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80)
회귀해서 건물주-681화(681/740)
“혹시 신문에 나온 그 식당 사장님이 아닙니까?”
“어느 식당을 말씀하시는지……?”
“홍천 서명에 있는 그 식당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 말입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전부 식당인 그곳 말입니다.”
“사장님께서 그곳을 어떻게 아십니까?”
현성으로선 의외였다.
수도권도 아니고 강원도 시골에 있는 식당이다.
물론, 규모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윤성이 그곳을 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올봄에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네, 사실은 신문에서 그 식당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갔다가 그 규모면에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놀란 건 식당도 식당이지만 그곳의 벚꽃이었습니다. 제가 봄만 되면 해마다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진해 군항제부터 전국을 다 다녀봤지만, 거기만큼 벚꽃이 많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 네. 그러셨군요.”
해마다 봄이 되면 신문에 광고를 낸다. 아무래도 박윤성이 그 광고를 보고 그곳에 다녀온 듯했다.
광고를 하긴 했지만 막상 앞에 있는 사람이 그곳에 다녀왔다고 하니 조금 신기한 건 사실이었다.
“그곳 사장님이 맞으신 거죠?”
“네, 맞습니다. 제가 거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허허, 세상이 참 좁다고 하더니, 이렇게 이곳에서 그곳 사장님을 만날 줄이야…… 반갑습니다. 김 사장님.”
박윤성은 다시 한번 현성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정말 반가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단 앉으시죠?”
“아, 네. 그럽시다. 김 사장님도 어서 앉으세요.”
두 사람은 나란히 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박윤성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올해 나이가……?”
“네, 서른하나입니다.”
“허허…….”
박윤성은 다른 말은 안 하고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식당을 운영할 수가 있는 겁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하긴 이런 자리에서 그걸 묻는 것도 실례이겠군요.”
“그건 아닙니다만, 답변을 드리기가…….”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듣기로 하고 우선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바로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면서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따로 메뉴가 없었다. 한정식이 코스로 나오는 집이었다.
두 사람 앞에 전복죽과 샐러드가 간단히 나왔다.
박윤성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자, 일단 드시죠. 얘기는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나눕시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전복죽을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까.
박윤성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자, 그럼 조금 전에 하던 얘기 마저 하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식당보다도 벚꽃입니다.”
현성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박윤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그 벚꽃 누구의 작품입니까?”
“그건 당연히 제가…….”
“진짜 사장님이 하신 게 맞습니까?”
박윤성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궁금해한다는 걸 그의 표정을 보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부연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직접 조성했습니다. 처음엔 10만 평만 심었다가 그다음 해에 10만 평을 더 심었습니다.”
“합이 20만 평이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흠…….”
박윤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이유가 뭡니까?”
“어떤 이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넓은 곳에 벚나무를 심은 이유 말입니다.”
“마을을 위해서였습니다.”
현성의 ‘마을’이라는 말에 박윤성은 고개를 잠시 갸웃하더니 바로 물었다.
“지금 마을이라고 했습니까?”
“네, 마을을 살리는 길은 그 방법 외에는 없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사장님께서도 그곳에 가보셨으니 그곳이 얼마나 시골인지 아셨을 겁니다. 그곳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방법은 벚꽃 외에는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만 평에 벚나무를 심었다?”
“네, 그렇습니다.”
“흠…….”
박윤성은 다시 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해 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성공입니다. 주말에는 하루에 10만 명은 기본적으로 그곳을 찾습니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이 넘쳐납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마을의 소득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게다가 가을에는 그곳이 코스모스로 가득합니다. 그렇다 보니 봄부터 가을까지 마을 사람들은 장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긴…….”
박윤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봄에 갔을 때만 해도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식당이면 식당, 카페면 카페, 산나물을 파는 곳에도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심지어는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해서도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했었다.
벚꽃 하나로 마을 전체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마을을 만든 장본인이 지금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제 고작 서른한 살짜리가 말이다.
박윤성은 현성을 잠시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었군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닙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김 사장님이 이기셨습니다.”
“네? 그게 무슨 …….”
현성은 박윤성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방문이 다시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코스 요리가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마음껏 드십시오.”
