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78)
회귀해서 건물주-679화(67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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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오셨습니까!”
현성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일찍 출근해서 청소까지 마친 이상혁이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맞았다. 그러자 그 또한 반갑게 이상혁한테 인사를 건넸다.
“어, 그래! 좋은 아침!”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사장님 얼굴빛이 좋으십니다.”
아무래도 출근길에 이정우로부터 선을 본다는 소식을 들은 탓인지 얼굴빛에 그게 또 티가 났나 보다.
“그래 보여?”
“네, 물론 평상시에도 얼굴빛이 밝으시지만 오늘 아침엔 유독 더 기분이 좋으신 거 같습니다.”
“응, 맞아. 출근길에 기쁜 소식을 들었거든. 내 친구 중에 이정우라는 애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오늘 선을 본다는 거야.”
“맞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래서 내가 오늘 기분이 최고다. 하하…….”
현성은 기분 좋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자 이상혁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후, 커피머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바로 내린 커피를 컵에 따른 다음 현성이 앉은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친구분과 친한 사이시군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 인생에서 첫 번째로 꼽는 녀석이거든.”
현성은 이상혁이 건넨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그러자 이상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부럽습니다.”
“부러워? 뭐가?”
“그런 친구분이 있다는 게 말입니다. 저는 어려서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다 보니 친구가 없었거든요.”
이상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예전 학창 시절이 생각난 듯했다.
현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친구도 너랑 비슷해.”
“네? 저랑요?”
“그래, 그 친구도 너처럼 몸이 불편하거든. 그렇다 보니 학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많이 괴롭힘을 당했어.”
“아, 그랬군요.”
이상혁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친구분은 지금 뭘 하십니까?”
“공무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더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됐지. 근성이 있는 놈이야.”
“대학을 안 가고 공무원이 되신 거군요?”
“맞아. 어차피 좋은 대학 못 갈 거면 차라리 공무원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을 한 거지.”
물론, 이정우가 그런 결정을 했던 건 현성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그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기에 이정우 혼자 판단한 것으로 얘기를 했다.
“대단하신 분이군요.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끝이 아니야.”
“네? 또 뭐가 있습니까?”
“지금은 7급 준비 중이야.”
“네? 7급을 말입니까?”
이상혁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에 합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데 거기에 7급을 준비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게 진짜 가능한 얘기입니까?”
“왜? 안 될 거 같아?”
“제 생각에는 절대 쉽지 않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7급은 어렵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당연히 어렵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또 절대로 불가능한 건 아니야. 결국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 내 친구는 그걸 지금 2년째 꿋꿋하게 해내고 있거든.”
처음 이정우한테 7급을 권할 때만 해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었다. 과연 이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을지 말이다.
하지만 그건 현성 자신의 기우였다.
물론,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은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실력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2년, 그가 말한 목표 시점이다.
“진짜 대단하신 분이군요?”
“너는 어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지금 내 친구 얘기를 너한테 왜 하는 거 같아?”
“그건…….”
이상혁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바라본 후 남은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가 입을 연 건 2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사장님께서 왜 그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조금 전에 내 친구가 너랑 비슷하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
현성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하지만 이상혁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이 이상혁을 보며 물었다.
“네가 지금 몇 살이지?”
“스물여섯입니다.”
“혹시 공부를 다시 할 생각 없냐?”
“공부요?”
이상혁은 ‘공부’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현성이 자신한테 친구의 얘기를 한 목적이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었다.
이상혁은 바로 물었다.
“혹시 저한테 사장님의 친구분 얘기를 하신 목적이 이거였습니까?”
“이게 뭔데?”
“저한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는 말씀 아닙니까?”
씨익!
현성은 바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판단이 맞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상혁 또한 언제까지 이 사무실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을을 완전히 탈바꿈하는데 5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 되니 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공사가 끝나면 사무실은 당연히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의 일자리 또한 당연히 없어진다.
그때는 어쩔 건인가. 이게 현성이 고민한 문제였다.
