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1)
회귀해서 건물주-672화(672/740)
674
회귀해서 건물주
***
그날 오후.
현성은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김현성 사장님 사무실이 맞습니까?”
얼핏 봐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이 사람이 바로 신춘오 회장이 말한 건축업자 윤태호 사장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제가 김현성입니다만, 혹시 윤태호 사장님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윤태호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오전에 회장님으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두 시쯤에 오실 거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네, 혹시나 몰라 서울에서 좀 일찍 출발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혹시 점심은 드셨습니까?”
“네, 서울에서 먹고 출발했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드시겠습니까?”
“네, 주시면 감사하죠.”
“혹시 원두커피와 믹스커피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커피를 따로 준비를 했었다.
“믹스로 주십시오. 주로 현장에 다니다 보니 달달한 믹스가 저는 좋습니다.”
“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현성은 바로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탄 후 앉아있는 윤태호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인천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와야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상당히 젊으십니다.”
윤태호는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신춘오 회장이 나이까지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하기를 최소한 50은 넘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핏 봐도 30대 초반으로 보이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께서 저에 관해서는 별로 말씀을 안 하셨나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사무실 주소와 이름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친손주와 같은 사람이니 장난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친손주요? 하하…….”
현성은 ‘친손주’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한때는 신춘오 회장을 보고 ‘할아버지’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부르다 보니 그게 또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무슨 상우회 회장도 아니고 명색이 대기업의 전임 회장이었는데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장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께서는 김현성 씨를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저도 회장님에 대해서는 특별합니다. 사실은 그래서 이번 공사를 부탁드렸던 거고 말입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벽면에 있는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벽에는 부동산 사무실에서나 있을 법한 큰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이번에 공사할 위치가 형광펜으로 그려져 있었다.
현성의 시선이 지도로 향하자 윤태호 또한 자연스럽게 시선이 지도가 걸려있는 벽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기를 잠시.
윤태호는 얼른 거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지도를 살피던 윤태호가 형광펜으로 표시된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번에 공사할 곳이 바로 이곳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성은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손으로 지도를 짚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공사를 할 곳은 보시다시피 이 길을 따라 주상복합 건물을 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곳에는 공원이 조성될 겁니다. 참고로 공원 부지는 총 네 곳입니다.”
“지금 공원 부지가 네 곳이라고 하셨습니까?”
윤태호는 놀란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현성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어디가 건물이 들어서고 어디가 공원이 조성될 건지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윤태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현성을 힐끔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윤태호는 바로 물었다.
“진짜 이대로 건물을 올리시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혹시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어떤 이유를 말씀하시는지……?”“공원 말입니다. 일반 주택가도 아니고 상업용지에 건물 대신 공원을 조성하시는 이유 말입니다.”
윤태호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어느 누가 건물을 지을 공간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공원을 조성한단 말인가. 그것도 네 곳이나, 돈으로 따지자면 몇 천억이 될 텐데 말이다.
“저라고 왜 돈에 욕심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돈보다 더 소중한 거요? 그게 뭡니까?”
윤태호는 질문을 하면서도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역시 아직은 어린 탓에 순진함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돈보다 소중한 것?
과연 그런 게 현대 사회에서 있겠는가 말이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제 아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윤태호는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에만 해도 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고 하기에 속으로는 비웃었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아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를 위한 아빠의 마음!
거기다 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조금 전 비웃었던 자신이 오히려 무안할 정도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윤태호는 남아 있던 커피를 다 마신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건물을 지어봤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저로서는 그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놀라울 뿐입니다.”
“저도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미래를 위해서는 이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비정상인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사장님을 이해 못 할 거 같습니다. 이런 저를 욕하지는 마십시오. 제 생각에는 열이면 열, 모든 사람들이 사장님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한 사람만 저를 이해해주면 됩니다.”
“한 사람이요?”
윤태호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물었다.
“그 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제 아내입니다. 아내만 저를 이해해주면 됩니다.”
“그렇다면 사모님도 지금의 이 상황을 알고 계실 테고, 그 얘기는 이미 동의를 하셨다는 얘기군요?”
“물론입니다. 제일 처음 논의를 한 사람이 아내이니까요.”
“…….”
윤태호는 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얼굴엔 어느새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조금 전 표정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런 그가 현성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무리 죽었다 깨도 두 분 같은 결정은 못 내릴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나면 그다음은 빌라 공사에 들어가신다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지금 계속 일반 주택들을 사 들이고 있는데 앞으로 2년 정도 계속 매입을 하면 어느 정도는 준비가 끝날 거 같습니다.”
