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83)
회귀해서 건물주-684화(6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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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후후!”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빌딩에서 나온 현성은 가볍게 심호흡부터 챙겼다. 그런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만족한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건 바로 며칠 전에 박윤성과 나상준으로부터 건물 매매에 관한 약속을 조금 전에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현성을 위해 한 곳에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덕분에 일이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다.
이것으로써 현성이 계획했던 상가 재개발 건축을 위한 1차 준비는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 사장, 축하하네.”
부동산 중개인인 유영철 사장이 현성의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 그런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만연했다.
당연할 것이다.
매매한 건물이 다섯 동이고, 그 거래 금액만 해도 거의 100억에 가깝다. 당연히 그가 챙긴 수수료만 해도 상당할 테니 그로서는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생이 아닌 공생.
현성은 현성대로 그의 도움을 받았고, 그 또한 현성 덕분에 수수료를 두둑이 챙겼으니 빌딩을 나온 두 사람의 표정은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이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사장님 덕분에 모든 거래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아니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내가 이번에 상가 건물을 처리한 게 오늘 거까지 다 합치면 총 65건이었네. 그 수수료만 해도 솔직히 어마어마하다네. 그 덕분에 요즘은 내가 은행을 가더라도 일반 창구가 아닌 은행장실에서 차를 마시며 볼일을 본다네. 이게 다 김 사장 덕분이라는 걸 내가 어찌 왜 모르겠는가. 정말 고맙네. 김 사장!”
유영철의 묵직한 목소리에서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가 오히려 고마웠다.
사람들 중에 때로는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도움을 받아도 그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착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유영철은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
처음에 상가 건물을 산다고 했을 때부터 그는 수수료의 50%만 받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건물이 한두 동이 아니라 수십 개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과감하게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당연히 그에게 모든 거래를 맡겼던 것이다.
“저 또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사장님처럼 욕심을 줄이지는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가 건물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은 일반 주택을 상대로 재건축에 들어갈 것이기에 그 부분을 말한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은 유영철 또한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계획을 밝혔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입에서도 현성과 비슷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야 말로 잘 부탁하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어디 좋은 데 가서 뭐라도 좀 먹겠는가? 오늘은 내가 김 사장이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사줄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럼 그럴까요.”
현성으로서도 굳이 마다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큰 건도 해결을 했고 배도 약간 출출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말했다.
“공덕시장 어떻습니까?”
“공덕시장?”
“네, 여기서 멀지도 않고 그곳에 가면 유명한 족발 가게가 있거든요.”
“에헤이, 겨우 족발인가?”
유영철의 표정에서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당당하게 다시 말했다.
“족발이 어때서요?”
“마포에는 유명한 일식집도 많은데, 굳이…….”
유영철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장소가 마포인만큼 유명한 일식집에라도 갈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현성은 달랐다. 그에겐 공덕시장에 갈 이유가 확실히 있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공덕시장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무슨 이유?”
“사실은 저도 저지만 아까 빌딩에 들어가기 전에 지수 씨와 통화를 했거든요.”
“지수 씨라면 결혼할 그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족발이 먹고 싶다고…….”
“가세!”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영철의 말이 먼저 나왔다. 그는 바로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임산부가 먹고 싶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런 일이라면 진작 얘기를 할 것이지. 자, 어서 가세.”
지난번에 상가 번영회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윤지수의 임신 사실을 얘기했었다. 그건 아빠의 마음으로 동네를 바꾸고 싶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유영철은 윤지수의 임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조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족발집인가?”
유영철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영희네 족발입니다.”
“영희네 족발? 그 집이 유명한가?”
“네, 공덕시장에서는 그 집 족발 맛을 따라올 곳이 없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죠.”
현성 또한 그곳을 알게 된 건 전생에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를 준비하기 위해 공덕동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6개월 정도 있었다.
그때 우연히 공덕시장에 갔다가 그곳을 알게 됐다.
그 후로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꼭 그곳에 가서 족발을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그곳을 자주 찾았던 이유는 그곳의 사장님 때문이었다.
나이는 50대 중반인 아주머니였는데 마치 자식을 챙기듯 잘해주는 것이었다.
가격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70%밖에 안 받는 것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제일 싼 고시원을 찾다 보니 먹는 것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가 나오는데 수입산 냉동 삼겹살이 다였다. 그것조차도 늦게 가면 없어서 못 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공덕동 시장을 찾곤 했었다. 그렇게라도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녀가 왜 현성 자신한테 70% 값에 족발을 주면서까지 친자식처럼 대했는지를.
그녀에겐 현성 또래의 자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식이 하필 몸이 불편해 항상 집에 누워있다고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희귀병이라 병원에 갈 때마다 그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게 고시원을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합격하면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결국 고시에 실패하면서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내리시죠.”
현성은 공덕시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다음 유영철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유영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김 사장, 혹시 예전에 공덕동에서 생활을 했었는가?”
그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이곳 지리를 너무 잘 알다 보니 이상하게 보인 듯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전생의 기억을 얘기할 수는 없었기에 슬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친구하고 한 번 왔었습니다. 그 친구가 마포에 살거든요. 지금 가는 족발집도 그 친구가 알려줘서 알 게 됐고요.”
“음, 어쩐지…….”
유영철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시장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물론,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는 현성이 앞장섰고 그 뒤를 유영철 사장이 따랐다.
5분쯤 걸었을까.
