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
회귀해서 건물주-67화(67/740)
이번엔 직접 운영을 하겠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 자리가 대박이 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꿈에서 미리 봤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예지몽 말이다. 자신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했다.
어이도 없고 황당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거절을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린애가 하는 헛소리에 동조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갑자기 김태촌 얘기를 하더니 오늘 검거된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꿈에서 미리 봤다는 것이다. 당연히 믿지도 않았고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TV에선 김태촌의 검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진짜로 현성이 말한 대로 김태촌이 잡힌 것이다. 헛소리라 생각했는데 그 일이 사실로 일어난 것이다.
믿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어떻게…….
그 시각.
“하아!”
숨을 몰아쉬는 또 한 사람, 사채업자 박희철이다.
현성이 갑자기 자기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꿈에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본다는 것이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에 믿지 않았다.
그러자 자신을 살려준 얘기를 끄집어냈었다. 그러면서 산삼 얘기도 같이 했었다.
뭐라 일언반구 반박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산증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빚도 갚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상가를 얻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틀림없이 대박이 나는 자리라는 것이다. 물론 그 대박도 꿈에서 미리 봤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심쩍어 하자 이번엔 김태촌을 팔았다.
그런데 무서울 정도로 현성의 말이 맞아떨어졌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엔 산삼, 두 번째는 자신의 목숨, 그리고 이제 김태촌의 검거까지.
모든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진짜……?”
박희철의 고개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아직은 못 믿겠다는 의미.
그런데 믿지 않고서는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후후!
이건 엄청난 거다.
미래를 안다?
그게 사실이라면, 못할 게 뭐 있겠는가? 주식이면 주식, 땅이면 땅.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십 배, 아니, 수백 배까지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허!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건 또 뭔지.
돈 냄새만큼은 귀신같이 맡는 자신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박희철이다.
“그렇다면…….”
띡띡띡띡…….
박희철은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인천에 갔다고…….”
당장 만나려고 전화를 했더니 아침 일찍 인천을 갔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은 인천에 간 이유도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경우가 아니고.
이젠 현성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졌다.
다는 못 믿겠지만 호기심을 갖기엔 충분하다.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본능인 심장의 박동 소리가 뭔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뛴 적도 별로 없었다.
마누라가 죽었을 때 뛰던 그런 슬픈 아픔이 아니다.
뭐랄까, 기분 좋은 설렘……, 그런 느낌이다.
박희철은 시계를 쳐다봤다.
이제 조금 있으면 횡성에서 출발한 막차가 터미널에 도착할 것이다. 물론 그 차에는 현성이 타고 있을 테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박희철은 금고 앞으로 다가갔다.
띠릭띠릭.
번호를 돌려 금고 문을 열었다.
서류 봉투와 현금다발을 꺼내는 박희철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덜컹.
비포장 길이라 버스가 크게 움직였다.
“다 온 건가…….”
현성은 잠에서 깨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은 20분 정도 더 가야 터미널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종일 버스를 타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했다.
만나고자 했던 아내 윤지수는 못 만나고 엉뚱한 두 사람만 만났다.
문희열과 이세호.
문희열은 진짜 의외였다. 그때 그렇게 헤어진 후로는 한 번도 보지를 못 했었다. 처음으로 타향에서 도움을 받았던 인연이라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이다. 아내를 못 만난 대신 문희열을 만난 건 그나마 보람이라면 보람이었다.
집까지 확인했으니 필요할 땐 찾아가면 될 것이고.
그리고 또 한 인간.
건물주 이세호도 만났다.
풉.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아까 황당해하던 그의 표정이 생각났다.
주먹을 비틀자 악을 쓰며 버티려던 그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성질 같아서는 완전히 비틀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다시 만날 인간이다. 그저 시간을 뒤로 미룬 것뿐이다.
당한 만큼, 아니, 그 열 배 스무 배로 갚아 줄 것이다.
“기대해라, 이세호.”
현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살짝 드리워졌다.
끼이익.
버스가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천이 멀긴 멀다. 예전에 직접 운전해서 나닐 때하고는 또 다른 거리감이었다.
버스에서 막 내릴 때였다.
누군가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현성 군.”
쳐다보니 박희철이었다.
“어? 어쩐 일이십니까?”
“일단 내려오게.”
현성이 내려오자 박희철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승용차로 현성을 데리고 갔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혹시 저 마중 나오신 겁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어쩌다 보니?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적인 사람이다. 우연은 없다는 얘기다. 그 말은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데 내가 이 차로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제가 이 차로 오는 줄 어찌…….”
현성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박희철을 쳐다봤다. 마중을 나왔다는 얘기는 현성이 어디에 간 줄을 알았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들르던지 아니면 전화로 물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에 하나일 터.
“혹시 저희 집에 들르셨던 겁니까?”
“아니, 전화로.”
어차피 어떻게 알았는지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이유다. 마중을 나온 목적.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저녁이나 먹자고, 아직 저녁 안 먹었지?”
“그거야 그런데…….”
현성은 박희철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역시 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집으로 전화까지 해서 이 시간에 직접 마중까지 나올 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어차피 잠시 후면 저절로 드러날 것이기에 현성은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박희철이 먼저 물어왔다.
