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8)
회귀해서 건물주-68화(68/740)
크윽.
역시 고기엔 콜라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한 맥주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학생 신분임을 무시할 수 없기에 참았다.
현성이 테이블에서 뒤로 살짝 물러나자 박희철이 물었다.
“그래, 많이 먹었는가?”
“네, 그렇지 않아도 배고팠던 참에 아주 잘 먹었습니다.”
“다행이군.”
박희철은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실은 현성을 만나러 나오면서도 조금은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항상 볼 때마다 자신을 꺼리는 표정이 역력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지난번과 비교하면 확실히 편한 모습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또 궁금한 박희철이다.
“저기 말일세…….”
박희철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 이유까지 묻기엔 좀 무안했나 보다.
하지만, 그 궁금증이 또 어디 가겠는가.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먼?”
그나마 고민을 했는지 에둘러 돌려 말하는 박희철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박희철의 의도가 따로 있음을 눈치로 바로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씀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시는 겁니까?”
“아니, 뭐 특별한 건 아니고…….”
“아저씨답지 않게 웬 눈치를 보십니까? 평상시대로 하세요.”
“그게 말이야……, 오늘은 자네 모습이 다른 때하고 달라서 말이야.”
전생에선 전혀 상상도 못 할 박희철의 모습이었다. 항상 남의 말에 앞서 자신의 말만 하던 그였다. 그랬던 사람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현성은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아저씨 말씀은 제가 아저씨를 대하는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말씀하고 싶은 거지요?”
“그렇지.”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제 마음도 확실히 예전하고는 달라졌거든요. 뭐랄까……, 싫지는 않다는 겁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주위에서 박희철의 변화된 모습에 좋은 소리를 자꾸 듣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느 날부턴가 거부감이 없어진 건 사실이었다.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싫지는 않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박희철의 얼굴이 환해졌다.
“싫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좀 부끄럽지만 그 마음이 바뀐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는가?”
“이유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 법이니까 말일세.”
“간단합니다.”
박희철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 이유가 꽤나 궁금하다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변했으니까요.”
“변해? 뭐가 말인가?”
“아저씨가요.”
“뭐……, 내가?”
박희철은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울림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듯했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것을 채우려 더욱 돈에 집착했었다.
그렇다 보니 남의 고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어쩌면 오히려 남의 고통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확인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었다.
그러다 현성을 만났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논 것이다.
관광을 가기로 했던 그날 현성이 버스에서 자신을 끌어 내리지 않았더라면, 이미 황천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실천에 옮겼다.
우선은 이자율부터 전면 조정에 들어갔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복리 이자는 아예 없앴고 이자율도 은행이자율로 바꿨다.
솔직히 처음엔 손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건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눈빛이었다. 예전엔 그저 형식상 인사를 하고 그랬던 사람들이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투도 변했다. 심지어는 밥 먹고 가라며 상까지 차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말이다.
박희철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지금 내가 변했기 때문에 자네의 마음도 변했다는 것인가?”
“네, 그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사실이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살아보니 알겠더라. 아무리 작은 습관 하나라도 그것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오죽하면 ‘사람은 바뀌지 않으니, 고쳐 쓸 생각을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그만큼 사람이 변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야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다 온 사람인데….”
“알지요. 하지만 사람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허…, 이유야 어쨌든 내가 변하니 자네도 변했다는 거네.”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어떤 거요?”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다 온 인간이 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거?”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 나올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희철히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자네를 데리고 온 이유이기도 하고.”
“네?”
“김태촌이 검거되는 걸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이건 또 무슨 소리?
무슨 생각이라니…….
박희철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니고, 다른 생각을 하셨단 말씀인가요?”
현성의 말에 박희철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조금 전 욕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시 보통 인간은 아니다.
박희철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오판이란 것을 박희철은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현성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바로 물었다.
“욕심이요?”
“그렇다네. 내 관심사는 자네가 김태촌의 검거를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닐세.”
꿀꺽.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점점 박희철의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현성의 질문이 바로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니란 말씀은……?”
“그 결과지.”
“결과요?”
“그 과정이야 내가 알 바 아니고, 중요한 건 자네는 김태촌이 검거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그것을 증명해 냈다는 것이지. 꿈에서 미리 봤든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네.”
“그러니까 과정보다는 결과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박희철이 한 번 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그렇지. 나에게 필요한 건 결과니까 말이야. 그리고 하나 묻겠네.”
“……?”
“예지몽이라고 했던가?”
“네.”
“그거 앞으로도 계속 유효한 건가?”
하아!
