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3)
회귀해서 건물주-664화(66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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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보다 정확한 결과를 알고자 함이었다.
부평 성모병원 산부인과.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은 특히 조심하셔야…….”
의사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윤지수는 ‘임신’이라는 말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꿈만 같았다.
사실 몇 년 전 서른다섯이 넘으면서부터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러다 1년 전부터 현성을 만났다.
불안감은 여전했다. 여자 나이 서른여덟에 임신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간절했다. 여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꿈만 같은 일이 오늘 일어난 것이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수 씨, 축하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윤지수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말로도 지금의 이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가 어느 순간 촉촉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 그녀가 항상 하던 말이 있었다.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독 아이를 좋아하던 그녀였다. 지나가다가도 아이만 보면 그냥 못 지나칠 정도로 아이를 좋아했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잠시 후.
지프에 올라탄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수 씨, 전화부터 드려요.”
“네? 어디에……?”
“장모님이요. 누구보다도 장모님이 가장 좋아하실 겁니다.”
“아, 우리 엄마!”
윤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잠시 후.
통화를 하던 윤지수가 갑자기 핸드폰을 현성한테 건넸다.
“엄마가 바꾸래요.”
현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접니다.”
-응! 김 서방! 축하하네!
안영순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그만큼 그녀의 입장에서도 당당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전생에서 안영순은 항상 미안하다고 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몇 번씩이나 얘기를 했지만, 마치 당신이 죄라도 진 것처럼 행동을 했었다.
안영순과 통화를 마친 현성이 말했다.
“장모님 목소리가 힘이 넘치는데요.”
“많이 걱정을 하셨나 봐요. 하긴 당연할 거예요. 딸내미가 나이가 있다 보니…… 그나저나 우리 엄마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시겠네요. 그게 딸내미를 둔 세상 엄마들의 마음인가 봐요.”
“굳이 그러실 필요 없는데…….”
“그건 현성 씨가 여자가 안 돼봐서 그러는 거예요.”
“아, 그런가요.”
현성은 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생에서 안영순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참, 우리 어머니, 아버지한테도 전화드려야지요?”
“창피하게…….”
“창피는 무슨……,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현성은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벋았다.
-여보세요.
“아버지, 접니다!”
현성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달랐다. 아무래도 흥분되다 보니 목소리가 커진 듯했다.
-어, 그래, 현성아. 근데 목소리가 왜 그러냐? 혹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 그게 뭔데?
“아버지, 저 아빠 됐습니다.”
-뭐? 아빠? 그 말은……?
“네, 조금 전에 병원에 와서 확인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당연할 것이다. 손주를 본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핸드폰 너머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네 엄마가 바꿔달라고 난리다.
잠시 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아, 지금 네 아버지가 한 말이 사실이야?
“네, 어머니. 사실입니다. 조금 전에 병원에서 확인했습니다.”
-오! 이렇게 기쁠 때가 있나. 드디어 나도…….
어머니 또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한참을 더 얘기를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끝낸 현성이 윤지수를 보며 말했다.
“두 분 다 무척 좋아하시는데요.”
“조만간에 다시 한번 내려가요. 저번에는 하룻밤도 못 자고 그냥 올라오는 바람에 많이 서운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요, 좀 더 날씨 풀리면 그때 다시 내려가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요?”
“어디를요?”
“아무 데나 상관없어요. 지수 씨가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만 해요.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해도 괜찮고요.”
윤지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냥 카페로 갈래요. 오픈한 지 이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자리를 비우면 안 돼요.”
“참, 카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당분간은 카페에 안 나가면 안 될까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카페를 나가지 말라니…….”
윤지수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카페를 오픈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정도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카페를 나가지 말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이 3개월 정도는 특별히 조심하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차라리 3개월 동안만이라도 카페에 안 나갔으면 해서요. 아무래도 나가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이제 오픈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그럴 수는 없어요. 현성 씨도 잘 알잖아요, 제가 얼마나 카페를 하고 싶어 했는지.”
“그거야 그렇지만…….”
현성으로서도 대답하기가 애매한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윤지수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그녀가 카페를 가지고 싶었던 걸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음…….”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안정도 중요하고 그녀의 카페 또한 중요한 상황이었다. 둘 중의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고민을 끝낸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지수 씨, 그럼 이렇게 해요. 사람을 한 사람 더 쓰는 겁니다.”
“사람을 한 사람 더요?”
“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태로는 지수 씨한테 무리가 가서 안 돼요. 지금 이 상태라면 최소한 여덟 시간 이상은 서 있어야 하는데 그건 도저히 안 될 거 같습니다. 안 그래요?”
“음…….”