“그래, 맞다. 내가 오늘 내 친구 얘기를 한 이유는 네가 지금부터라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나 싶어서였다. 앞으로 5년쯤 뒤에는 이 사무실도 없어질 테니 말이야. 네 생각은 어때?”
“…….”
이상혁은 말이 없었다. 그 대신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예전에 잠깐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언제?”
“고등학교 3학년 때요.”
“그래?”
현성은 시선을 돌려 이상혁을 바라봤다.
의외였다. 사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정우 또한 처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건 아니다. 당연히 현성의 도움이 컸다. 현성 또한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고등학교 시절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혁은 지금 본인 스스로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현성은 그런 그의 결과가 궁금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시험도 못 봤습니다.”
“뭐? 시험도 못 봐? 이유가 뭐야?”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박스 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시험은…….”
이상혁은 말을 하다 말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성은 그제야 이상혁이 왜 시험을 못 봤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문제는 가정환경이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몰랐다. 상심이 컸겠네?”
“그럴 여유도 없었습니다. 어떡하든 할머니 병원비를 벌어야 했으니까요.”
“흠…….”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그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이상혁!”
“네, 사장님.”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지금부터 말입니까?”
“그래, 내가 볼 때 너는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될 거 같은데 말이야.”
이상혁 같은 경우는 앞으로 5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사무실에 나와서도 바쁘지 않을 때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퇴근한 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다섯 시간 정도는 충분히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 투자를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글쎄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상혁은 당황스러운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그게…….”
이상혁은 여전히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물론, 쉽지 않으리란 건 잘 알고 있다. 책에서 손을 놓은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그런 기회가 없을 듯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상혁이 바로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잠깐 어디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 한 시간 정도 후에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너의 고민을 끝낼 수 있겠냐?”
“네? 아,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너 자신을 위한 거야.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볼 때 어쩌면 이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거 같다. 잘 생각하고 결정해. 너의 남은 인생을 결정하는 거니까.”
이상혁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로서도 지금 이 상황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혼자 남은 이상혁.
‘어쩌지?’
이상혁은 엄지를 살짝 깨물었다. 심각하게 고민을 할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예전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5년 후에는 이곳 사무실도 없어질 것이다. 그때는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이상혁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한 시간 후.
덜컹.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현성이 들어왔다. 그런데 빈손이 아니었다. 그가 들고 들어온 것은 커다란 박스 두 개였다.
테이블 옆에 나란히 쌓여있는 박스 두 개.
이상혁이 바로 물었다.
“갑자기 웬 박스들입니까?”
“비밀.”
‘비밀’이라는 말에 이상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때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쪽으로 앉아 봐.”
이상혁은 현성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고민은 해봤어?”
“네.”
“결론은?”
잠시 생각을 하던 이상혁은 바로 입을 열었다.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거 같습니다.”
“그 말은?”
“사장님 말씀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여건이 안 돼 포기를 했지만 이번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상혁의 표정이 한 시간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씨익.
현성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열어 봐.”
“네?”
“박스 열어 보라고.”
현성의 시선은 테이블 옆에 나란히 쌓여있는 박스로 향했다. 그러자 이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스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박스를 확인하던 이상혁의 눈동자가 커졌다. 박스 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건이 들어있었다.
“사장님!”
현성을 부르는 이상혁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박스 안에는 9급 공무원에 관한 책들이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합격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상혁이 다시 현성 앞으로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제가 그런 결정을 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까 네 눈빛을 봤거든.”
“제 눈빛이요?”
“그래, 내가 아까 공무원 시험 얘기를 할 때 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거든.”
그건 사실이다. 그 눈빛을 보며 현성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공무원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시내로 나가 책을 사 왔던 것이다.
“사장님께서는 제게 새로운 인생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야. 후회 없이 마음껏 해봐. 나중에 후회해봐야 그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야.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야. 알았지?”
“네! 사장님!”
이상혁은 힘차게 대답을 한 후 현성을 향해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