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87)
회귀해서 건물주-688화(68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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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검문?”
“네, 잠깐이면 됩니다. 그러니 협조해 주십시오.”
현성은 정중하게 말했다. 아무리 도둑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뭐? 협조? 지금 나랑 장난해?”
강만수는 대뜸 반말로 소리를 쳤다.
그와 동시에 현성이 잡고 있는 캐리어를 빼앗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캐리어에 닿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현성이 다가오는 그의 손을 옆으로 쳐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만수가 다시 소리를 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제가 분명히 협조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던 거 같은데요.”
현성의 눈빛도 조금 전과는 달리 날카로워졌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긴말하지 말고 이 캐리어 여세요.”
“뭐?”
캐리어를 열라는 말에 강만수는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한국말 못 알아듣습니까? 지금 당장 이 캐리어를 열라는 말입니다. 만약 열어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그다음은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책임? 어떻게 책임을 질 건데?”
“뭐든지!”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을 줄 것이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면 그것 또한 얼마든지. 대신!”
현성은 말을 멈추고 강만수를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이 캐리어 안에서 비디오가 나올 경우 그땐 당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자, 그러니까 빨리 이 캐리어를 오픈하세요. 다시 말하지만 이 안에 아무것도 없으면 1억, 아니 10억을 당신한테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당장 여세요!”
“뭐? 10억? 지금 장난해?”
“당신 눈에는 지금 제가 장난하는 걸로 보입니까? 강만수 씨!”
현성은 일부러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지금 이 상황에 그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지금 중요한 건 이 캐리어입니다. 과연 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말입니다. 이 안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저씨는 10억을 버는 겁니다. 자, 이젠 열어보세요.”
드르륵.
현성은 캐리어를 강만수 앞으로 밀었다.
캐리어를 손에 쥔 강만수는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싫다면?”
“지금 싫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이 자리에서 그 짓을 하겠어?”
“10억을 드리겠다는데도 말입니까?”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그 말을 믿을 줄 알아?”
“그러니까 지금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현성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곤 강만수 앞으로 바로 내밀었다.
“자, 됐습니까?”
현성이 내민 수표는 10억짜리였다. 오후에 건축업자인 윤태호를 만나 줄 돈이었다.
‘이 새끼 뭐야?’
강만수는 황당할 뿐이었다. 어떡하든 이 자리를 벗어날 요량으로 했던 말인데 진짜 10억짜리 수표가 나올 줄은 몰랐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지갑에 10억짜리 수표를 넣고 다닌단 말인가.
현성이 누군지 모르는 강만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강만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장난이 너무 심하군.”
강만수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할 판이니 말이다.
“장난이요? 지금 아저씨 눈에는 제가 장난으로 보입니까?”
“장난이 아니면?”
“저는 진심입니다. 만약 이 캐리어 안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이 10억은 아저씨 겁니다. 한방에 10억을 버는 셈이죠. 그러니까 어서 캐리어를 여세요.”
“그만 하지.”
강만수는 현성의 말을 무시한 채 캐리어를 끌고 가게 문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현성이 다시 나가려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강만수의 앞을 가로막은 현성이 입을 열었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이거죠.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
“네, 저는 제 손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협조를 안 하니 어쩔 수 없죠.”
“무슨 근거로 경찰을 부르겠다는 거야?”
강만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만큼 그도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짧게 이어졌다.
“절도죄요.”
“절도죄?”
“네, 비디오 절도죄요.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30장씩이나 말입니다.”
“뭐? 30장?”
강만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시간 넘게 있으면서 자신이 챙긴 비디오 수량이 정확히 30장이다.
문제는 그걸 이 자식이 어떻게 정확히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어쩐다?’
강만수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여기서 만약 경찰이 출동이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게 끝이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캐리어 안에 그 증거물이 고스란히 있으니 말이다.
‘어떡하든 경찰의 출동만은 막아야 한다.’
바로 그 순간.
현성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지금…….”
휙!
강만수가 비호같이 날아 통화하는 현성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지만 설마 통화하고 있는 핸드폰을 빼앗을 줄은 몰랐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잠깐 나 좀 봅시다.”
강만수가 현성의 손을 잡더니 매장 구석으로 끌고 갔다.
끌려가는 현성은 웃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확실히 분위기 파악을 했기 때문이다.
매장 구석에 도착한 두 사람.
강만수가 갑자기 현성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그만 저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른 거 같습니다.”
그는 어느새 조금 전과는 다르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실수요?”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제겐 도벽증이 있습니다.”
전생에서도 그는 이런 식이었다. 처음에는 도벽증을 핑계로 사정을 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었다.
전생에서는 그게 통했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용서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의 악한 마음을 이번에 이상혁의 일을 겪으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면 하수구가 역류하는 걸 알면서도 1년이 넘도록 모른 척한 인간이다.
