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7)
회귀해서 건물주-678화(67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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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현성은 배웅을 하는 아내 윤지수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튼튼아, 아빠는 출근할 테니까 오늘도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
“네에~ 아빠. 다녀오세요~.”
윤지수가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그리곤 즐거운 듯 바로 미소를 지었다.
요즘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현성으로선 이런 일상이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아내 윤지수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보니 잘 모르겠지만, 현성의 경우는 전생과 비교하면 너무 다르다 보니 그 마음이 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존재, 전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행복이었다.
현성이 이번엔 아내 윤지수를 향해 말했다.
“카페는 자주 안 내려가죠?”
“네, 현성 씨 말대로 하루에 3시간 정도만 내려가요. 그 정도는 무리도 안 가고 괜찮은 거 같아요.”
“그래요, 잘했어요. 절대로 무리하면 안 돼요.”
“알았어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병원에서도 임신 초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하기에 특별히 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아내와 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눈 후 포옹을 하며 말했다.
“갔다 올게요.”
“네, 수고해요.”
“오늘 점심은 집에 못 오고 서울 마포에 가서 먹을 거 같아요. 지난번에 박 사장님과 약속을 못 지켜서 오늘은 거기에 다녀올 겁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현성은 오늘의 일정을 아내 윤지수한테 말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하는 행사다. 별건 아니지만 아내는 그렇게 얘기해주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일 또한 일상이 됐다.
부부간의 대화,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전생에서 살면서 터득했기에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행위였다.
아내와 인사를 마친 현성은 집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막 올랐을 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이른 아침에 누굴까’ 하며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전화를 건 사람은 부동산 사무실의 유영철 사장이었다. 오를 마포에 같이 가기로 이미 약속이 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일찍 전화를 했다는 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일단 모른 척 물었다.
“네, 사장님.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 나는 마포에 못 갈 거 같네. 다른 약속이 급하게 잡혀서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자신은 급한 일이 생겨 마포에 갈 수 없으니 혼자 가라는 얘기였다. 어차피 그가 꼭 있어야 할 자리는 아니었기에 알았다고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현성은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또 누구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아, 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춘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이정우였다.
전생에서 적금까지 깨서 돈을 빌려준 친구다. 둘도 없는 가장 고마운 친구였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어이! 정우야! 근데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 혹시 무슨 일 생겼냐?”
반가운 건 반가운 거지만 이렇게 일찍 전화를 받고 보니 걱정부터 앞섰다.
-무슨 일은 아니고, 그냥 갑자기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 이른 아침부터.
그건 아닐 것이다.
현성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물론, 이정우와 둘도 없는 친구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러도 아침 일찍부터 목소리를 듣겠다고 전화를 할 녀석은 아니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야, 내가 너를 몰라?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무슨 일이야?”
-자식, 하여간 귀신이 따로 없다니까. 사실은…….
이정우는 말을 하려다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나 오늘 선 본다.
“뭐? 선?”
‘선’이라는 말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전생에서 그는 50이 넘도록 솔로였다.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을 다니다가 30이 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구멍가게를 했었다. 불편한 몸으로 공장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이번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성의 권유에 의해 2년을 더 공부한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 결과 지금은 춘천 시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그가 이제 선을 본다는 것이다.
전생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그가 선을 본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그만큼 기쁘다는 얘기였다.
현성은 기쁜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게 진짜야?”
-그래, 인마.
“와! 축하한다.”
-축하는 무슨, 오늘은 그냥 선만 보는 건데.
“그래도 그게 어디야. 일단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
선을 본다는 건 이미 서로가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그만큼 가능성도 더 높은 것이고.
사실은 서른을 넘고 보니 혼자 있는 그가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이야 남자들이 4, 50에 장가를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때만 해도 서른만 넘으면 노총각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목소리에 기쁨이 넘쳐났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정우 또한 그 마음이 전달이 되었는지 바로 물었다.
-그렇게 좋냐?
“그럼 좋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친구 이정우가 장가를 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래서 전화했다.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좋아할 거 같아서 말이야. 결과야 나중에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선을 본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정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하다 말고 중간에서 말을 멈췄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별거 아니야. 그냥 나중에 얘기할게.
“자식, 싱겁기는……. 그래 알았다. 어쨌거나 아침부터 기쁜 소식 전해줘서 고맙다.”
-나야 말로 고맙다. 내일처럼 생각해줘서.
“그거야 당연한 거지. 그건 그렇고 그 여자는 뭐 하는 분이야?”
-어? 어, 그게…….
이정우는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뭐야? 그것도 비밀이야?”
-지금은 좀…… 나중에 잘되면 내가 얘기할게.
“자식, 별걸 다 숨기네. 알았어, 인마. 오늘 선 잘 보고 끝나고 나서 어떻게 됐는지 꼭 보고해.”
-어, 그래. 내가 다시 또 전화할게.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다. 선을 본다고 아침부터 전화까지 한 녀석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의 직업을 숨긴다?
다른 녀석도 아니고 가장 친한 친구인 녀석이.
현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정우가 누구인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아닌가 말이다. 그가 만약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중요한 건 오늘 이정우가 선을 본다는 것이었다.
현성의 표정은 다시 밝아져 있었다.
그런 그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한편, 전화를 끊은 이정우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어딘가로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연아, 오빠야.”
이정우가 전화를 건 상대는 현성의 여동생인 김지연이었다.
-어, 오빠.
“조금 전에 현성이랑 통화했어.”
-우리 오빠랑?
“응, 우리 얘기는 안 하고 그냥 오늘 선을 본다고만 얘기했어.”
-선 본다고 하니까 오빠가 뭐래?
