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5)
회귀해서 건물주-676화(67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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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윤수정을 부르는 현성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옆에 있던 이세이였다.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10미터 밖에서 걸어오는 윤수정을 향해 달려 나갔다.
“수정아!”
이세이는 딸내미인 윤수정을 끌어안으며 큰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반면에 당사자인 윤수정은 이세이의 이런 모습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자신은 그저 아는 사람의 집에 다녀왔을 뿐인데 이세이의 반응이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격했기 때문이다.
“수정아, 괜찮아?”
“어? 응, 난 괜찮아. 근데 엄마 왜 그래?”
“진짜 괜찮은 거지?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이세이는 윤수정이 괜찮다는 데도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계속 살피기 시작했다.
“수정아, 괜찮아?”
이번엔 현성이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윤수정이 현성을 향해 바로 말을 이었다.
“어? 삼촌. 근데 다들 왜 그래? 왜 나한테 자꾸 괜찮으냐고 묻는 거야?”
“진짜 별일 없는 거지?”
“아, 진짜 삼촌까지 왜 그래?”
윤수정은 이상하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번엔 현성이 이세이를 향해 말했다.
“수정이 어머니, 다행히도 아무 일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그래요. 알았어요.”
이세이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시 윤수정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수정이 들고 있던 봉지를 그녀 앞으로 자랑하듯 내밀었다.
“엄마, 이거.”
“어? 이게 뭐야?”
“삼촌이 나 먹으라고 바나나 우유 사줬어.”
“삼촌? 어느 삼촌?”
“상혁이 삼촌. 그 삼촌이 피자도 사줬어.”
그 순간, 이세이의 표정이 급격히 변하더니 손바닥으로 윤수정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퍽퍽, 퍽퍽…….
“야, 이 지지배야, 누가 엄마한테 말도 안 하고 사람을 따라가라고 그랬어? 어? 네가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윤수정을 정신없이 때리던 이세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급기야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수정 또한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같이 울기 시작했다.
현성으로선 그런 두 모녀의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건 윤수정이 무사히 돌아왔기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후로도 이세이는 한참을 더 울고 나서야 울음을 그쳤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 모습이었다.
***
윤수정을 빵 가게 근처까지 데려다준 이상혁은 발걸음을 돌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 그는 걸으면서 연신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이번 일에 대한 자책이었다.
정말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병원비를 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정아, 미안하다. 그리고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상혁은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잠시 후.
병원에 도착한 이상혁은 곧장 원무과로 달려가 밀린 병원비를 계산한 후 병실로 향했다.
“어? 할머니?”
병실에 도착한 이상혁은 깜짝 놀랐다. 당연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옆 침대에 있던 아주머니가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총각, 어디 갔다 왔어?”
“볼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 좀……, 근데 우리 할머니 어디 가셨어요?”
“30분 전에 중환자실로 실려 가셨어.”
“네? 중환자실이요?”
순간, 이상혁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가 여기서 더 악화되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오늘 아침에 얘기를 했었다. 그만큼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 나쁜 짓까지 하면서 급히 병원비를 마련했던 것이고.
“할머니! 안 돼!”
이상혁은 병실을 나와 중환자실로 향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도착한 이상혁은 할머니를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면회 안 됩니다. 내일 면회시간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잠깐만이라도…….”
“안 됩니다. 이곳은 면회시간 외에는 면회가 안 됩니다.”
이상혁은 어쩔 수 없이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면회시간이 되자 중환자실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이상혁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할머니를 만나기 위한 그의 마음이었다.
“자, 지금부터 면회 시작입니다. 안에 들어가시면…….”
담장자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난 후 이상혁은 가장 먼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중간쯤 걸어갔을 때였다.
이상혁의 눈에 ‘안순례’라는 이름이 들어왔다.
“할머니!”
“…….”
이상혁은 마음을 다해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처음 보는 의료 기계들이 잔뜩 연결돼 있었다. 알 수 있는 건 커다란 산소통 하나였다.
아침에 담당 의사로부터 패혈증에 저혈압이 동반된 패혈성 쇼크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원인은 폐 질환에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 산소 호흡기를 달았다고 했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나야. 눈 좀 떠 봐.”
“…….”
“오늘부터 치료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치료하고 집에 가기로 했잖아. 응? 할머니!”
바로 그때였다.
잡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이상혁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나야. 할머니 강아지 상혁이. 정신이 들어?”
그녀는 대답 대신 손끝에 힘을 줘 간신히 이상혁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이상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어, 그래, 할머니. 나야 나.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이상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이 다였다.
