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2)
회귀해서 건물주-673화(67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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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익.
전화를 끊은 신춘오 회장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었다.
과연 현성이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
그런데 이제야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그가 원하는 건 빌딩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2, 30층짜리 빌딩이 아니라 50층이나 되는 빌딩, 그것도 두 개씩이나.
“허허, 참!”
신춘호 회장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때 최진영 실장이 들어왔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그를 불렀다.
“최 실장.”
“네, 회장님.”
“어제 우리가 궁금해했던 문제가 드디어 풀렸네.”
“어제라면……?”
최진영 실장은 신춘오 회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어제 우리가 궁금해했던 김 사장의 미래 말일세.”
“아, 네. 그거요.”
최진영 실장은 바로 기억이 났다.
현성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하나다. 그 나이에 마을 하나를 통째로 바꾸는 모습에 그런 그라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결론은 기대된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었다.
“혹시 어디서 연락이 왔습니까?”
“조금 전에 윤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네.”
“윤 사장이라면 건축업자 윤태호 사장 말씀인 거죠?”
“그래, 맞아. 윤 사장으로부터 조금 전에 들었는데…….”
신춘오 회장은 조금 전에 통화했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최진영 실장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50층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50층. 그것도 한 개가 아니고 두 개씩이나.”
“허허, 참, 대단하군요. 기업도 아니고 한 개인이 50층이나 되는 빌딩을 두 개씩이나 올리겠다니…….”
최진영 실장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한 동네를 완전히 바꾼다고 하더니 이제는 또 50층짜리 빌딩을 두 개나 올리겠다니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세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50층짜리 빌딩 두 개라니…… 정말 김 사장 대단합니다.”
“역시 인물은 인물이었어.”
“그런 친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제겐 영광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세. 그러고 보니 처음 그 친구를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군.”
신춘오 회장은 잠시 회상이라도 하는 듯 말없이 허공을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최 실장, 근데 말이야…… 내가 과연 김 사장이 50층짜리 쌍둥이 빌딩을 올리는 걸 볼 수 있을까?”
“물론이지요. 회장님께선 건강하시니까 충분히 가능하실 겁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서 사시는데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허허, 글쎄…….”
신춘오 회장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늙은이의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꼭 보고 싶군.”
“충분히 보시고도 남으실 겁니다. 게다가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됐네, 이 사람아. 굳이 그렇게까지 위안을 안 해도 되네.”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표정은 뭐라고 설명하기엔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수업이 몇 시지?”
“4시입니다. 이제 천천히 나가시면 됩니다.”
“그래, 그만 얘기하고 수업이나 가세. 어차피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네. 내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닐 테고, 그저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면 되지 않겠는가. 자, 이만 가세.”
신춘오 회장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 또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며칠 후.
현성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 사장이었다.
“네, 사장님.”
-오늘 시간 좀 되겠는가?
“왜요?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조금 전에 삼거리에 있는 건물주랑 통화를 했는데 그 양반이 김 사장을 한번 보자고 하더라고.
“서울 마포에 계신다는 박윤성 사장님 말입니까?”
현성 또한 얼굴은 보지를 못했고 유영철 사장을 통해 이름만 전해 들었었다.
전생에서도 그는 끝까지 건물을 팔지 않았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곳은 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갔지만, 그의 건물만큼은 옛 모습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살아있을 때까지만 이었다.
그가 죽고 1년 후에 그 건물은 그의 아들이 팔아버렸다. 문제는 다른 건물들 사이에 있다 보니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맞네, 박윤성 사장. 아무래도 보자고 하는 걸 보니 마음의 변화가 있는 거 같네. 그렇게 얘기를 해도 싫다고 하더니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이번엔 보겠다고 하더라고.
“그렇다면 당연히 만나야지요. 언제 올라가면 됩니까?”
-혹시 지금 시간 되는가?
“지금이요? 잠깐만요…….”
현성은 잠시 일정표를 확인한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지금 괜찮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세.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바로 부동산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좀 있다 뵙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바로 사무실을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바로 그때였다.
“삼촌!”
빵가게 딸내미인 윤수정이 비디오 가게에서 나오면서 반가운 목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어? 수정아. 여긴 웬일이야?”
“비디오 빌렸어.”
“엄마는?”
현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그녀의 엄마인 이세이가 어딘가에 있는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세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 혼자 왔어. 엄마는 빵 때문에 바쁘거든.”
“어, 그랬어. 근데 이렇게 혼자 다녀도 괜찮아?”
“삼촌, 내가 몇 살인지 알아?”
“당연히 알지. 우리 수정이 올해 일곱 살이잖아.”
“그런데?”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윤수정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바로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다시 윤수정이 말했다.
“삼촌, 나 내년이면 학교에 간단 말이야.”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글쎄다, 삼촌이 오늘은 바보가 됐나 봐. 우리 수정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아휴 답답해.”