식탁에 모든 요리의 세팅이 끝나자 박윤성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현성은 놀라울 뿐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반찬이 있는 한정식 집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잘 먹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식사를 마친 두 사람 앞에 후식으로 수정과가 담긴 도자기 찻잔이 놓였다. 같은 수정과라도 담긴 그릇이 다르다 보니 그 맛 또한 다르게 느껴질 듯싶었다.
수정과를 한 모금 마신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덕분에 오늘 귀한 음식들을 잘 먹었습니다.”
“나야말로 오늘 귀한 분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그럼 이제 본론을 말씀드릴까 하는데…….”
현성은 말을 하면서 박윤성을 슬쩍 바라봤다.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은 밥이 아니라 부평에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두 채를 사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박윤성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밥을 먹는 동안 박윤성은 그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건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성이 이제 그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이상했다.
“본론? 어떤 본론이요?”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이 정도 얘기하면 당연히 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만난 목적은 어차피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성은 다시 말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따로 있지 않았습니까?”
“건물 말입니까?”
그의 입에서 바로 ‘건물’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듯 얘기를 할 때만 해도 순간적으로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싶었는데 다행히도 우리의 목적을 기억하는 것 같아 안심할 수가 있었다.
“네, 저는 사장님의 그 건물이 꼭 필요해서 말입니다.”
“그 얘기라면 이미 제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현성은 다시 한번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기억에 그는 건물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 그저 밥을 먹은 게 다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얘기는 이미 말을 했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밥 먹기 전에 분명히 김 사장님이 이기셨다고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저한테 말입니까?”
“네, 제가 분명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하면서 김 사장님이 이기셨다고 한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 얘긴 저도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만…….”
현성은 여전히 그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게 바로 그 얘기였습니다.”
“네? 그게 그 얘기요?”
“제가 분명히 김 사장님이 이기셨다고 했죠?”
“네, 그 말씀은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라…….”
“하하…….”
박윤성은 갑자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웃음을 그치며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까 말을 하다가 식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그 말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못 했군요. 제가 아까 말한 ‘김 사장님이 이겼다’라는 의미는 제 건물을 사장님께 넘기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현성은 여전히 황당할 뿐이었다. 그가 말한 그 말이 그런 의미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자신은 건물에 관해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갑자기 그 건물을 자신한테 넘기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현성은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하신 겁니까? 저는 사장님께 그 건물에 관한 얘기는 하나도 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자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사장님은 그 시골에 사람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그것도 하루에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그 덕분에 마을에는 활기가 넘치고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활기가 넘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산나물을 키워 팔아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이니 말이다.
결론은 돈이다.
돈을 그만큼 버는데 마을에 활기가 넘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바로 그겁니다. 사장님께서는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마을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 사람이 또다시 인천에서 한 마을을 살리겠다는데 제가 굳이 그 길을 막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까 사장님이 그곳의 사장님이라는 걸 아는 순간 이미 건물을 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일이 이런 식으로 풀릴지는 몰랐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이 제대로 풀리고 나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래요, 부평이 나에겐 태어난 곳이라 유독 정이 가는 곳입니다. 부디 그 마을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하나만은 미리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약속이요? 그게 뭡니까?”
“우리 아이들이요.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은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씨익.
박윤성은 현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간다고 하던데 그중에서 7층에 있는 아파트 하나만 입주권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중에 더 나이 먹으면 그곳에서 여생을 지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마무리는 태어난 그곳에서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말하는 박윤성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마무리를 한다는 생각에 그런 듯싶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내가 살던 곳을 김 사장 같은 사람이 개발을 한다니 말입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건물을 넘겨주셔서 말입니다. 실망시키지 않고 사람 사는 마을을 제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박윤성이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받으세요.”
현성은 당연히 박윤성의 명함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명함에는 전혀 다른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분이 누구십니까?”
“그 동네에 아직 인수하지 못한 건물이 세 개 남았죠?”
“네, 그렇습니다. 다섯 개 중에 지금 사장님으로부터 두 개를 받았으니 이제 남은 건 세 개가 남았습니다.”
“그 명함의 주인이 바로 그 건물의 주인입니다.”
“네?”
현성은 다시 명함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나상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명함에 적힌 나 사장이 제 친구입니다. 제가 전화를 미리 해 놓을 테니까 한번 만나보세요. 아마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으로 남은 건물 세 개는 또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었다.
이제 남은 건물 세 개만 더 인수를 하면 그 동네 건물은 100% 인수가 끝난다. 그러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