이상혁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금으로선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후로도 이상혁은 손을 잡은 채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여전히 똑같았다.
결국, 그녀와는 한 마디도 나눌 수가 없었다.
그때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마무리하시고…….”
이상혁은 할머니의 손에 입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할머니, 이따 저녁에 다시 올게. 그때까지 잘 버텨야 돼. 멀리 안 가고 바로 밖에 있을 거니까…….”
이상혁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상혁은 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할머니! 할머니!”
더 이상 그녀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혁은 간호사를 부르기 위해 고개를 홱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머리맡에 있던 기계에서 갑자기 ‘삐’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간호사들이 이쪽으로 막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간호사들이 심장 박동기를 수차례 작동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이상혁의 눈에서는 어느새 굵은 눈물 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3일 후.
장례를 마친 이상혁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할머니 사진이 들려있었다.
집에 들어온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 할머니 사진을 벽에 걸었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웃고 있었다.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던 이상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이제 안 아프지? 그래, 안 아플 거야.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이제부터는 좋은 데 가서 편히 쉬어. 내 걱정도 하지 말고.”
잠시 말이 없던 이상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나 잠시 다녀 올 데가 있어. 어쩌면 지금 나가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도 몰라.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거든. 이젠 그 죗값을 받으려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좀 늦더라도 너무 기다리지 마.”
이상혁은 그 말을 끝으로 안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서랍장에서 신문지로 싼 물건을 꺼냈다.
밀린 병원비를 내고 남은 돈이었다.
집을 나온 이상혁은 이세이가 운영하는 빵 가게로 향했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많이 흔들렸다.
원래 다리가 불편한 것도 있지만, 3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잔 탓에 그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30분 후.
빵 가게에 도착한 이상혁은 잠깐 망설이다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
인사를 하던 이세이는 말을 멈췄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쿵!
이상혁이 이세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용서는 바라지 않겠습니다. 저의 죗값은 확실히 받겠습니다.”
이세이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혁과 인연을 맺은 건 4년 전이었다. 어느 날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가 찾아왔었다.
처음엔 망설였었다. 그건 그의 불편한 몸 때문이었다.
그때 그가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한 달 동안 돈을 안 받고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결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한 달 후, 그는 정식 직원이 됐다. 처음 걱정했던 불편한 그의 몸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 대한 걱정은 편견이고 기우였다.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일의 양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렇게 3년을 근무하다 1년 전에 그만뒀다. 이유는 할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며칠 전에 딸내미를 유괴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딸내미의 입을 통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 배신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이렇게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이세이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빵 가게 안으로 한 사람이 급히 들어왔다. 그는 바로 조금 전 이세이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현성이었다.
현성은 무릎을 꿇고 있는 이상혁을 바라봤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덥수룩한 수염. 굳이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안 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현성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상혁!”
“네, 사장님.”
“우선 일어나. 일어나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여기 사장님께 하나도 빼지 말고 말씀드려.”
“우선 이것부터 받으십시오.”
이상혁은 이세이 앞으로 검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세이는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봉지 안에는 자신이 신문지에 싸서 사물함에 넣었던 돈이 들어있었다.
“이건……?”
“할머니 병원비로 쓰고 남은 겁니다. 이제 더 이상 그 돈은 쓸 수가 없습니다. 3일 전 할머니는…….”
이상혁은 말을 하나 말고 중간에서 멈췄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차마 자신의 입으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장님께서 신고를 안 해주시는 바람에 할머니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이상혁은 사실 윤수정을 데려다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었다. 윤수정이 집에 도착하면 유괴를 했던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이 바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바로 신고를 하면 자신은 즉시 체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동 유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무사히 할머니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일단 일어나.”
“네?”
“일어나서 얘기해. 다리도 많이 불편한데, 어서!”
이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으로 앉아.”
이상혁은 이세이가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저 같은 놈을 이렇게…….”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사장님 말씀처럼 하나도 숨기지 말고 다 얘기해 봐.”
“…… 음, 사실은…….”
잠깐 망설이던 이상혁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던 이세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그랬어? 물론 사정은 알겠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네가 우리 수정이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수정이가 너를 얼마나 따랐는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람이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잖아? 어떻게 네가 내 등에 칼을 꽂을 수가 있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
이상혁은 조용히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이세이 또한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을 닦은 이세이는 무릎을 꿇고 있는 이상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상혁, 내 손 잡고 일어나.”
“사장님!”
이상혁은 이세이를 바라봤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 자신한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입에서 더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