윤수정은 작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 그녀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삼촌, 잘 들어.”
“어? 어, 그래.”
“내년에 학교를 가려면 이제부터는 나 혼자서도 비디오 가게 정도는 다닐 수 있어야 한단 말이야.”
“아아, 난 또 뭐라고. 그게 그런 소리였어?”
현성은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혼자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듣고 보니 그녀의 말도 맞는 듯했다.
“수정아 미안해. 삼촌이 오늘은 좀 생각이 짧았네.”
“히히, 괜찮아, 삼촌.”
윤수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현성의 몸을 몇 번 토닥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전생에서는 이때쯤이면 파리바게또 때문에 가게를 폐업하고 이미 이 동네를 떠난 후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따라 윤수정이 유별나게 귀여워 보였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아 고마워. 삼촌을 이해해줘서. 지금 삼촌이 어디 좀 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수정이도 어서 빨리 엄마한테 가봐.”
“응, 알았어. 삼촌, 안녕.”
“다른 데로 가거나 모르는 사람 쫓아가지 말고 곧장 엄마가 계시는 빵가게로 가야 하는 거 알지?”
“삼촌도 참, 내가 무슨 앤가?”
“응, 그래, 알았어. 어서 가.”
현성은 윤수정이 걸어가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 저만치 멀어지자 주차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현성이 탄 지프는 부동산 사무실 앞에 섰다.
유영철 사장은 이미 가게 밖에서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늦었네?”
유영철 사장이 차에 오르며 말했다.
“꼬마 손님을 만나서 잠깐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 늦었습니다. 그나저나 박 사장님이 무슨 일로 보자고 했을까요?”
“아무래도 심경의 변화가 생겼나 봐. 그전에는 전화를 할 때마다 됐다고 하더니 오늘은 웬일로 김 사장을 한번 보자고 하더라고.”
“어찌 됐든 가보면 알겠죠.”
현성은 그 말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두 사람이 탄 차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경인고속도로를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두 사람이 탄 차는 경인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회의사당 앞을 막 지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깐 망설이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예요.
“어? 수정이 어머니가 웬일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윤수정의 어머니인 이세이였다.
-혹시 우리 수정이 봤어요?
“수정이요? 네, 아까 봤어요. 근데 왜요?”
-언제쯤이요?
“음, 한 시간은 안 됐고 대충 50분 전에 비디오 가게 앞에서 봤어요. 근데 왜요?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수정이가 아직 안 왔어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비디오 가게에서 빵가게와의 거리는 기껏해야 2백 미터 정도다. 아무리 윤수정이 천천히 걷는다고 해도 10분에서 15분이면 충분한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아직도 가게에 안 왔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은 일단 차부터 길가로 세웠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혹시 찾아보셨어요?”
-네, 제가 조금 전에 비디오 가게까지 뛰어갔다 왔는데도 안 보여요.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못 봤다고 하고, 우리 수정이 어떡해요?
“어떡하죠? 전 지금 서울인데…….”
-알았어요. 다시 찾아볼게요.
뚝.
전화가 바로 끊겼다.
현성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착을 안 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게 아닌가 말이다.
‘어쩐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영철 사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수정이요, 수정이가 없어졌어요.”
“수정이? 걔가 누군데?”
“빵 가게 딸내미요.”
“아아, 빵가게…… 근데 걔가 왜 사라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아까 부동산 사무실에 가기 전에 만난 아이가 바로 수정이었거든요.”
현성은 후회막급이었다.
아까 윤수정이를 차에 태워 빵 가게까지 데려다줬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리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별일이야 있겠어?”
“글쎄요,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현성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유영철 사장이 말했다.
“얼른 일 마치고 가야지 어쩌겠는가?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
현성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알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은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김 사장, 어서 가세. 저 앞에 마포대교를 지나 5분만 더 가면 박 사장 건물이 나오니까 얼른 만나보고 돌아가세.”
“…… 네, 알았습니다.”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겨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금으로선 그 방법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뭐 하는가?”
대답을 하고도 현성이 출발을 안 하자 유영철 사장이 다시 말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빠~~앙~~!
왼쪽 차선에서 경적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끼어들기를 하면서 미처 뒤에 오는 차를 못 봤던 것이다. 그만큼 정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김 사장, 정신 차려야지.”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운전대를 꽉 잡았다.
잠시 후.
4거리에 도착한 현성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이 다리만 지나면 바로 목적지다.
‘그래, 얼른 일을 마치고 돌아가자.’
현성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오르는 건 윤수정의 얼굴이었다. 한 시간 전에 작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하다고 했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나타날 것만 같았다.
‘어쩌지?’
현성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 다리만 지나면 목적지다. 하지만 문제는 정신이 온통 다른 데 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과연 건물주를 만나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현성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아니다.’
결심을 한 현성은 큰 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마포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핸들을 틀어 유턴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