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3)
회귀해서 건물주-674화(67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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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아, 수정아!”
이세이는 목이 터져라 딸내미의 이름을 부르며 마을을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딸내미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을을 돌아다닌 지도 어느새 한 시간째.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후우.”
잠시 심호흡을 한 이세이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가기 위해 빵 가게를 나섰다.
바로 그때였다.
“어떻게 됐어요?”
현성이 급히 가게로 들어오며 물었다.
“아니, 사장님이 어떻게 오셨어요? 아까 서울이라고 했잖아요?”
“중간에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수정이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수정이는요?”
“없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이세이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금쪽같은 자식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경찰에 신고는 했어요?”
“경찰이요?”
“네, 실종신고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 생각은 하지도 못했네요. 그냥 여기저기 찾느라…….”
사람이 당황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신고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일단 파출소로 갑시다. 신고부터 하고 다시 수정이를 찾아보자고요.”
“네, 알았어요.”
이세이는 그제야 현성을 따라 파출소로 향했다.
다행히도 파출소는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파출소 앞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띠리릭!
이세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사장님, 잠깐만요. 전화부터 받고요.”
이세이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현성은 전화를 받는 이세이를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
그 순간, 이세이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전화를 받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
현성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터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이세이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렸다. 전화가 끊긴 것이다.
“뭡니까? 무슨 일이에요? 무슨 전환데 그렇게 놀라십니까?”
현성은 급한 마음에 질문을 쏟아냈다.
“우리 수정이가…….”
“수정이가 왜요?”
“아무래도…… 우리 수정이가…… 유괴된 거 같아요.”
이세이는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지금 그 전화 무슨 전화예요?”
“어떤 남자가 전화를 했는데…… 우리 수정이를 데리고 있다는 거예요. 근데……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그렇게 되면 수정이를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우리 수정이 어떡해요?……흑.”
겨우 말을 하던 이세이는 결국 마지막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황당한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유괴가 됐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TV 뉴스에서나 봤지 직접 이런 일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혹시 다른 얘기는요?”
“다른 얘기요?”
“네, 만약 유괴를 했다면 어떤 조건을 얘기했을 거 아닙니까? 돈을 달라든지…….”
그건 기본적으로 당연한 얘기다. 유괴를 하고 전화를 했다는 얘기는 어떤 목적이 있다는 얘기일 테니 말이다.
이세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다른 말은 없었어요. 일단 빵 가게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잠깐만요!”
현성은 이세이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지금 빵 가게라고 했어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 빵 가게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전화하겠다고.”
“그 말은 결국 그놈은 수정이가 사장님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듣고 보니…….”
이세이는 말을 하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근데 목소리가…….”
“목소리가 왜요?”
“조금 전에는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왠지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 같아요. 낯설지가 않아요.”
“그게 정말이에요?”
현성의 눈빛이 반짝였다. 만약 목소리가 누군지 알기만 한다면 윤수정을 찾는 건 시간문제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솔깃했던 것이다.
“네, 근데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어디선가 들은 듯한 목소리 정도밖에…….”
“잘 생각해보세요.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목소리를 약간 변조한 거 같았어요.”
“변조요?”
“네, 어딘가 조금 어색했거든요. 그런데도 왠지 익숙했어요. 조금 더 통화를 했어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금방 끊는 바람에…….”
이세이는 아쉽다는 듯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말입니다, 수정이도 그놈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수정이가요?”
“네,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대낮에, 그것도 대로변에서 강제로 데리고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지요.”
“그 말씀은 우리 수정이가 따라갔을 거라는 건가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결국, 사장님도 그렇고 수정이도 그렇고 그놈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즉, 면식범이라는 얘기죠.”
윤수정과 헤어진 시간이 오후 2시였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볼 때만 해도 주위에 사람들이 몇 명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이 강제로 데리고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아는 놈이 우리 수정이를 꾀여서 데리고 갔을 거란 거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벌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대로변에서 7살이나 먹은 아이를 강제로 데리고 가지는 않았을 거란 얘깁니다.”
“하긴…….”
이세이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런 그녀는 바로 발걸음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신고는 못할 거 같아요.”
“그냥 가시게요?”
“그놈이 신고하면 영영 볼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도…….”
현성은 더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입장을 바꿔 만약 자신이라 해도 그런 전화를 받은 상태에서 신고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파출소를 등지고 다시 빵 가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현성과 이세이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벌써 두 시간 째다. 아까 파출소 앞에서 되돌아온 후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렇게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가 탄다는 말이 바로 이런 심정인 듯했다.
“왜 전화가 없지요?”