현성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대충 박희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역시 보통 사람들과는 뇌 구조부터가 다른 인간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찌 알았는지가 관심 대상일 것이다. 궁금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인간은 그게 아니다.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젯밥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예상이 맞는다면 박희철의 다음 수순은 돈 얘기가 나올 것이다.
박희철!
역시, 연구대상임에는 틀림없다.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맥주 한잔해도 되겠습니까?”
“허! 이 타이밍에 맥주라…….”
“대충 감이 왔거든요. 잠시 쉬어가자고요. 어차피 금방 끝날 얘기도 아닌 거 같고…….”
“감이 왔다? 글쎄……, 그 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겠군. 좋네, 한잔하세.”
박희철은 종업원을 보며 손짓을 했다.
잠시 후.
“한잔하지?”
“그러죠.”
“지금 고2라고 했던가?”
“그건 왜요?”
“아닐세, 그냥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어서 들게.”
박희철은 현성을 잠시 바라봤다.
저 표정, 저 눈빛, 그리고 말하는 거며, 게다가 저 여유까지, 어디를 봐서 저게 고2의 모습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살면서 어디 가서도 대화하면서 밀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저 어린 친구 앞에선 그게 안 된다.
분위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반대로 바뀌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교묘하게 강약을 조절하면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은근 긴장감이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싫지가 않다.
모처럼 승부욕마저 꿈틀거리는 박희철이다.
“이제 말씀하시죠.”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박희철도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먼저 이것부터 받게.”
“이게 뭡니까?”
“보면 알 것이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던 것일세.”
현성은 서류 봉투를 열어 확인했다. 서류 봉투 안에는 지난번에 박희철이 명의이전까지 끝낸 그 땅문서였다.
잠시 생각하던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이젠 받겠습니다.”
“허허, 이젠 받겠다고? 역시 재미있는 친구군.”
“명분이 채워졌으니까요.”
“명분이라……, 그 말은 조금 전에 나에 대해서 ‘싫지는 않다’라고 말한 그 이유로 대신하면 되겠는가?”
“네. 그리고 저도 사람인데 이제 와서까지 마다할 이유가 없죠.”
현성은 솔직히 말했다.
땅을 준다는데 그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받을 명분도 충분하고 말이다. 어찌됐건 한 사람의 생명의 대가가 아니던가 말이다.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단지, 처음 박희철의 손을 뿌리쳤던 건 그의 과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악랄하게 축적한 돈이었다고 생각하니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회귀한 현성이 아니었다면 솔직히 그런 고민 자체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귀하고 나니 도저히 그건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박희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이 과거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그러기에 과거를 용서 받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회개하고 과거의 삶처럼 살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박희철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성으로서도 이제 와서까지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희철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고맙네. 이제라도 이렇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네.”
“혹시 기억하십니까?”
“뭘 말인가?”
“저는 이거 뺨까지 맞으면서 받는 겁니다.”
“뺨……? 아아, 기억났네. 자네가 나를 버스에서 강제로 끌어 내리던 그날 말이지?”
“그날은 진짜…….”
현성은 그날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기껏 살려주려고 했더니 돌아온 건 귀싸대기였다. 물론 박희철의 입장에서야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진짜 때릴 줄은 몰랐다.
박희철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 건 그때였다.
“참!”
“사람 놀라게 이건 또 뭡니까?”
“100억.”
“100이요?”
“왜 자네가 그랬지 않은가? 만약 자네가 생명의 은인일 경우엔 100억을 달라고?”
맞다.
현성도 그제야 생각이 났다. 박희철이 자신의 뺨을 때린 후 그냥 가려고 할 때 사과를 요구했었다.
그때 박희철이 사과 대신에 한 말이 가관이었다.
– 얼마면 돼?
그 말을 들은 현성은 장난기가 발동했었고, 그래서 요구했던 금액이 100억이었다. 물론 박희철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준다 했었던 거고.
현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100억! 아니, 이 땅값은 빼고 나머지 주세요.”
“하하, 이 친구야, 그건 어디까지나…….”
박희철의 말이 끝나기 전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저, 장난 아닙니다. 아저씨가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 100억 주신다고,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난감한 건 박희철이었다.
어째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현성의 분위기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얼굴빛도 변했다.
말투도 변했다.
좀 전에 여유롭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얼굴에서 표정이 없어졌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심각한 상황의 책임은 박희철 자신이라는 거다. 모든 문제의 발단 전개 그리고 결말의 끝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이다.
얼굴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박희철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끝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 아저씨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면 어쩝니까? 제가 오히려 무안해지잖아요. 제가 장난이 좀 심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렇지? 장난인 거지?”
그제야 박희철의 표정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요. 그리고 저는 이미 100억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땅을 100억의 가치가 있게끔 만들 거거든요.”
현성은 서류 봉투를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