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7)
회귀해서 건물주-668화(66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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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지난달까지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얘기가 나왔단 말인가.
현성은 바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겁니까?”
“내 나이가 올해 환갑일세.”
“그래서요?”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그의 나이와 회장직과는 별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라니, 옛날 같으면 환갑이면 이미 뒷방 늙은이 신세일세. 그런 내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건 동네 상가를 위해서도 민폐일 뿐이지.”
“그건 회장님 말씀처럼 옛날 기준이죠. 지금은 옛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이세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시대는 예전과 다르게 변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환갑잔치를 하면 요즘은 주위에서 욕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무슨 이유입니까? 제가 볼 때는 단순히 나이 때문에 회장직을 그만두시겠다고 하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만…….”
“허허, 이거야 원…….”
이세영은 멋쩍은 듯 웃고 말았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나이를 핑계 삼아 그만두려고 했더니 그것도 쉽지가 않구먼. 사실은 나이를 떠나서라도 이제는 회장직을 그만두려고 하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너무 오래 했어. 김 사장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회장직을 맡은 지도 올해로 10년이거든. 그러니 이제는 상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내가 그만두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리고…….”
이세영의 말이 길어졌다. 말은 길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하나였다. 상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회장직을 맡는 것이 옳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난달에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말만 안 하고 있었을 뿐이지 몇 달 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네. 그러다가 어젯밤에야 결심을 굳힌 것이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김 사장을 급히 찾아온 것이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어젯밤에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거까지는 어차피 그의 판단이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그런 그가 왜 현성 자신을 이 이른 시간에 찾아왔느냐 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현성은 바로 다시 물었다.
“근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저는 상가번영회에 가입한 지도 이제 겨우 3년밖에 안 됐는데 말입니다.”
“가입한 기간이 뭐가 중요한가?”
“나이도 다른 형님들에 비해 어리고…….”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난 그런 건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 안 하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네. 그래서 말인데…….”
이세영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우리 상가번영회를 김 사장이 좀 이끌어줄 수 있겠는가?”
“네? 제가 말입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갑자기 저한테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사실은 갑자기가 아니고 몇 달 전부터 김 사장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우리 번영회에서 김 사장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네. 그래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찾아왔네.”
“…….”
현성으로선 여전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다가 모임을 하루 앞두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얘기를 하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현성이 아무런 말이 없자 이세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네.”
“네? 그 말씀은 이미 다른 회원들도 알고 계시다는 얘깁니까?”
“그렇다네. 어젯밤에 내가 전화를 돌렸네. 다들 좋다고 하더군. 이제 남은 건 김 사장의 결심만 남았네.”
현성은 더욱 황당할 뿐이었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상가번영회 회장이라니.
그런데 이상한 건 전생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생에서는 없었던 일이 왜 이번엔 생기느냐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모임에서 막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막내가 무슨 상관인가? 내가 조금 전에도 얘기하지 않았는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김 사장이 막내라는 건 모든 회원들도 다 알고 있네. 그런데도 그 사람들 모두 이미 김 사장이 회장직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네.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
현성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이세영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현성 자신이 가장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현성이 회장직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어쩌란 말인가.
현성으로선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세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너무 부담은 갖지 말게.”
“어찌 부담이 안 되겠습니까?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라 저로서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물론 김 사장의 입장도 이해는 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네. 상가번영회라는 것이 주로 친목을 위주로 하는 것이니…….”
이세영의 말이 길어졌다. 그의 말은 지금처럼 그냥 친목을 위주로 모임을 이끌어 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성의 생각은 달랐다.
굳이 그럴 거면 회장을 바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회장님.”
“어떻게 다른가?”
“먼저 회장님께 여쭙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왜 회장직을 그만두시려고 생각하셨습니까?”
“음, 그건…….”
이세영은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에 회장직을 그만두려고 했던 이유는 능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친목을 도모하는 거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세월이 자꾸 변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친목을 목적으로 모임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회장직을 그만두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세영은 어쩔 수 없이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이어지자 현성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모임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겠습니까?”
“그건 아무래도 변화가 필요한 거 같네.”
“어떤 변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까지는 단순히 회원들의 친목을 위한 모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질적으로 상가의 발전을 위한 모임으로 말일세.”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음…….”
이세영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간판 정비 사업이라든지…….”
“간판 정비 사업이요?”
“그래, 김 사장도 알다시피 우리 동네 상가들이 오래되다 보니 간판들이 말이 낡지 않았는가? 그래서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간판부터 손을 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네.”