결국, 먼저 침묵을 깬 건 현성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그녀는 초조한 듯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수정이다. 그녀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힘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전화가 오기를 기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어떤 새낀지 잡히기만 해 봐!”
현성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런 그는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이세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봤다.
이세이는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그런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신고는 안 했지?
목소리를 들은 이세이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아까 통화할 때와 목소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까보다 더 변조를 한 듯싶었다.
“네, 안 했어요. 우리 수정이 잘 있죠?”
-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수정이 목소리만이라도…….”
-자고 있어.
“잔다고요?”
이세이는 잔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상황에 잠을 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그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혹시 수면제 먹였어요?”
-그만 물어. 이제부터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 수정이는 무사할 거야. 앞으로 한 시간을 주지. 한 시간 이내로 천만 원을 준비해.
“천만 원이요?”
-앞으로 내 입에서 똑같은 말 두 번 나오게 하면 그땐 재미없을 줄 알아.
“네? 아, 네, 알았어요. 한 시간 내로 천만 원 바로 준비할게요. 우리 수정이만…….”
-한 시간이야!
뚝.
이세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지금 천만 원이라고 그랬어요?”
“네, 한 시간 이내로 천만 원을 준비하래요.”
현성은 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상대가 원하는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1억은 생각했었다. 물론, 그 이상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천만 원!
물론 아주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유괴를 하고 요구하기엔 또 그리 많은 금액도 아니다.
왜 하필 천만 원일까?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목적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돈이 목적이었다면 달랑 천만 원만 요구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놈은 지금 목적이 뭘까요?”
“글쎄요, 돈이 아니라면…….”
두 사람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은 지금 당장 천만 원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천만 원만 요구를 했을 거란 얘기죠?”
“네, 그렇습니다.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쓰겠다는 거죠. 물론, 그놈은 사장님이나 수정이를 알고 있는 놈일 테고요.”
“우리를 알고 있는 놈이요?”
“네, 그래요. 그놈은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장님을 타깃으로 잡았을 겁니다. 그 정도 금액은 바로 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을 테고요.”
“도대체 누가…… 아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이세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게를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어디 가시게요?”
“은행이요. 가서 돈 찾아와야지요.”
“이미 늦었습니다. 시계를 보세요.”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여섯 시를 넘긴 상태였다.
“어쩌지요?”
이세이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가방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
“제가 아까 미리 준비했었습니다. 혹시나 몰라서요. 1억입니다. 이 중에서 천만 원만 빼서 쓰면 될 거 같습니다.”
아까 파출소에서 돌아오던 길에 현성은 사무실에 들려 돈을 준비했었다. 어차피 유괴범이 노리는 건 돈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머! 사장님!”
이세이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그럼 일단 천만 원만 빌릴게요.”
이세이는 가방에서 돈을 꺼내 신문지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부평 성모병원.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온 이상혁은 5층 병실로 향했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왠지 무거운 듯했다.
‘미안해, 수정아. 조금만 참아. 죗값은 내가 나중에 받을게.’
이상혁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503호 병실로 들어갔다.
“어디 갔다 오는 게야?”
이상혁이 병실로 들어가자 그의 할머니인 안순례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상혁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누구랑 통화 좀 하느냐고. 할머니, 내일은 수술할 수 있을 거야.”
“수술?”
“응, 내가 예전에 다니던 사장님께서 돈을 빌려주시기로 했어. 그 돈만 받으면 밀린 병원비도 내고 내일 수술도 할 수 있거든. 그러니까 아파도 조금만 참아. 알았지?”
아침에 병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밀린 병원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치료는 없을 것이고, 그와 동시에 강제로 퇴원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다.
어렸을 적엔 할머니가 아니라 당연히 엄마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야 할머니는 자신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처음엔 너무 놀라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든 엄마든 어차피 자신을 키워준 사람은 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더 이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가 항상 곁에 계셨기에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러던 중 1년 전부터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폐암이었다.
그동안 벌어놨던 돈은 3개월 전에 동이 났다. 그다음부턴 아는 사람들한테 돈을 빌려 2개월을 더 버텼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결국, 1개월 전부터 병원비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병원 측으로부터 최종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예전에 일했던 사장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죗값은 나중이다. 우선은 할머니가 먼저다. 할머니가 없는 세상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아니야, 할머니. 이번에 치료받으면 많이 좋아질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이상혁은 시계를 바라봤다.
10분 전 7시였다.
“할머니,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응, 그려. 이 할미 때문에 너무 애쓰지 말고…….”
“그런 소리 하지 마, 할머니. 난 할머니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이상혁은 그 말을 끝으로 병실을 나와 다시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