“무지 좋아하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말이야. 그런데 거기다 대고 내가 너를 만나고 있다고 차마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
이정우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불편한 몸 때문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지만 친구로 있을 때와 여동생의 남자친구로는 그 입장이 확실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정우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김지연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변했다.
-오빠!
“어, 그래.”
-이유가 뭐야? 왜 우리 오빠한테 나를 만나고 있다고 떳떳하게 얘기를 못 하는 거야?
“어? 그건…….”
이정우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몸이 불편해서 현성한테 얘기를 못 했다는 것을 얘기할 수 없었다.
-오빠, 왜 말을 못 해?
“어? 그게 말이지 너도 알다시피 내 몸이 좀…….”
-오빠 몸이 어때서?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것뿐인데 그게 어떻다는 거야? 혹시 그거 때문에 우리 오빠한테 말을 못 한 거야?
“…… 아무래도.”
이정우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차마 자신의 입으로 이런 몸으로 여동생을 만나고 있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너무 친하기에 오히려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빠, 아직도 우리 오빠를 몰라? 우리 오빠가 그런 걸로 뭐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여?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그런데 왜 얘기를 못 해? 내가 네 여동생을 만나도 있다고 말이야. 우리 앞으로 결혼할 사이라고 말이야. 응? 오빠?
“…….”
이정우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조금 전에 현성이한테 전화를 할 때만 해도 그 여자가 네 여동생이라고 솔직히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가 자신의 일처럼 너무 좋아하는 상황에서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우 오빠.
“어, 그래.”
-내 말이 심했어?
“아니, 그건 아니야. 내가 조만간에 현성이한테 사실대로 얘기할게. 사실은 오늘도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현성이가 자신의 일처럼 너무 좋아하더라고. 그런 상황에서 차마 말을 못 하겠더라고. 미안해, 지연아.”
-그렇다고 미안할 건 없지. 나도 오빠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우리 오빠는 내가 장담하는데 누구보다도 우리 사이를 축하해줄 사람이라는 거야. 오빤 그렇게 생각 안 해?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이정우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물론, 현성은 누구보다도 축하를 해줄 것이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반대를 한다면 그런 미안한 마음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은 뭐야?
“네 말처럼 현성이는 누구보다도 우리를 축하해줄 거야. 그래서 더 미안한 거고.”
-그래서 더 미안하다고?
“그래, 그런 게 있어. 네가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정우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내가 빠른 시간 내로 얘기할 테니까. 응? 지연아?”
-음…… 솔직히 100% 이해는 안 가는데 어느 정도는 오빠 마음 알 것도 같아. 그런데 이거 하나만은 알아줘. 오빠는 멋진 사람이라는 거. 나한테는 최고로 말이야. 오빠가 비록 몸이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난 그런 거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그런 일로 혹시라도 괜히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빠, 알았지?
“내가 아무래도 여자 하나는 잘 고른 거 같다.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말을 하냐?”
-이거 왜 이러셔?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오빠한테 먼저 대시를 한 건 엄연히 나야. 안 그래?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나?”
틀린 말도 아니다. 3개월 전에 먼저 연락을 한 것도 그녀였고, 정식으로 만남을 먼저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오빠.
“어, 그래.”
-내가 오빠를 선택한 이유가 뭔지 알아?
“음, 글쎄…… 솔직히 나도 궁금해. 나 같은 놈을 네가 왜 선택을 했는지?”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자신은 몸이 불편하다. 반면, 그녀는 너무도 완벽하다. 인물이면 인물, 직장이면 직장, 거기다 집안까지도 부자다.
그런 그녀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선택했는지 솔직히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두 가지.
“두 가지?”
-응, 내가 오빠를 선택한 이유. 그중에 하나는 오빠의 눈이야.
“눈?”
-응, 그래. 어느 날 오빠 눈을 봤는데 너무도 맑았어.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 오빠도 들어봤지?
“어? 어.”
이정우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이런 사람이라면 내가 평생을 믿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정도로 오빠 눈은 매력이 있었어.
“글쎄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당연히 자신은 모르지. 하여간 나한테는 오빠의 눈은 특별했어.
피식.
이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녀의 특별했다는 말이 고마울 뿐이었다.
-다른 하나는 뭔지 알아?
“글쎄…….”
-근성.
“근성?”
-응, 그래. 난 오빠가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고도 9급 시험에 붙었다는 소식을 우리 오빠한테 들었을 때 진짜 놀랐어.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또 들렸다.
-게다가 요즘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고 7급도 준비하고 있잖아?
“그거야 현성이가 권해서…….”
-그게 누가 권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그런 걸 보면서 난 오빠가 근성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오빠를 선택했던 거야. 이 정도의 남자라면 충분히 평생을 믿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한 거지.
“막상 듣고 보니 부끄러운데.”
이정우는 뒷머리를 슬쩍 긁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도 현성의 권유 때문이었고, 7급에 도전을 한 것도 현성의 권유 때문이었다.
-내가 오늘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알아?
“글쎄다…….”
-오빠는 그 정도로 멋진 사람이라는 거야. 마음도 맑고 거기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근성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거지. 오빠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거든.
이정우는 그제야 김지연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알았다. 지금 그녀는 조금 전에 자신이 현성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연아!”
-응, 오빠.
“무슨 말인지 알았어. 나도 이젠 좀 더 당당해질게. 이따 저녁에 현성이랑 통화하기로 했으니까 그때 우리의 관계를 얘기할게. 앞으로 우리 당당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말이야.”
-오케이, 역시 오빠는 최고야. 그런 의미에서…… 쪽!
이정우는 귓가에 들리는 ‘쪽’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