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82)
회귀해서 건물주-683화(68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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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누구?”
현성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이유는 이정우가 말한 이름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확인을 위해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너 지금 누구라고 그랬어?”
-지연이, 김지연!
“…….”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가 지금 말한 ‘김지연’이라는 이름은 현성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틀림없을 것이다.
김지연!
그녀는 바로 현성 자신의 유일한 여동생일 것이다.
현성은 다시 한번 확인을 위해 물었다.
“혹시 말이야, 그 지연이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지연이가 맞아?”
-…… 응, 맞아. 너의 유일한 여동생, 그 지연이!
핸드폰 너머에서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이정우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현성은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그리곤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윤지수가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누구야?’라고 물었다.
현성은 핸드폰을 손으로 막은 채 대답했다.
“내 친구, 이정우.”
“정우 씨요?”
현성이 핸드폰을 손으로 가린 것을 안 윤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맞아요.”
“정우 씨가 왜요?”
“정우가 우리 지연이를 만난다네요.”
“네?”
윤지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녀 또한 지금 이 상황이 그만큼 놀랍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그런 그녀를 향해 얼른 엄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윤지수는 알았다는 듯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은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곤 바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정우.”
-어, 말해. 이미 각오는 하고 있으니까 무슨 말이든 해.
“3개월 전부터 우리 지연이를 만났다고?”
-응, 맞아. 지난 1월부터 만났어.
“근데 왜 얘기 안 했어?”
-조금 전에 말했잖아. 너한테 실망시킬까 봐 두려웠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야, 이정우!”
현성은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며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어? 그게 무슨……?
이정우는 현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자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야, 이 자식아! 도대체 내가 뭘 실망한다는 거야?”
-그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 몸이…….
“미친놈! 네 몸이 어때서?”
현성의 입에서 ‘미친놈’이라는 말이 바로 나왔다. 그만큼 그는 이정우의 신체적 장애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그 얘기는 이정우가 얘기했던 실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정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장애를 가지고 있잖아.
이정우의 입에서 ‘장애’라는 말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그러자 현성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야?”
-너는 지금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야, 이정우.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조금 전에 지연이를 만나는 게 나라는 걸 알고 너 또한 한참 동안 말이 없었잖아. 너도 그만큼 실망을 했다는 거잖아, 안 그래?
“이 자식이 진짜!”
현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에 현성 자신이 놀랐던 이유는 단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이정우가 여동생과 사귈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 했었다. 그 이유는 전생에서 두 사람은 전혀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동안 말을 못 했던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야, 넌 지금 오해를 하고 있어.”
-오해?
“그래, 인마. 내가 처음에 네가 우리 지연이를 만난다는 얘기를 듣고 말이 없었던 이유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나는 단지 너희 두 사람이 만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지 다른 의미는 없었어.”
-그게 진짜야?
“야, 너 설마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그만큼 현성으로선 이정우가 자신을 못 믿고 있다는 것 자체에 화가 난 것이다.
-그건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이정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현성은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생각을 했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 현성 자신이 이정우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친구의 여동생이다.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 그런 그녀를 사귄다?
그런데 하필 자신은 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흔히 얘기하는 장애자.
물론, 자신의 잘못으로 장애자가 된 건 아니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결과론적으론 그런 처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당당하게 친구한테 여동생을 사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하필 친한 친구이기에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정우.”
-어, 그래.
“미안하다.”
-응? 뭐가?
“내가 또 내 생각만 했던 거 같다. 만약 내가 너의 입장이었다면 나 또한 쉽게 얘기를 못 했을 거 같다.”
현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얘기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그로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현성은 이제야 이정우가 처음 말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실망시킬까 봐 얘기를 못 했다는 말.’
그만큼 그는 현성 자신의 입장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 시간이 그에겐 또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겠는가.
그런데 그런 그를 향해 자신은 ‘왜 빨리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을 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성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우야!”
-어.
“고맙다.”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을 텐데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솔직하게 얘기를 해 줘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것이고, 핸드폰 너머에서는 이정우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나한테 얘기를 해 줘서. 그리고…….”
현성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라서 고맙다. 너라면 내 동생 얼마든지 믿고 맡길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진심이야?
“그래, 인마. 너도 알잖아? 내 친구 중에 가장 믿는 녀석이 너라는 것을 말이야.”
-그거야 어디까지나 친구일 때 하는 소리지.
