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68)
회귀해서 건물주-669화(66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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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회장직 받아요.”
“받으라고요?”
“네, 오히려 제 생각에는 잘된 거 같은데요.”
윤지수는 오히려 이 상황을 반기는 듯 말했다.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그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히려 잘됐다니?”
“저번에 현성 씨가 저한테 얘기한 거 기억 안 나세요?”
“네? 제가 무슨……?”
“이 동네 상가를 95%씩이나 매입한 이유가 뭐라고 했어요?”
“그거야 이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
“바로 그거예요.”
윤지수는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말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현성 씨의 목적은 이 동네의 발전이잖아요? 그죠?”
“그렇죠.”
“그러니까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이 오히려 잘됐다는 거예요, 제 말은.”
“…….”
현성은 여전히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바로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고.
“아직도 모르겠어요?”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으로선 이 동네의 발전과 상가번영회의 회장이란 직함이 왜 연관이 있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윤지수는 갑갑한 듯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따라 마신 후 다시 말했다.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뱀 대가리 아시죠?”“뱀 대가리요? 갑자기 여기서 그런 말이 왜 나와요?”
“뱀이 어떻게 움직여요?”
“뱀이요? 글쎄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단순히 뱀이 움직이는 모습을 묻는 질문이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움직이잖아요.”
윤지수는 뱀이 움직이는 모습을 손으로 흉내 냈다.
누가 봐도 뱀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죠. 뱀은 구불구불 움직이는 게 맞죠. 저는 조금 전에 다른 의미로 묻는지 알았어요. 근데 뱀 얘기가 여기서 갑자기 왜 나와요?”
“방향이요.”
“방향이요?”
“네, 뱀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죠?”
“음…… 그거야 뱀 대가리가 방향을 잡는 대로…… 잠깐만요.”
현성은 말을 하다 말고 뭔가 생각난 듯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뱀 대가리, 방향…… 혹시 이거 상가 번영회의 회장을 의미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아무리 긴 뱀도 결국은 뱀 대가리가 움직이는 대로 몸통이나 꼬리가 움직이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뱀 대가리가 중요하다는 거고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했는지 이제는 알겠죠?”
“결국은 방향을 얘기하고 싶은 거 아닙니까?”
“네, 바로 그거예요. 그러니까 이왕 이 동네를 변화시킬 거면 회장이 되라는 얘기예요. 그래야 방향을 잡을 테니까요. 몸통이나 꼬리로서는 방향을 잡을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왜 갑자기 뱀 대가리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때요? 이제는 결정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결국은 상가번영회 회장이 되어 이 동네를 발전시키라는 거죠?”
“그렇죠. 어쩌면 현성 씨는 이 동네의 상가를 매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그 숙명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숙명이요?”
“그래요, 숙명이요. 정해진 운명 같은 거 말이에요. 솔직히 이건 현성 씨 외에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 일이 의욕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현성 씨는 그럴 만한 물질적인 조건과 의욕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윤지수는 현성을 잠깐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현성 씨를 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가 그래서일 거예요. 그분 눈에도 이 일을 하는데 현성 씨가 적임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죠. 게다가 다른 회원들도 다 동의를 했다면서요?”
“그건 그래요.”
“거 봐요, 모든 상황이 이미 현성 씨를 향하고 있잖아요. 이런 걸 두고 바로 숙명이라는 거예요. 이제부터는 현성 씨가 생각했던 이 동네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마음껏!”
윤지수는 마지막 ‘마음껏’이라는 말에 힘을 줬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그 말의 의미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되물었다.
“마음껏이요?”
“네, 마음껏이요. 현성 씨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최고의 마을을 만들어 보세요. 그게 앞으로 현성 씨가 할 일인 거 같네요.”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잘할 거예요, 현성 씨는.”
“솔직히 겁이 나요. 과연 제가 이 마을을…….”
바로 그때였다.
윤지수가 갑자기 현성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현성 씨 답지 않게 왜 이래요? 저는 누구보다도 현성 씨를 믿어요.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이 동네를 디자인하세요. 앞으로 우리 아이가 태어나 자랄 동네니까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현성은 순간적으로 가슴에 팍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 아이’라는 단어였다.
전생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였다. 두 사람이 너무 늦게 만나는 바람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아이’라는 말이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 우리 아이라고 그랬어요?”
“네, 그래요. 우리 아이요. 우리 아이가 자랄 동네를 아빠의 마음으로 한번 만들어 보세요. 그럼 확실히 방향 설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아빠의 마음!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었다.
아빠의 마음으로 동네를 새롭게 만든다?
그냥 막연하게 동네를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흐릿했던 그림이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현성은 윤지수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힘주어 불렀다.
“지수 씨!”
“네, 말해요.”
“이제는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동네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말입니다.”
“어떻게요?”
윤지수는 현성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치 그 해답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바로 부모의 마음이었어요, 우리 둘만의 아이만이 아니라 이 동네에 사는 모든 아이들의 엄마, 아빠의 마음 말입니다.”
말하는 현성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단순히 발전된 모습으로만 바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그 방향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역시 답은 우리 아이들이었어요.”
“그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동네라면 당연히 어른들도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겠어요?”