현성의 눈에 ‘영희네 족발’이라는 간판이 들어왔다.
이곳에 다시 올 줄은 생각을 못 했던 터라 현성으로선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잠시 간판을 바라보던 현성은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족발 사장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역시 전생에서 봤던 그 여사장이었다. 시기적으로 따지면 전생보다 5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보니 그녀의 얼굴은 기억 속의 모습보다 더 늙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다시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인사를 건네는 현성의 목소리에도 반가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 아, 네. 혹시 저희 가게에 언제 오셨었나요? 제가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꾸 깜박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현성의 과한 인사에 그녀 또한 잠깐 당황한 듯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친구와 한 번 왔었습니다.”
“아, 그랬었군요. 역시 제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네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그녀는 괜히 미안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때는 그냥 잠깐 와서 포장을 해 갔기 때문에 당연히 기억을 못 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날은 홀에 손님도 많았고요. 그러니 당연히 기억을 못 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현성이 그녀를 위해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지, 아직은 제가 그 정도 기억은 아니거든요. 그나저나 뭐로 드릴까요?”
“일단 앞발로 대자 하나 주시고요, 포장도 하나 부탁드립니다. 물론 포장도 대자로요.”
“네, 곧 준비할게요!”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표정 또한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이 와서 대자 두 개를 시키니 그게 또 기분이 좋은 듯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올해 서른? 아니면 서른하나?”
그녀가 현성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 그는 전생에서처럼 현성을 보며 당신의 누워 있는 자식이 생각난 것이다.
“서른하나입니다. 혹시 자제분이 저랑 비슷한 나이라도…….”
“네, 맞아요. 우리 아들도 올해 서른하나예요. 우리 아들도 청년처럼 아주 잘 생겼거든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엄마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족발이 두 사람 앞에 놓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유영철 사장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일단 드셔 보세요. 그냥 족발부터 드시지 마시고 여기 있는 무말랭이를 얹어서 드시면 그 맛이 끝내줄 겁니다.”
이곳 족발집의 맛의 비결은 무말랭이라는 걸 현성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아, 그런가? 그럼 어디…….”
유영철은 현성이 시킨 대로 족발을 앞접시에 놓은 후 그 위에 무말랭이를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아작아작.
족발을 먹던 유영철 사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잠시 후.
꿀꺽.
족발을 얼른 씹어 한입에 삼킨 유영철 사장이 갑자기 여사장을 불렀다.
“사장님, 포장 한 개 더요. 대자로요. 아무래도 나도 집에 있는 우리 마누라 좀 사다 줘야겠습니다. 야, 이거 진짜 맛있네요. 허허…….”
현성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후 족발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정신없이 족발을 먹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났을까.
그 많던 족발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현성은 갑자기 배를 움켜잡았다. 아무래도 급히 먹은 탓인지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볼일을 거의 다 봤을 때였다.
주방에서 여사장의 통화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화장실이 주방 바로 옆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통화 목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그건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달리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집에 누워 있는 자식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간 듯했다. 그러면서 병원비 얘기가 나왔고 급기야는 천만 원이라는 금액까지 귀에 들렸다.
다시 홀로 돌아온 현성.
“왜? 속이 안 좋은가?”
현성의 얼굴빛이 약간 어둡자 유영철이 바로 물었다.
“네? 아, 네. 아무래도 급하게 먹었나 봅니다.”
“젊은 사람이 무슨 그 정도 가지고……쯧.”
유영철은 가볍게 혀를 찼다. 하지만 현성은 그런 그의 모습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현성은 그저 조금 전 화장실에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만 자꾸 떠오를 뿐이었다.
그때 유영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여기 전부 얼맙니까?”
“포장까지 대자 세 개니까 6만 원인데, 5만 5천 원만 주세요. 여기 청년이 꼭 우리 아들을 닮아서 말이에요.”
조금 전에 걱정을 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가고 아들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왠지 애잔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김 사장, 이제 집으로 가세.”
유영철이 계산을 끝내자 발길을 재촉했다.
현성은 발걸음을 돌리려다 족발집 사장을 향해 물었다.
“사장님, 혹시 배달됩니까?”
“배달이요?”
“네, 인천인데 퀵으로 배달 좀 부탁해도 될까요? 여기 족발이 너무 맛있어서 말입니다. 아내가 지금 임신 중인데 매번 올 수도 없고 해서 말입니다. 물론, 배달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글쎄요…….”
족발집 사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얼핏 생각해도 마포에서 인천까지 족발을 배달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한 듯했다.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가 족발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정 원하신다면 못 할 거야 없지만, 여기서 인천까지 배달을 한다는 게…….”
“제가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아내가 지금 임신 중이라서 말입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퀵으로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음, 알았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임신 중이라니…….”
족발집 사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결제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수표를 확인한 족발집 사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요, 이건 천만 원짜리 수표잖아요? 제가 지금 잔돈이 없는데…….”
“그거 미리 선결제하는 겁니다. 그러니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
“네? 이걸 다요?”
“네, 우리가 족발을 둘 다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럼 앞으로 종종 전화드리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인사를 꾸벅한 후 바로 족발 가게를 빠져나왔다. 족발 사장이 따라 나오면서 다른 말을 했지만 현성은 애써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서두를 뿐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유영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김 사장, 지금 뭐 하는 건가?”
“제가 앞으로 애를 셋이나 더 낳을 거거든요. 그러려면 저 정도는 먹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현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