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2)
회귀해서 건물주-663화(66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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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후.
카페 오픈을 하루 앞둔 윤지수.
“휴우……!”
청소를 하던 윤지수는 허리를 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 시각이 오후 3시, 아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정신이 없었다.
이제야 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사장님, 커피 한잔 하실래요?”
직원으로 뽑은 이지은이 윤지수를 보며 물었다.
“그럼 그럴까? 피곤하니까 찐하게 한잔 부탁해.”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머리를 질끈 동여맨 이지은이 커피머신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창가에 커피 두 잔을 놓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이지은이 윤지수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여기는 경치가 너무 좋아요. 지대가 높다 보니 마을도 한눈에 들어오고…….”
“그지? 그래서 나도 여기가 너무 좋아. 이렇게 여기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꼭 유럽 어느 동네에 와 있는 느낌이야.”
“진짜 그런 거 같아요. 특히 비 오는 날 여기 앉아서 커피 마시면 진짜 좋을 거 같아요.”
“아마 환상적일 걸…….”
윤지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어느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현성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였다.
직선거리로 대략 1킬로 정도 되다 보니 비디오 가게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창가로 오면 사랑하는 사람이 일하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
“응, 왜?”
“오늘은 아직 전화가 안 오네요.”
“응? 어디서?”
“어디긴 어디예요, 사장님이 아까부터 기다리는 그 전화죠.”
이지은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러자 윤지수가 씩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티가 나?”
“그럼요, 아까부터 청소를 하시면서도 시선은 자꾸 저쪽을 보고 계시던데요.”
“내가 그랬나…….”
윤지수는 부인할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시선은 자꾸 현성의 가게가 있는 창가 쪽으로 향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윤지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본 이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마음 놓고 통화하라는 그녀의 배려였다.
윤지수는 그런 그녀를 힐긋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접니다, 지수 씨.
역시나 예상대로 전화를 건 사람은 현성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요?
“청소하다가 잠깐 쉬고 있었어요. 현성 씨는요?”
-저는 조금 전에 손님이…….
두 사람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통화를 하는 윤지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10분쯤 지났을까.
통화를 마친 윤지수가 갑자기 이지은을 불렀다.
“지은아.”
“네, 사장님.”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나머지 정리하고 있어.”
“네, 그러세요. 어차피 거의 정리도 끝났으니…… 근데 혹시 어디 가세요?”
“시장.”
“갑자기요?”
이지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윤지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응, 현성 씨랑 시장 가기로 했어. 오늘은 왠지 갑자기 얼큰한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 말이야.”
“네, 알았어요. 그나저나 두 분 정말 부러워요.”
“부럽긴 뭘…… 난 그럼.”
윤지수는 바로 카페를 나와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엔 이틀 전에 이사했다.
집안으로 들어온 윤지수는 간단하게 씻은 후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리곤 빠른 속도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현성은 화장을 하지 말고 그냥 나오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잠시 후.
화장을 마친 윤지수는 옷을 갈아입은 다음 1층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에는 이미 현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성 씨!”
“어서 와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요, 저도 지금 막 도착했어요.”
윤지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주차장에서 10분 이상은 기다렸을 것이란 것을 말이다. 항상 그런 사람이다. 미리 와서 기다리면서도 그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 준다는 것이었다.
“인사 안 해요?”
“좀 전에 했잖아요?”
“그거 말고요. 여기에 말이에요.”
현성은 대뜸 입술을 내밀었다. 그제야 윤지수는 못 이기는 척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또 말했다.
“이거 반칙 아닙니까?”
“이번엔 또 뭐가요?”
“시장 가는데 이렇게 예쁘게 화장하고 가면 남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기본만 한 건데, 너무 찐한가요?”
“아니요, 농담입니다. 보기 좋아요. 입술도 너무 예쁘고,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현성은 다시 입술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오는 건 그녀의 입술이 아니라 손가락이었다.
윤지수는 손가락으로 현성의 이마를 밀며 말했다.
“이제 그만~~~!”
윤지수 특유의 말버릇이 나왔다. 물론 현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두 사람이 탄 지프는 언덕을 내려와 부평시장으로 향했다.
윤지수가 입을 열었다.
“혹시 어머님한테 전화 안 왔었어요?”
“갑자기 왜요?”
“어젯밤에 꿈에서 뵈었거든요.”
“아니, 이제 한 번 딱 봤는데 꿈에 나타난다는 말입니까?”
신기한 일이었다.
보통 꿈에는 오래전 기억들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한두 번 본다고 해서 꿈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윤지수는 신기하게도 이제 겨우 한 번 봤는데 꿈에 나타났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그나저나 꿈에서 어머니가 뭐래요?”
“복숭아를 한 바구니 주셨어요. 그것도 빨갛게 익은 복숭아를요.”
“그래서요?”