“맞아요. 그게 답이었어요. 지수 씨가 그 답을 찾아주셨습니다.”
현성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그 회장 문제는 해결됐네요. 자, 그럼 이제 얼른 씻고 아침 드세요. 현성 씨가 좋아하는 된장 미역국 끓였으니까요.”
“잠깐만요, 전화부터 한 통화 먼저 하고요.”
“혹시 상가번영회 회장님한테요?”
“네, 맞아요. 그분도 지금 많이 걱정하고 계실 거거든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상가번영회 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회장님, 접니다.”
-어, 김 사장. 근데 무슨 일로? 혹시……?
“네, 결심했습니다.”
-할 텐가?
“네, 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우리 동네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그만큼 자신감을 얻은 현성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입장인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변한 현성의 모습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아까 얘기할 때와는 너무도 달라서 말이야?
“방향을 찾았거든요.”
-방향?
“네, 아까는 제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못 찾았었는데 조금 전에 그 방향을 찾았습니다.”
-허허, 방향이라…… 그래, 그 방향이 어딘지 혹시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겠는가?
“죄송하지만 그건 내일 모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이거 궁금해서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핸드폰 너머 이세영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세세하게 준비할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 미리 준비를 해서 내일 모든 회원님들 앞에서 그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이제 겨우 그 방향만 정한 상태라서 말입니다.”
-알았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 정도야 내가 참아야지.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는가?
“지수 씨가 도와줬습니다.”
-지수 씨? 그 사람이 누군가?
현성은 윤지수를 힐끔 바라본 후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 네. 저랑 결혼할 여자입니다.”
-아하, 그렇구먼. 알았네. 어찌 됐든 좋은 결과를 얻어서 고맙네. 그럼 내일 모임에서 보세.
“네, 회장님.”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다시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 사장님, 접니다.”
현성이 전화를 건 사람은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 사장이었다.
-어, 김 사장. 그나저나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나머지 5%도 마저 매입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 해야겠습니다!”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그의 의지가 실렸다는 의미였다.
-나머지 5%?
“네, 삼거리에 있는 5층짜리 상가 두 개와 한의원 건너편에 있는 상가 세 개 말입니다.”
-그건 이미 건물주들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라 김 사장도 이미 포기를 했건 건물들이 아닌가?
“네, 물론 그랬습니다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건물들을 꼭 매입을 해야겠습니다.”
-음, 쉽지는 않을 텐데…….
“돈은 얼마가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꼭 거래를 성사시켜주십시오. 그래야 이 동네를 완벽하게 바꿀 수가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도 그 건물들은 빼고 개발을 하려고 했었다. 전생에서도 그 건물들은 끝까지 팔지 않았던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고 나니 이젠 그 건물들도 욕심이 났다. 단순히 마을을 발전시키는 일이라면 그 건물들을 빼고 진행을 해도 되겠지만, 뛰어 놀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 건물들 또한 다시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바꾼다고?
“네, 그렇습니다. 동네를 지금과는 다르게 완전히 다른 동네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건물들 또한 빠지면 안 되거든요.”
-글쎄…… 나는 지금 김 사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내일 상가 번영회에서 자세한 얘기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그 건물주들과 연락을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쪽에서 원한다면 제가 직접 서울까지도 찾아뵐 수 있습니다.”
진심이었다.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만큼 현성으로선 절박해졌다는 의미였다.
-김 사장이 직접?
“네,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그래, 알았네. 일단 오늘부터 다시 연락을 취해보도록 하겠네.
“그리고 하나 더요.”
-또 뭐가 있는가?
“일반 주택 매입건 말입니다. 속도를 좀 더 높일 수 없을까요?”
-그건 앞으로 4년이라는 기간이 남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처음 계획은 4년 뒤 이 동네에 빌라 건설 붐이 불 때 같이 공사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내년 1월이면 현성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뛰놀기 위해서는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계획이 바뀌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빠르면 내년부터라도 공사를 시작할까 합니다. 그러니 일반 주택 매입건도 최대한 서둘러 주십시오.”
-그래, 알았네. 내가 오늘부터라도 바짝 신경을 쓰도록 하겠네.
“네, 그럼 부탁드리고 내일 상가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뚝.
현성이 전화를 끊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왜 그렇게 서둘러요?”
“내년 1월이면 우리 아기가 태어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별로 없을 거 같아서요. 앞으로 5년 안에는 공사를 끝내야 우리 아이가 뛰어놀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역시 아빠의 힘은 무서운 거군요?”
“상상을 해보세요. 우리 아이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변화된 이 동네에서 마음껏 뛰논다고 말입니다. 그 상상을 하니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말하는 현성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그건 그를 바라보는 윤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알았어요. 어서 씻고 식사해요.”
“아, 된장 미역국.”
현성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잠시 후.
현성이 씻고 나오자 윤지수가 바로 된장 미역국을 떠서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빨리 앉아요. 같이 먹읍시다.”
“네, 그래요.”
윤지수가 의자에 앉자마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도 고마워요. 그리고 방향을 찾아줘서 더 고맙고요. 당신 덕분에 오늘 아침도 행복합니다.”
“…….”
윤지수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현성 또한 그녀와 눈을 마주친 다음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