“그다음은요?”
“글쎄…….”
이세영은 그다음 말을 바로 잇지 못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 나의 한계네. 더 이상은 모르겠단 말이지. 사실은 그래서 내가 회장직을 그만두려고 결심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역시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처음 이세영이 회장직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멀쩡히 지금까지 회장을 하던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결국은 그 또한 한계를 느꼈기에 그런 결정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현성 자신에게 달렸다.
그가 느낀 한계를 어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할 수 있을까.
현성은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세영이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쉽지는 않을 걸세.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사장밖에 없네.”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제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금으로선 모르겠습니다. 회장님도 못 한 일을 제가 어떻게…….”
“김 사장은 나와는 엄연히 다르지.”
“제가 다르다고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이세영이 지금 말하는 ‘다르다’는 의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그래, 자네는 이미 이 동네의 상가를 다 접수하지 않았는가?”
“접수요?”
“그래, 내가 알기로는 이 동네의 상가를 이미 95% 매입한 걸로 아는데, 내 말이 틀렸는가?”
“그건 맞습니다만…….”
“이유가 뭔가? 한두 개도 아니고 이 동네의 상가를 다 매입한 이유 말이야?”
“그건…….”
현성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발전? 어떤 발전?”
“살아가는데 보다 쾌적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요. 특히 주차만큼은 걱정 없는 그런 동네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역시 내 판단이 옳았어.”
“네? 그게 무슨……?”
현성은 이세영을 바라봤다. 무슨 소린지 설명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얼마 전에 부동산 사무실의 유 사장을 만났었네.”
“유 사장님을 말입니까?”
“그래, 그 친구가 그러더군. 김 사장이 이 동네의 상가를 95% 매입했다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그 친구한테 다시 물었지. 그 이유가 뭐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걸작이었네.”
“유 사장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4년 뒤에는 이 동네가 완전히 바뀔 거라는 거야. 그렇게 만들 사람은 바로 김 사장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물론 얼마 전에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 사장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얘기가 고스란히 이세영의 귀로 들어갈 줄은 몰랐다.
“김 사장이 직접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통할 수밖에 없다 보니 유 사장님께 저의 계획을 말했었습니다.”
“거 보게, 이미 김 사장은 머릿속에 이 동네를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이 자리를 김 사장한테 넘기고 싶은 것이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야.”
이세영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이제 이 동네는 김 사장 손에 달려있네. 그러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라도 상가번영회를 맡아서 이끌어 주게.”
“음…….”
현성은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자리가 주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너무 갑작스러웠고.
현성이 쉽게 대답을 못 하자 이세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이미 김 사장 머릿속에는 이 동네를 발전시킬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말이야?”
“그거와 이거는 다릅니다.”
“다르다고?”
“네, 그거는 저 혼자 빌딩을 올리면 되는 거지만 이거는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습니까?”
맞는 얘기다. 건물을 올리는 거야 혼자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상가번영회 운영은 다르다. 일단 상가번영회 같은 경우엔 회원 수만 해도 50명이다. 그 말은 그만큼 의견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과연 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합해서 운영할 수 있을지…….
현성의 고민이 길어지자 이세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가 볼 때는 김 사장은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글쎄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만…….”
“김 사장이 생각하는 목표가 이 동네의 환경이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거라고 했잖은가?”
“그거야 그렇죠.”
“그렇다면 뭘 더 고민하는가? 아마도 우리 번영회 회원들이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는 안 될 거 같은데…….”
“…….”
현성으로선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한테 시간을 좀 주십시오.”
“생각할 시간을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저로서는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습니다.”
“음, 얼마나?”
“일단 내일이 모임 날짜이니 모임 전까지는 회장님께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허허, 이거야 원…….”
이세영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듯했다. 하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강제로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이세영이 입을 열었다.
“알았네, 김 사장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강제로 맡길 수도 없는 문제고 말이야. 일단 고민을 해보고 내일 모임 전까지 나한테 연락을 주게.”
“네, 그러죠.”
“이왕이면 좋은 답변을 기대하겠네.”
“저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세영과 헤어진 현성은 남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띠디디딕.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자 아침 준비를 하던 아내 윤지수가 현성을 맞았다.
“표정이 왜 그래요?”
아무래도 걱정하는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나 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전에 이세영과 나눴던 얘기를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얘기가 끝나자 윤지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걱정할 것도 없네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 지금까지 그 문제 때문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피식.
윤지수는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