“저는 그중에서 제일 예쁜 봉숭아를 하나 골라서 껍질 채 먹었어요. 근데 그 맛이 얼마나 달았는지 몰라요.”
꿀꺽.
윤지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군침을 삼켰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현성이 아무 말도 안 하자 윤지수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저기요, 지수 씨. 지금 당장 장모님께 전화해 봐요.”
“우리 엄마한테요? 왜요?”
“전화해서 꿈 얘기를 하고 그게 무슨 꿈인지 여쭤보세요.”
“꿈이 그냥 꿈이지 무슨 의미가…….”
“빨리요!”
그녀의 말보다 현성의 말이 더 빨랐다. 그렇게 말하는 현성의 표정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바로 물었다.
“갑자기 왜 심각해요?”
“그럴 일이 있어요. 빨리 장모님께 전화 좀 해봐요, 빨리요. 네?”
현성이 다그치자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윤지수가 현성을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표정으로만 봐서는 놀란 게 틀림없었다.
“왜요? 장모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저, 그게…….”
윤지수는 무슨 이유인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갑갑하다는 듯 바로 말했다.
“빨리 말 좀 해봐요. 장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이상한 얘기를 했어요.”
“이상한 얘기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글쎄…… 태몽이라는 거예요.”
“태몽이요?”
현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현성은 차를 멈췄다. 그리곤 윤지수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지금 태몽이라고 그랬어요?”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요.”
“하하하…….”
현성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윤지수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왜요? 무슨 문제 될 게 있어요?”
“그건 아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저는 꿈에서조차 생각을 못 했던 거라…….”
윤지수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나이가 있다 보니 아이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있었다.
욕심이야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건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현성을 만날 때부터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직은 아니에요.”
“네? 왜요? 가서 정확히 검사를…….”
“아직 안 나와요. 최소한 어느 정도의 날짜는 지나야 알 수가 있어요.”
“아, 그래요?”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거와는 상관없이 고마워요. 그냥 제 옆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워요.”
전생에서는 두 사람이 너무 늦게 만나는 바람에 아이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련은 없었다. 두 사람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이었다.
아내는 다른 말을 했었다. 그녀는 아쉽다고 했었다.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는 말도 했었다. 그럴 때면 현성은 또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찮다고 했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생과는 다르다. 그때와 비교하면 4년이나 빨리 그녀를 만났으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저는 지수 씨만 있으면 돼요. 무슨 말인지 알죠?”
“…….”
윤지수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손을 내밀어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 저는 욕심이 많아요. 우리 아이 꼭 낳을 거예요.”
“알았어요, 하지만 부담은 갖지 말라는 얘깁니다. 저는 지수 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자, 이제 다시 시장으로 가요.”
두 사람이 탄 차는 다시 부평시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일주일 후.
다행히도 윤지수가 운영하는 카페는 성공적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위치가 한몫했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그 경관이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사장님,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요.”
비디오테이프를 회수하러 나갔던 김민기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현성은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기야, 나 좀 나갔다 올 테니까 가게 좀 보고 있어.”
“네, 어차피 지금은 한가한 시간이니까 천천히 다녀오세요.”
현성은 가게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프에 올라탄 현성은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수 씨, 접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기에 전화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전화를 주셨네요.
“봄비가 너무 예쁘게 내리고 있네요.”
봄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여기 카페에서 내려다보니까 더 환상적인 거 있죠.
“그래서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요.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아니, 없어요. 그냥 현성 씨만 옆에 있으면 돼요.
“이젠 그런 닭살 멘트도 자연스럽게 하네요.”
-호호, 그런가요? 근데 농담이 아니라 봄비가 와서 그런지 옆구리가 허전해요.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달려갑니다.”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근처 꽃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
꽃집을 나온 현성의 손에는 프리지어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전생에서도 봄만 되면 윤지수한테 선물로 줬던 꽃이 바로 프리지어였다. 카라, 장미에 이어 그녀가 좋아하는 꽃이 바로 프리지어였다.
차에 올라탄 현성은 바로 카페로 향했다.
“어머!”
현성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윤지수는 두 손을 모은 채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프리지어를 내밀었다.
“자, 받아요.”
“고마워요, 제가 프리지어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그 정도야 기본이지요.”
현성은 창가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이지은이 바로 커피를 들고 왔다. 한두 번 먹은 게 아니다 보니 알아서 가져온 것이었다.
“지은 씨 고마워요.”
현성은 커피를 마시려다 윤지수를 보며 물었다.
“지수 씨는 안 마셔요?”
“못 마셔요.”
“네? 못 마셔요? 왜요?”
“그럴 일이 있어요.”
대답하는 윤지수의 표정이 묘했다. 그걸 눈치 못 챌 현성이 아니었다.
“무슨 일 있죠?”
“그게…….”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사실은 조금 전에 확인했는데…… 두 줄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