“혹시 빌라 단지도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주차장은 100% 다 지하로 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성은 어떤 식으로 빌라 단지를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윤태호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더니 어느 순간 입을 열었다.
“일단 사장님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상식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조금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문제인 것이고 지금까지 말씀하신 부분을 정리해서 며칠 내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 정식으로 계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았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이게 다 현금 공사라고 하셨죠?”
“네, 물론입니다. 공사 진행률에 따라 바로 입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혹시 기간은 어느 정도나 걸리겠습니까?”
현성이 생각하는 건 일단 2년이었다. 그 안에만 완공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글쎄요, 정확한 거야 좀 더 계산을 해봐야겠지만…….”
“10억이요.”
“10억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하루에 특별 보너스로 10억씩 사장님 개인 계좌로 입금하겠습니다.”
“하루에 10억이요? 어떤 조건입니까?”
하루에 10억을 개인 계좌로 입금하겠다?
윤태호의 나이 올해로 육십 둘이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조건을 물었던 것이다.
“제가 원하는 공사 기간은 2년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기간에서 하루를 단축시키신다면 그때마다 제가 사장님께 드리는 특별 선물입니다.”
“하루에 10억, 열흘이면 100억?”
“네, 그렇습니다. 한 달이면 300억입니다.”
“허허…….”
윤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윤태호는 갑자기 현성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태호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
하루에 10억이다.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말이다.
어차피 공사 일정이야 장비를 어느 정도 투입하느냐에 달려있다.
결제 수단도 어음이 아니라 현금이라고 했다.
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최소한 두 달, 두 달 정도는 충분히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윤태호의 머릿속으로 갑자기 600억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윤태호는 사무실을 나가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혹시 이 공사가 끝입니까?”
“진짜 공사는 15년 후에 있을 겁니다.”
“네? 진짜 공사요?”
윤태호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가 공사에 빌라 공사까지 하면 최소 2조는 들어가는 공사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공사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진짜 공사는 15년 뒤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공사의 규모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윤태호는 다시 물었다.
“그 진짜 공사라는 게 뭔지 말씀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50층 빌딩을 올릴 겁니다.”
“네? 50층이요?”
윤태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근데 그 건물이 쌍둥이입니다.”
“싸, 쌍둥이요?”
“네, 그게 저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
윤태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현성의 사무실을 나와 승용차로 돌아온 윤태호.
“후……!”
그는 일단 호흡부터 챙겼다.
50층짜리 건물을 올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두 개씩이나.
이번에 이 공사를 잘만 끝내면 그다음 공사도 맡긴다고 했다.
“허허…….”
윤태호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윤태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회장님, 접니다.”
윤태호가 전화를 건 사람은 농씸의 전임 회장인 신춘오였다.
-어, 그래. 윤 사장. 어떻게 일은 잘 처리되었는가?
“네, 회장님. 지금 막 김 사장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입니다. 회장님 덕분에 큰 공사를 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우리 사이에. 그건 그렇고 김 사장을 만나 보니 어떻던가?
“우리 일반인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글쎄 그 넓은 땅에 40% 정도는 공원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허허, 나도 처음엔 그랬네. 그런데 말이야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그게 나중을 위해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윤태호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나중을 위해서는 낫다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앞으로 2, 30년 뒤를 생각해보게. 그때가 되면 그 동네가 어떨 거 같은가?
“그거야 나무가 컸으니 숲 속에 마을이 있는 거 같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거야. 윤 사장은 혹시 숲세권이라고 들어봤는가?
“아, 그러니까 결국은…….”
윤태호는 말을 하다 말고 무릎을 탁 쳤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앞으로 2, 30년 후에는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도 주거 환경으로서는 이곳이 최고일 것이다. 마을 전체를 큰 나무들이 감싸고 있을 테니 말이다. 멀 그대로 숲세권이 아닌가 말이다.
“역시 김 사장은 미래를 본 것이군요?”
-내가 볼 때 2, 30년 뒤에는 그 동네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걸세. 김 사장은 그걸 노린 거지.
“지금 생각하니까 그런 거 같습니다. 역시 김 사장이 난사람은 난사람인 거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윤태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저 말도 안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뭐 다른 건 없지?
“있습니다.”
-뭐가 또 있어? 그게 뭔가?
“앞으로 15년 후에는 50층 빌딩을 올리겠답니다. 그것도 쌍둥이로 말입니다.”
-뭐, 50층? 그것도 쌍둥이로?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제 인생의 마무리는 김 사장과 함께 할 거 같습니다. 이게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허허, 50층이라…….
수화기 너머에서는 신춘오 회장의 헛웃음 소리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