윤지수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건 현성 씨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사실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조금 힘들긴 하더라고요.”
“하루에 세 시간.”
“세 시간이요?”
“네, 제가 양보할 수 있는 시간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은 안 됩니다.”
“꼭 그렇게까지…….”
윤지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무래도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듯싶었다.
하지만 현성 또한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은 양보 못 합니다. 절대로!”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기에 그나마 최대한 조정한 것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카페에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그건 지수 씨가 힘들 거 같아서 최대한 양보한 겁니다. 어때요? 지수 씨 생각은?”
피식.
윤지수는 대답 대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찌 모르겠는가. 이 모든 게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임을 말이다.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나마 카페를 포기하라고 하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네, 알았어요. 현성 씨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는데 거기서 고집을 부리면 인간도 아니지요.”
“동의하시는 겁니다.”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고마워요. 최대한 저의 의견을 들어줘서 말이에요.”
윤지수는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카페를 포기하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이와 카페,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아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현성은 최대한 시간을 조정해 카페까지도 배려를 한 것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하나 더요.”
“또 있어요?”
“오늘부터 동거 시작합니다.”
“동거요?”
윤지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큼 그녀로서도 미처 생각을 못 했던 일이라는 얘기였다.
“네, 이제부터는 지수 씨 곁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결정을 했습니다. 아빠가 된 입장에서 더 이상 망설이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사실은 고민 중이었다. 10월에 결혼을 한 후에 합칠 것이냐, 아니면 그전에 함께 살 것이냐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 임신 소식을 듣고 나니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 씨 생각은 어때요?”
“음, 글쎄요……, 조금 당황스럽긴 한데…….”
윤지수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물론 나중에야 같이 살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부담 가질 거 없어요. 그저 보호자 한 명이 이제는 곁에 항상 있다고 생각하세요.”
“보호자요?”
“네, 물론 지금까지도 지수 씨의 보호자는 저였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아이까지 두 명의 보호자가 되는 셈이죠.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하세요.”
“음…….”
윤지수는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평생을 혼자 살다가 막상 옆에 누군가 들어온다고 하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이의 아빠가 아니던가 말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윤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았어요.”
“결정하신 거예요?”
“솔직히 아직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이의 아빠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윤지수는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꿈만 같아요. 솔직히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빠가 될 줄이야…….”
현성 또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탄 지프는 어느새 카페 앞에 도착해 있었다.
현성은 윤지수의 손을 잡았다.
“지수 씨, 이제부터는 제가 곁에서 지켜줄게요.”
“고마워요, 저도 많이 노력할게요.”
“그래요, 우리 같이 노력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
***
늦은 밤.
현성은 시계를 바라봤다. 아직 퇴근하려면 10분 정도의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사장님, 오늘은 이상하시네요?”
직원인 김민기가 말했다.
“응? 뭐가?”
“아까부터 계속 시계를 보시니 말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가 그랬냐?”
“네, 30분 전부터 5분 단위로 계속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혹시 오늘 누구랑 약속이라도 있는 겁니까?”
빙긋.
현성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김민기가 다시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죠?”
“왜? 그렇게 보여?”
“평상시와는 너무도 달라서 말입니다. 그거 아세요? 오늘 사장님 이상하게 웃음이 많은 거 말입니다.”
현성도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고.
김민기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인지 저희들한테도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현성은 바로 말하기가 쑥스러웠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있던 이경민이 물었다.
“좋은 일이죠?”
“그거야 그렇지.”
“뭔데요?”
“사실은…… 나 오늘 아빠 됐다.”
현성은 마치 부끄러운 아이처럼 간신히 말했다. 그러자 김민기와 이경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물었다.
“아빠요?”
“응, 그래.”
“와!”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벌린 채 입을 닫을 줄 몰랐다.
그러기를 잠시.
김민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끝나고 사모님한테 가실 겁니까?”
“어, 물론이지.”
“그럼 뭘 기다리십니까, 여기는 저희가 마무리할 테니까 빨리 가십시오.”
김민기는 그 말과 함께 현성을 카운터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어, 어, 그래.”
현성은 못 이기는 척 카운터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마무리 부탁하마.”
“네, 사장님. 먼저 퇴근하세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가게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현성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윤지수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출발합니다. 잠깐이면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족발이요.
“네? 지수 씨는 원래 족발 안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먹고 싶어요.
“네, 알았어요. 제가 족발 사서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현성은 바로 족발집으로 출발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1분쯤 지났을까.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성 씨, 회도 먹고 싶어요.
“네, 알았어요. 회도 금방 사서 갈게요.”
현성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가 원하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얼마든지 해줄 마음이 있었다.
띠리릭!
그때 핸드폰이 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