“아니, 나는 아니야. 너는 내 친구일 때도 최고지만, 내 여동생의 남자 친구로서도 최고야. 이건 진심이다.”
처음에 그가 여동생을 만난다고 했을 때 놀란 건 단지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은 오히려 안도감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정우 그라면 얼마든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가 걱정하는 장애.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살아가면서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여동생의 반려자가 되는데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다.
전생에서 50년을 넘게 살면서 깨우친 게 있다면, 그건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 사람의 인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육체보다도 보이지 않는 내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인간성은 전생에서 50년을 넘게 살면서 이미 확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더 걱정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여동생의 선택이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그의 장애를 모르고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 또한 그의 불편한 몸보다 그의 좋은 면에 끌려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빠로서 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히 맞는 것이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고맙다. 다른 놈이라면 내가 허락을 안 하겠지만, 이정우 너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네가 어떤 녀석인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내 동생과 만나줘서 정말 고맙다.”
-야, 김현성……!
이정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지금 옆에 지연이 있어?”
-어? 어…….
이정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만큼 그로서는 지금의 이 상황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연이 좀 바꿔 봐.”
-어? 어, 잠깐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핸드폰 너머에서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응, 그래.”
-정우 오빠한테 얘기 다 들었지?
“그래, 잘했다.”
-어? …….
김지연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오빠가 반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잘했다’라고 칭찬을 할 줄도 전혀 예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오빠, 고마워.
“고맙긴 뭐가? 다름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이 선택한 사람인데 당연히 오빠로서 인정을 해 줘야지. 그리고 정우 녀석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내가 보증을 하니까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될 거야.”
-고마워!
김지연은 고맙다는 말 외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전혀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무리 두 사람이 친한 사이라는 건 알지만, 그건 단지 친구 관계일 때 해당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친구 관계와 그 친구가 동생의 반려자가 된다는 건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빠는 그렇지 않았다.
친구로서도 그리고 동생의 반려자로서도 그 사람을 동일하게 인정한 것이다.
그런 오빠가 한없이 고마울 뿐이었다.
-역시, 오빠는 최고야.
“자식, 별소릴 다 한다. 그리고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알아줘.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지연이의 선택을 믿고 존중한다는 걸 말이야.”
전생에서는 현성 자신 때문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했던 그녀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 사실조차 몰랐었다. 나중에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더욱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됐어요?”
지금까지 전화가 끊기기만을 기다렸던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대충 들어서 알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두 사람의 만남을 허락했어요.”
“괜찮겠어요?”
“네? 뭐가요?”
“음…….”
윤지수는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듯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런 얘기하기가 좀 그렇지만, 정우 씨 말인데요, 몸이 좀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데요?”
“아무래도 앞으로 살다 보면…….”
“지수 씨!”
윤지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은 그녀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 글쎄요…….”
“저는 그 사람의 됨됨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수 씨 생각은 어때요?”
“됨됨이요?”
“네, 그래요. 그 사람의 품성이나 인격 말입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윤지수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에 못지않게 건강한 육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거야 물론이죠. 하지만 겉으론 멀쩡한 놈들이 제구실 못하는 놈들도 많다는 거 알죠?”
“그거야 물론 알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을 겁니다. 물론, 이왕이면 다 완벽하면 좋겠지만, 이정우 정도의 됨됨이라면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성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지연이가 선택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허락해주고 싶었어요. 지연이 또한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했을 테니 말이에요. 물론, 지수 씨가 걱정을 하는 것도 우리 지연이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정우 녀석이 인간성 하나만큼은 최고니까 지수 씨가 조금만 양보해줘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윤지수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쉽게 결정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인 듯했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줘요. 제가 양보를 한 건 현성 씨 때문이라는 거.”
“네? 저 때문이요?”
“네, 저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현성 씨는 믿으니까요. 현성 씨의 선택을 믿는다는 거예요.”
“그래, 알았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현성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이정우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상황이라 현성으로선 자신 있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설거지나 해 볼까요.”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전화를 끊은 김지연은 옆에 있는 이정우를 바라보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오빠가 이런 사람이야!”
“그러게,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랐다. 아무리 내 친구이지만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서 호의적일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오빠도 어디를 가더라도 절대로 기죽으면 안 돼. 알았지?”
“어, 그래. 그래야지. 꼭 그럴게!”
이정우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김지연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