어서 들어오게.”
현성은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의 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현성 씨, 그게 뭐예요?”
“아, 오는 길에 경포에 들려서 회 좀 떠왔어요. 어머니도 방어회 좋아하시죠?”
현성으로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특히 안영순은 겨울철이 제철인 방어를 좋아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겨울엔 방어가 최고지! 역시 우리 김 서방이 최고야!”
잠시 후.
방안에는 술상이 제법 근사하게 차려졌다.
“장모님, 한잔 올리겠습니다.”
현성의 입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장모님’이라는 말이 나왔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어차피 15년을 넘게 불렀던 호칭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윤지수의 반응이 먼저 나왔다.
“현성 씨, 혹시 연습했어요?”
“네? 뭐를요?”
“장모님이란 호칭 말이에요. 누가 보면 우리가 10년은 된 줄 알겠어요.”
“그런가요? 하하…….”
현성은 그저 웃고 말았다. 이럴 땐 다른 말보다 그저 웃는 게 최선의 대답이란 걸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이번엔 안영순이 현성을 불렀다.
“김 서방.”
“네, 장모님!”
“참 신기하네.”
“네? 뭐가 말입니까?”
“낯설지가 않아. 물론 지난번에 한 번 봤지만, 그래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이상하게 처음부터 우리 지수의 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네.”
현성을 바라보는 안영순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지수가 바로 나섰다.
“엄마도 참…….”
“아니야, 사실은 지난번에 병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었어. 처음 보는 데도 이상하게 자꾸 끌리더라고.”
“오늘따라 우리 엄마가 왜 이러실까…….”
“이제야 말하는 건데 난 처음부터 김 서방이 마음에 들었다네.”
역시 안영순은 변한 게 없었다.
그녀는 전생에서도 마찬가지였었다.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부터 호의적이었다.
그때는 작은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반대의 의사 표시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었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아들처럼 잘 모시겠습니다.”
“나도 고맙네. 부디 우리 지수 잘 부탁하네.”
“네! 장모님!”
현성은 힘을 주어 대답을 한 후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게 술자리가 시작됐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안영순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술기운 탓인지 붉게 변해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현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그녀만의 버릇이다.
기분이 최고조로 올라갈 때면 그녀는 노래를 부른다.
아니나 다를까.
안영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 서방, 내가 노래 하나 할 테니까 잘 들어보게. 못한다고 흉보지 말고.”
현성은 안영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 가만히 앉아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 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다. 그녀의 애창곡.
일찍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온 그 세월이 어찌 쉽겠는가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구슬프게 들렸다.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노래가 끝나자 현성은 그녀를 꼭 앉아줬다.
한 시간쯤 더 지났을까.
모든 술자리가 끝나고 안영순마저 나가고 방안에 남은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모님이 조금 전에 하신 말씀 잊지 않았죠?”
안영순이 방을 나가기 전에 말을 했었다. 오늘 밤은 두 사람 이 방에서 같이 자라고 말이다.
현성도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바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윤지수는 끝까지 대답을 안 했지만 말이다.
“진짜 같이 잘 거예요?”
“어른 말씀에 거역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근데 눈빛이 왜 그래요?”
“제 눈빛이 어때서요?”
“지금 현성 씨 눈빛이 너무 반짝이는 거 알아요?”
“제가 원래 야행성이라…….”
현성은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현성 씨 닭띠잖아요?”
“그런데요?”
“닭이 언제부터 야행성…….”
그때였다.
현성은 바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으윽…… 이거 반칙이에요.”
“쉿! 가만히 있어요.”
“어쩌려고요?”
“이제부터 천국으로 여행 가는 겁니다.”
현성은 더욱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
다음 날.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두 사람이 탄 지프가 원주를 향해 달리고 있을 때였다.
윤지수가 말했다.
“현성 씨 고향이 홍천이라고 그랬지요?”
“네, 여기 원주에서 빠져 두 시간만 들어가면 부모님이 계신 곳입니다.”
“흠…….”
윤지수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원주로 빠져요.”
“그 얘기는?”
“여기까지 왔는데 아버님이랑 어머님 뵙고 올라가요.”
“다음에 인사드리러 오기로 했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강릉을 출발하면서 나눴던 얘기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조만간에 날을 잡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자는 것이었다.
“마음에 걸려요.”
“뭐가요?”
“여기까지 왔다 가는데 그냥 지나가려니 말이에요. 다음에 다시 오더라도 잠깐 들러서 인사드리고 가요. 아니면 하룻밤 자고 가도 되고요.”
“괜찮겠어요?”
“그럼요. 저도 이젠 엄연히 예비 며느리인데요.”
“오케이, 그럼 바로 원주로 빠집니다!”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은 마음에 걸렸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간다는 것이 말이다.
두 사람이 탄 지프는 바로 원주 톨게이트로 빠져나갔다.
5분쯤 달렸을까.
윤지수가 하품을 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피곤해요?”
“안 피곤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근데 사람이 왜 그래요?”
“제가 뭘요?”
“사람을 밤새 안 재우는 게 어디 있어요?”
“제가 말했잖아요, 저는 야행성이라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픽.”
윤지수는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괜찮아요?”
“뭐가요?”
“안 아파요?”
“몰라요. 하여간 누가 짐승 아니랄까 봐…….”
윤지수는 현성을 향해 눈을 흘겼다.
스윽.
현성은 그런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 좀 줘 봐요.”
“왜요?”
“일단 줘 봐요.”
윤지수는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밀었다.
현성은 윤지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수 씨, 고마워요.”
“…….”
윤지수는 말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윤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엄마한테 용돈 드렸어요?”
“왜요?”
“아니, 엄마가 지금 그러시는데요. 현성 씨가 용돈 주고 갔다고.”
“그냥 조금 드렸어요.”
피식.
윤지수는 현성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현성 씨는 백만 원짜리 수표 5장이 조금이에요?”
“지수 씨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우리 엄마가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엄마는 봉투 안에 그렇게 많은지 몰랐대요.”
현성은 대답 대신 씩 웃었다.
전생에서는 장모님께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기회가 다시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 씨, 저 도저히 못 참겠어요. 조금만 잘게요.”
“네, 그래요. 어서 자요. 그래야…….”
“그래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설마 오늘 밤도…….”
“아니, 그게 아니고…… 쿡.”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윤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이 탄 차는 어느새 횡성 터미널을 지나 현성의 고향인 서명면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