이에는 이, 자신밖에 모르는 그런 인간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지금 도벽증이라고 했습니까?”
“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훔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그게 제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되다 보니…….”
털썩!
강만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전생과 똑같은 진행이었다. 아마도 그는 두 손을 모라 싹싹 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만수가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곤 빌기 시작했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빌 테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피식.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러자 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돈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돈이라고 그랬습니까?”
“네, 제가 물건을 훔쳤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얼마나 주실 건데요?”
전생과는 또 다른 진행이었다. 그때는 돈 얘기는 없었다. 무슨 이유로 그의 행동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전생과는 다른 진행에 현성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백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장난해요? 남의 피 같은 자식을 훔쳐놓고 뭐 백만 원이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그럼 이백만 원이요.”
“관둡시다. 조금 전에 내가 얼마를 준다고 했는지 기억하시죠? 난 분명히 10억을 얘기했는데 아저씨는 기껏 한다는 얘기가 이백입니까? 그런 돈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빵에 가세요. 아저씨 같은 사람은 콩밥 좀 먹고 정신 차려야 합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거기 경찰서죠? 여기 부평의 시네마 천국이라는 비디오 가겐데…….”
그 순간.
강만수가 다시 핸드폰을 빼앗기 위해 현성을 향해 덤벼들었다. 어떡하든 신고만큼은 막으려는 그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현성도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퍽!
달려드는 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억!
강만수가 짧은 단말마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그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헐떡거렸다.
뚝.
신고를 끝낸 현성은 전화를 끊었다.
현성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강만수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비만 오면 하수구가 역류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을 씹습니까? 세를 놨으면 집주인으로서 최소한 도리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으으…….”
“그 어린 게 그 냄새나는 곳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
“며칠이나 빵에서 살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있는 동안 반성하세요. 최소한 사람이 살면서 사람 구실은 하면서 삽시다.”
바로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경찰관 두 명이 들어왔다.
한 사람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절도라고요?”
“네, 비디오테이프 절도입니다. 물건은 이 가방 안에 있을 겁니다.”
현성은 손으로 한쪽에 있는 캐리어를 가리켰다. 그러자 경찰관이 강만수를 향해 말했다.
“이 가방은 누구 겁니까?”
“제겁니다.”“진짜 비디오테이프를 훔쳤습니까?”
“…….”
강만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경철관이 다시 말했다.
“가방 좀 열어보십시오.”
“…….”
잠시 망설이던 강만수는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찌이익!
자물쇠를 열고 가방을 열자 그 안에는 비디오테이프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걸 다 훔친 겁니까?”
경찰관이 묻자 강만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경찰관이 바로 수갑을 꺼내 그의 손에 채우며 말했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경찰관은 미란다 원칙을 읊어주며 강만수를 체포했다. 그리곤 현성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도 경찰서까지 같이 가서 조서에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고소장 쓰려면 가야지요. 저는 제 차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부평 경찰서로 오시면 됩니다.”
경찰관은 강만수와 증거물인 캐리어를 끌고 비디오 가게를 나갔다.
그러자 직원인 김민기가 바로 물었다.
“사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저 인간이 범인이었어. 그동안 없어졌던 비디오 목록 있지?”
“네, 있습니다.”
“그거 가져와.”
현성은 김민기가 가져온 비디오 목록을 챙겨 부평 경찰서로 향했다.
몇 시간 후.
현성이 가게로 돌아오자 김민기가 바로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말도 마라. 그동안 없어졌던 비디오가 다 그 자식 집에 있더라.”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경찰관 두 명과 함께 강만수의 집으로 찾아가 더 훔친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만수의 집에는 비디오가 몇백 장 쌓여 있었다. 현성의 가게 것뿐만 아니라 부평에 있는 다른 비디오 가게 물건까지도 있었다.
결국은 부평에 있는 거의 모든 가게를 돌아다니며 그 짓을 벌인 것이다.
“우리 것뿐만이 아니고 다른 비디오 가게 것들까지 다 있더라. 다 합치니까 350장이더라.”
“와! 그 자식 완전히 도둑놈이네요.”
“나도 처음엔 그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는데 보고도 믿을 수가 없더라. 아예 한쪽 벽에는 비디오 진열장까지 설치했더라.”
한쪽 벽에 설치한 비디오 진열장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어떻게 남의 가게에서 비디오를 훔쳐 진열장까지 설치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놈 취미가 뭔지 알아?”
“혹시……?”
“비디오 수집이란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그놈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죗값을 치러야지. 난 절대로 합의 안 본다고 했어. 대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했지. 그런 인간 같지 않은 새끼는 빵에서 콩밥 좀 먹어야 돼.”
현성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