“내가 마중을 나온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합니다.”
“궁금하다? 그런데 왜 묻지 않고 가만히 있는가?”
“물어야 됩니까?”
“뭐라?”
현성의 대답에 박희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사람이 궁금하면 묻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왜 묻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걸 또 물어야 되느냐고 되묻는다.
일반 상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라 박희철은 잠깐 황당했다.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이를 먹으면 왜 궁금한 건 못 참겠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어떤 때는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박희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난 또 궁금하다네. 궁금한데 왜 안 묻는지 말일세.”
“어차피 잠시 후면 자동으로 알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굳이…….”
“뭐라? 잠시 후면 자동으로 알게 돼? 허허…, 그거 말 되네. 어차피 내가 내 입으로 얘기를 해야 할 터이니 말일세.”
박희철은 현성의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목마른 건 자신이니 말이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 승용차는 식당에 도착했다.
저번에 왔던 그 고깃집이었다.
박희철을 알아본 종업원이 쪼르륵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오늘도 손주분하고 같이 오셨네요.”
“손주? 허허…….”
박희철은 현성을 스윽 쳐다보고는 기분 좋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현성은 무시했다.
이 상황에 나서서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오히려 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괜히 나서봤자 서로 분위기만 어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을 대충 먹었던 터라 배고 고팠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그리고 예전 같았으면 박희철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불편했을 텐데 이젠 별로 그런 거 없다.
박희철도 예전의 박희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박희철을 두고 한 말 같았다.
확실히 박희철이 바뀐 건 틀림없었다.
마을 사람들도 이젠 그를 간혹 칭찬하기도 한다. 이미 죽었어야 할 사람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사람이라 더 두고 볼 일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렇다.
룸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자네가 시켜보게.”
“제가요?”
“그래, 자네가 먹고 싶은 걸로 아무거니 시키게.”
박희철의 말이 떨어지자 종업원이 현성을 바라봤다.
어서 주문을 하라는 눈빛.
“흠흠……, 그럴까요, 그럼.”
괜히 헛기침을 한 현성은 메뉴판을 들었다.
전생에서야 솔직히 소고기 한 번 먹으려면 가격부터 확인을 했었다. 제일 불만이었던 게 한우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일반 서민들은 소고기 한번 먹으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너무 비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우아하게 ‘이거요’ 하고 찍으면 되니까 말이다.
현성은 종업원을 보며 물었다.
“오늘 뭐가 좋아요?”
일부러 목소리 좀 깔았다.
TV드라마에서 보면 뭐 좀 있다는 사람들이 횟집이나 고깃집 가면 꼭 묻던 말이다.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고.
회귀하니 이런 날도 있다.
현성의 질문에 종업원이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네? 아…, 네. 아무래도 꽃등심이 육즙이 가장 진하며, 감칠맛이 최곱니다. 그리고 오늘은 살치살도 육질이 부드러워서 생으로 구워 드시기에는 손색이 없습니다.”
“혹시 갈빗살도 되나요?”
“당연히 됩니다.”“그럼, 꽃등심하고 살치살 그리고 갈빗살도 좀 주세요. 저는 갈빗살 씹는 맛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냉면도 고기랑 같이 주세요. 참, 냉면은 비냉이요.”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냉면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난 고기 먹을 땐 고기만 먹네.”
현성이 다시 박희철의 말을 받아 종업원에게 말했다.
“그렇게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이 끝나자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대뜸 물었다.
“진짜 알고 있었던 겐가?”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김태촌 말일세.”
현성은 그제야 감이 왔다. 왜, 박희철이 이 밤중에 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박희철은 TV로 김태촌의 검거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궁금했을 것이고, 그래서 전화를 했을 테고…….
그러고 보니 깜박 잊고 있었다.
인천에 가면서 오로지 아내 윤지수만 머릿속에 생각했었기에 김태촌 얘기는 아예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잡혔습니까?”
“허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정작 본인은 아직 확인도 안 했단 말인가?”
“제가 다른데 신경 쓸 일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궁금해서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박희철은 억울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았다.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또 있었다.
이정우와 그의 어머니 신명순.
그 사람들이야 내일 보면 될 것이고.
종업원이 고기를 들고 온 건 그때였다.
지글지글.
참나무 숯불위로 소고기가 부위별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열이 가해지자 육즙이 사르르 윤기를 더했다.
역시! 한우는 예술이다.
톡톡.
현상이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들어 상에 두드릴 때였다.
“잠깐!”
현성은 박희철을 쳐다봤다.
“뭡니까? 이 분위기는…….”
“이거 먼저 받게.”
박희철은 얼른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자 황당한 건 현성의 반응이었다.
“나중에요.”
“나중에……?”
현성은 박희철의 말은 무시한 채 비빔냉면위에 갈빗살을 한 점 올려놓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 이것을 먹지 않고 다른 것에 정신을 판다는 것은 한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박희철을 향해 말했다.
“고기 드세요. 한우한테 예의는 지키며 살자고요.”
“허!”
그 모습을 바라본 박희철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의 손은 죄 없는 서류 봉투만 툭툭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